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계에 표현한 고마움
방역 협조에 도움을 많이 줘
연등회도 멈춰

[중앙뉴스=박효영 기자] 한국 불교는 코로나 시국에서 기독교에 비해 말썽을 덜 일으켰다. 큰 물의로 기사화되는 경우가 거의 없었고 코로나 방역에 앞장서는 모습을 보였다. 그래서 문재인 대통령은 특히나 고마움을 느꼈을 것이다. 

문 대통령은 18일 오후 청와대에서 원행 스님(한국불교종단협의회 회장/조계종 총무원장)과 문덕 스님(한국불교종단협의회 수석부회장/천태종 총무원장) 등을 만났다.

문재인 대통령은 불교계에 감사를 표했다. (사진=청와대)

문 대통령은 “불교가 실천해온 자비와 상생의 정신은 오랜 시간 우리 국민의 심성으로 녹아있다”며 “코로나에 맞서면서 우리는 서로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을 더 절실하게 깨닫게 되었고 이웃을 아끼고 보듬는 마음을 K-방역의 근간으로 삼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중생이 아프면 나도 아프다라는 불교의 가르침과 다르지 않다”고 설명했다.

불교의 가르침 자체가 모든 것이 다 연결되어 있다는 연기설에 기반해 있다. 아이러니하게 코로나 시국 때는 혼자 살 수 없는 인간의 본질이 악영향을 끼쳤다. 모두가 다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감염의 위험성을 감내해야 한다. 그야말로 불교의 사상이 더 와닿을 수밖에 없는 타이밍이다.

불교라고 하면 버티고, 견디고, 인내하는 이미지가 있다. 실제 우리 역사 속 국난이 있을 때마다 불교는 그런 극복의 동력을 제공해왔다. 

문 대통령은 “불교는 1700년간 이 땅에 고난을 이겨내는 힘이 되었다. 호국과 독립, 민주와 평화의 길을 가는 국민들 곁에 언제나 불교가 있었다”며 환기했다. 

(사진=청와대)
문 대통령이 불교계 어른들과 만났다. (사진=연합뉴스)

방역 협조 차원에서 문 대통령은 “불교계가 코로나 초기부터 앞장서 방역을 실천해주셨다”면서 치하했다.

이를테면 “법회를 비롯한 모든 행사를 중단했고 사찰의 산문을 닫는 어려운 결단을 내려주셨다. 부처님 오신 날 봉축 법요식까지 뒤로 미루고 코로나 극복을 위한 기도를 진행해주셨다. 5월에는 천년 넘게 이어온 연등회마저 전격적으로 취소했다. 1980년 5월 계엄령 때문에 열리지 못한 이후 40년만에 처음이다. 화합과 평화의 연등 행렬은 볼 수 없었지만 어려움을 나누면 반드시 코로나를 이겨낼 수 있다는 희망의 등불을 밝혀주셨다”고 묘사했다.  

그 대신 문 대통령은 “(연등회가) 올 12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 여부를 앞두고 내린 용단이었기에 고마움과 함께 안타까움도 컸다”며 “세계인들이 우리 불교정신과 문화의 참된 가치를 더욱 깊이 알 수 있도록 정부가 최선을 다해 유네스코 등재를 뒷받침하겠다”고 공언했다. 

비상시국이라 모두가 희생하고 있지만 종교의 자유는 헌법적 권리다. 

문 대통령은 “코로나가 장기화되면서 법회 중단 기간도 길어지고 있다. 불교계의 어려움도 매우 클 것”이라며 “이달 24일 처음으로 열리는 정부-종교계 코로나19 대응 협의체에서 방역과 종교 활동 병행 방안을 비롯한 다양한 해법들이 나올 수 있을 것이다. 서로 지혜를 모아 어려움을 함께 극복해 나가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저작권자 © 중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