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혜영 정의당 원내대변인의 감상평
야당은 추미애 장관 무조건 불러서 비판
여당은 엄호하느라 바빠
정세균 총리는 비판적으로 보는 듯

[중앙뉴스=박효영 기자] 월요일(14일)부터 시작된 국회 대정부 질문의 시간이 추미애 법무부장관의 아들 휴가 특혜 공방으로 빼곡히 채워졌다. 추 장관에 대한 공세와 방어가 메인이고 다른 현안들은 곁가지였다. 14일(정치 분야)에는 여야 가릴 것 없이 추 장관을 발언대로 불러세웠고, 15일(외교안보통일 분야)에는 정경두 국방부장관에게 안보 문제를 묻기 보다는 추 장관 관련 문제를 확인하는 데에 급급했다.

추미애 장관이 14일 열린 대정부 질문에서 발언대에 올라 답변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장혜영 정의당 원내대변인(초선)은 14일 5시간 넘게 진행된 대정부 질문이 모두 끝난 저녁 시간대에 논평을 내고 “오늘 국회 본회의장에서 진행된 대정부 질문에서 국민께 보여드리기 부끄러운 장면들이 대거 연출되었다”며 “총리의 4차 추경에 대한 시정 연설이 무색하게 추미애 법무부장관 아들의 군 휴가 관련 내용이 질문의 주를 이루었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억지와 신상털기를 동반한 공세를 펼치면 민주당 의원들은 무리수로 방어하는 촌극이 벌어졌다”고 평가했다.

15일에도 마찬가지였다.

안규백 더불어민주당 의원(4선)은 이날 국회 본회의장에서 대정부 질문을 통해 “지금까지 확인된 바에 따르면 불법이 발견되기는커녕 누구나 접근 가능한 민원실로 문의했고, 통역병 선발도 추첨으로 진행하는 등 군의 건강함을 확인했다”며 추 장관을 엄호했다.

이어 “양쪽 모두 진영으로 나뉘어 러시안룰렛 게임을 하듯이 의혹만 무성하게 찔러댔다. 진실은 온데간데 없이 혐오만 주고받는 작금의 사태는 코로나19로 지친 국민들을 더욱 더 피곤하게 할 따름”이라며 “(정 장관에게) 진실을 밝히는 데 적극적으로 협력하되 침소봉대나 무분별한 의혹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대응하라”고 몰아붙였다.

문재인 대통령이 이미 서욱 전 육군참모총장을 국방부장관 후보자로 내정한 상황이라 정 장관은 곧 물러난다. 그럼에도 안 의원은 정 장관에게 굳이 정치적 주문을 함으로써 추 장관에 대한 디펜스적 메시지를 피력하는 것이다. 안 의원은 비문재인계로 불리지만 추 장관이 당대표이던 2016년 8월 사무총장으로 임명된 바 있다. 

반대로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3선)은 “거인 골리앗의 권력형 청탁은 참군인들에 의해 가로막혔다. 용감하게 맞선 다윗 같은 군인들에게 이 자리를 빌려 깊은 감사와 경의를 표한다”며 “국방부는 골리앗 편에 서서 추 장관 아들을 구하느라 추상같은 군 규정까지 난도질했다. 민주당은 당직병의 실명을 공개하고 좌표를 찍어 친문 지지자들에게 테러를 부추겼다”고 주장했다.

하 의원은 정 장관을 세워놓고 “일선 지휘관에게 책임을 돌린다”, “자꾸 동문서답을 한다”, “사과 한마디 하라”면서 공세를 취했다.

나아가 강경화 외교부장관에게는 추 장관 딸의 비자 청탁 의혹을 따져물으며 “외교부가 공적인 일로 비자가 빨리 나오도록 요청할 수는 있다고 보지만 이것은 개인의 사적인 일 아닌가”라고 압박했다.

초선인 장혜영 의원의 눈에는 거대 양당의 소모적인 공방이 한심하게 보인다. (사진=연합뉴스)

추 장관이 없을 때에도 이 정도였다. 

장 원내대변인은 “국민의힘 의원들은 이미 제기된 의혹을 재차 삼차 물었고 추 장관은 같은 대답을 반복하며 재난 시기 국정운영을 논해야 할 소중한 시간을 허비했다”면서 “심지어 민주당 김종민 의원은 자신에게 주어진 질문 시간 전체를 추 장관 방어에만 쓰는 혼자만의 시간을 갖기도 했다”고 밝혔다.

실제 김종민 의원(재선)은 “이래 놓고 엄마 찬스다 특혜 휴가다. 이렇게 욕먹는 게 합당한가. 사실 아니다. 내가 왜 이런 일들이 벌어졌는지를 잠깐 한 번 정리를 해보겠다. 당직 사병이 오해를 한 것”이라며 “시간이 너무 부족한데 내가 큰 소리로 마지막 한 말씀만 드리겠다. 사실이 아니다. 좀 사실대로 해야 한다”며 성토했다.

김 의원의 질의없는 대정부 질문이 끝나자 민주당 출신 박병석 국회의장은 “김 의원 수고하셨다. 대정부 질문은 정부측과 일문일답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는 말씀을 상기시킨다”고 뼈있는 말을 했다.

이미 정해진 입장인데 야당 의원들은 묻고 또 묻고 호통을 쳤다. 여당 의원들은 무조건적으로 옹호하는 데 바빴다. 

당정청의 입장은 사실상 추 장관 보호로 정해졌으나 정세균 국무총리는 10일 방송된 jtbc <뉴스룸>에서 “사실은 이제 우리 나와 같은 국무위원의 자녀 문제로 국민들께 심려를 끼쳐드리고 있는 점에 대해서 참 민망한 생각을 가지고 있다”며 “아무튼 이 문제는 조속하게 정리가 되어서 국민들께서 지금 코로나19나 여러 가지 경제 때문에도 힘드신데 이런 문제로 걱정을 더 하시지 않게 해 주는 것이 그게 마땅한 도리가 아닌가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며 “(검찰 수사의 결론이 나오기 전이라도) 정치적인 방법도 있을 수 있고”라고 말했다.

정 총리는 대정부 질문에서 문 대통령에게 추 장관에 대한 해임 건의를 할 생각이 없고 아직 그 정도는 아니라고 분명히 선을 그었지만 솔직한 심경으로는 물러나주기를 바라고 있는 것 같다.

민주당 소속 김형주 전 의원은 12일 방송된 TV조선 <강적들>에서 “(평창 동계올림픽 통역병 청탁 여부를 보지 않고 탈락했다는 결과만 놓고) 여당 국회의원들이 상식적으로 납득된다고 함으로써 한 번 더 분노하게 되는 것”이라며 “그런 측면에 대해 단순히 추 장관만 입장을 바꿀 것이 아니라 여당 국회의원들도 민감하게 봐야 할 지점이다. 이것이 문재인 정부의 레임덕을 가속화하는 데 굉장히 큰 도화선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청와대는 청와대대로 민주당은 민주당대로 다시 이 문제의 심각성을 봐야 한다”고 쓴소리를 했다.

추미애 장관의 의혹사항에 대해 가장 적극적으로 문제제기를 하고 있는 전주혜 국민의힘 의원과 추 장관이 14일 대정부 질문에서 공방을 벌이고 있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추미애 장관의 의혹사항에 대해 가장 적극적으로 문제제기를 하고 있는 전주혜 국민의힘 의원과 추 장관이 14일 대정부 질문에서 공방을 벌이고 있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아무리 승자독식 선거제도 하에서 적대적 대결 정치를 30년간 이어왔다고 해도 매번 되풀이되는 풍경이 지겨울 지경이다. 16일(경제 분야)과 17일(교육사회문화 분야) 예정된 대정부 질문에서도 크게 다를 것 같지 않다.

장 원내대변인은 “추후 대정부 질문을 비롯하여 각 상임위와 특위 회의장에서 같은 일이 반복돼서는 안 될 것”이라며 “거대 양당 모두 말로만 위기 극복을 들먹이지 말고 대정부 질문부터 제대로 하기 바란다”고 주문했다.

그러면서 “아무리 정치 분야 질문이라고 해도 거대 양당이 오늘 보여준 소모적인 논쟁은 재난 시기 국민의 국회에 대한 기대를 한참 벗어난 것”이라며 “오늘 대정부질문 내내 본회의장 곳곳의 의자들은 텅 비어있었다. 그 자리에 코로나19로 고통받는 국민들이 앉아 있었다면 국민의 고통과 동떨어진 오늘의 국회를 보며 통탄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거대 양당은 본회의장에 국민을 대신해 앉아있다는 것을 결코 망각해서는 안 된다. 올초 발표된 조사에서 국회가 국민 신뢰도 꼴찌 기관으로 등극하는 불명예를 안게 된 이유를 뼈아프게 돌아보아야 한다”며 “정기국회 내내 이런 소모적인 정쟁이 코로나19 민생 논의를 대신하는 것은 아닌지 제때에 추경안을 심사하고 처리할 수 있을지 대단히 우려스럽다”고 환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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