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통합과 연대할 수준은 아니고 혁신 경쟁할 때
장제원의 삼고초려
“언제라도 같이 하자”는 주호영
공정경제 3법으로 민망해져
김종인 VS 안철수
문재인 정부가 싫어서 비판적인 듯
김종인의 일침에 안철수도 싫은 소리
국민의힘에 ‘혁신하고 와라’ 어드바이스

[중앙뉴스=박효영 기자] 장제원 국민의힘 의원은 6월부터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를 섭외하려고 삼고초려했다. 그는 21대 국회에서 대한민국 미래혁신포럼을 맡아 보수 야권의 대선 주자들에게 마이크를 쥐어주는 데에 열중하고 있다. 이미 원희룡 제주지자와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포럼에 초대돼 자기 비전을 어필했다. 세 번째 주자가 안 대표다. 보수진영으로 분류되는 것에 조심스러운 안 대표가 장 의원의 삼고초려에 응했다는 것 자체가 주목되는 상황이다. 

안철수 대표는 장제원 의원의 초대로 국민의힘을 대상으로 특강을 하게 됐다. (사진=연합뉴스)

23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에 위치한 켄싱턴호텔에서 포럼이 개최됐다. 

장 의원은 인사말을 통해 “안철수 대표를 꼭 모시고 싶어서 6월부터 삼고초려를 했다. 왜 이렇게 모시고 싶었느냐. 너무 알고 싶었고 궁금했다. 도대체 이분이 가진 어떤 매력 때문에 이렇게 힘있는 정치인이 됐을까 싶었는지 알고 싶어서 모시고 싶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안 대표의 특강을 통해 △정치권 입문 10년이 지났음에도 여전히 새로움의 이미지를 갖고 있는 비결 △2022년 대선에서 중도층을 잡아야 이길 수 있는데 안 대표가 가진 중도층 소구력의 원천 △정책 연대를 통해 함께 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는지 등 3가지를 탐구해보겠다고 말했다.

현장에 참석한 주호영 국힘 원내대표는 일단 장 의원의 포럼 활동을 치하했고 “(안 대표를) 6월부터 처음으로 모시기로 했다고 해서 더욱 놀랄 따름”이라며 “(정권 교체를 위해 야권이 혁신해야 되는데) 나는 사실 언론을 통해서 우리 안철수 대표의 국민의당과 언제라도 같이 할 수 있다고 이야기를 해왔다”고 환기했다.

(사진=연합뉴스)
장 의원은 안 대표를 초대해서 3가지를 알아 보겠다고 말했다. (사진=연합뉴스)

물론 뻘쭘한 대목이 있다.

장 의원은 “사실 어제 언론 인터뷰를 보니까 김종인 비대위원장과 내가 찬성하고 있는 공정경제 3법에 대해 직격을 하셨더라. 아주 민망했다”며 “아주 다양한 정책들 속에서 다름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 다름들을 어떻게 좁혀나가고 이런 공론의 장을 통해 함께 할 수가 있을까에 대한 굉장한 궁금증이 있었다”고 털어놨다.

이어 “오늘 (코로나로) 제한된 인원들이지만 안 대표의 매력에 푹 빠져보길 바란다”고 표현했다.
 
공정경제 3법은 △(상법)다중대표소송제+감사위원 분리 선임+대주주 의결권 3% 제한 △(공정거래법)공정거래위원회 전속고발권제 폐지해서 누구나 담합 행위에 대해 검찰 고발 가능 △(금융그룹감독법)2개 이상 금융사 운영하는 자산 5조원 이상 금융그룹 감독 등이다.

문재인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이 공식 추진하고 있고 국힘은 내부적으로 여론이 갈리고 있다. 김 위원장은 경제민주화를 표방했던 만큼 앞장서서 공정경제 3법에 대해 찬성 입장을 공식화했다. 당 내부에서 반대하는 의원들에게 양보할 뜻이 없다고 분명히 선을 긋고 있다. 장 의원도 김 위원장과 대립관계이지만 찬성 의사를 밝혔다.

장 의원은 22일 페이스북을 통해 “경제민주화를 당 변화의 상징으로 받아들였던 국민의힘이 막상 경제민주화 법안들을 맞닥뜨리니 발을 빼기 시작했다. 우리 당은 좌측 끝인 기본소득까지 간 정당이다. 결국 김종인 비대위원장의 껍데기만 차용하려 했던 것인가”라며 “경제민주화 가치를 정강정책의 핵심 가치로 명시한 것은 김 위원장이 취임한 이후 가장 잘 한 일이라 생각한다. 우리의 약속이었고 변화를 증명하는 가치”라고 설파했다.

이어 “재벌을 때려잡자는 것이 아니다. 대주주가 감사권까지 갖는 것이 정상인가? 자회사를 만들어 일감을 몰아주고 그 자회사의 주식을 재벌 자녀들이 몽땅 가지는 것이 정상은 아니지 않는가”라며 “정상적인 시장경제 작동을 교란하는 행위는 바로잡아야 한다. 공정경제 3법은 공정한 시장 질서를 만들어 궁극적으로는 우리의 자유시장 경제를 더욱 튼튼하게 활성화시키는 길이라고 믿는다. 당이 용기있게 나서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사진=연합뉴스)
주호영 원내대표는 대놓고 안 대표에게 함께 하자고 말했다. (사진=연합뉴스)

하지만 안 대표는 22일 출고된 한국경제와의 인터뷰 기사에서 “이 법들은 자유시장 경제에 대한 게 아니고 기업 지배구조에 관한 법안이다. (정부여당이) 방향을 완전히 잘못 잡았다. 불공정 경제 해결의 핵심은 기업들이 공정한 경쟁을 할 수 있도록 진정한 자유시장 경제구조를 만드는 것”이라며 “지배구조를 바꾼다고 시장에서 공정한 경제가 보장되진 않는다”고 비판했다. 

이어 “(정부여당이) 왜 기업 지배구조에 집착하는지 잘 모르겠다”며 “중소기업이 중견기업이 되고 또 대기업이 될 수 있는 구조를 만들기 위해선 공정한 경쟁을 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게 먼저다. 돈을 번 적도 세금을 낸 적도 없는 사람들이 세상을 너무 단순하게 본 것”이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안 대표는 특강이 끝나고 기자들에게 “정치하기 전부터 현장에서 직접 기업을 창업하고 경영하면서 한국 경제의 규제 문제를 피부로 느끼고 살았다. 이번에 발의한 법들을 보면 시장에 직접적으로 개입해서 공정하게 만들기보다 기업 지배구조에 변화를 줘서 공정한 시장을 만들려고 하는 것 같다”며 “그런데 기업 지배구조를 변화시켜서 공정한 시장을 만드는 부분은 전체 중에서 굉장히 작은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시장 불공정을 근본적으로 없애는 일들과, 정부가 지나치게 관치 경제나 금융에 간섭하지 않는 것들을 먼저 해야 하고 가장 중요한 방식”이라고 역설했다.

안 대표는 IT 벤처기업 대주주 출신으로서 지배구조에 너무 집착한다고 공정한 시장경제 질서가 확립되지 않는다는 취지로 발언했지만 국힘 내에서 누구도 입도 뻥긋 못 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불법 경영권 승계 문제에 대해 매우 비판적이다. 

안 대표는 지난 6월29일 최고위원회의에서 “검찰에게 당부한다. 그간의 수사 과정과 20만쪽에 이르는 수사 기록의 신빙성을 믿는다면 당당하게 이재용 부회장을 기소하라”고 촉구했다.

안 대표는 공정경제 3법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사진=연합뉴스)

진보 언론 <프레시안> 소속 곽재훈 기자는 안 대표가 과거 2012년 대선 출마 전에 자기 철학을 담아 내놓은 책 <안철수의 생각>에서도 공정경제 3법의 취지에 부합하는 생각을 드러냈다면서 지금은 “보수화됐다”고 비평했다. 

평소 안 대표는 공정거래위원회의 경제 검찰화를 골자로 하는 공정경제론을 피력한 바 있고 앞서 밝힌대로 공정한 경쟁이 보장되는 시장질서를 강조했다. 시장에서의 공정과 대기업 그룹 내부의 공정이 상충되는 것인지 의문이 들 수밖에 없다. “시장 불공정을 근복적으로 없애는 일들”이란 게 구체적으로 무엇일지 모르겠다. 곽 기자가 안 대표의 과거 주장들을 나열한 △삼성 동물원 비유 △계열분리명령제 도입 △가공 자본을 만드는 순환출자 철폐 △재벌의 중소기업 착취 관행 및 지배구조 문제 해소 등과 그것이 대립적인 것인지 이해하기 어렵다. 결국 안 대표가 과거의 본인 철학과 다른 경로를 탈 정도로 문재인 정부에 대한 반감이 너무 극심해서 스텝이 꼬인 것으로 보여진다.

실제 안 대표는 특강에서 한국 상황에 대한 진단을 하면서 “(문재인 정부에 대해) 빛의 속도로 뒤로 가고 있다”고 혹평했다.

나아가 안 대표는 KAL기 재조사, 국립묘지 파묘 등 “다시 과거만 이야기한다. 아는 게 과거 파는 것밖에 없어서 과거로 후퇴하는 그런 상황이 됐다”며 “문재인 정권은 문제인 정권이고 한 마디로 무능과 위선이라는 말을 어떤 어르신으로부터 들었다. 나도 100% 동의한다”고 맹공했다.

특히 안 대표는 “집권세력은 정말 강고하다. 지금까지 이 정도로 강고한 세력이 있었는지 모르겠다”며 “정치 진영, 어용 지식인, 어용 시민단체, 어용 언론, 강고한 팬덤까지 단단하게 뭉쳐 있다. 모든 지자체장도 정부여당이 거의 독식하고 있다 보니 아마 지역에서 보면 알 것이다. 단단한 먹이사슬들 먹여살리는 사람들이 엄청 많고 네트워크를 구성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안 대표는 분명 특강에서 “정치인들이 못 한다고 비난만 해서는 안 된다”면서 야당이 실력을 키우고 뼈를 깎는 혁신에 돌입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러나 실제로 안 대표의 워딩은 대부분 여권 공세로만 채워져 있다. 2012년 대선 당시 문재인 후보와의 단일화에 실패한 뒤로 쭉 그래왔다. 요즘 보면 국힘보다 국당이 더더욱 여권에 매몰차다.

(사진=연합뉴스)
김종인 비대위원장은 22일 저녁 서울 가락시장에서 기자들과 만나 안 대표의 공정경제 3법 반대론에 대해 힐난했다. (사진=연합뉴스)

어쨌든 이런 안 대표의 공정경제 3법 반대 의견이 알려지자 김 위원장은 기자들의 관련 질문에 “그 사람은 자유시장경제가 무엇이라는 것을 정확히 인식을 못 하는 것 같다”며 “자유시장 경제라고 해서 아무것도 안 하고 내버려 두면 제대로 움직이지 않는다”고 대응했다.

이 워딩은 수많은 언론들을 통해 ‘김종인과 안철수의 마찰’ 나아가서 ‘국힘과 국당의 삐걱거림’으로 해석됐다. 장 의원도 안 대표 측과 정책 연대를 하자고 했는데 공정경제 3법처럼 중대한 의제에서 찬반이 엇갈리고 있으니 연대 흐름이 후퇴되는 것 아니냐고 의심할 수 있다.

김 위원장의 가시돋힌 일침은 22일 저녁 서울 가락시장을 방문할 때 나왔다. 안 대표는 그 발언을 접했는지 특강에서 국힘과의 선거연대나 통합에 대해 손사레를 치는 제스처를 취했다.

안 대표는 “지금은 (국힘과) 선거 준비라든지 통합 및 연대를 고민할 수준은 안 된 것 같다”며 “현재 야권에 귀를 닫은 사람들의 관심을 돌리기 위한 혁신 경쟁을 벌일 때”라고 밝혔다. 

(사진=연합뉴스)
국힘 소속 국회의원들이 20여명 가까이 참석했다. (사진=연합뉴스)

이날 안 대표는 ①한국 상황에 대한 진단 ②야권이 정권교체를 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질문 ③야권이 해야 할 10대 과제 등을 토대로 특강을 진행했는데 ②③에서 국힘과의 선긋기를 하는 모양새였다. 

그런 맥락에서 안 대표는 국힘에 대해 “개천절 집회는 코로나19 확산 주범으로 몰릴 수도 있고 결과적으로 현 집권 세력만 엉뚱하게 도와줄 것”이라며 극우세력과의 결별을 요구했고 “광화문 20만표 얻으려다 200만표가 날아간다”고 주장했다.

중도 개혁보수를 천명해왔던 장 의원과 비박근혜계도 이런 지점에 공감하고 있지만 막상 결단을 속시원하게 하고 있는 데에까지는 이르지 못 했다.

무엇보다 안 대표는 여권에 비해 도덕적 우위에 서기 위해서라도 “(국힘이) 내부 부조리에 단호한 것이 필요하다”고 주문했고 “트럼프와 김정은 회담에서 민심의 흐름을 봤을 것”인데 왜 국힘이 대북 강경론에만 매몰되어 있는지 발상의 전환을 요구했다.

이밖에도 안 대표는 국힘에 △유능한 디지털 미래세력으로 진화 △제3의 길 개척 △인기영합주의 탈피 △공감 능력 키우고 사회적 약자 편에 서기 △국민통합 주도 △당내 소장 개혁파 육성 △산업화와 민주화 세력 아우르기 등을 달성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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