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의 상황 판단 달라
시신 은폐 위해 자체 처리?

[중앙뉴스=박효영 기자] 당초 24일 NSC(국가안전보장회의)가 요구한 것은 △진상규명 △책임자 엄중 처벌 △반인륜적 행위에 대해 사과 △재발방지책 마련 등 4가지였다. 이중에서 책임자 처벌이 빠졌다. 북측은 25일 통일전선부 명의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유감 표명을 포함한 통지문을 보냈다. 그러나 진상규명도 북측의 일방적인 브리핑에 불과했지 객관적이라고 볼 수 없다. 

경계를 넘은 불법 침입자를 사살했으나 시신을 훼손하지 않았다는 북측과, 시신을 훼손해서 불태웠다는 우리측의 상황 판단이 첨예하게 다르다.

NSC 사무처장을 맡고 있는 서주석 청와대 국가안보실 1차장은 27일 17시10분 직접 마이크를 잡고 “북측의 신속한 사과와 재발방지 약속을 긍정적으로 평가한다”면서도 “남북이 파악한 사건의 경위와 사실관계에 차이점이 있으므로 조속한 진상규명을 위한 공동조사를 요청한다. 남북이 각각 발표한 조사 결과에 구애되지 않고 열린 자세로 사실관계를 함께 밝혀내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이어 “(구체적으로) 소통과 협의나 정보교환을 위해 군사통신선의 복구와 재가동을 요청한다”고 밝혔다. 

서주석 1차장이 청와대의 공식 입장을 브리핑했다. (사진=연합뉴스)

서 차장은 이날 15시 문재인 대통령이 주재한 긴급 안보관계 장관회의 결과 이와 같은 요구사항을 전달하기로 결정했다는 사실을 대리 설명했다. 회의에는 서욱 국방부장관, 박지원 국가정보원장,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 서훈 국가안보실장 등이 참석했다.

서 차장은 “시신과 유류품의 수습은 사실 규명을 위해서나 유족들에 대한 인도주의적 배려를 위해 최우선으로 노력을 기울여야 할 일이다. 남북은 각각의 해역에서 수색에 전력을 다하고 필요한 정보를 교환함으로써 협력해 나가길 바란다”며 “NLL(서해 북방한계선) 인근 해역에서 조업 중인 중국 어선들도 있으므로 중국 당국과 중국 어선들에 대해서도 시신과 유류품 수습에 협조해 줄 것을 요청한다”고 공식화했다. 

북측이 어떤 추가 메시지를 내놓을지가 중요한데 뉘앙스를 보면 빨리 사과했고, 자체적으로 진상조사도 하고, 재발방지책도 마련할테니 자신들에게 맡겨달라는 느낌이다. 

우리 국정원의 도감청을 비롯 정보 습득력이 그렇게 허술하다고 볼 수 없는 상황에서 북측이 공동조사를 극구 거부하는 모양새만 보면 시신 훼손 및 임의 처리가 있었을 것으로 짐작된다. 아무리 실종된 해양수산부 공무원(어업지도원)이 북측 입장에서 불법적으로 경계선을 침범했다고 하더라도 무장한 것도 아닌데 사살하면 안 된다. 즉 북측도 사살했다는 사실 자체에 부담을 느껴서 시신을 은폐했을 가능성이 없지 않다. 

이날 조선중앙통신은 “(진상조사를 하다가) 시신을 습득하는 경우 관례대로 남측에 넘겨줄 절차와 방법까지도 생각해두고 있다”며 “우리는 남측이 자기 영해에서 그 어떤 수색 작전을 벌리든 개의치 않는다. 그러나 우리측(북측) 영해 침범은 절대로 간과할 수 없고 이에 대하여 엄중히 경고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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