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단 및 원점 재논의’ 넣고 ‘정책 철회’ 생략
5개항 합의문
의정협의체 구성
이낙연의 의지
보건복지부와 의협 합의문 서명식 13시 예정 

[중앙뉴스=박효영 기자] 더불어민주당과 보건복지부의 방침이 조금 다르긴 하지만 의협(대한의사협회)은 민주당의 중재를 받아들이기로 했다. 의협이 정부와 다이렉트로 접촉을 했을 때는 합의점이 찾아지지 않았다. 지난 7월23일 당정이 공식 발표한 4대 의료정책(의대정원 확대/공공의대 설립/한방첩약 급여화/비대면진료 육성)에 대해 의협은 “전면 철회를 전제하고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한다”는 입장이고 복지부는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논의할 수 있다”는 입장이었다. 코로나 시국이라 양측 다 웬만하면 합의를 하고 싶었지만 문구상의 표현을 양보하지 못 하고 줄다리기를 하던 중이었다. 

결국 합의문에 둘 다 들어가게 됐다. 

업무개시명령을 내리고 따르지 않을 시에 고발 조치까지 불사하겠다는 정부의 강경 방침이 있었지만 이낙연 신임 민주당 대표의 취임 이후 상황이 급변했다.

최대집 의협 회장과 이낙연 민주당 대표의 모습. (사진=더불어민주당)

민주당과 의협이 4일 오전 10시 서울 여의도 국회 주변에 위치한 중앙당사에서 정책협약식을 열었다. 이로써 의협은 총파업(집단 휴진)을 접기로 했다. 민주당은 “코로나19 안정화 이후 협의체를 구성해서 법안을 중심으로 원점에서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재논의”를 하기로 했고 “논의 중에는 관련 입법 추진을 강행하지 않는다”고 약속했다.

의협은 법정단체라 모든 의사들이 자동으로 가입돼 있다. 최대집 의협 회장이 5개 조항으로 구성된 합의문에 서명함으로써 의사들은 쟁의 상태를 접고 바로 현장에 복귀하기로 했다.
 
이낙연 민주당 대표 체제가 출범한 뒤 여권을 대표해서 의협과 교섭을 추진하던 한정애 당 정책위원회 의장(3선)은 마이크를 잡고 “오늘 새벽까지 우리 당과 의협과 정부 간의 합의서 검토와 요구사항들에 대한 조정과 균형점을 찾아내는 일련의 과정들이 있었다”며 “정책협약의 내용에는, 어제 협상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대전협(대한전공의협의회)을 비롯 전임의 대표들이 몇 분 찾아오셔서 그들의 이야기를 따로 들려주기도 했다. 모든 사안을 감안해서 균형있게 추진할 내용들을 담았다”고 밝혔다.  

4대 정책의 옳고 그름을 떠나서 의사들은 일방적인 추진 결정에 가장 큰 서운함을 느끼고 있다.

최 회장은 “사전에 의협과 충분한 협의를 거치고 이런 정책을 추진했더라면 또 다른 사회적 혼란을 피할 수 있지 않을까하는 큰 아쉬움이 있다”며 “시간이 상당히 지났고 또 의협이 1차·2차 총파업 등 강한 반대와 항의의 표시를 표하고 난 이후에 비교적 활발하게 정부와 국회가 논의가 진행돼서 이런 합의문을 도출하게 됐다”고 풀어냈다.

(사진=더불어민주당)
최 회장과 한정애 정책위의장의 모습. (사진=더불어민주당)

분명 양측이 한발씩 양보를 했다. 여권은 “원점에서의 재논의”를 포함시켰고 의협은 “전면 철회”라는 표현을 고집하지 않았다.

최 회장은 “비록 정책 철회가 들어가 있지 않지만 철회 후 원점 재검토라는 내용과 중단 후 원점 재검토가 사실상 같은 의미로 생각돼서 잘 만들어진 합의안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이것이 잘 이행될 수 있도록 양측에서 최선의 노력을 다했으면 한다”고 밝혔다. 

합의문 5개항은 아래와 같다.

①정부는 의대정원 확대 및 공공의대 신설 추진을 중단하고 코로나19 안정화 이후 의정협의체에서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의협과 협의한다. 의협과 민주당은 의정협의체의 논의 결과를 존중한다. 또한 의대정원 통보 등 일방적인 정책 추진을 강행하지 않는다.

②지역 수가와 같은 지역의료 지원책 개발, 필수의료 육성 및 지원, 전공의 수련환경의 실질적 개선, 건정심(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 구조 개선 논의, 의료전달체계 확립 등 주요 의료 현안을 의제로 하는 의정협의체를 구성한다. 복지부는 협의체의 논의 결과를 보건의료발전계획에 적극 반영하고 실행한다.

③복지부와 의료계는 의협이 문제제기하는 4대 정책(의대증원, 공공의대 신설, 첩약 급여화 시범사업, 비대면진료)의 발전적 방안에 대해 협의체에서 논의한다.

④코로나19 위기의 극복을 위하여 의협과 복지부는 긴밀하게 상호 공조하며 의료인 보호와 의료기관 지원에 대한 구체적인 대책을 마련하여 시행한다.

⑤의협은 집단행동을 중단하고 진료 현장에 복귀한다.

이 대표는 이번 합의에 이르기까지 영향력을 행사했다. (사진=더불어민주당)

이 대표는 유력 대권 주자로서 당권 도전에 나서는 게 부담스러울 수 있었지만 스스로 “국난 극복”을 명분으로 내세웠다. 국난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모든 구성원이 힘을 합쳐야 하는데 이 대표는 굳이 지금 타이밍에 4대 정책 추진을 강행해서 의사들과 긁어부스럼을 만들 필요가 없다는 인식을 하고 있다. 이 대표가 한 의장을 통해 정부와 의사들 사이에서 중재에 나서지 않았다면 사태는 더더욱 장기화의 늪에 빠졌을 가능성이 높다.

이 대표는 “저희 민주당은 의협과의 합의를 충실히 이행할 것이다. 또한 그 과정에서 생겼던 의사 국가고시의 우려가 해소되고 정상화되기를 바란다. 전공의 고발의 문제도 최선의 방법으로 해결되도록 노력하겠다”며 “이번 과정을 통해서 정부여당은 정책과 관련된 과제를 안게 됐고 의협은 우리 국민들께서 걱정하는 여러 문제들에 대해서 응답할 의무를 안게 됐다”고 강조했다.

이어 “코로나19가 안정화되고 또는 그 이후에 완전히 퇴치될 때까지 마음을 모아서 함께 대처해가길 바란다”며 “국민 여러분께 거듭 안타깝고 송구스러운 마음을 전해드린다. 이번 일을 교훈삼아서 국민 여러분의 마음을 더 세밀하게 헤아리는 민주당이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공언했다.

이날 13시에는 박능후 복지부 장관과 최 회장이 서울 중구 퇴계로 한국건강증진개발원에서 만나 합의문 서명식을 갖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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