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건 마음먹기...끝까지 다하고 하늘에 뜻에 맡겨라
나만의 색깔을 찾아...4박자 건강학적 걸음

조현 KBS스포츠과학예술원 시니어모델 주임 교수 (사진=신현지 기자)
KBS스포츠과학예술원 시니어모델 조현 주임교수 (사진=신현지 기자)

[중앙뉴스=신현지 기자] 흔히 오늘을 “100세 시대를 살고 있다”라고 말한다. 은퇴 이후 제2의 인생, 제 3의 인생을 살아야 한다는 말로 풀이되겠다. 즉, 4차 산업혁명 시대, 수명 연장을 그저 유연하게 대처하는 것을 넘어 인생 후반기 오롯한 삶의 주인으로 주체적 그림을 완성해야 한다는 뜻이 되겠다.

실제로 ‘인생은 후반전’을 외치며 인생역전 드라마를 화려하게 써려가는 시니어들이 늘고 있다. 특히 그동안 주위가 전혀 예상 못한 끼와 에너지로 세상을 깜짝 놀라게 하는 인생 이모작의 군단이 많아졌다. 올해 나이 57세, 혜성처럼 등장한 시니어모델 조현(KBS스포츠과학예술원 시니어모델과정 교수)씨도 그 중의 하나다. 아니, 그가 요즘 장안의 화제다.

제1회 전국미즈시니어모델대회 전체 최우수상을 시작으로 월드대회 시니어부문 전체 3위, 머슬대회 시니어 부문 1위, 여자그랜드슬램 수상, 충주라이트월드 머슬대회 여자 그랑프리 수상, 자랑스런 인물대상 수상 등 굵직굵직한 수상경력에 이어 KBS스포츠과학예술원의 시니어모델학과 교수로 활동하는 조현 씨. 본지는 그를 통해 인생 후반기를 달리는 그들의 주체적인 삶의 설계도를 탐색해보기로 했다.

성동구에 위치한 한 스튜디오. 이곳에서 만난 조현 씨는 한눈에도 평범하지 않은 끼와 열정이 느껴지는 모습이다. 특히 긴 생머리 위로 눌러쓴 모자는 어디로 튈지 모르는 공의 탄력처럼 도발적이고 신선하다는 느낌이다. 자기만의 독특한 이미지로 인생 후반기를 달리는 그가 예사롭지 않음을 직감했다는 뜻이다.

“고등학교 2학년 때 교감선생님으로부터 미스코리아 출전 권유를 받았었다.” 

시니어모델 회원들과 함께  (사진=신현지 기자)
시니어모델 회원들과 함께 하는 조현 교수(사진=신현지 기자)

시니어모델계는 물론 방송계를 누비며 인생 2모작의 화제의 인물로 주목받는 소감을 묻자 그는 대뜸 이렇게 서두를 꺼낸다. 그러니까 지금의 모습 그대로 타고난 신체조건과 미모가 고등학교 적부터 두드러졌다는 말을 그렇게 돌려 말하는 모양이다. 하지만 식음을 전폐하고도 수영복 심사 등 집안 어른들 눈에 경박하게 비친 미스코리아 출전은 엄두도 내지 못해 꿈을 접어야만 했다니. 25세에 결혼해 두 딸의 엄마로 그저 평범하게 살았단다. 평범한 주부가 어떻게 인생 후반기 주목받는 인생역전 드라마를 쓸 수 있게 된 것일까? 이 질문에 그는 뜬금없는 두 딸을 먼저 앞세운다.

“내겐 2개의 다이아몬드가 있다. 현재 뮤지컬계에서 활동하고 있는 큰딸 조은(김현진)과 연기활동하고 있는 작은딸 (김수진)이다. 특히 큰딸은 성악 레슨 고작 3개월 받고 선화예술학교 1등으로 들어간 아이다. 그런데 알다시피 예체능계는 엄마의 뒷받침이 일반 학교보다 몇 배나 필요로 하는 곳이다.

특히 집안의 재력이 아이들 학교생활과 성적에 크게 좌우하는 곳이다. 그런데 우리 형편은 그렇지 못했다. 샐러리맨 남편의 월급으로 예체능 교육을 시키기엔 턱없이 부족했다. 의류 쇼핑몰 피팅모델 알바를 하면서 내 나름 그들에게 엄청 공을 들였는데도 돌아오는 건 매번 성에 차지 않는다는 목소리였다.

KBS스포츠과학예술원 시니어모델 학과 강의하는 모습 (사진=조현)
KBS스포츠과학예술원 시니어모델 학과 강의 모습 (사진=조현)

그런데 돌아보니 그것이 오히려 우리에게는 득이 되지 않았나 싶다. 지금 우리 아이들은 고맙게도 너무 잘 자라줬다. 어느 대형무대에서든 자신감이 넘치는 것은 물론 실력을 인정받아 이제는 주위의 많은 사람이 딸들 잘 키웠다고 부러워하고 있다. 특히 어려운 형편에서 뒷바라지 해준 엄마가 고맙고 또 존경하는 인물이라며 상패를 만들어 줄만큼 딸들은 효심 깊고 바르고 컸다.

어려운 여건에 굴하지 않고 이제는 전문 무대예술인으로 환하게 빛을 내고 있는 딸들이 대견해 질문의 요지에서 벗어나나 싶어 말을 돌리려니 마저 들어보란다. 시니어모델의 계기가 곧 딸들로 인해 이루어졌다며. 그러니까 그런 어려운 역경을 함께하다보니 자매처럼 똘똘 뭉치게 되었단다. 또 그러다 보니 엄마의 소망을 너무도 잘 알게 된 작은딸의 권유로 시니어모델에 도전하게 되었고. 하지만 정작 시니어모델 입문에는 넘어야 하는 거대한 산이 버티고 있었으니

“교통사고였다. 10년 전 쯤의 일이다. 그날도 평소처럼 작은아이를 픽업하기 위해 성수대교를 달리는데 뒤에 달리던 트럭이 내 차를 추돌하는 사고였다. 엄청난 충격이었는데 다행히 딸은 다치지 않았다. 하지만 난 목을 심하게 다쳐 1년 넘게 침대생활을 해야만 했다. 움직일 수가 없어 남편이 출근하기 전 머리맡에 음식을 챙겨놔야만 했을 정도였다.

그런데도 난 머리를 들 수가 없어 남편이 올 때까지 굶어야만 했다. 그런 중에서도 난 가까스로 몸을 추슬러 집 안팎을 돌며 만보걷기를 시작했다. 그러기를 약 3~4년, 차츰 몸이 좋아지기 시작했다. 많이 움직이면 안 된다고 하던 병원에서도 놀라워할 정도였다.

그런 어느 날 작은딸이 미즈시니어대회가 있다며 나가보길 권유했다. 20대부터 시니어까지 출전하는 제1회 미즈시니어대회였다. 난 그 자리에서 조금도 망설이지 않고 OK했다. 그냥 자신감이었다. 지금 생각해도 그런 내가 대견하고 의문이긴 하지만 난 그렇게 내게 온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그리고  감사하게도 그 대회에서 전체 최우수상을 받았다.”

교통사고 후유증을 이겨낸 저력이 그 같은 자신감을 길러냈던 것인지, 아니면 이루지 못한 꿈의 욕망이 그만큼 절절했던 것인지 그는 아무런 준비 없이 오직 자신감 하나로 제1회 미즈시니어대회 참가해 최우수상을 거머쥐었단다. 그리고 그것을 발판으로 월드대회 시니어부문 전체 3위, 머슬대회 시니어 부문 1위, 여자그랜드슬램 수상, 충주라이트월드 머슬대회 여자 그랑프리 수상 등 화려한 수상경력의 소유자로 몸짱 아줌마라는 타이틀까지 얻었다.

어디 그뿐인가. 10년 넘게 만보 걷기와 계단오르기 등을 생활화하며 건강미인으로 거듭나 방송계의 출연요청이 쇄도하고 있다. 여기에 2년 전에는 KBS스포츠과학예술원의 시니어모델학과 교수로 발탁되어 현재 강단에서 활발한 활동 중이다. 인생 후반기, 이제는 딸들의 무대를 지켜보며 아니, 그들을 통한 대리만족으로 조금은 여유를 누려도 될 시기에 어디에서 그런 폭발적인 에너지가 형성되는 것일까.

(사진=조현)
자랑스런 인물 대상을 수상한 조현 교수(사진=조현)

“누구에게나 이루지 못한 꿈의 열망은 큰 것이다. 난 한 번도 그 꿈을 버린 적이 없었다. 그러다 보니 그 꿈을 이룰 기회가 내게 주어졌고 그것으로 자신감을 얻으니 망설이지 않게 되었다. 그래서 다양한 무대 경험을 하게 되었고 또 대회 욕심도 컸다. 그래서 헬스클럽 3개월 만에 머슬대회 3관왕 그랑프리를 비롯해 다양한 수상경력을 갖게 되었다. 하지만 이제는 대회 욕심보다는 남과는 다른 내 색깔을 찾고 싶어졌다. 또 그것이 필요하다는 것도 알게 되었고. 그래서 요즘은 그것과 관련해 많은 공부를 하고 있다”

그러니까 2년 전부터 가양동 kbs 스포츠예술과학원에서 강의하고 있는 그는 여타 시니어모델과는 다른 자기만의 색깔을 찾는데 주력하고 있다. 특히 다른 협회와는 차별화를 두고 강의하고 있다. 예컨대 기구를 이용하지 않고도 충분히 기구효과를 볼 수 있는 운동법과 몸학으로 푸는 4박자 걸음이다. 4박자 걸음은 그가 경험을 통해 연구하고 있는 건강학적 걸음으로 시니어모델에게는 특별히 중요하다고 말한다.

“모델들이 한번 무대에 서고 나면 많이 아프다. 특히 시니어모델들은 발의 고통이 크다. 그래서 나는 이를 건강학적인 걸음으로 바꿔볼 계획으로 현재 학생들 강의와 무대를 통해 실시하고 있다. 이를테면 발바닥을 4등분 나누어 걷는 방법이다. 그동안 내 경험과 또 책을 통해 공부하고 있다. 나중에 책으로도 출간한 계획으로 준비하고 있다.

이렇게 자신만의 색깔을 찾아 시니어모델계에서의 자리매김을 다지는 그는 학생들이 직접 현장에서 활동할 수 있도록 무대와 방송 등을 연결해 주기도 한단다. 물론 아직은 활동무대가 다양하진 않지만 앞으로 기회가 많이 주어지리라 기대하고 있다.

그런데 요즘은 코로나로 그의 강의 역시도 휴강상태라 안타깝단다. 그렇다고 시간적 여유가 있는 것은 아니다. 오늘도 이곳 스튜디오에서 문체부와 약속된 시니어모델 촬영이 있다며 서두르는 폼이 인터뷰를 빨리 끝내라는 뉘앙스 같기도 하다.

인터뷰 중에도 수시로 전화를 받거나 방밖을 오가는 부산한 몸짓으로 은근히 재촉이다. 아무래도 자리를 정리하는 것이 좋을 듯싶다. 계획을 물으니 가깝게는 올 11월 예정된 KBS 탑모델 대회가 코로나로 12월로 연기될 것 같다고. 또 장기적인 목표는 두 딸과 함께 종합예술 아카데미를 설립하는 일이란다. 마지막으로 인생 이모작을 준비하는 사람들에게 특별히 전해 줄 말을 부탁하니 위기가 기회라고 한다.

“코로나에도 움직이는 사람은 바삐 움직인다. 어쩌면 이것도 기회인지 모른다. 뭐든 생각하기 달렸다. 용기와 자신감을 가지면 못할 게 없다는 생각이다. 진인사대천명이라고 했다. 힘을 다해 끝까지 다하고서 하늘의 뜻을 기다린다면 꿈은 이루어지리라 생각한다. 인생 후반전을 달리는 모든 분에게 자신감과 용기를 잃지 마라 전하고 싶다.

자리를 마감하기 바쁘게 시니어모델회원들을 챙기는 그를 보며 인생은 후반전이라는 말이 새삼스럽게 실감이 난다. 인생 후반전을 뛰는 그의 걸음에 본지 역시 귀추를 모아보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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