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 정책 전면 철회 요구하는 ‘의협’ 
문재인 대통령 “강력한 법 집행” 주문
극우 인사 최대집 회장은 감옥도 불사
정세균 총리 “무단으로 현장 떠난 전공의 최대한 제재”
여야 정당들 반응
소통과정과 불신의 문제
안철수가 제시하는 근본 해법
‘무상의료 운동본부’의 지적

[중앙뉴스=박효영 기자] 분명 정세균 국무총리가 파국으로 치닫기 직전 의료계와 만났다. 대전협(대한전공의협의회)과는 23일 밤에 만났고, 의협(대한의사협회)과는 24일 오후에 만났다. 정 총리는 대전협과 협상을 해보자는 절충점을 찾은 듯 했지만 의협과는 “허심탄회하고 진정성있게 이야기를 나눴다”는 워딩만 나왔지 파업 보류 및 철회를 이끌어내지 못 했다. 

결국 이틀 후 26일 예고됐던대로 의협의 ‘2차 전국 의사 총파업’이 개시됐다. 정부는 당정청 할 것 없이 강경 대응 기조를 보이고 있다. 

의사들이 가운이 버려져 있다. (사진=연합뉴스)

사실 대전협도 문재인 정부의 4대 의료 정책(의대정원 확대/공공의대 설립/한방첩약 급여화/비대면진료 육성)에 반대하고 있고 항의 행위를 안 하는 게 아니지만 핵심은 의협이다. 의협은 변협(대한변호사협회)과 같이 법정단체로서 의사가 되면 자동 가입되는 곳이라 형식상으로는 대한민국 모든 의사를 대변한다. 물론 정치적 극우 인사로 평가받는 최대집 회장이 의사들의 일반 여론을 제대로 대표하고 있는지에 대해 의문이 있을 수 있다. 실제 최 회장은 2018년 3월23일 직선제로 당선되긴 했는데 의협 투표권자 4만4012명 중 6392표 즉 14.5%의 지지(투표율 48.9%에서 득표율 29.5%)로만 당선됐다. 

최 회장은 정권 초기 문재인 케어(건강보험 보장성 강화)에 대해서도 강하게 반발했었는데 이번에도 7월23일 당정이 발표한 4대 의료 정책을 철회하지 않으면 파업을 풀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최 회장은 이날 정오 즈음 페이스북에 글을 올리고 “감옥은 내가 갈테니 후배 의사들은 소신을 굽히지 말고 끝까지 투쟁해달라. 의료의 가치를 지키기 위한 의사들의 몸부림”이라고 결의를 다졌다.

23일에도 페이스북을 통해 “(대전협의 항의 행위처럼 의협도) 26일부터 28일까지 3일간 2차 전국 의사 총파업을 예고한 상태다. 코로나19 재확산 속 의사 총파업 사태는 전적으로 정부가 일으킨 것”이라며 “진료에 매진해야 할 의사들이 진료의 현장을 벗어나 길바닥으로 내몰렸다. 불통과 독선, 무지와 독단에 근거한 4대악 의료 정책을 강행한 정부가 바로 지금 결자해지하기 바란다”고 밝혔다.

이어 “4대 의료 정책을 철회하면 금일 중이라도 의협은 파업을 중단하고 즉각 진료 현장으로 복귀할 것”이라고 공언했다.

2차 총파업이 시작된 26일 오전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 스튜디오에서 최대집 의협 회장이 파업 관련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사실 7월말에는 코로나 시국이 지금보단 소강 상태이긴 했지만 정부가 굳이 그 타이밍에 4대 정책을 발표해서 긁어부스럼을 일으킬 필요가 있느냐는 비판이 많다. 

결국 최 회장은 철저히 비타협적으로 전면 철회를 선언해야 협상할 수 있다는 것이고, 정부는 철회 방침을 전제할 수 없고 그 대신 4대 정책 도입도 하나의 카드로 보고 협상을 해보자는 입장이다. 그야말로 강대 강이다.

최 회장은 “파국적 고집을 꺾지 않고 국민의 건강과 생명을 흥정거리로 삼고 있는 것은 바로 정부다. 면허 정지-취소 및 형사처벌 협박은 사태를 악화시킬 뿐이라는 점을 분명히 말씀드린다”며 “한 명의 의사 회원이나 의대생이라도 피해를 입는다면 이번 4대악 의료정책 저지 투쟁의 성격이 근본적으로 달라질 것이다. 모든 실정법상의 책임은 회장인 내가 질 것이다. 오늘 철회하면 오늘 의사들은 파업을 중단하고 진료 현장으로 복귀한다”고 당국을 거듭 압박했다. 

문재인 대통령의 입장은 단호하다.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이 이날 16시 즈음 브리핑을 통해 문 대통령의 방침을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문 대통령은 “원칙적인 법 집행을 통해 강력하게 대처하라. 정부는 비상 진료 계획을 실효성있게 작동해 의료 공백이 없도록 하라. 의료계와의 대화를 통한 설득 노력도 병행하라”고 지시했다.

강 대변인은 “(문 대통령이) 청와대 비상관리체제를 강화할 것을 주문했다. 이에 따라 청와대는 윤창렬 사회수석이 맡아온 의료 현안 대응 태스크포스를 김상조 정책실장이 직접 챙기면서 비상관리에 들어가기로 했다”고 전했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의사 총파업에 대해 강경 대응을 천명했다. (사진=연합뉴스)

문 대통령의 강경 방침대로 정 총리도 정부를 통솔하고 있다.

정 총리는 이날 저녁 정부서울청사에서 <긴급 의료파업 범정부 대책회의>를 열고 “정부는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기 위해 집단 행동에 맞서 신속하고 단호하게 대응하겠다”며 “무단으로 현장을 떠난 전공의 등에 법이 허용하는 최대한의 제재 조치를 신속히 단행하겠다”고 공언했다.

이와 관련 정부는 26일 8시부터 수도권 소재 전공의와 전임의(진료를 전문적으로 담당하는 의사)에 업무개시명령을 발동했다. 의료법에 따르면 업무개시명령을 정당한 사유없이 준수하지 않으면 면허정지 처분이나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으로 처벌될 수 있다. 

정 총리는 “다행히 개원의 휴진 참여율은 높지 않지만 (휴진 참여율이) 일정 수준 이상으로 늘어난다면 개원의에 대해서도 즉각 업무개시명령을 발동하겠다”며 “집단 행동에 나선 의사들은 즉시 의료 현장으로 복귀할 것을 강력 촉구한다. 업무개시명령을 거부하는 전공의와 부당한 단체 행동에 나선 의협에 대해 관련법에 따라 엄정히 처벌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어 “코로나19로 위기 상황인 것을 감안할 때 인내심을 갖고 현장 복귀를 기다리기에는 너무나 급박한 상황이라는 점을 유념해달라”며 “신속하고 단호한 대응을 하지 못 하면 같은 일이 반복될 수 있다. 공권력을 행사하기로 결정하면 제대로 집행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사진=연합뉴스)
당정 협의를 통해 4대 정책이 만들어진 만큼 이번 사태에 더불어민주당은 원칙을 고수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도 강경 기조다.

이해찬 민주당 대표는 이날 아침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의사와 의대생의 집단 행동에 국민 건강 생명의 원칙에 따라 대응하겠다”고 밝혔고 김태년 원내대표는 “비상시국에 의료계가 다른 의도로 집단 행동을 강행하면 국민이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발언했다. 

정의당도 거들었다. 

김종철 정의당 선임대변인은 논평을 내고 “계속 강조했듯이 한국의 의사 수는 인구 1000명당 2.3명으로 OECD 평균 3.5명의 3분의 2에 불과해 회원국 중 최저 수준”이라며 “코로나19 상황만 보더라도 의료 인력을 확충하는 것은 불가피한 일이다. 게다가 최근 코로나 확진자 수가 폭증해 위기가 커지고 있는데 이런 상황에서 국민들은 의사 파업을 점점 싸늘하게 바라볼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정부의 업무개시명령은) 코로나19 사태가 안정될 때까지 정부가 의대정원 확대 등의 정책을 보류하겠다고 밝혔지만 의사단체가 파업을 강행함에 따라 취해진 당연한 조치”라며 “정부가 열린 자세를 갖고 대화에 임하겠다고 한 만큼 의사단체 역시 파업을 즉각 유보하고 현장에 복귀하는 것이 옳다”고 주장했다. 

안철수 대표는 정부의 성급함을 지적하면서도 의료계에도 당부의 메시지를 전했다. (사진=연합뉴스)

여권에 각을 세우고 있는 미래통합당과 국민의당은 정부의 성급한 타이밍 설정을 비판하면서도 의료계의 전면 파업을 좋게 보지 않고 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24일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10년 이상이 지나야 효과를 판단할 수 있는 정책을 꼭 지금 이 시점에서 밀어붙이는 게 국민에게 도움이 되는 일인가? 전투가 한창인 상황에서 장수들 등 뒤에서 도와주기는커녕 짱돌을 던지는 게 아닌가? 이것이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책임진 정부의 올바른 자세인가?”라며 “이런 발상과 접근 도대체 누구 머리에서 나온 것인가? 과정도 문제투성이다. 국가 의료체계의 큰 변화를 가져오는 정책을 제대로 된 공청회나 당사자들의 충분한 의견수렴도 없이 밀어붙이고 반발하면 면허정지니 행정명령이니 윽박지르는 정부의 모습을 보고 꼭 이렇게 해야만 하냐고 묻는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도 “정부의 부당함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왜 의사인지를 생각하고 코로나19의 엄중함 속에 5000만 국민들이 의사들만 바라보고 있는 현실을 부디 외면하지 말 것을 간곡히 부탁드린다. 정부의 조치가 너무 늦었고 만족할 수준이 아니더라도 코로나가 진정될 때까지는 주장은 계속 하면서도 총파업은 자제해주기 바란다. 의사 동료 여러분들의 헌신적이고 대승적인 결단을 촉구한다”고 주문했다.

정부와 의료계 간의 접촉이 없는 것이 아니었음에도 안 대표가 지적했듯이 소통과정이 문제였다. 정 총리와 최 회장이 24일 14시에 만난 뒤 같은 날 23시 여의도 인근에서 박능후 복건복지부 장관과 의협 대표단이 번개 협상을 했다. 새벽까지 협상을 했지만 결국 합의문의 문구 문제로 결렬된 것으로 알려졌다. 

조동찬 SBS 의학전문기자는 26일 저녁 보도된 <8시 뉴스>에서 “(4대 정책 중) 가장 핵심은 의대 증원과 공공의대 설립이다. 정부와 의료계는 (논의 테이블에서) 이것이 수년 전부터 논의된 일이지만 당장 효과가 나타나는 일은 아니니까 서두를 일은 아니고 또 의협과 충분한 대화없이 결정된 것 아니냐는 이 지점에서는 어느정도 합의가 이뤄졌다”면서도 “문제는 표현이다. 보건복지부는 코로나19가 안정화될 때까지 이를 중단하고 모든 가능성을 열어 놓겠다고 표현하자고 했는데 의협은 중단 대신 철회(를 요구했고) 가능성을 열어 놓겠다(라는 표현) 대신 원점에서 재검토를 원했다”고 정리했다. 

이어 “표현 때문에 합의가 안 되는 것은 그야말로 신뢰관계의 문제다. 다만 한 발 진전된 만큼 정부와 의료계의 진솔한 대화를 통해 합의점을 찾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박능후 장관은 26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의협의 집단 휴진에 대해 긴급 정부대응 담화를 발표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일단 급한 불을 끄는 것도 중요하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이 모색돼야 한다.

1980년 서울대 의대 입학부터 15년 정도 현장 의료인의 삶을 살아온 안 대표는 “정부가 의대 정원을 늘리려는 이유를 이해한다. 그러나 지금도 지방 의대 정원의 상당 부분이 수도권 학생으로 채워지는 상황에서 지방 중심으로 의대 정원을 증원한다고 10년간 지방 근무를 강제한다고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면서 “의사들이 국민들에게 꼭 필요한 과에 지원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줘야 한다. 그런 근본적인 해결책 제시없이 왜 의사들이 수도권과 대도시에만 있느냐고 왜 성형외과나 피부과로만 몰리느냐고 백날 이야기해봤자 바뀌는 것은 아무것도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공공의료기관을 바로 설립하지 않고) 의대가 설립되어도 (남성의 경우) 졸업생이 인턴, 레지던트, 군복무를 거칠 때까지는 14년이 걸립니다. 효과도 불확실하다”며 “의사 면허는 사람을 살리는 활인(活人) 면허다. 그 면허는 의사들의 긍지와 자랑이지만 단순한 개인의 것이 아니다. 그 어떤 경우에도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인간의 생명을 살리라고 부여된 소중한 자격”이라고 피력했다.

결론적으로 안 대표는 △지방에 질 좋은 공공의료기관 설립 △장비와 시설 대폭 확충 및 의료진의 처우 개선 △응급의학과나 외과 등 의사 수급이 부족한 진료과목의 건강보험 수가 조정 △사회적 공론화 등을 해결책으로 제시했다. 

‘의료민영화저지와 무상의료실현을 위한 운동본부(운동본부)’는 25일 성명을 발표하고 “코로나19 2차 대유행에 대비하기 위해 꼴찌 수준의 공공의료 확충과 의료인력 증원은 국민들이 강력하게 요구한 사안”이라며 “이런 빗발치는 요구에 못 이겨 정부는 의대 정원 확대를 대안으로 찔끔 내놨다. 그러나 시민사회가 요구한 공공의료 강화를 위해 가장 필요한 공공의료기관 확충 계획은 쏙 빼놓은 채 기업주들의 숙원인 원격 의료와 매칭되는 손쉬운 의대 정원 확대를 내놓았고 결국 공공의료 강화를 위한 논의는 산으로 가고 정부와 의협 간의 밀실 특권 싸움으로 국민들만 고통받는 상황이 되어 버렸다”고 지적했다.

이어 “무상의료운동본부를 비롯한 시민사회진영에서는 공공감염병전문병원 설립, 공공병상 확충, 공공의대 설립, 공공의료인력 확충, 중환자실 확충, 상병 수당과 같은 대안을 지속적으로 요구한 바 있다”며 “수도권과 지방의 심한 의료 불평등과 의료 취약지 개선을 위해서라도 지역 공공병원과 공공의사 확충은 불가피하다. 국가가 책임지고 충분한 수의 지역 공공병원을 설립하고 의사를 비롯한 의료 인력을 양성하고 지역 공공병원에서 양질의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도록 제도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국의사 2차 총파업 첫날인 26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 아주대학교병원에서 의료진이 벗어놓은 가운 뒤에서 피켓 시위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26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에 위치한 아주대병원 의료진이 벗어놓은 가운 뒤에서 피켓 시위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운동본부에는 38개 시민사회단체가 속해 있는데 의료 및 건강 관련 단체는 18개(가난한이들의 건강권확보를 위한 연대회의/건강사회를 위한 약사회/건강사회를 위한 치과의사회/노동건강연대/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참의료실현청년한의사회/건강세상네트워크/기독청년의료인회/대전시립병원 설립운동본부/한국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연합회/건강보험하나로시민회의/일산병원노동조합/약사의미래를준비하는모임/성남무상의료운동본부/건강보험심사평가원노동조합/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국민건강보험노동조합/전국의료산업노동조합연맹)다. 

이들은 의협 등 의료계의 전반적인 기류에 대해 상당히 비판적이다.

운동본부는 “의협의 집단 휴진과 파업은 코로나 2차 대유행과 강화된 거리두기의 필요 사이에서, 생계와 안전의 경계 사이에서 불안으로 잠못이루는 대다수 평범한 이들의 삶을 완전히 외면하고 있는 행위”라며 “응급실과 중환자실 인력까지 뺀 전공의와 전임의 그리고 의협의 집단 행동은 도가 지나쳐도 한참을 지나쳤다”고 비판했다.

이어 “의협은 자신들의 요구는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고 지역 공공 의사 확충은 물론이거니와 50명도 채 안되는 공공의대 설립마저 반대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운동본부는 한국 의사들이 특권의식을 드러낸 것 아니냐는 문제의식으로까지 나아갔다.

운동본부는 “개천에서 용나기가 불가능해진 오늘날 시간과 비용이 엄청나게 들어가는 의사가 되기 위해서는 거의 상위 1퍼센트의 돈 많은 부모를 둬야 한다. 그리고 의사가 되면 우리 사회에서는 전문가 엘리트로서 특별한 대접을 받는 집단에 속하게 된다”며 “(의사가 되면) 모두 그렇지는 않겠지만 자신도 모르게 평범한 국민들의 정서와는 거리가 있는 태도를 몸에 지니게 될 가능성이 적지 않다”고 상정했다.

이어 “지금 집단 행동에 나선 의사들이 이런 사람들인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코로나19 2차 대유행과 국민들의 걱정에 대한 냉소적 태도를 봤을 때 이렇게 생각하는 것도 무리는 아닐 듯하다”고 규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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