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과 진보정당들의 협력
전태일 3법 국회 입법 절차 돌입
제대로 된 ‘전국민 고용보험’ 운동본부
진보당 1기 지도부의 사업

[중앙뉴스=박효영 기자] 지난 8월26일 민주노총(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교육장에 진보진영 인사들이 총집합했다. 전태일 3법을 국회 입법으로 관철시키기 위해서인데 김재하 민주노총 비상대책위원장, 이영철 특수고용노동대책위원회 의장, 박석운 민중공동행동 대표, 김미숙 중대재해기업처벌법제정 운동본부 공동대표, 심상정 정의당 대표, 김재연 진보당 상임대표, 현린 노동당 대표, 김태연 사회변혁노동자당(2022년 공식 창당 목표) 대표 등이 참석했다.

김기완 대표는 마트 노동자 출신으로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마트산업노동조합 위원장을 맡고 있다. (사진=김기완 대표 페이스북)
김기완 대표는 마트 노동자 출신으로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마트산업노동조합 위원장을 맡고 있다. (사진=진보당)

김기완 노동자 진보당 대표는 2일 15시 기자와의 통화에서 “모든 노동자들의 고민이자 한국의 진보정당이라면 누구나 (전태일 3법 관철을 위해) 앞장서야 한다”며 “전태일 3법은 정규직 노동자들을 위한 법이 아니라 노조가 없고 소규모 사업장에서 무권리 상태에 있는 전체 노동자들을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올해 전태일 열사 50주기다. 전태일 열사가 50년 전에 근로기준법을 준수하라! 우리는 기계가 아니라고 외쳤는데 이 구호를 아직도 외치고 있는 현실을 바꿔야 한다”며 “모든 노동자들이 노동권을 보장받아야 할텐데 한국 사회가 아직 ILO 핵심 협약(29호 강제노동 금지/105호 강제노동철폐/87호 결사의자유 및 단결권 보장/98호 단결권과 단체교섭권) 비준이 안 돼 있고 실제로는 노동자임에도 불구하고 노동 3권을 보장받지 못 받는 무권리 상태에 있는 사람들이 너무 많다”고 환기했다. 

아울러 “지금 코로나 속에서 단기적으로는 재난지원금이나 고용보험지원금 등 이런 식으로 대책을 세울 수 있지만 사실 근본적으로 특수고용노동자, 플랫폼 노동자, 영세사업장 노동자들이 자신을 지킬 수 있는 힘이 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래서 진보당은 전태일 3법 관철에 누구보다 적극적으로 나서기로 결의했다.

김 대표는 “누구나 노동 3권을 보장받아야만 재난 시기나 경제위기가 왔을 때 정상적인 선택을 할 수 있는데 지금은 너무나 일방적”이라며 “코로나 위기로 상반기에 200만명이 일자리를 잃었는데 전부 비정규직, 특고, 플랫폼, 단기계약직, 외주하청 등이다. 이런 현실을 바꿔야 한다는 문제의식이 있다”고 밝혔다.

전태일 3법의 내용은 아래와 같다.

①5인 미만 사업장에 전체 노동자의 4분의 1 600만명이 종사하고 있는데 이들에게 근로기준법이 적용되도록 함(근로기준법 11조 개정) 
②230만 특수고용노동자들의 노동 3권 보장을 위해 노조법상 근로자의 정의를 “자신이 아닌 다른 사람의 업무를 위하여 노무를 제공하고 해당 사업주 또는 노무수령자로부터 대가를 받아 생활하는 사람”으로 바꾸고 사용자에 대해서는 “근로자의 근로조건에 대해 사실상의 영향력 또는 지배력을 행사하는 자”로 규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2조 개정) 
③노동자가 다치는 등 중대재해가 발생하면 기업의 경영책임자, 원청, 발주처 등 실질적인 책임자를 처벌하는 내용으로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

김재하 민주노총 비상대책위원장이 26일 오전 서울 중구 민주노총에서 열린 전태일 3법 입법발의 대표자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0.8.26
김재하 민주노총 비상대책위원장이 26일 오전 서울 중구 민주노총 교육장에서 열린 전태일 3법 발의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김 대표는 “(전태일 3법은) 단순히 민주노총 선에서 그치는 게 아니라 모든 노동자들의 고민이자 한국의 진보정당이라면 누구나 앞장서야 한다”며 “저희 진보당 대표단은 민주노총 비대위와 간담회를 해서 누구보다 앞장서서 전태일 3법 입법 운동을 하고 마음을 모으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어 “국회 입법 발의 운동을 하는 것인데 지금 전체 당원들에게 함께 동참하고 알려달라는 안내 문자도 나가고 김재연 대표의 전태일 3법에 대한 해설 영상과 카드뉴스가 나왔다”며 “전체 당원들이 앞장서서 전태일 3법 국회 입법 발의 운동이 실효적으로 진행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공언했다.

특히 김 대표는 “전태일 3법을 강력히 요구하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노동자들이 직접 입법 내용을 작성해보는 것인데 10만 청원을 빠른 시간 안에 해낼 것이다. 직접 민주주의의 아주 의미있는 시도이자 진보당이 말하는 직접 정치 취지에도 맞는다”고 밝혔다.

실제 19일 기준 국회 온라인 청원사이트에 올라온 ①② 청원 게시물이 10만명 이상의 동의를 받았다. ③은 아직인데 곧 10만명을 달성할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 국민청원 제도가 단순히 정부 대표자의 답변만 듣는 것에 불과하다면 국회 청원 제도는 10만명의 동의만 얻으면 해당 국회 상임위원회가 입법 절차에 들어가도록 할 수 있다. 
 
김 대표는 ③에 대해 “대한민국이 OECD 산업재해 사망률 1위인데 2400여명이 출근했다가 돌아오지 못 하고 있다. 이 문제를 묵과하고 그냥 넘어가면 안 된다”고 코멘트했다.

진보당은 민중당 시절부터 ‘국민의 국회 운동본부’(국회의원 특권 폐지) 등 직접 민주주의를 표방하고 있다.

김 대표는 “직접 정치라는 게 아직 한국 정치에서 초보적이다. 그러나 10만 국회 동의 청원이라는 제도로 시작된 것이고 많이 미흡하지만 이걸 발전시켜야 간다”며 “국민이 필요한 법안을 직접 발의할 수 있도록 더 발전해야 된다. 민중당 때부터 계속 시도한 직접 정치의 내용과 방식 역시 계속 발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기본적으로 과거 민주노동당에서 파생된 진보정당들은 관계가 우호적인 편이 아니다. 그러나 전태일 3법 등 이견이 없는 노동 의제로 협력의 파이를 넓혀갈 수 있다.

김 대표는 “모든 노동자들의 권익에 대해서는 (진보정당들 간의) 이해가 다를 게 없기 때문에 모든 진보진영이 힘을 모아서 특히 이번 전태일 3법은 그런 기회가 될 수 있어서 참 좋은 것 같다”며 “전국민 고용보험이나 전태일 3법도 공통점이 이 코로나를 겪으며 여러 가지 민낯이 드러나고 있는데 노동자들이 법 제도 바깥에서 너무 많이 신음하고 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진보진영 전체의 의미있는 시도이자 투쟁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진보당은 8월28일 ‘제대로 된 전국민 고용보험 운동본부’를 출범시켰다.

김 대표는 “사실 코로나 때문에 모든 사람이 불안정한 상황이다. 특히 비정규직, 특고, 자영업자, 플랫폼 노동자 등 속절없이 밀려나고 있다. 방역 대책은 최고 수위를 높여가며 세우는데 이들에 대한 대책은 부족하다”며 “일하는 사람 누구나 고용보험 혜택을 받아야 한다. 전국민 고용보험은 지난 총선에서 민중당의 주요 공약들 중에 하나였다”고 밝혔다.

이어 “사실 전국민 의료보험이 있기 때문에 우리나라가 코로나 대응도 다른 나라들에 비해 안정적으로 할 수 있었다. 고용보험도 마찬가지”라며 “공약을 제출할 때 빈틈없이 일하는 사람들 누구나 혜택을 볼 수 있도록 설계했는데 정부안을 보면 일단 단계적이다. 사각지대가 여전히 너무 많다. 이런 것들에 대해 당사자들의 목소리가 적극 반영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재연 상임대표가 7월28일 청와대 앞에서 열린 제대로 된 전국민 고용보험 도입하라 촉구 기자회견에 참석해서 발언하고 있다. (캡처사진=진보당TV)

진보당은 2가지 지점에서 전국민 고용보험 제도가 보완돼야 한다고 보고 있다. 

먼저 김 대표는 “14개 특고 직종(보험설계사/건설기계조종사/학습지 교사/골프장 캐디/택배 기사/퀵서비스 기사/신용카드 모집인/대출 모집인/대리운전 기사/방문판매원/대여제품 방문 점검원/방문 교사/가전제품 설치기사/화물차주)을 산재보험의 당연 가입 직종으로 7월부터 적용한 바 있고 이를 기본으로 고용보험을 개편한다고 정부안이 나와 있다”면서 “그러나 들여다보면 의무나 강제조항이 포함돼 있지 않기 때문에 10% 미만만 산재보험이 적용되는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게 당사자 입장에서 실효적이어야 한다. 14개 직종 종사자들이 자신들이 포함됐다고 좋아할지 모르지만 실제로는 10% 밖에 안 되니까 이 차이를 정확히 인지하고 실효성있는 대책이 세워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두 번째로 김 대표는 “실제 고용보험 제도가 설계되면 자영업자들은 자기 부담률이 높다. 이들이 임의 가입 형태로 열려 있지만 4대 보험 당연 가입 대상의 계약 형태에 있는 노동자들보다 훨씬 높다”며 “그걸 해결하기 위한 대책이 동시에 필요하다. 그래서 저희는 검토해서 지자체별로 고용보험 지원 조례 운동을 할 방침이다. 지역마다 실정이 조금씩 차이가 있는데 광역시도나 기초단체별 맞춤형으로 운동본부가 잘 준비해서 해보려고 한다”고 전했다. 

민중당은 6월20일 진보당으로 당명을 바꿨다. 동시에 김재연 대표를 비롯 1기 지도부가 출범했다.

김 대표는 “진보당 1기 지도부는 2022년 지방선거까지 임기인데 1기 지도부 종합 사업 구상을 위한 토론을 하고 있다”며 “9월27일 진보당 중앙위원회를 통해서 1기 종합 사업의 내용을 결정하려고 한다. 진보당의 전체 화두는 도약으로 잡고 있다. 대안정당으로의 도약, 대중정당으로의 도약, 자립정당으로의 도약으로 잡았다. 지방선거 승리를 목표로 6대 전략을 세우고 활발한 사업 준비를 하고 있다”고 정리했다.

정책 사업도 있겠지만 다가오는 3대 선거(2021년 4월 재보궐 선거/2022년 3월 대선/2022년 6월 지방선거)를 어떻게 치러낼지가 중요하다.

김 대표는 “일단 지방선거에서 16개 광역단체에 진보당 당선자 모두를 배출하는 것을 목표로 삼자는 토론을 하고 있다. 진보적 기초단체장을 반드시 당선시켜 보자는 이야기도 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과의 후보 단일화를 하지 않으면 어렵겠지만 진보정당 단독으로) 저희가 2년간 열심히 준비해서 반드시 해보려고 한다”며 “(큰 선거에서 진보진영 단일 후보 등의 전략에 대해서는) 당연히 당내에서 그 부분도 토론을 하고 있다. 재보궐 선거도, 대선도 진보진영 전체가 함께 공동 대응을 하는 것을 기본으로 생각하고 있다. 아마 9월27일 이후에 그런 이야기들을 본격적으로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밝혔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중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