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병인 궤양성 대장염 악화
아베의 ‘극우 정치’ 물러가나
한일 관계 변화

[중앙뉴스=박효영 기자] 코로나 시국 속에 정신없는 가운데 연일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건강이상설이 나돌고 있었다. 그게 단순히 루머가 아니라 사실이었다. 아베 총리가 지병으로 인해 사임할 수밖에 없다는 마음을 굳힌 것으로 보인다. 일본 주류 언론들이 아베 총리가 관두게 될 것이라는 보도를 일제히 내놨다.

28일 오후 NHK 및 교도통신 등 일본 언론들 다수는 지병으로 국정에 지장을 주는 것을 피하기 위해 사임할 뜻을 굳혔다고 보도했다. 지난 17일 아베 총리가 게이오대 병원에 입원하게 된 이후 건강을 회복할 수 있다는 관측도 있었지만 결국 퇴임 쪽으로 가닥이 잡혔다.

아베 총리는 1954년생으로 한국 나이로 67세인데 오래 앓고 있던 궤양성 대장염이 악화했다는 게 일본 매체들의 추측이다. 

건강 문제로 사퇴하게 된 아베 총리. (사진=연합뉴스)

아베 총리는 곧 총리관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사퇴를 공식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일본은 한국과 달리 의원내각제 체제로 의회 선거 한 번만 치르고 다수당이 총리를 옹립하게 된다. 국정 최고책임자인 총리는 임기 제한이 없고 그 대신 국정 흐름에 따라 언제든지 바뀔 수도 있다. 아베 총리는 2006년 9월26일부터 1년간 1차 재임 기간을 거친 뒤 중간에 일본 민주당으로의 정권 교체를 겪기도 했지만 2012년 12월 재집권에 성공해서 지금까지 7년 반 넘게 총리직을 지켰다. 아베 총리는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 폭파 사건, 경제 악화, 부인 아키에 여사의 비리 스캔들, 코로나19 심화에 따른 도쿄 올림픽 연기 등 몇 차례의 위기를 겪고 지지율 하락에 직면했었지만 끄떡없었다. 그러나 건강 악화에 발목이 잡혔다.

무엇보다 아베 총리는 그동안 군대를 보유한 ‘정상국가화’에 초점을 맞춰왔고 경제 문제에서는 아베노믹스로 불리는 확장적 재정정책에 힘써왔다. 한일 관계의 측면에서 보면 아베 총리는 극우적 관점을 견지한 만큼 연일 어그로적이기만 했다. 자민당(자유민주당) 중에서도 아베 총리는 전혀 타협의 여지를 두지 않고 극우 군국주의로만 치달았기 때문이다. 문재인 정부는 위안부나 강제 징용 문제 등 한일 역사 문제에서 투트랙 전략을 구사했지만 그것도 통하지 않았다.

따라서 아베 총리가 물러나면 당장 대법원 강제 징용 판결 문제로 비롯된 일본의 무역 제재 이슈가 풀리게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차기 총리로는 △고노 다로 방위상(국방부장관)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한국의 대통령 비서실장+국무총리) △이시바 시게루 전 자민당 간사장(당의 2인자) 등이 떠오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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