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 방문 자제 부탁
여행도 자제
집회결사의 자유보다 국민 생명이 더 우선
추석 기간 유통 관련 ‘집단 감염’ 우려

[중앙뉴스=박효영 기자] 취임하자마자 코로나 시국에 맞닥뜨리게 된 정세균 국무총리가 추석을 맞아 고향 방문을 자제해달라고 부탁했다. 여행도 안 된다. 정 총리는 9개월 동안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의 장을 맡는 등 코로나 대응 컨트롤타워였다. 매주 방역 상황을 정리해서 문재인 대통령에게 보고하는 것도 정 총리의 역할이다. 

정세균 총리는 추석 기간 동안 고향 방문과 여행을 자제해달라고 부탁했다. (사진=연합뉴스)

정 총리는 27일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대국민 담화를 발표하고 “수요일(30일)부터 5일간의 추석 연휴가 시작된다”며 “예년 같으면 가족 친지를 만날 생각에 마음 설렐 이 즈음에 재난 안전과 관련하여 불편한 말씀을 드리게 되어 송구스런 마음이다. 이번 추석은 부모님과 어르신의 안전을 위해 고향 방문을 자제해주길 간곡히 부탁한다”고 당부했다.

이어 “올해만큼은 부모님을 찾아뵙지 못 하는 게 불효가 아니며 오히려 효도하는 길이라고 생각해달라. 그동안 잘 실천해준 거리두기를 추석 명절에도 준수해주는 것이 우리 어르신들의 건강과 안전을 지키는 최선의 방안”이라고 강조했다. 

사실 한국은 27일 기준 확진자 2만3611명에 사망자 401명으로 전세계 79위 수준으로 꽤 괜찮은 방역 능력을 보여주고 있다. 미국만 하더라도 728만명에 20만명 수준이다. 그러나 한국도 9개월간 여러 고비들이 있었다. 예컨대 1월말 3번 확진자, 2월 신천지와 대구, 5월 이태원발 확산, 8.15 광복절 집회발 재확산 등 4차례의 중대 기로가 있었다.

정 총리는 “전쟁에 준하는 사태라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라며 “우리는 두려워하는 마음을 늘 간직해야 한다. 코로나19와의 전쟁을 치르면서 우리는 일시적인 방심과 일부의 방종이 너무나도 심대한 결과를 초래한다는 사실을 뼈저리게 깨닫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지난 8월 중순 일부 종교단체의 무책임한 행동은 어마어마한 손실을 초래하고 전국민을 공포로 떨게 만들었다. 8월27일 하루 확진자 441명을 정점으로 다행히 감소 추세에 있지만 추석 연휴를 목전에 둔 지금도 산발적인 집단 감염이 곳곳에서 발생하고 있다”고 환기했다. 

정 총리는 “고삐”라는 표현을 사용했는데 각계각층의 고통스러운 상황을 나열하며 “조금만 더 고삐를 놓지 않고 감내해주길 부탁한다”고 밝혔다.

추석 때 고향에 안 가더라도 그 대신 다른 곳으로 여행을 간다면 그야말로 풍선 효과다.

정 총리는 “고향 방문 뿐만 아니라 여러 사람이 일시에 몰려드는 여행지도 위험하기는 매한가지”라며 “소중한 추억이 되어야 할 여행이 가족과 공동체의 안전을 위협할 수 있다는 사실을 유념해주길 바란다. 이번 추석만큼은 가정에서 가족과 함께 안전하고 여유로운 휴식을 가져 주시길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주문했다.

정세균 국무총리가 27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2020.9.27
정 총리가 중대본 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방역 당국의 수장으로서 정 총리가 주목하는 관리 이슈는 ‘10.3 개천절 집회’와 ‘추석 유통’ 문제다.

정 총리는 10.3 집회에 대해 10명만 넘으면 일절 허용하지 않겠다면서 “집회 시도 자체를 철저하고 빈틈없이 차단할 것이다. 집회를 계획하고 있는 단체들은 이제라도 무모한 행위를 멈춰주길 바란다”며 “정부는 불법 집회에 대해 법과 제도가 허용하는 모든 수단을 동원할 것이다. 무관용 원칙으로 대응할 것이다. 국민 생명을 위협하고 방역을 저해하는 작은 불씨 하나도 용납하지 않겠다. 사전에 집결을 철저히 차단하고 불법 행위자는 현장에서 즉시 검거하는 등 엄정 대응하겠다”고 공언했다.

이어 “(표현·사상·집회결사·언론의 자유의 가치를 읊으면서도) 어떠한 주장도 어떠한 가치도 사람의 생명과 안전보다 앞설 수는 없다. 국가의 존재 이유도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보호하는 일이다. 대규모 집회가 집단 감염의 매개체가 되지 않도록 공권력을 엄정하고 철저하게 집행할 것”이라고 역설했다. 

나아가 정 총리는 “성묘, 교통, 물류, 여가 생활 등 여러 분야에 걸쳐 실효성있는 방역 조치를 시행하고자 한다”며 “이미 발표한 바와 같이 내일부터 2주간을 특별방역 기간으로 설정하여 좀 더 세밀하고 강화된 방역 기준을 적용한다”고 알렸다.

정말 추석이 고비다. 

정 총리는 “이번 추석 연휴가 또 다른 고비”라며 “국민 한 분 한 분의 방역 수칙 준수가 최고의 치료제이자 백신이다. 올 추석 연휴 최고의 선물은 멀리서 그리운 마음을 전하는 망운지정(자식이 객지에서 고향에 있는 부모를 생각하는 마음)이라는 점을 강조한다”고 밝혔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중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