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살 행위에 대해 정당화 
“대단히 미안하게 생각한다”
불법 침입자로 규정
국방부의 강한 표현에 반발
국민의힘의 입장
남북 정상 최근 친서 교환

[중앙뉴스=박효영 기자] 다행스럽게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공식적으로 사과의 뜻을 표했다. 과거 2008년 박왕자씨 피격 때와 2015년 목함지뢰 폭발 사건의 경우처럼 초긴장 국면으로 돌입하기 직전이었는데 그나마 일촉즉발의 상황이 누그러졌다. 안 그래도 2019년 2월 하노이 노딜 이후 남북미 비핵화 협상 국면이 멈춰있었고 오히려 악화일로였다. 이와중에 여야가 한 목소리로 이번 북측의 총살 도발에 대해 질타를 하고 있었다. 

청와대는 25일 14시10분 즈음 통일전선부(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명의로 통지문이 왔다면서 그 내용을 공개했다. 서훈 국가안보실장이 직접 청와대 춘추관에서 마이크를 잡았다. 통지문에 김 위원장의 메시지가 담겨 있었다.

김정은 위원장이 통지문을 통해 사과를 했다. (사진=연합뉴스)

김 위원장은 소연평도(인천 옹진군) 해상에서 실종된 해양수산부 공무원(어업지도원)이 북측에 의해 총살된 것에 대해 “대단히 미안하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어 “가뜩이나 악성 비루스(코로나19) 병마 위협으로 신고하고 있는 남녘 동포들에게 도움은커녕 우리측 수역에서 뜻밖의 불미스러운 일이 발생해 문재인 대통령과 남녘 동포들에게 커다란 실망감을 더해줬다”고 표현했다.

통지문의 화자는 김 위원장이 이런 메시지를 전달하라고 지시했다는 점을 명시했다. 통지문 말미에는 “벌어진 사건에 대한 귀측의 정확한 이해를 바란다”고도 돼 있다. 

북측이 정리한 사건 경위는 이런 것이다. 

①북측 수산사업소 부업선으로부터 정체불명의 남자 1명 발견했다는 신고 접수
②출동한 담당 군인들이 강령반도(황해남도 강령군과 벽성군 일대 옹진반도 부근) 연안에 부유물을 타고 불법적으로 경계선을 넘은(침입) 남자에게 80m 앞까지 접근해서 신분 확인 요구  
③남자는 “대한민국...” 아무개라고 얼버무리다가 계속 답변없이 무반응
④군인들이 더 접근해서 공포탄 2발을 쐈고 남자가 놀라 엎드리며 도주할 것처럼 행동한 뒤 몸에 뭔가 뒤집어쓰려고 했음
⑤현장 간부의 결정 아래 해상경계근무 규정에 따라 40~50m 거리에서 10여발 실탄 사격
⑥이후 10m 앞까지 접근해서 수색했으나 남자는 부유물에 없었으며 다량의 혈흔만 확인됨
⑦군인들은 불법 침입자로 간주했던 남자가 사살된 것으로 판단했고 부유물에 대해서는 국가비상방역 규정에 따라 현장에서 바로 소각 

소연평도와 강령반도(빨간 표시)의 위치. (그래픽=네이버지도)

전날(24일) 우리 NSC(국가안전보장회의)는 △진상규명 △책임자 엄중 처벌 △반인륜적 행위에 대해 사과 △재발방지책 마련 등 4가지를 강력한 어조로 촉구했다.

피상적으로만 보면 요구조건들이 통지문에 모두 포함되긴 했다. 다만 1가지 책임자 처벌에 대한 대목이 빠졌다.

북측은 “북남 사이 관계에 분명 재미없는 작용을 할 일이 우리 수역에서 발생한 데 대하여 귀측에 미안한 마음을 전한다. 우리 지도부는 이와 같은 유감스러운 사건으로 인하여 최근에 적게나마 쌓아온 북남 사이의 신뢰와 존중의 관계가 허물어지지 않게 더욱 긴장하고 각성하고 필요한 안전 대책을 강구할 것”이라고 공언했다. 

동시에 “우리 지도부는 일어나지 말아야 할 일이 발생했다고 평하면서 이같은 불상사가 재발하지 않도록 해상경계 감시와 근무를 강화하고 단속과정에 사소한 실수나 큰 오해를 부를 수 있는 일이 없도록 앞으로는 해상에서의 단속 취급 전 과정을 수록하는 체계를 세우라고 지시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북측은 국방부의 강력한 비판 성명에 대해 “무슨 증거를 바탕으로 우리에게 불법 침입자 단속과 단속과정 해명에 대한 요구도 없이 일방적인 억측으로 만행, 응분의 대가 등과 같은 불경스럽고 대결적 색채가 깊은 표현들을 골라 쓰는지 커다란 유감을 표시하지 않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사진=연합뉴스)
서훈 실장은 추가 정보를 제공하지 않고 북측의 통지문 전문을 그대로 낭독했다. (사진=연합뉴스)

중요한 것은 국방부의 판단과 북측의 해명이 다르다는 점이다. 국방부는 북측이 총살한 뒤 시신을 훼손하거나 화장했다고 보고 있다. 

이에 서 실장은 기자들과의 문답 과정에서 “우리 군의 첩보를 종합한 판단과 (북측의 입장이) 일부 차이나는 부분에 대해서는 지속적인 조사와 파악이 필요하다. 북측에서도 현재까지 상황을 조사한 것이라고 전제했다”며 “그런 부분(남북간의 입장차)은 저희가 검토하겠다. 앞으로 필요한 부분과 정부가 추가적 대책을 취해야 할지를 계속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관련해서 윤희석 국민의힘 대변인은 구두 논평을 내고 “대단히 미안하다는 단 두 마디 이외에는 그 어디에서도 진정한 사과의 의미를 느낄 수 없는 통지문”이었다면서 “오히려 우리의 보도를 일방적 억측이라고 유감을 표시했고 자신들의 행동이 해상경계근무 규정이 승인한 준칙, 국가비상방역 규정에 따른 정당한 행위임을 강조했을 뿐”이라고 일축했다.

이어 “우리 국민이 목숨을 잃었는데도 사소한 실수와 오해를 부를 수 있는 일이라고 칭했고 대수롭지 않게 넘어가려는 무책임한 태도만 보였다”며 “의미없는 사과로 넘어갈 일이 아니다. 이대로 끝나서는 절대로 안 될 일이다. 책임있는 후속 조치의 확인은 물론 책임자 처벌과 재발방지책에 대한 확답도 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 대변인은 국가정보원 관계자발로 확산되고 있는 피해자의 월북 시도설에 대해 “북한의 통지문대로라면 그 어디에서도 우리 공무원이 월북을 시도했다는 정황을 찾을 수 없다. 국방부의 명확한 설명이 필요할 것”이라고 요구했다. 

한편, 문 대통령은 최근 김 위원장과 친서를 교환했다. 문 대통령이 지난 8일 먼저 보냈고 김 위원장이 12일에 답장을 했다.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청와대가 친서 교환 사실만 알린 것을 봤을 때 북측의 의도적인 도발이 아니었음을 부각하려는 것으로 해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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