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개 혐의
안성쉼터 배임과 미신고 숙박업소 운영
길원옥 할머니 상금 사기로 가로챘나
윤미향 의원의 반박
논거없이 무작정 부인

[중앙뉴스=박효영 기자] 제2의 조국 사태로 불렸던 윤미향 사태가 법원으로 가게 됐다. 4.15 총선 직전까지 정의기억연대 이사장을 맡은 바 있는 윤미향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불구속 기소됐기 때문이다. 총선 직후 떠들썩했던 것을 돌이켜보면 약 4개월만이다.

서울서부지방검찰청 형사4부(최지석 부장검사)는 14일 오후 윤 의원을 총 7개 혐의로 기소했다. 정의연 이사인 A씨도 같은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구체적으로 ①보조금관리법 위반 ②사기 ③지방재정법 위반 ④기부금품법 위반 ⑤업무상 횡령 ⑥업무상 배임 ⑦공중위생관리법 위반 등이다. 전부 돈 문제다. 

서부지검은 간략하게 주요한 위법 소지를 공개했다. 집권여당의 조직적 비호를 받는 국회의원의 공소 사실은 피의사실유포 금지 원칙의 예외가 허용되는 공적 사안으로 판단된다. 더구나 위안부 운동의 상징성이 어필되어 뱃지를 단 윤 의원이기 때문에 국민적 알권리에 따라 토론되어야 할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윤미향 의원은 7개 혐의로 재판을 받게 됐다. (사진=연합뉴스)

먼저 ①은 정의연의 전신 정대협(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에서 운영하는 전쟁과여성인권박물관이 법적 요건에 맞는 학예사(큐레이터)를 구하지 못 했음에도 그런 학예사가 근무하는 것처럼 속여 2013년~2020년까지 문화체육관광부와 서울시로부터 대략 3억원의 보조금을 부정 수급했다는 혐의다. 나아가 서부지검은 윤 의원이 다른 정대협 직원 2명과 함께 2014년~2020년까지 여성가족부의 위안부 할머니 관련 사업 7개를 신청해서 약 6500만원을 부정하게 받아냈다고 보고 있다.

④은 이런 거다. 윤 의원과 A씨가 관할 지자체에 신고하지 않고 2015년부터 작년까지 단체 계좌로 41억원의 기부금을 모집했다는 혐의와 함께, 해외의 전시 성폭력 피해자를 위한 나비기금과 故 김복동 할머니 장례비를 충당하기 위해 1억7000만원의 기부금을 개인 계좌로 송금받은 혐의다. 

서부지검은 뜨거운 논란 지점이었던 안성 쉼터 문제에 대해 윤 의원이 매입 과정에서 비싸게 매입했다고 보고 ⑥을 적용했다. 정의연은 2012년 현대중공업(사회복지공동모금회 관리)으로부터 지정 기부금 10억원을 받아 안성 쉼터를 7억5000만원에 매입했다가 올해 4월 4억2000만원에 팔았다.

서부지검은 “윤 의원과 피고인들이 공모해 안성 쉼터를 시세보다 고가인 7억5000만원에 매수해 매도인(안성신문 운영위원장 김씨의 아내 한씨가 소유한 전원 주택)에게 재산상 이익을 취득하게 하고 정대협에 손해를 가했다”고 주장했다. 

다만 “(싸게 팔았다는 대목에 대해서는) 2020년 8월 기준 감정평가 금액이 4억1000여만원인 점, 매수자가 없어 4년간 매각이 지연된 점을 고려할 때 업무상 배임이 성립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⑦은 그 안성 쉼터를 지자체에 신고하지 않고 2014년부터 5년간 여러 주체들(시민단체·정당·개인 등)에게 50여차례 빌려주고 900만원을 벌어들인 혐의다. 미신고 영업행위라는 것이다. 

②은 중대한 문제인데 서부지검은 윤 의원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마포쉼터 소장 故 손씨와 공모해서 2017년부터 2020년까지 위안부 피해자 길원옥 할머니의 상금(여성인권상 1억원)을 기부하도록 유도했다고 주장했다. 1928년생 길 할머니는 중증치매를 앓고 있는데 두 사람이 길 할머니를 속여 상금 7900만원을 기부 및 증여받는 방식으로 가로챘다는 것이다. 

윤미향 사태를 공론화시킨 여성인권 운동가 이용수 할머니는 지난 5월25일 개최한 2차 대구 기자회견 자리에서 검찰이 모든 것을 밝혀내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이에 대한 서부지검의 답이 오늘의 기소 결정이다.

(사진=연합뉴스)
5월29일 국회 소통관 백브리핑 공간에서 질의응답을 하고 있는 윤 의원의 모습. (사진=박효영 기자)

한편, 윤 의원은 17시 즈음 입장문을 배포하고 “지난 석달 동안 나와 단체 그리고 활동가들은 성실히 수사에 임했고 충분히 해명했다. 그럼에도 불구속 기소를 강행한 검찰의 수사 결과 발표에 대해 깊은 유감을 표명한다”면서 조목조목 검찰의 주장을 반박했다. 

윤 의원은 ①에 대해 “전쟁과여성인권박물관 및 정대협은 정해진 절차에 따라 필요한 일체의 서류를 제출하고 요건을 갖추어 보조금을 수령하고 집행했음을 말씀드린다”고만 주장했지 논거를 제시하지는 않았다.

이어 “보조금 지원 사업을 통해 활동가들이 정당한 노동의 대가로 받은 인건비를 단체에 기부한 사실을 부정과 사기로 왜곡 폄훼해서는 안 된다”고 비판했다.

나아가 윤 의원은 “정대협이 정관에서도 밝히고 있는 바 정대협의 활동 취지에 공감하고 지지하는 후원 회원들의 회비로 주로 운영되었고 김복동 할머니의 장례비 등 통상의 기부금과 다른 성격의 조의금마저 위법행위로 치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④ 중 개인 계좌 문제에 대해서는 “모금된 금원은 모두 공적인 용도로 사용되었고 윤미향 개인이 사적으로 유용한 바 없다”고 항변했다.

②에 대해 윤 의원은 강하게 반응했다. 

윤 의원은 “당시 할머니들은 여성인권상의 의미를 분명히 이해하셨고 그 뜻을 함께하기 위해 자발적으로 상금을 기부하셨다. 중증치매를 앓고 있는 할머니를 속였다는 주장은 해당 할머니의 정신적·육체적 주체성을 무시한 것으로 위안부 피해자를 욕보인 주장에 검찰은 책임을 져야 한다”고 밝혔다.

⑥에 대해서는 “검찰은 정대협의 모든 회의록을 확인했고 정대협에 손해가 될 사항도 아니었기에 배임은 맞지 않다”고 주장했다.

윤 의원은 검찰의 기소 발표 직후 입장문을 냈다. (사진=연합뉴스)

⑦ 문제에 대해서도 강한 표현이 나왔다.

윤 의원은 “안성힐링센터를 미신고 숙박업소로 바라본 검찰의 시각에 참담함을 느낀다”며 “안성힐링센터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을 위한 공간이었으나 이를 활용할 상황이 되지 않았다. 하지만 안성힐링센터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의 정신을 올곧게 이어받기 위한 평화와 연대의 공간으로 활용됐고 공간을 활용하는 단체들의 공간 사용 책임성을 부여하기 위해 소정의 비용을 받았을 뿐”이라고 반박했다.

하지만 왜 활용할 상황이 되지 않았는지에 대해서는 설명하지 않았다.

윤 의원은 빼놓지 않고 위안부 운동의 상징성을 환기했다.

윤 의원은 “30년 동안 정대협과 정의연 활동가들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의 생활 안정과 인권증진을 위해 헌신했고 국제사회에 일본군 위안부 문제의 실상을 알려 여론을 형성하는데 고군분투해왔다”며 “오늘 검찰 수사 결과 발표가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 운동의 30년 역사와 대의를 무너뜨릴 수 없다”고 포지셔닝했다. 

자신의 비위 의혹에 대한 검찰 수사가 위안부 운동 자체에 대한 공격이라고 치부한 것이다. 

아울러 윤 의원은 “지금까지 그래왔듯 앞으로도 국민들께서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해 함께 해주시리라 믿는다. 할머니들 곁에서 많은 분들의 응원과 연대를 받았던 시민운동가로서 이제는 국민의 귀한 마음을 얻어 이 자리에 선 국회의원으로서 좌절감을 딛고 일어나 앞으로 성실하게 재판에 임하겠다”고 덧붙였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중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