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서울시장으로 출마하는가
작은 정당의 중대한 도전
정치인 신지혜
4가지 공약

[중앙뉴스=박효영 기자] 한국 정치에서 작은 정당이 선거에 출마해서 당선자를 내는 일 자체가 너무 힘들다. 하물며 대통령 선거 다음으로 쳐주는 서울시장 선거는 더더욱 그렇다. 그렇지만 신지혜 기본소득당 상임대표는 당대표로서 당을 알리고 도전해야 하는 책임이 있다면서 서울시장 후보로 출마하겠다고 밝혔다.

신 대표는 지난 8일 14시50분 기자와의 통화에서 “모두들 이야기하듯이 대선 전초전이라고 한다. 그랬을 때 상임대표로서 역할을 다 하는 것이 선거에 출마하는 것”이라며 “사실 내가 국민임대주택에 1년째 살고 있는데 가능하다면 수 십년을 살 수 있는 이 집을 포기하고 서울로 다시 이사를 가는 것이다. 개인적으로 큰 결심”이라고 어필했다.

실제 신 대표는 노동당 시절부터 △2014년 경기도의원 후보(고양시 덕양구) △2016년 총선(고양시갑) △2020년 총선(고양시정) 등 3차례의 출마 경험이 있는데 전부 고양시를 기반으로 했었다. 

기본소득당은 당 차원에서 고민해본 결과 부산시장 보궐 선거에는 후보를 내지 않기로 했다. 

신지혜 대표는 일찍이 서울시장 출마를 선언하고 긴호흡으로 선거를 준비할 계획이다. (사진=기본소득당)
신지혜 대표는 일찍이 서울시장 출마를 선언하고 긴호흡으로 선거를 준비할 계획이다. (사진=기본소득당)

신 대표는 “코로나 이후 4차 산업혁명 시대 새로운 상식을 만들기 위해서 대국민 설득이 필요한데 그 기회를 마다하지 않는 것이 상임대표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며 “후보로 출마한다는 것은 책임의 정치를 시작하는 것이다. 내 이름으로 내걸었던 공약과 약속을 종합적으로 어떻게 실행할 것인지에 대해 국민들에게 설득하고 평가받고 지지받는 일련의 과정 자체가 정치인들에게 좋은 배움거리라고 생각하고 나만 배우는 게 아니라 당도 함께 성장할 것”이라고 풀어냈다.

사실 정말 쉽지 않은 일이고 결단이 필요했을 것이다.

신 대표는 “작은 정당 입장에서 보궐 선거를 할 것인지 말 것인지부터가 굉장히 큰 문제다. 보통 선거보다 투표율이 좀 떨어지고 지지하는 후보가 확실한 경우에 투표를 하기 때문에 후보를 내는 것 자체가 큰 결정”이라며 “기탁금(광역단체장 5000만원)도 국회의원(지역구 1500만원/비례대표 500만원)보다 3.5배 더 높다”고 밝혔다.

그렇다면 정치인 신지혜의 여정을 짧게 들어볼 필요가 있다.

신 대표는 “대학을 가기 전까지만 해도 나 혼자 공부 열심히 하고 좋은 데에 취직해서 잘 살면 되지라는 그런 생각이 굉장히 강한 청소년이었다”면서 “그런데 막상 서울이라는 공간에서 집없이 계속 옮겨다녀야 하고, 과외를 아무리 열심히 하고, 근로장학생이 되어서 돈을 벌어도 내 인생이 괜찮아질 수 있는 건가라는 생각이 들 무렵에 자원활동을 하게 됐다”고 운을 뗐다.

이어 “발달 장애인들이 재건 마을에 사는 판자촌 주민들을 만나면서 왜 이 착하고 좋은 사람들이 세상의 차별을 받고 있는지 그런 생각을 많이 했다”며 “장애인과 가난의 문제가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구조적인 문제이고 이걸 바꾸는 것이 모두를 살리는 길이겠다는 생각을 3~4년간 활동을 하면서 계속 했다”고 강조했다.

신 대표가 주로 관심을 갖고 있는 정책 분야는 기본소득, 성평등, 부동산 문제 등 크게 3가지다. 

신 대표는 “그때 마을에서 화재가 났고 두 달간 같이 살았는데 세 번의 철거가 있었다. 그래서 부동산 문제라는 것이 행정 폭력을 동원할 만큼 큰 일이구나 그런 생각을 처음 했다”며 “주거권을 모두에게 보장해야 하는데 왜 가난한 사람들에게 보장이 안 되고 있는 사람들의 재산을 불리는 데에만 활용되는 걸까라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그래서 정당 활동을 시작했다.

신 대표는 “2007년 사회당에 입당했다. 그 당시 장애인교육지원법 제정을 요구하며 서울시교육청에서 천막 농성을 하는 엄마들을 만났다. 그때 누군가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법과 제도가 개선해야 하고 이를 위해 정치의 힘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깨닫게 됐다”며 “장애인들을 위해 열심히 싸우는 정당에 후원을 해야지라고 고민하다가 사회당에 가입했다. 그때 대통령 선거가 있었는데 금민 후보가 출마해서 기본소득을 제시했었다. 그걸 보고 내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실마리를 발견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사진=기본소득당)
지난 3일 국회 소통관에서 출마선언을 한 신 대표. (사진=기본소득당)

신 대표는 586세대(1960년대 출생으로 민주화운동을 겪고 현재 50대인 주류 세대)가 이뤄놓은 민주주의에는 배제되는 사람들이 많다고 주장했다. 586세대가 부상할 때부터 능력주의 현상이 심각해졌다.

신 대표는 “86세대가 정치권에 진출하면서 IMF 이후에 기초생활수급 제도가 시작되고 노무현 정부에서 본격적으로 시행됐다. 그때 내가 고등학생이었는데 기초생활수급 지원을 받았고 무료로 국가로부터 뭔가 지원을 받는 것이 낙인찍히는 것이라는 경험을 했다”며 “(가난한 사람들이 보수정당을 지지하는 현상에 대해) 그것이 86세대의 영향이 크다고 생각한다. 이들이 사회 각계각층에 진출했을 당시가 IMF 이후의 대한민국이다. 그때부터 능력이 더 강조되고 능력없는 사람이 낙오되는 게 당연하고 그런 사회문화적인 분위기가 굉장히 심화됐다”고 주장했다.

이어 “가난한 사람들이 봤을 때 보수정당이나 86세대가 이야기하는 것처럼 꿈있고 능력있는 사람들만 성공해야 한다는 이데올로기에 얼마든지 매혹되기 쉬운 것 같다”며 “오히려 국민들의 다양한 권리를 보장하는 측면으로서 사회 시스템을 설계하지 않고 능력있는 자들이 높은 자리에 가는 것이 당연하도록 만들어왔던 사회를 설계했다”고 역설했다.

신 대표가 내놓은 대표 공약은 △부동산 초과이익환수제 확대 △서울형 기본소득 모델(가족의 자산을 물으며 선별하는 제도가 많은데 이를 바꿔야) △탄소배출량 감축 종합 계획 수립 △서울시와 산하기관의 성폭력 대응체계 단순화(최고책임자인 단체장 포함 별정직 공무원이 저지르는 성폭력에 대해서도 단호하게 대응할 수 있는 체계 수립/노동에서의 성평등/여성 노동자들의 모임을 조직하기 위한 지원 방안 마련) 등 크게 4가지다. 

신 대표는 18일 최종 후보로 확정된 뒤 소감문을 발표하고 “국민들은 1997년 경제 위기 이후 경제적으로 각자도생의 길에 내몰렸다. 코로나 재난을 거치면서 국민들이 감내해야 하는 각자도생의 범위가 점점 넓어지고 있다”며 “변화는 부동산 불평등없는 서울, 서울에서 시도하는 기본소득, 가구가 아닌 개인을 존중하는 복지, 재난 속에서도 안전한 서울, 성평등이 민주주의의 기본이 되는 서울에서 시작될 것”이라고 공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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