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낙연의 대선 공약 같은 ‘국회 연설’ ·· “국가란 무엇인가”
이낙연의 대선 공약 같은 ‘국회 연설’ ·· “국가란 무엇인가”
  • 박효영 기자
  • 승인 2020.09.08 07: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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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의 소중함
9가지 메시지
5대 준비사항
5대 국가 모델
선별론에 대한 논쟁
우분투 정신과 정치

[중앙뉴스=박효영 기자] 대한민국에서 정치인 이낙연의 위치는 문재인 대통령 다음으로 집권할 가능성이 높은 유력 대권 주자다. 집권여당 대표직은 딱 7개월짜리다. 그의 시선은 2022년 3월9일 20대 대선을 향해 있다. 그래서 그의 국회 연설은 대선 출사표와도 같다. 자신의 정치철학과 국가론을 맘껏 드러냈다.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이 집필한 저서 ‘국가란 무엇인가’가 정치인의 국가론에 대한 질문이라면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연설문은 이에 대한 답변서다. 

이 대표는 7일 오전 국회 본회의장에서 교섭단체 대표 연설을 했다. 

이낙연 대표는 대선 출마 선언문과도 같은 국회 연설문을 발표했다. (사진=연합뉴스)

이 대표는 기자 경력 20년(1979년~99년)에 빛나는 글쟁이다. 그런 재능으로 故 노무현 대통령의 취임사를 직접 썼다. 물론 담당 비서관의 도움을 받았겠지만 그런 이 대표가 집권여당 수장으로서 첫 연설문의 인트로를 어떻게 채웠을지 궁금했는데 코로나19 및 수해 피해자에 대한 위로였다. 

이 대표는 “코로나19로 숨지신 모든 분의 명복을 빈다”며 “수해와 태풍으로 목숨을 잃은 모든 분의 명복을 빌고 유가족들께 위로를 드린다”고 포문을 열었다. 

곧바로 이 대표는 9가지 메시지 보따리를 풀어냈다. 그것은 아래와 같다.
 
①일상으로 돌아가는 풍경 
②코로나의 기원과 국민의 노고 치하 “반드시 이길 것”
③왜 선별인가?
④M세대(마스크세대)와 포스트 코로나 시대
⑤혁신하려면 결단이 필요
⑥우분투 정신(당신이 있어 내가 있다)
⑦우분투 정치와 윈윈윈의 정치
⑧함께 잘 사는 일류국가
⑨코로나 이후 인류는 발전할 것

이 대표는 수미상관 구조로 중요한 내용을 반복했다. ④은 주요 과제를 풀어낸 각론이고 ⑧은 그걸 함축해서 네이밍한 국가 모델이자 총론이다.

우선 이 대표는 ①에서 일상의 소중함을 환기했다. 2017년 11월10일 방송된 tvn <알쓸신잡2>에서는 세월호 참사의 공간이 됐던 진도군의 아픔이 묘사됐다. 

방송에 출연한 유 이사장은 “진도에는 팽목항만 있는 게 아니다. 거기에도 사람들이 살고 있고 우리가 진도대교를 안 건너는 것이 조의를 표하는 제일 좋은 방법은 아닌 것 같다”며 “진도 국민에게도 위로가 필요하다. 그게 단순히 말로 하는 위로가 아니라 우리들의 원래의 일상을 회복해야 한다. 그러면서 그 참사의 아픔을 안에서 삭여내고 이겨내고 그렇게 해서 우리들의 건강한 일상으로 복귀해야 한다”고 말했다. 

같이 출연한 작곡가 유희열씨는 “그 노래가 생각난다. 내가 되게 좋아하는 노래가 있다. 계속 그 말만 나온다. 시인과 촌장의 노래 중에 ‘풍경’이란 노래가 있다. 세상 풍경 중에서 제일 아름다운 풍경 모든 것들이 제자리로 돌아가는 풍경. 이게 전부”라고 화답했다. 

(사진=연합뉴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마주 보고 있는 이 대표의 모습. (사진=연합뉴스)

이 대표도 “모든 것이 제자리로 돌아올 수 있을까”라며 “세상 풍경 중에서 제일 아름다운 풍경 모든 것들이 제자리로 돌아오는 풍경 그런 글귀가 서울 광화문 사거리의 건물에 내걸렸다. 모든 것들이 제자리로 돌아오는 게 모두의 소망이 됐다”고 표현했다.

이어 “코로나19와의 전쟁도 그렇다. 좋은 사람과 커피 한 잔 놓고 소곤거리기도 편치 않다. 친구들과 치킨에 맥주 한 잔 마시며 떠들기도 조심스럽다. 목욕탕에 몸을 담그기도, 찜질방에 눕기도 꺼려진다. 가족과의 외식도, 주말 여행도 아득한 추억처럼 느껴진다”면서 “우리는 깨달았다. 소소한 일상이 엄청난 행복이었다는 것을 알게 됐다. 차 한 잔 홀짝거리려고 잠깐 마스크를 벗는 그 순간 소중한 사람의 마스크 벗은 얼굴을 어쩌다 보는 그 순간 그것이 행복이었다는 것을 이제 알았다. 우리는 그런 일상을 회복할 수 있을까”라고 밝혔다. 

③은 가장 논쟁적인 사안이다. 일찌감치 이 대표는 전당대회 기간 내내 다른 경쟁자들(김부겸 전 의원과 박주민 의원)과 달리 2차 긴급재난지원금에 대해 선별론을 고수한 바 있다. 

이 대표는 “재난도 약자를 먼저 공격한다. 재난의 고통은 약자에게 더 가혹하다. 바이러스는 사람을 가리지 않는다. 그러나 그 고통은 평등하지 않다”며 △고용취약계층 △소득취약계층 △자영업자(음식점/카페/학원/목욕탕/PC방) △중소기업 △양육 부모 △코로나 재확산에 따른 경기 불황 등을 나열했다.

그래서 이 대표는 “고통을 더 크게 겪는 국민을 먼저 도와드려야 한다. 그것이 연대이고 공정을 실현하는 길”이라며 그런 방향에서 4차 추경(추가경정예산)을 편성했고 이를 통한 지원책을 추석(9월30일~10월4일) 전에 집행하겠다고 공언했다.

그러나 조혜민 정의당 대변인은 논평을 내고 “(이 대표가) 더 어려운 국민을 먼저 도와야 할 것을 강조해 선별 지급에 대해 언급하면서도 우분투 사례를 통해 함께 하는 정신을 강조했다. 그러나 실제는 모순적인 말의 연속일 뿐”이라며 “우분투처럼 모든 국민들이 손을 잡고 나란히 달리기 위해서는 힘든 일상을 겪고 있는 국민의 고통을 두고 순위 경쟁을 하는 핀셋 대책과 선별 지원 정책이 아니어야 한다”고 비판했다. 

이어 “정의당은 함께 살아야 한다는 사회 연대적 측면에서라도 재난수당은 전국민 보편지급이 바람직하다고 수없이 말한 바 있다”고 강조했다. 

(사진=연합뉴스)
연설을 마치고 걸어 나오는 이 대표. (사진=연합뉴스)

분명 당정청과 국민의힘(구 미래통합당) 그리고 국민의당은 선별론에 기울어 있다. 정치권에서는 선별론이 다수설이다. 

그러나 일반 기본소득에서는 이견이 있지만 긴급재난지원금에 대해서는 보편 지급으로 한 목소리를 내고 있는 재난 기본소득 세력(정의당·기본소득당·시대전환·진보당·녹색당·미래당·여성의당·기본소득한국네트워크)은 선별론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비판하고 있다. 이들은 선별론의 단점으로 ‘속도’와 ‘연대’ 2가지를 꼽고 있다. 선별하느라 시간이 걸린다는 것이고 경계 지점에 있는 사람들의 소득 역전 현상이 우려된다. 무엇보다 세금을 내는 사람과 복지 수혜자간의 불일치로 추후 보편적 복지국가로 나아가기 위한 증세에 도움이 안 된다. 국가의 지원을 받지 못 하고 세금만 내는 중상류층 국민은 세금을 안 내고 싶어질 수밖에 없다. 선별 시스템에 들기 위해 불행 경쟁을 해야 하는 취약계층도 비극적이다. 

이제 ④인데 이 대표는 “마스크 세대. 요즘 아이들을 M세대라고 부른다. (디지털 비대면이 익숙해진) M세대는 부모의 옛 이야기를 믿지 못 할 것이다. 그런 M세대의 미래에는 어떤 세상이 기다리고 있을까”라며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준비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준비사항은 아래 5가지다.

Ⓐ건강안전망(환경 파괴-기후위기로 인한 재난 대비 차원에서 감염병 전문병원의 권역별 설치와 공공의료체계 강화/생명안전기본법과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
Ⓑ사회안전망(양극화 문제 해결/최상의 복지가 일자리라는 원칙을 세우고 전국민고용보험 도입/국민취업지원제도 조속히 정착/기초생활보장제 확충/전일보육 책임체계 조기 구축)
Ⓒ한국판 뉴딜과 신산업(2021년 본예산 중 총 21조3000억원 규모의 한국판 뉴딜/디지털 뉴딜 7조9000억원+그린뉴딜 8조원+안전망 강화와 사람 투자 5조4000억원 등으로 36만개 일자리 창출/전국의 도서관·박물관·미술관 등을 연결하는 디지털 집현전 체제 구축/스마트 공장과 상점으로 기존 산업의 생존력 향상/데이터 거래소와 거버넌스 구축/새로운 에너지 빨리 상용화한 국가가 역사적으로 선도국이 됐는데 이제는 ‘클린 에너지’ 시대로 가야/환경 규제 강화에 호응하기 위해 미래차와 분산형 그린 에너지 확산/바이오헬스 산업 주목)
Ⓓ성평등(여성 억압구조 해체/민주당 소속 공직자의 잘못에 대해 피해자와 국민께 거듭 사과/재발방지 위해 내부 감찰과 성인지 교육 강화/피해자 보호 위한 제도적 장치 보강/남녀 임금 격차 31% 단계적으로 축소/공공기관의 여성 임원 비율 의무화/성평등 위한 노력들이 대결과 갈등의 프레임에 빠져들지 않도록 주의)
Ⓔ균형발전(행정수도 이전 문제에 관해 국회 내 균형발전특위를 통해 조속히 결정/수도는 여전히 서울/2단계 공공기관 이전/혁신도시 추가 지정/한국판 뉴딜의 필수 전제조건으로 균형발전 뉴딜 제안/디지털 뉴딜과 그린뉴딜의 사업 선정과 예산 배정이 균형발전에 기여하도록 고려)

(사진=연합뉴스)
본회의장 전체의 모습. (사진=연합뉴스)

이 대표가 이날 꺼낸 화두 중에 ⑥이 가장 많은 주목을 받았다. 

이 대표는 “당신이 있어 내가 있다는 어느 인류학자의 아프리카 경험”을 소개하면서 승자독식의 어린이 달리기 시합에서 1등을 포기하고 나란히 달린 사례를 강조했다.

이어 “(어린이들은) 나란히 달렸다. 모두 1등으로 들어 왔다. 그리고 함께 모여 음식을 나눠 먹었다. 학자는 궁금했다. 혼자 1등을 하면 다 먹을 수 있는데 왜 함께 들어왔느냐고 물었다. 아이들은 해맑게 웃으며 우분투를 외쳤다. 우분투(ubuntu) 당신이 있어 내가 있다. 아프리카 반투족의 말”이라며 이미 한국인들은 우분투 정신으로 △K방역 달성 △전쟁과 가난 극복 △산업화와 민주화 달성 △IMF 외환위기와 글로벌 금융위기 극복 등을 이뤄냈다고 환기했다.

그래왔듯이 “코로나도 극복할 수 있다”는 것이고 그 저력에는 우분투 정신이 있다. 이 대표는 우분투야말로 “코로나의 또 다른 교훈”이라고 설명했다. 

⑦은 우분투 정신을 정치권에서도 본받자는 제안이다.

이 대표는 한국 정치판에서 “상대를 골탕 먹이는 일이 정치인 것처럼 비치곤 했다”며 “국민과 여야에 함께 이익이 되는 윈윈윈의 정치”를 이야기했다.

그러면서 △여야정 국정상설협의체(여야 원내대표와 문재인 대통령의 분기별 회동) 재개 △산업화 세력과 민주화 세력의 대합의(코로나 극복/포용적 복지/디지털 전환/기후위기 극복/한반도 평화/민주주의 완성) △여야의 비슷한 정책 이번 정기국회 안에 공동 입법(감염병 전문병원 확충/벤처기업 지원/여성 안전/경제민주화 실현/청년의 정치참여 확대/재생에너지 확대) △정책 협치를 통해 정무 협치로 확대 등을 제시했다. 

(사진=연합뉴스)
코로나 방역을 위해 칸막이가 설치된 본회의장 좌석의 모습. (사진=연합뉴스)

동시에 이 대표는 “원칙있는 협치”를 전당대회 기간 내내 약속했던 점을 거론하며 “(정치 세력) 그 누구도 반대를 위한 반대는 하지 않을 것이라고 믿고 싶다. 그래도 만약 반대를 위한 반대가 있다면 단호히 거부할 것”이라고 공언했다. 

이 대표는 스타일 자체가 정파성이 강한 정치인이 아니다. 타협과 중재의 안정감이 그의 강점이다. 하지만 위의 발언으로 사실상 필요시에는 협치의 원칙을 뒤로 하고 국민의힘에 끌려다니지 않겠다는 보험장치를 걸어놨다. 쟁점 이슈가 불거질 때마다 협상을 하겠지만 임계치에 다다르면 176석의 숫자로 일방 통행을 하겠다는 것이다.

⑤에서도 그런 의지가 엿보인다. 

이 대표는 “혁신하려면 결단이 필요하다”며 ⒶⒷⒸⒹⒺ와 더불어 △권력기관 개혁(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 △민주당이 명명한 개혁입법 완수 등을 위해 “이번 정기국회에서 여야가 결단하자”고 목소리를 높였다. 

⑧은 서론과 본론을 넘어 결론에 해당한다.

이 대표는 “함께 잘 사는 일류국가”로 가야 한다면서 포용과 성장의 가치를 병치시켰다.

그러면서 가전제품, 반도체, 자동차, 조선, IT, 대중음악과 영화, 웹툰과 게임산업, 촛불집회와 민주주의, K방역 등의 분야에서 이미 일류라고 나열했다. 이제는 “디지털 전환과 그린 산업이 그리 돼야하고 바이오헬스 산업이 유망하다”고 강조했다.

그 다음에는 “국가의 발전단계”로 야경국가→ 복지국가 →행복국가를 제시했다. 최소한의 치안만 보장하는 국가인지, 최소한의 경제 조건을 보장하는 국가인지, 문화적 행복을 보장하는 국가인지에 따라 발전 양상이 다르다는 것이다. 

(사진=연합뉴스)
이 대표는 5가지 국가 모델을 제시했다. (사진=연합뉴스)

궁극적으로 이 대표는 5가지 국가 모델을 제시했다. 

㉮행복국가(쾌적한 일상과 문화·예술·생활체육 향유) 
㉯포용국가(전국민고용보험/양극화 완화/성평등/균형발전/국민통합) 
㉰창업국가(실패가 사회적 자산이 되도록) 
㉱평화국가(남북한 민간교류 활성화/남북 당국간 대화 재개/남북 합의사항 단계적 이행/남북관계 관리체제 구축/여야와 시민사회와 경제단체 등이 참여하는 평화통일 연석회의 출범) 
㉲공헌국가(모든 이웃 나라들과 선린으로 교류협력)

⑨과 관련해서 이 대표는 “14세기 유럽의 흑사병은 르네상스와 근대국가를 열었다. 1920년 스페인 독감은 의학과 과학을 발전시켰다. 그렇게 대재앙은 인류 역사를 크게 전환시키곤 한다. 코로나 위기는 진정한 21세기를 열 것”이라고 마무리했다.  

국민의힘은 이례적으로 이 대표의 연설에 대해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최형두 원내대변인은 논평을 내고 “새로운 집권여당 대표다운 중후하고 울림있는 연설이었다”며 “국민 모두가 코로나 이전 소소한 일상의 추억을 그리워하고 제자리로 돌아오길 기다리고 있다. 고통을 더 크게 겪는 국민을 먼저 도와드려야 한다는 여당 대표 말씀에 국민의힘도 뜻을 같이 한다”고 밝혔다. 

이어 “여당 대표는 당신이 있어 내가 있다는 우분투의 정신을 말씀하셨다. 맞다. 정치에도 야당이 있어 여당이 있을 것”이라며 “전대미문의 도전과 위기 극복은 전례없는 협치로 가능하다. 이 대표의 오늘 연설이 문재인 정부와 여당의 종전 실패와 독선을 과감하게 단절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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