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기자클럽 토론회
문재인 대통령과의 차별화에 선긋기
강성 지지층 긍정적이라고 말하는 이유
김홍걸, 추미애, 이상직, 윤미향, 무공천
이재명에 관하여 아직 연구 안 해봐서 평가 못 해
한일 관계

[중앙뉴스=박효영 기자]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원래부터 자기 PR에 익숙한 인물이 아니다. 선거라는 경쟁에서도 타 후보에 비해 덜 그러는 편이다. 그 대신 매번 주어진 과제를 도장깨기 하듯이 수행하고 성과를 내는 데에 집중한다. 그 성과로 평가받아 에스컬레이팅 되는 게 그의 정치 경로였다. 문재인 대통령과 스타일이 비슷한 것 같은데 뭔가 다른 이낙연식 루트가 있다.

23일 오전 서울 양천구에 위치한 목동 한국예술인센터에서 방송기자클럽 초청 이 대표 기자간담회가 개최됐다.

아무리 친문재인계 지지층이라도 결국 바깥에서 잘 나가는 인물을 주저앉힐 수 없다. 분명 이 대표는 문재인 정부 최장수 국무총리 출신이지만 비문재인계다. 그럼에도 선택을 받을 수 있었던 것은 어대낙(어차피 대통령은 이낙연) 현상 때문이다.

이낙연 대표는 대권에 대해 별로 생각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사진=연합뉴스)

사회를 맡은 박태서 KBS 정치국제 주간은 “이 대표는 친문의 강력한 지지를 기반으로 해서 전당대회에서 이겼다. 이 대표의 대권 도전을 위해서는 결국 문 대통령과의 차별화가 불가피할 것이라는 시각도 적지 않다”고 물었다.

이에 이 대표는 “지금 내가 대권에 대해서 별로 깊게 생각하지 못 하고 있다”며 “우선 내게 맡겨진 일 특히 국난의 극복 이것이 가장 중요하고 그것이 내 미래에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당연히 거기에 몰두해야 한다”고 답했다.

이 대표는 출마 선언을 할 때도 스스로 국난 극복의 사명을 부여했다. 당대표가 된 뒤에도 그 사명은 여전하고 여기에 집중해서 성과를 내는 것만이 정치적 위치를 점하는 데에도 유리하다. 권력욕이란 게 무서워서 통상 정치인들이 잘 못 하는 일이지만 대권욕을 드러내면 드러낼수록 멀어진다는 사실을 이 대표는 잘 알고 있다. 

더구나 이 대표는 공개적으로 긁어부스럼을 일으키는 걸 극도로 싫어한다. 조국 전 법무부장관을 임명하면 안 된다며 문 대통령에 간청한 고언도 공공연히 알려진 사실이지만 단 한 번도 언론에 대고 떠벌리지 않았다.

이 대표는 “(문 대통령과의) 차별화 얘기를 하는 사람이 간간히 있는데 그것이 무슨 전제가 된다거나 그런 생각을 해본 적 없다. 나는 문재인 정부의 임기 절반 이상을 국무총리로 일했던 사람이고 그만큼의 책임이 있다. 근데 마치 책임이 없는 것인양 자기는 무관한 것인양 한다는 것은 그건 위선이다. 옳지 않다”며 “내 책임을 다하기 위해서라도 문재인 정부가 성공하도록 도와야 되고 문재인 정부의 중요한 정책들을 때로는 보완하고 수정하는 한이 있더라도 개선 발전시킬 책임이 나한테 있다”고 강조했다. 

총리로서, 집권여당 대표로서 문 대통령에 쓴소리를 하더라도 대외적으로 내뱉으면 언론은 레임덕이라며 호들갑을 떨 게 분명하다. 그런 알고리즘을 알고서도 이 대표가 그렇게 한다면 그것 자체가 문 대통령과의 차별화를 시도하려는 의도를 내비쳤다고 봐야 한다. 그러나 이 대표는 아직 그럴 생각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나중에 가서 문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이 낮아지면 그때는 어떻게 될지 모른다.

관련해서 이 대표는 지난 8월24일 방송된 SBS <주영진의 뉴스브리핑> 인터뷰에서 “(대표로서 대통령에게 어드바이스를 할 때) 언론에 먼저 공개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생각한다”며 “긴히 말씀드릴 것은 대통령께 직접 말씀드릴 것도 있을 거고 비서실장을 통해서 말씀드릴 수 있는 것도 있겠다. 그런 것은 가려서 할 것이다. 당청 관계도 기왕이면 이렇게 미리 바깥에 대고 떠들기를 먼저 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생각한다. 내밀하게 말씀드릴 수 있는 것은 내밀하게 말씀드려서 좋은 결과가 나오게끔 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발언했다. 

이 대표는 친문 지지층이 긍정적인 기능이 될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사진=연합뉴스)

이 대표는 비문으로 불리는 유력 대권 주자지만 친문 지지층과 선을 긋는 이미지를 연출하지 않으려고 한다. 관련해서 문 대통령과 얼마나 자주 연락을 했느냐는 질문에 이 대표는 이미 취임 이후 3차례 만났으니 굳이 전화를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윤춘호 SBS 논설위원은 “민주당에는 언제부터인가 굉장히 열성적인 지지 당원들이 있다. 그분들의 목소리가 굉장히 크게 당의 정책과 노선에 영향을 주는 것도 사실”이라며 “최근 보면 추미애 법무부장관 논란에 약간 다른 말을 할 경우 박성민 최고위원이 국민의 눈높이로 봐야 한다 정도의 말을 했는데 집단적인 문자가 쏟아진다든지. 그런 일들이 꼭 이번에만 있었던 일이 아니다. 열성 지지자들의 움직임이 당내 다양한 의견을 만드는 데 저해가 되고 있다는 견해가 있다 어떻게 보고 있나?”고 물어봤다.

이 대표는 “그건 민주당만의 문제는 아닐 것이다. 어느 당에나 강성 지지자와 온화한 지지자가 있다. 강성 지지자는 긍정적인 기능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때로는 아까 말씀주신 그런 에너지가 되면서 동시에 압박이 될 수도 있는 요인은 어느 당이나 마찬가지”라며 전대 결과 일반 당원과 강성 지지층이 포진된 권리당원의 득표율이 비슷했다는 점을 거론했다.

이를 근거로 “강성 지지자들이라고 특별한 분들이 아니라 매우 상식적인 분들일 수도 있다”는 것이다.

특히 이 대표는 “그걸 긍정적으로 해석할 수도 있다. 어떤 에너지원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하고 끊임없이 당의 대처나 지향을 감시하는 감사자의 역할도 되기 때문에 그걸 긍정적으로 해석하고 발전적으로 활용하면 더 좋은 결과가 나올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역시 말로 도발하지 않으려는 이 대표의 성미를 볼 수 있다. 하지만 굳이 온라인 투표에 참여할 비당원 국민들은 기본적으로 문 대통령 지지자일 가능성이 높다. 

비슷한 맥락에서 이 대표는 이 전 대표의 ‘상왕 정치설’에 대해 극구 부인하며 “시스템으로 처리하는 퍼블릭 마인드가 강했던 정치인”으로 치켜세웠다.

(사진=연합뉴스)
이 대표는 취임 이후 한 달도 안 되어 많은 성과를 냈다. (사진=연합뉴스)

사실 이 대표는 강성 지지층이 별로 달갑지 않아 할 타협 행보를 밀어붙여서 몇몇 성과를 냈다. 

이를테면 △국민적 지지를 등에 업지 못 한 의료계와의 합의 △전국민 통신비 지원을 양보해서 국민의힘과 4차 추경 합의 등이 대표적이다. 친문 그룹은 절대 타협하지 말기를 원했을 것이다. 나아가 논란덩어리인 김홍걸 의원에 대한 제명도 전광석화 같았다.

이해찬 전 대표 때와 달라진 점을 설명하며 이 대표는 “우선 굉장히 대응이 빨라졌을 거다. 우리 국민들이 덜 느끼는지 몰라도 그 모든 걸 내가 했다는 것은 아니지만 이번달 있던 일만해도 의료계 파업이 어찌됐든 타결됐다. 당내 어려운 문제들을 하나 하나 대처해가고 있다”고 어필했다.

이어 “추경을 의회 사상 최단기간 내에 합의 처리한 그런 일도 있었다. 그런 거는 좀 더 해야 한다”며 “내가 주말이건 오후 시간 날때마다 늘 문제가 있는 현장을 뛰어다니는 그런 기민함 같은 것을 나도 솔선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그건 국민들께서 변화를 느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전대 기간에 이 대표는 그동안 당의 대처가 “굼뜨다”고 평가했다. 그래서 취임한 뒤에는 국민 정서에 거스르지 않는 선에서 원칙을 정한 뒤 빠르게 움직였다. 성향 자체로 보면 이 대표는 엄근진(엄중·근엄·진지) 이미지라 재빠른 스타일은 아니다. 오히려 이 전 대표가 화끈한 편이라서 결단할 때는 더 빠르다. 그러나 이 전 대표는 친노무현계 좌장으로서 친문 그룹의 정서에 기반해서 바깥에 절대악들이 존재하니까 방어막을 치는 사고 패턴이 앞섰다. 

그러다보니 논란거리가 터지면 최대한 몸을 낮추고 사과하기 보다는 버티고 또 버텼고 그게 이 대표의 눈에 보기엔 굼뜨게 느껴졌던 것이다. 

예컨대 이 대표는 “(통신비 보편 지원에서 선별 지원으로 바뀌어서) 오락가락 했다는 말씀은 달게 받겠지만 그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정부여당의 안을 끝까지 고집부리고 관철하는 것만이 꼭 좋은 것인가. 그것은 아닐 수도 있다고 반론 말씀을 드린다”고 피력했다. 

빠른 합의를 위해 과감하게 양보를 하려고 했고 그래서 이 대표는 추경 협상단에 “처음부터 유연하게 임해달라”고 주문했다. 양보할 생각을 안 하고 당파적 이익만 고수했다면 야당과 타협이 안 되니 추경 처리가 늦어질테고 그게 바로 굼뜨게 만드는 이유가 된다. 

(사진=연합뉴스)
이 대표는 굼떴던 당의 체질을 개선해가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다만 그렇게 야당과의 협상을 우선적으로 고려하다보면 어떤 의제의 원안에서 점점 후퇴될 단점도 있다. 결국 이 대표가 정무적 판단을 매번 할 수밖에 없다.

이와 직결되는 “원칙있는 협치”에 대해 이 대표는 “협치가 중요하지만 지연의 도구로 쓰이는 것은 누구에게도 도움되지 않는다”며 “협치라고 해서 어느 한쪽 의견대로 끌려다니는 것은 협치가 아닌 굴종”이라고 밝혔다. 

국힘이 공수처장 후보 추천위원회 위원을 선임하지 않고 있는 것에 대해 단호한 태도를 보인 것인데 이처럼 협치를 견지하더라도 원칙에 맞지 않으면 일방적으로 밀고 갈 수밖에 없다는 게 이 대표의 생각이다.

이 대표는 “협치는 지킬 것을 지키면서 협의하고 합의를 이루되 합의가 안 되면 절차에 따라 의사결정을 하는 것이 진정한 협치”라고 주장했다. 

뜨거운 현안들로 △김홍걸 의원 제명 문제 △이상직·윤미향 의원 윤리감찰단 회부 △추 장관 아들 논란 △내년 재보궐 선거 후보 무공천 여부 등에 대해 이 대표가 입을 열었으나 기본적으로 모두 무난한 발언들이었다.

김 의원에 대해 “안타깝고 참담했지만 어쩔 수 없었다”는 것이고 윤리특위로 의원직 상실 의결 의사가 있는지에 대해서는 당 제명 결정이 최대치였다고 항변했다. 이 의원 문제는 감찰단이 조사 중이니 그 결과를 보고 판단하겠다고 했고, 윤 의원의 경우 검찰 기소가 됐지만 언론 보도로 논란이 된 주요 의혹들이 불기소되기도 했고 이미 당원권 정지를 내린 만큼 마냥 당이 디펜스를 하려고 하는 게 아니라는 취지로 답했다. 추 장관 아들 문제에 대해서는 언론 보도들이 사실이 아닌 것들도 많지만 결론적으로 검찰이 빨리 마무리를 해야 한다고 했다.

무공천 문제에 대해서는 미리부터 토론할 필요가 없다고 했었는데 이번엔 “늦지 않게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화장을 받고 있는 이 대표의 모습. (사진=연합뉴스)
화장을 받고 있는 이 대표의 모습. (사진=연합뉴스)

강력한 도전자 이재명 경기도지사에 대한 이야기가 빠질 수 없다.

이 대표는 지지율이 한 두 번 역전당한 것에 대해 “민심은 늘 변하는 것”이라고 일축했고 이 지사에 대한 인상평에 대해 “깊게 연구를 안 해봤다”고 일갈했다. 

지역화폐의 경제적 효과를 놓고 국책연구소를 비롯 국힘 의원들과 논쟁 중인 이 지사에 대해서는 “(지역화폐는) 일종의 상품권”이라며 “전국 온누리상품권의 장단점을 이제 한 번 정리할 때가 됐다고 생각한다. 논쟁이 진행 중이기 때문에 조심스럽지만 기왕 논쟁 붙었으니 본격적으로 연구해서 결론을 냈으면 한다”고 말했다. 

특히 이 대표는 “지금은 두 사람을 포함해 국난 극복에 집중하게 도와달라”며 “당헌이 (대선) 1년 전부터 경쟁 기간으로 설정했다. 내가 만약 그쪽으로 가게 되면 1년 전에 대표를 내놓게 될텐데 그때부터 경쟁 관계로 봐도 늦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끝으로 한일 관계에 대해 뻔한 말들은 다 빼고 이 대표는 “(스가 총리 체제가) 걱정되는 것은 아베 총리 시절 내각을 거의 그대로 답습하고 있다. 스가 본인이 아베의 외교적 조언을 듣겠다고 공언한 것도 걱정이 된다”면서도 “희망적인 것은 스가 총리가 합리주의자이고 한일 관계를 중요시하기 때문에 아베 때보다 진전된 태도 변화가 나올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한다”고 풀어냈다.

그러면서 아베 전 총리는 말만 외교당국간 대화를 주문했지 실제로는 제동을 걸었다고 경험담을 털어놨다. 그래서 양국 외교당국간의 바텀업 협의에 맡겨두고 여기서 타협이 되어야 한다. 이 대표는 3~4가지 대안이 있다면서 그중에 하나만 합의되면 과거사 문제와 무역 제재 국면이 풀릴 수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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