쪽팔리지 않아야
모든 일은 이재용의 불법 경영권 승계 때문에
제일모직 띄우고 삼성물산 낮춰야
이재용도 보고받고 승인하고 지시내려

[중앙뉴스=박효영 기자] 영화 ‘공공의 적2’에서 강철중 검사(배우 설경구)는 수많은 선배 검사들 앞에서 프레젠테이션 발표를 마치며 “그런데 이 수사에 대해 참 말이 많다. 난 이렇게 구린내 풀풀 풍기는 사건. 이런 놈 수사 못 한다면 검사질도 계속 못 한다고 생각한다. 쪽팔려서”라고 말한다.

서울중앙지방검찰청 경제범죄형사부를 이끌고 있는 이복현 부장검사 역시 그런 마음가짐으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기소 방침을 결단했을 것 같다. 혐의는 △자본시장법상 부정거래행위 및 시세조종 △주식회사외부감사법 △업무상 배임 등이다. 이 부회장의 최고위 참모인 최지성 구 삼성 미래전략실장, 김종중 미전실 전략팀장 등 10명도 함께 불구속 기소됐다.

결국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 부정 문제의 총 책임자로 기소된 이재용 부회장. (사진=연합뉴스)

6월9일 법원은 이 부회장에 청구한 구속영장을 기각했고, 6월26일 대검찰청 수사심의위원회에서 이 부회장에 대한 수사를 중단하라고 권고했고, 머니투데이 계열 통신사 등 상당수 경제매체들이 이 부회장의 경제 역군 이미지를 부각해서 보도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 검사 입장에서 “참 말이 많은 사건”이지만 2년 넘게 삼성바이오로직스(삼바) 회계 부정 문제에 대해 강직하게 수사가 진행됐고 결국 모든 것은 이 부회장의 독점적 이익을 위해 벌어졌다.

이 검사는 1일 14시 서울 서초구에 위치한 서울고등검찰청 기자실에서 직접 마이크를 잡고 이 부회장을 기소할 수밖에 없는 이유를 설명했다. 

이 검사는 “삼성은 최소 비용에 의한 승계와 지배력 강화라는 총수의 사익을 위해 미전실 지시로 합병을 실행하고 투자자의 이익은 무시하고 기망했다”면서 “이는 명백한 배임 행위이자 자본시장법의 입법 취지를 몰각한 조직적인 자본시장 질서 교란행위로서 중대한 범죄”라고 강조했다.

이어 “(수사심의위의 불기소 권고를 따르지 않은 것에 대해) 사안이 중대하고 객관적 증거가 명백한 데다 국민적 의혹이 제기된 사건으로서 사법적 판단을 받을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사실 이 부회장이 적은 지분으로 삼성전자의 지배권을 장악하기 위해 벌인 범죄행위는 이미 대법원(2019년 8월29일)에 의해 입증됐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비선실세 최순실씨에게 86억원의 뇌물을 제공해서 국민연금을 움직였다는 것이다. 국민연금은 삼성물산 지분 11.61%를 보유하고 있었고, 제일모직에 대해서도 5.04%의 지분을 갖고 있었다. 상식적으로 ‘래미안’ 브랜드 등 유명 아파트를 건설하고 있는 삼성물산과 패션 업체인 제일모직의 기업 가치는 격차가 크다. 그런데 국민연금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비율을 3주 대 1주로 결정했다. 이럴 이유가 없지만 제일모직의 지분 23.2%를 보유하고 있는 이 부회장의 로비 때문에 이런 짓을 벌였다. 삼성물산은 삼성전자의 지분 4.1%를 보유하고 있고, 삼성생명은 삼성전자의 지분 7.2%를 보유하고 있다. 또 삼성물산은 삼성생명의 지분 19.7%를 보유하고 있다.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이 한 회사가 되면 순환출자의 고리로 이 부회장의 삼성전자 지분율이 11.3%까지 늘어나게 되는 것이다. 

(사진=연합뉴스)
이복현 검사는 삼바 회계 부정 사건의 수사를 책임지고 진행했다. (사진=연합뉴스)

문제는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격차가 너무도 크다는 점이다. 그래서 이 부회장 입장에서 제일모직의 가치를 뻥튀기해야 한다. 즉 △제일모직(에버랜드)이 소유한 부동산 값 높이기 △제일모직이 대주주로 있는 삼바의 가치 높이기 등을 자행하게 되는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삼바의 회계 부정이 대대적으로 벌어졌다. 2018년 11월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는 금융감독원의 끈질긴 조사로 드러난 삼바의 분식회계 혐의를 검찰에 고발했다.

결국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은 2015년 5월 합병됐다. 

이 검사는 합병이 사후적으로라도 문제되지 않게 하기 위해 삼바의 가치를 무리하게 뻥튀기시키는 등 주가 조작이 일어났다고 보고 있다. 이는 이 부회장의 안정적인 경영권 승계를 위해 삼성그룹 미전실 주도로 치밀하게 계획된 것이고 이 부회장도 중요한 단계마다 보고·지시·승인을 했다는 것이다.

이 검사에 따르면 이 부회장 측은 제일모직을 띄우고 삼성물산을 낮추기 위해 △거짓 정보 유포 △주요 정보 은폐 △허위 호재 공표 △주요 주주 매수 △국민연금 의결권 확보를 위한 불법 로비 △자사주 집중 매입을 통한 시세조종 등을 자행했다.

피해자는 국민연금과 주식시장 전체다. 나아가 삼성물산 주주들이다. 

(사진=연합뉴스)
이 부회장은 삼바 사태에 대한 법적 책임을 지게 됐다. (사진=연합뉴스)

삼성 저격수로 알려진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입장문을 내고 “이 부회장에 대한 기소가 우리 경제의 새로운 터닝포인트가 되기를 바란다. 삼성은 이번 일을 세계 일류기업으로 거듭나기 위한 반성과 개혁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며 “일부 기업이 우리 경제에 큰 부분을 차지한다는 이유로 총수 일가에 의한 조직적 불법행위가 눈감아질 것이라는 구시대적 기대는 버려야 한다. 재벌 총수의 개인적 이익을 위해 회사와 주주, 시장과 우리 경제 전체의 이익이 후순위로 밀리는 잘못된 구조는 이제 개선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 부회장 본인도 더 이상 기업이 본인과 가족들 개인의 사적 소유물이 아님을 다시 확인하고 앞으로 본인과 일가의 사적 이익을 위해 기업의 이익을 훼손하고 불법적인 경영행위를 도모하는 일체의 시도를 중지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 검사는 국정농단 뇌물 재판에 출석해서 “합병은 경영권 승계와 관련 없다”거나 “미전실은 합병에 관여하지 않았다”는 식의 증언을 한 전직 삼성물산 경영진(김종중 전 사장-김신 전 대표)을 위증 혐의로 기소했다. 

한편, 이 부회장 등에 대한 공소 유지는 수사에 직접 참여한 김영철 서울중앙지검 특별공판2팀장(직전까지 의정부지검 형사4부장)이 맡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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