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괄적 안보의 개념
한반도 문제 
종전 선언
K-방역·백신 차별없이 공급
방역과 경제·한국판 뉴딜·기후위기 대응

[중앙뉴스=박효영 기자] 국제정치학의 핵심은 자국 이기주의와 아나키(무정부 상태)다. 거번먼트(정부)의 요는 강제력인데 평범한 보통 국가는 일탈하는 시민을 처벌할 거번먼트를 갖고 있지만 국제 사회에는 그런 게 없다. 국제형사재판소나 유엔이 있지만 사실상 강제력이 없다. 그래서 안보라는 개념 자체가 타국의 침략으로부터 자국의 생존을 지키는 것이다. 전통적 안보는 국토 수호에만 방점이 찍혀 있다. 

그러나 전통적 안보 개념이 포괄적 안보로 바뀌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유엔 총회 연설을 진행했다. (사진=청와대)

문재인 대통령은 우리 시간으로 23일 새벽 1시40분 미국 뉴욕 유엔 총회장에서 연설을 했다.

문 대통령은 “지금 세계는 자국의 국토를 지키는 전통적인 안보에서 포괄적 안보로 안보의 개념을 확장하고 있다”며 “우리는 지금 재해와 재난, 테러와 사이버범죄 등 비전통적 안보 위협과 국제적인 범죄에 공동 대응해오고 있지만 전쟁 이상으로 인류를 위협하는 코로나의 위기 앞에서 이웃 나라의 안전이 자국의 안전과 직결되어 있다는 것을 더 깊이 인식하게 됐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제 한 국가의 능력만으로 포괄적 안보 전부를 책임지기 어렵다. 한 국가의 평화, 한 사람의 생명을 지키기 위해 국경을 넘는 협력이 필요하고 다자적인 안전보장 체계를 갖춰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사실 포괄적 안보를 꺼내든 것은 안 풀리고 있는 한반도 문제 때문이다. 2018년 1월부터 시작된 남북미 비핵화 협상의 전성기는 딱 1년만 유지됐다. 2019년 2월 북미의 하노이 노딜 이후 지금까지 한반도 정국은 깜깜하다.

문 대통령은 “세계 평화를 실현하고자 하는 유엔 정신이 가장 절박하게 요구되는 곳이 바로 한반도”라며 “지난해 유엔 총회 연설을 통해 한반도 문제를 풀기 위한 전쟁 불용, 상호 안전보장, 공동번영의 3가지 원칙을 제시했고 비무장지대를 국제평화지대로 만들어가겠다는 구상도 여러분께 밝혔다. 하지만 지금도 한반도 평화는 아직 미완성 상태에 있고 희망 가득했던 변화도 중단되어 있다”고 환기했다.

작년 9월24일 문 대통령의 유엔 연설 때의 모습. (사진=연합뉴스)

그렇지만 포기할 수 없다.

문 대통령은 “대화를 이어나갈 것이다. 우리 모두에게 필요한 것은 한 걸음 더 나아가는 것이다. 국제 사회의 지지와 협력이 계속된다면 한반도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가 반드시 이뤄질 수 있다고 변함없이 믿고 있다”며 “무엇보다 남과 북은 생명공동체다. 산과 강, 바다를 공유하고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 감염병과 자연 재해에 함께 노출되어 있고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 함께 협력할 수밖에 없다. 방역과 보건 협력은 한반도 평화를 이루는 과정에서도 대화와 협력의 단초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나아가 문 대통령은 새로운 아이디어를 내놨다.

문 대통령은 “그동안 남북 모두에게 도움이 되고 함께 잘 사는 평화 경제를 말해왔다. 또한 재해재난, 보건의료 분야에서의 남북 간 협력을 강조해왔다”며 “오늘 코로나 이후의 한반도 문제 역시 포용성을 강화한 국제협력의 관점에서 생각해주길 기대하고 북한을 포함해 중국과 일본, 몽골, 한국이 함께 참여하는 동북아시아 방역·보건 협력체를 제안한다”고 밝혔다.

이어 “여러 나라가 함께 생명을 지키고 안전을 보장하는 협력체는 북한이 국제 사회와의 다자적 협력으로 안보를 보장받는 토대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2018년 4월 판문점 선언이 발표된 뒤 계속해서 나온 이야기가 종전 선언이다. 지난 6월15일 민주당은 6.15 공동선언 20주년을 맞아 종전 선언 촉구 결의안을 냈다.

문 대통령은 “올해는 한국 전쟁이 발발한지 70년이 되는 해다. 한반도에 남아있는 비극적 상황을 끝낼 때가 됐다. 이제 한반도에서 전쟁은 완전히 그리고 영구적으로 종식되어야 한다”며 “한반도의 평화는 동북아시아의 평화를 보장하고 나아가 세계 질서의 변화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다. 그 시작은 평화에 대한 서로의 의지를 확인할 수 있는 한반도 종전 선언이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이어 “유엔과 국제사회도 힘을 모아주길 바란다. 종전 선언이야말로 한반도에서 비핵화와 함께 항구적 평화체제의 길을 여는 문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유엔 연설을 통해 포괄적 안보 개념을 환기했다. (사진=청와대)

이밖에도 문 대통령은 ①K-방역 ②국제 사회에 ‘포용성이 강화된 국제협력’ 제안 ③백신 차별없이 공급 ④‘방역과 경제’ 둘 다 잡기 위한 방법 ⑤한국판 뉴딜 ⑥기후위기 대응 등의 주제로 연설문을 채웠다. 

문 대통령은 ①②과 관련 “코로나를 극복하고 있는 힘은 인류가 만들어온 가치 유엔이 지켜온 가치들이었다. 코로나를 이겨낼 답은 멀리 있지 않다. 인류 보편 가치에 대한 믿음이라는 유엔 헌장의 기본정신으로 돌아가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③에 대해 “국제 모금 등을 통해 국제기구가 충분한 양의 백신을 선구매하여 빈곤국과 개도국도 그 혜택을 받을 수 있게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④에 대해서는 “코로나 위기 속에서도 연대와 협력의 다자주의와 규범에 입각한 자유무역질서를 강화해나가야 한다. 한국은 글로벌 공급망 유지와 기업인 등 필수인력 이동을 촉진하고자 노력해왔다. 한국은 발전 경험을 개도국과 공유하고 유엔이 추구하는 지속가능한 발전 목표를 이루기 위한 국제사회의 노력에도 적극 동참할 것이다. 지속가능한 경제 구조를 이끄는 포용성을 강화하기 위해 위기는 곧 불평등 심화라는 공식을 깨고 누구도 소외되지 않는 경제 회복을 이뤄내야 한다”고 풀어냈다.

아이러니하게도 코로나발 세계적 거리두기는 지구를 편안하게 했다. 인류가 기술 동력을 덜 사용하니 하늘이 맑아졌다.

문 대통령은 ⑥에 관해 “인류의 일상이 멈추자 세계 곳곳에서 나타난 푸른 하늘 코로나의 역설은 각국의 노력과 국제협력에 따라 인류가 푸른 지구를 회복할 수 있다는 희망을 보여준다”며 “기후변화 대응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포용성이 강화된 국제협력이 반드시 필요하다. 선진국이 수백 년 수십 년에 걸쳐 걸어온 길을 산업화가 진행 중인 개도국이 단기간에 따라잡을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한국은 선진국과 개도국을 잇는 가교 역할로 기후 대응에 적극적으로 동참하면서 개도국에 한국의 경험을 충실히 전할 것이다. 내년 서울에서 개최되는 P4G(2차 녹색성장과 글로벌 2030을 위한 연대) 정상회의는 기후 변화 대응을 위한 국제적 연대의 중요성을 확인하는 자리가 될 것”이라고 공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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