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주식 직썰 편집장의 ‘조정훈 의원’ 비판
갈등을 회피한다
최대한 많은 국민의 이익을 추구
좌우 자체를 인정하지 않고 사안마다 판단
전당대회 10월11일
플랫폼 정당 모델 ‘베타 버전’ 곧 공개

[중앙뉴스=박효영 기자] 시대전환이 추구하는 중도 실용주의 노선에 대한 비판이 제기됐다. 조정훈 시대전환 의원은 △1호 법안으로 ‘플랫폼 노동자 경력증명서법’ 발의를 추진하고 △공무원 임금 20%를 삭감해서 2차 긴급재난지원금 재원으로 쓰자는 주장을 한 바 있다. 

정주식 직썰 편집장은 이런 조 의원의 행보에 대해 “문제의 본질을 건드리지 않으면서 어떤 갈등도 유발하지 않는 아이템이 필요했던 것”이라고 비판했다.

홍석빈 시대전환 비상대책위원장은 2일 14시 기자와의 통화에서 정 편집장의 비판에 대한 입장을 묻는 질문에 “중도라는 말 자체 보다는 우리 정당의 정강정책에 나와 있는 실용주의 프래그머티즘이 우리 정체성으로 정확하다”며 “중도와 달리 실용주의는 좌우 자체를 인정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양끝에 좌우가 없으니 가운데라는 개념이 무의미하다. 그것은 결국 전국민이 우리의 대상이라는 말이다. 가능한 다수를 포용하는 쪽으로 가자는 것이 실용주의적 관점”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전국민을 대상으로 하되 돌아가는 상황이 어려우니 이럴 때에는 어디에 집중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좋겠다는 복지의 관점은 있다”고 덧붙였다.

홍석빈 비대위원장은 시대전환의 방향성에 대해 좌우 자체를 상정하지 않고 다수 국민의 이익이 되는 실용주의로 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사진=홍석빈 비대위원장 페이스북)

정치 평론 활동을 하고 있는 정 편집장은 8월23일 페이스북을 통해 “(조 의원의 행보를 비판하며) 그런 사람들의 정치는 떠다니는 섬이고 다리 없는 유령이다. 단단하게 딛고 있는 지반이 없으니 움직임이 불안하고 경박스럽다”며 “조정훈의 정치에서 엿보이는 것은 한국의 자칭 중도 실용주의자들에게서 흔히 발견되는 철학의 빈곤 그리고 여기서 비롯되는 비겁함”이라고 비판했다.

일단 홍 위원장은 “내가 이해하기로는 정 편집장의 주장은 정치인이나 정당 세력은 사회적으로 어떤 계층을 주요 지지층으로 할 것인지에 대한 입장을 가져야 하고 어떻게 보면 선택적인 지지층을 놓고 정책을 펴야 한다는 것인가”라며 “그런데 조 의원의 정책을 보면 어떨 때는 저쪽에, 어떨 때는 이쪽에 정당으로서 정치인으로서 색깔이나 정체성이 불분명하다는 그런 것으로 보는 거 같다”고 해석했다.

정 편집장은 플랫폼 경제에서 산업재해 보험 의무화, 배달시간 제한, 평점 시스템 개선 등 플랫폼 노사간에 첨예하게 이해관계가 엇갈리는 문제들이 많다고 보고 있다. 그러나 정 편집장의 관점에서 조 의원은 갈등의 본질을 피해가고 있다. 

구체적으로 정 편집장은 조 의원이 구사한 “친기업과 친서민은 배타적이지 않다”는 워딩을 인용한 뒤 “한국에서 실용주의라는 기치는 갈등 접근 능력이 떨어지는 정치인들의 면피용 액세서리로 전락한지 오래다. 전임자들이 그랬듯 조정훈의 정치는 앞으로도 갈등의 본질에서 벗어난 문제의 외피에 머물 것이다. A와 B를 뛰어넘은 경력증명서 같은 정치 말이다. 갈등은 치열하게 마주할 때 해소되는 것이지 발도 담그지 않고 사뿐히 뛰어넘어 풀 수 있는 것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조정훈 의원은 플랫폼 노동자 경력증명서법을 발의하겠다고 밝혔다. (사진=연합뉴스)

정치라는 게 갈등없이 문제의 본질로 다가갈 수 없는데 조 의원과 시대전환의 접근법은 실용주의를 내세우며 그런 갈등 자체를 회피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홍 위원장은 “내가 조 의원 개인이 아니라 그의 생각을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같은 정당 소속으로 큰 틀에서 지향하는 바가 같다. 조 의원이 시사저널 인터뷰에서 사회적 약자들에 대한 편애라는 단어를 사용했다. 그 얘기는 정 편집장이 말하는 자기 정치세력에 집중하고 있는 사회 계층을 표현한 것 같기는 하다”면서 “나는 조 의원이 썼던 그런 방향과는 개인적으로 좀 다르다”고 운을 뗐다.

조 의원은 8월28일 출고된 시사저널과의 인터뷰 기사에서 “살면서 눈이 자꾸 아래로 향한다. 누가 가장 아프고 어디가 가장 힘든가가 관심사이며 약자에 대한 노골적인 편애를 갖는 것이 곧 정의라고 생각한다. 이게 내 정치의 테마”라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홍 위원장은 “시대전환이 단순히 서민과 사회적 약자만 지지층으로 삼겠다는 이런 것은 아니”라며 “나는 문제 해결 중심 정당이라는 표현을 정강정책에 반영시켰다. 중도라는 말도 의식적으로 삼가했다. (중략) 실용주의 문제 해결 정당은 최대한 많은 국민이 이롭게 되는 방향이 실질적으로 무엇일지 찾아가는 과정 그 자체”라고 강조했다.

이어 “우리가 플랫폼 노동자의 경력증명서를 발급해주자고 했다고 해서 그들에게만 도움이 되는 손쉬운 이야기가 아니다. 그건 너무 좁게 보는 것”이라며 “국가 전체적으로 이익이 된다고 판단되면 진보나 보수에서 다뤄왔던 정책이냐를 불문하고 의석 1석 정당이지만 그 정책 대안을 채택해서 정치권에 화두를 던질 것”이라고 공언했다.

아울러 “요즘 토니 블레어 정권의 제3의길, 앤서니 기든스의 책도 다시 읽고 있는데 제3의길 자체가 중도는 아니”라고 설파했다. 

‘지지층을 선택하지 않는 문제’와 ‘갈등을 회피하는 태도’ 등 2가지가 있다고 했을 때 정 편집장은 17일 오후 기자와의 통화에서 명백하게 후자의 관점에서 조 의원을 비판했다고 보충 설명했다.

홍 위원장은 “양당의 격차를 좁히고 우리의 화두가 실현되는 데에 징검다리 역할을 하고 싶은 것”이라며 “클리어한 것은 어느 거대 정치세력을 기준으로 해서 오른쪽이다 왼쪽이다 중간이다 이런 것은 아니라고 분명히 말씀드리고 싶다. 정치적 견해는 다 다를 수 있고 비판할 수 있다고 본다. 그런 것은 수용하고 합의점을 찾아나가면 된다고 본다”고 말했다. 

20일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열린 시대전환 코로나19 뉴딜특별위원회 정책 발표 기자회견에서 시대전환 조정훈 공동대표(왼쪽 다섯번째)가 발언하고 있다. 2020.3.20
시대전환은 3월20일 국회 정론관에서 코로나 뉴딜 관련 정책을 발표했다. (사진=연합뉴스)

시대전환은 8월 한 달간 △10월11일 전당대회 준비 △플랫폼 정당 모델 ‘베타 버전’ 작업 △청년 및 지방의원들과의 소통 등 3가지 활동을 주로 했다.

홍 위원장은 “9월11일 전후로 전당대회와 관련 선거 관리 일정이 잡혀서 공고가 되고 있는데 이걸 지난 8월에 주로 했다. 10월에 열릴 전당대회를 통해 좋은 정치 신인들을 발굴하는 것이 비대위의 역할인 것 같다. 좋은 인물을 발굴해서 전당대회를 잘 마치는 것이 중요하다”며 “(전대에서 출범할) 새로운 지도부는 지방선거와 대선을 다 치러내야 하기 때문에 우리가 그 밑바탕을 잘 다져놓아야 한다”고 밝혔다.

관련해서 홍 위원장은 “지역 활동으로 전북과 부울경(부산·울산·경남) 지역에 시대전환과 함께 할 수 있는 젊은 2030세대들을 만나는 활동들을 해왔다. 저희 당 내부에서는 만 18세~34세까지를 청년으로 보고 이를 대상으로 하는 청년특위 활동 이런 것들을 8월에 강화해서 집중적으로 했다”며 “무소속 지방의원들을 중심으로 좋은 정치인으로 판단되면 만나서 소통을 하고 있다. 무소속 의원들은 다음 지방선거까지 얼마 안 남았기 때문에 재선을 위해 여러 정치적 이해득실을 따지겠지만 시대전환의 가치와 철학을 공유하고 의지가 있는 분들은 코드나 결을 맞춰보려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시대전환은 올초 창당될 때부터 플랫폼 정당을 표방했다. 

홍 위원장은 “최종 완성 버전을 알파 버전이라고 하고 그 이전 단계에서 얼개를 갖춰놓는 것을 베타 버전이라고 하면 시대전환만의 플랫폼 정당 모델 차원에서 베타 버전을 내놓을 것”이라며 “당 내외적으로 시스템 이름에 대한 공모도 진행하고 있다. 직접 민주성을 강화하기 위한 플랫폼 정당의 하드웨어 모델이 9월 초중순 정도에 나올 것 같다. 그걸 가지고 저희가 당원들 대상으로 운용해보고 테스트를 해보고 9월 말 정도 완전히 시스템이 갖춰지면 홈피를 개편해서 정식 오픈을 하려고 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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