정치적 책임 공방에만 치중
질본이 눈치 안 봐야
의사 출신 신상진 전 의원이 위원장 맡아 
재난지원금 선별 지급
의료계와 정부 한 발씩 양보해야

[중앙뉴스=박효영 기자] 정말 지긋지긋한 코로나가 8개월째 기승을 부리고 있다. 확진자 증가세가 400여명에 이르렀다. 8월 중순 14일 103명을 시작으로 15일 166명, 16일 279명, 17일 197명, 18일 246명, 19일 297명, 20일 288명, 21일 324명, 22일 332명, 23일 397명 등 계속해서 늘고 있다. 당정청이 허겁지겁 강력 대응에 나서고 있는 가운데 미래통합당도 코로나 특위(코로나19 대책특별위원회)를 출범시켰다. 

통합당 지도부는 여권이 정치 방역을 일삼고 있다고 지적했다. 우선 김종인 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은 토요일(22일) 질본(질병관리본부)을 방문함과 동시에 여권과 질본을 분리하는 화법을 구사하고 있다. 후자의 방역 역량을 전자가 약화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주호영 원내대표와 김종인 비대위원장의 모습. (사진=연합뉴스)

김 위원장은 일요일(23일) 오후 국회에서 긴급대책회의를 열고 “코로나는 질병관리본부 중심으로 전문가들이 지침을 내리고 통제할 수 있도록 조치를 해야 할 것”이라며 “코로나가 재확산 된 상황을 보면 이 정부 스스로 질본이 쌓아온 코로나 선진 방어체제를 무너뜨린 측면이 다분히 있다”고 꼬집었다.

기본적으로 통합당은 문재인 정부가 8월 초중순 방역의 수위를 낮춰서 재확산됐다는 인식을 갖고 있다.

김 위원장은 “일부 병원의 코로나 병상을 대폭 감축하고 8월17일 연휴를 만들고 소비쿠폰 발행, 종교모임 허용, 스포츠 관람에 대한 제지 해제, 대통령이 코로나가 머지않아 종식될 수 있다는 발언 등을 생각할 때 안이한 코로나 방역대책을 정부 스스로가 하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밝혔다.

주호영 통합당 원내대표도 “8월12일부터 많이 감염자가 늘어나서 잠복기를 고려하면 그 이전에 벌써 방역에 구멍이 뚫린 걸로 보여진다”며 “이런 때일수록 방역당국이 중심이 되어 전문가의 의견을 존중해서 이 위기를 헤쳐나가야 하는데 이 정부는 그렇지 못 한 것 같다. 코로나 방역을 과학이나 보건의 관점에서 접근하는 것이 아니라 코로나 정치로 접근하는 것 같다”고 비판했다.

이어 “코로나가 마치 끝난 듯한 시그널을 여러 곳에서 보여줬다. 연휴를 늘리고 쿠폰을 발급해서 야외 활동을 권장하는 듯한 내용들을 보였고 소규모 모임 금지를 해제해서 국민들로 하여금 이제 코로나가 끝난 것이 아니냐 이런 잘못된 시그널을 준 것이 가장 큰 것”이라며 “이런 때일수록 국민들이 일심으로 화합해서 위기를 극복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희생양을 찾고 책임을 전가하고 우호적인 단체에 대해서는 전혀 제재를 가하지 않는 등 여러가지 문제점을 드러내고 있다”고 덧붙였다. 

조국 사태(조국 전 법무부장관) 이후 여권 저격에 힘을 쏟고 있는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최근 “범인이 아닌 원인”에 집중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정권을 잡은 세력이라면 책임 대상을 찾아 공격할 게 아니라 원인을 찾아 방역의 빈틈을 메워야 한다는 취지다. 

현근택 변호사는 정부의 소비진작책이 불가피했고 극우 세력의 행태가 가장 큰 문제라고 주장했다. (캡처사진=MBC)

21일 방송된 MBC <정치人싸>에서 보수 패널을 맡고 있는 김태현 변호사는 “정부가 긴장의 끈을 너무 빨리 풀어줘서 소비 쿠폰을 나눠주고 여행가라고 하고 그것도 결과적으로는 잘못된 것”이라면서도 “반대로 생각해보면 당시 확진자 확 줄었다. 자영업자 죽어나가고 경제도 살려야 한다. 국민들 지치고 정부 입장에서는 소비 쿠폰을 나눠줘서 활성화시키자고 할 수도 있는데 그 당시 시점에서 보면. 돌아가서 보니까 그때 잘못했네 무조건적 비판을 하는 것도 맞진 않다. 그때 당시에 얼마나 최선의 선택을 했는지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더불어민주당 소속 현근택 변호사는 “김 변호사 얘기에 반박을 안 할 수가 없다. 자꾸 저렇게 얘기하는데”라며 운을 뗐고 김 변호사는 “정부를 편들어줬는데 그러네”라고 반응했다.

그만큼 현 변호사는 그때 소비진작책이 불가피했고 현재의 코로나 위기는 광복절 집회로 인한 보수진영의 책임이 크다는 말을 하고 싶었던 것이다. 이게 전반적인 민주당의 정서다.

현 변호사는 “그 당시 우리가 쿠폰 나눠주고 임시 휴일을 한 것은 소비진작 차원이다. 자영업자 어렵고, 영화공연업계 어려워서 최소한의 것을 하는 건데 그분들은 방역 지침을 잘 따른다. 기본적으로 거리도 유지하고 마스크도 쓰고 잘 한다”면서 “이번에 전광훈 목사나 민경욱 전 의원이나 이런 분들은 방역 지침에 대해 일단 잘 안 따른다. 정부가 거리 유지하고, 마스크 쓰고, 검사 받으라는 걸. 다른 데 가보라. 해운대 자꾸 얘기하는데 거기서 문제가 생기면 그분들 자진해서 검사를 받을 것 같다. 그런 차이가 있다”고 발언했다.

물론 유사 종교인 전광훈씨, 그가 담임목사로 있는 사랑제일교회 구성원, 극우 인사 등이 몰상식한 행태를 보이고 있고 그게 방역을 방해한 것은 맞다. 하지만 여권이 그 부분에만 초점을 맞추고 모든 책임을 그쪽으로 돌려버리면 자신들의 방역 실책에 대해서는 성찰하지 못 하게 된다.   

그래서 통합당은 그런 지점을 지적하면서도 질본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김 위원장은 “질본을 다녀온 것도 질본이 신속한 조치를 내린 상황에서 독립기관이 아니라 정부나 여당 눈치를 보게 되는 만큼 소신있게 일해달라고 힘을 실어주기 위함이었다”며 “여당은 이에 함께 하지는 못 할 망정 이마저도 정쟁으로 악용하려는 어처구니없는 행태를 보이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그동안 부동산 정책 실패 등 총체적 위기로 민심이 분노하는 상황에서 이때구나 하고 코로나 확산을 계기로 정국 장악에만 매몰하고 있는 것 같다”며 “또한 정부의 정책에 대한 광화문 집회, 민노총 집회, 의사협회 집회 등 국민의 외침에 대해서도 공정하고 책임있게 대처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지지율만 신경쓰는 정치 방역을 당장 중단하고 코로나 방역에 집중하길 바란다”고 요구했다. 

나아가 김 위원장은 △여야 합의로 별도의 코로나 특위(이미 구성됐지만) 구성 △지방 보건소에 대한 질본의 지휘권 인정 등을 요구하며 “방역에 여야가 있을 수 없다”는 원칙을 강조했다.

신상진 전 의원(오른쪽)은 통합당 코로나 특위 위원장을 맡았다. (사진=연합뉴스)

그래서 특위를 출범시켰다. 의사 출신 신상진 전 의원(4선)이 위원장을 맡았다. 신 전 의원은 서울대 의대를 졸업했고 1990년대 성남 지역에서 의사이자 시민운동가로 활동한 바 있다. 2000년에는 대한의사협회 회장도 맡았다. 
 
신 전 의원은 “다른 것은 몰라도 코로나 극복에 있어서만큼은 최우선 순위를 두고 정쟁이 아닌 정말 여야없이 힘을 합쳐서 극복하고자 하는 방향에서 노력해줄 것을 당부한다”며 “우리 특위도 열심히 하겠다. 특위 구성은 원내외 감염병 및 피해 대책 전문가들과 함께 힘을 합쳐서 코로나 위기 극복을 위해 모든 역량을 다하고자 한다”고 포부를 밝혔다.

신 전 의원이 특위 위원장으로서 이날 내놓은 메시지는 △국민 통합적 접근 △치료제 확보 △마스크와 의료 인프라 확보 △긴급재난지원금 선별 지급 △의료 파업 야기하는 정부의 4대 정책(의대 정원확대/공공의대 설립/한방첩약 급여화/비대면진료 육성) 추진 연기 등이다.

먼저 신 전 의원은 “코로나 극복은 국민의 협조가 제일 중요한 우선 과제다. 국민의 협조를 얻기 위해서는 정부부터 솔선해서 국민을 범죄자 취급이나 어떤 책임 전가의 수단으로 이용해서는 안 된다. 정쟁으로 몰아가서도 안 된다”며 “이런 위중한 국면에 오히려 야당의 손을 잡고 국민이 안심하실 수 있도록 위기 극복을 함께 해나가는 국민 대통합이 절실하게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 다음으로 신 전 의원은 “현재 항바이러스제 렘데시비르 약이 완제품 수입품인데 지금 대학병원 일선에서 환자가 폭증할 경우 부족할 것에 대한 대단한 걱정을 하고 있다”며 “신종플루 때도 백신 주권 확보에 대한 문제가 제기됐었다. 백신이 세계적으로 타미플루란 것이 있어도 우리나라가 구하지 못 해서 대단히 치료 시기를 놓치고 생명과 안전의 위협을 받은 국민들이 많다. (이 부분에서)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정부는 국민 앞에 소상히 진행 상황을 밝혀야 한다”고 촉구했다. 

현재 한국의 코로나 완치율은 80% 이상이다. 그러나 노인이나 지병이 있는 취약계층이 걸리면 죽을 수도 있다. 그래서 이들을 위해서라도 마스크와 의료 인프라 확보가 중요하다.

신 전 의원은 “경증이나 무증상 환자에 대한 것은 그렇다 치고 중요한 것이 노약자들, 중증환자에 대한 중증병상 확보가 대단히 중요할 것”이라며 “생활 치료센터도 마찬가지다. 나아가 현재 비말 차단 마스크는 확산이 되니까 많은 국민들이 KF94를 선호하고 바꿔쓰고 있다. 전문가 얘기를 들으면 백신보다 더 중요한 것이 마스크라고 한다. KF94 마스크를 중심으로 한 방역 물자에 대한 준비태세를 철저히 점검하겠다”고 공언했다. 

통합당은 기본소득을 정강정책에 삽입하고 중위소득 하위 계층에 지급하자는 모델을 공개한 바 있는데 2차 긴급재난지원금에 대해서도 선별 지급을 주장했다.

신 전 의원은 “(2차 긴급재난지원금은) 취약계층이나 코로나로 인한 피해가 제일 큰 저소득층에 대한 우선적 지원, 순위를 둔 지원도 종합적으로 검토해봐야 한다”며 “각 산업과 계층에 코로나로 인한 피해상황을 저희가 들여다보고 맞춤형 대책을 저희 당에서 만들었으면 한다”고 밝혔다.

최대집 회장과 만난 김 위원장의 모습. (사진=연합뉴스)

7월말 문재인 정부는 코로나를 계기로 공공 의료를 강화해야 한다면서 4대 정책을 공식화했는데 의료계에서는 강력 반발하고 있다. 전면 백지화를 요구하며 총파업을 예고한 의료계와, 보류하고 다음에 논의하겠으니 파업을 하지 말아달라는 정부 간의 입장차가 부딪치고 있다. 일단 이날 최대집 대한의사협회(의협) 회장은 김 위원장과 만났다. 동시에 의협은 공식적으로 국무총리-민주당-통합당 간의 3자 회동을 제안했다.

김 위원장은 “코로나로 상황이 대단히 엄중하니 국민의 생명과 보건을 일선에서 책임지고 있는 전공의의 무기한 파업은 중단되어야 할 것 같다”며 “정부와 의사간 팽팽한 대치를 피하고 국민이 먼저란 자세로 한 발씩 양보하길 당부드린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강경파 최 회장을 만난 자리에서 “국민이 가장 먼저다. 의협이나 정부나 국민을 앞에 둬야 한다. 가급적 파업이라는 극단적 수단에 대해서는 한 번 더 생각해봐 달라”고 말했다. 

신 전 의원은 파업을 멈추기 위해서라도 정부의 역할을 촉구했는데 “정부는 시급하지 않은 이러한 4대 정책을 왜 이 시기에 밀어붙이는지 도저히 많은 국민들이 이해를 못 하고 있다. 이런 의료계 반발과 분노를 사는 정책은 코로나가 종식될 때까지 뒤로 미루고 의료계와 충분한 협의를 해서 하겠다고 해야 한다”고 설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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