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례적으로 정무위원장과 간담회
보도자료에는 뻔한 이야기들만 
한국판 뉴딜에 동참
은행권의 진짜 요구 알쏭달쏭

[중앙뉴스=박효영 기자] 통상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은행장들과 수시로 만난다. 하지만 윤관석 정무위원장(더불어민주당)은 금융당국 수장들을 국회에서 주로 만나지 은행장들과 별도로 간담회를 갖지는 않는다. 정무위에서 국정감사를 할 때가 아니면 은행장들을 볼 일이 드문데 이번에 만나게 됐다. 

사실 은 위원장이나 윤석헌 금융감독원장 같은 경우 은행권에서 구축해놓은 소통 창구가 굵은 편이지만 국회 소관 상임위원장은 그렇지가 않았었다. 언론에 뿌린 보도자료에는 무난하게 한국판 뉴딜 이야기만 담겼다. 은행장들이 입법 규제를 총괄하는 정무위원장에게 어떤 요구사항을 전달했을까?

은행연합회가 윤관석 정무위원장을 초청해서 간담회를 열었다. (사진=은행연합회)

은행연합회는 28일 18시반 서울 중구에 위치한 은행회관에서 윤 위원장과 간담회를 열었다. 이번 간담회는 연합회가 먼저 제안했고 윤 위원장이 수락하면서 성사됐다.

이 자리에는 △김태영 은행연합회장 △17개 소속 은행장(기업은행/SC제일은행/하나은행/국민은행/광주은행/카카오뱅크/수협은행/우리은행/농협은행/신한은행/대구은행/경남은행/케이뱅크/전북은행 등) △5개 유관기관장(금융결제원/금융연수원/신용정보원장/금융연구원장/국제금융센터)이 참석했다.

연합회는 보도자료에서 “국회와 은행권의 소통을 강화하고 경제 및 금융 현안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히기 위한” 목적이 있다고 뻔한 메시지를 적시했다. 

허나 차기 은행연합회장으로 거론되는 최종구 전 금융위원장, 민병두 전 의원 등의 문제나 그밖의 첨예한 현안들을 놓고 윤 위원장에게 급하게 뭔가 요청을 했을 것으로 점쳐진다. 

연합회에 따르면 윤 위원장은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을 은행권이 적극 지원하고 있는 것에 대하여 격려의 뜻을 전달했고 “혁신성장, 공정경제, 금융혁신 등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대비한 금융권의 새로운 경쟁력 확보를 위해 적극 노력해달라”고 당부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얼마전 청와대로 금융지주 회장들을 불러 한국판 뉴딜의 재원으로 활용될 뉴딜 펀드를 소개한 바 있다. 윤 위원장은 이 자리에서도 한 번 더 한국판 뉴딜에 돈을 더 풀어달라는 취지로 은행권의 적극적인 관심을 주문했다.

이에 김 회장은 “한국판 뉴딜 지원을 위해 5대 금융지주를 중심으로 약 70조원의 지원 계획을 발표하는 등 우리 경제의 혁신성장 지원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앞으로 한국판 뉴딜이 빠른 시간 내에 가시적인 성과를 거둘 수 있도록 은행권의 적극적인 역할을 해나갈 계획”이라고 화답했다.

서울 중구에 위치한 은행연합회 건물의 전경. (사진=박효영 기자)

한국판 뉴딜이란 게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대비하기 위한 장기적 투자 개념이다. 구체적으로 10대 육성 분야는 △데이터 댐(모든 정보를 데이터화해서 댐에 모으고 필요한 곳에 사용) △인공지능 정부 △스마트 의료 인프라 △그린 리모델링 △그린 에너지 △친환경 미래 모빌리티 △그린 스마트 스쿨 △디지털 트윈(현실세계의 기계나 장비를 가상세계로 구현) △SOC(사회간접자본) 디지털화 △스마트 그린산업단지 등이다. 

나아가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데이터 댐 부문과 관련  △AI 학습용 데이터 구축 △AI 바우처 △AI데이터 가공바우처 사업 △AI융합 프로젝트 △클라우드 플래그십 프로젝트 △클라우드 이용 바우처 사업 △빅데이터 플랫폼 및 센터 구축 등 7대 사업을 설정했고 이미 2100여개의 참여 기업을 선정했다.

문재인 정부는 금융권이 맥시멈으로 돈 보따리를 풀어주기를 바라고 있지만 금융권 입장에서는 반대급부로 뭔가 얻을 게 있어야 돈을 쓸 수 있다. 지금 주요 은행들은 자발적으로 한국판 뉴딜에 수조원을 투자할 것이라고 플랜을 세워서 보도자료를 뿌리고 있지만 나중에 알게 모르게 은행권의 진짜 속내가 드러나게 될 것 같다. 

이밖에도 연합회는 보도자료 말미에 코로나 극복을 위해 금융 및 다양한 지원들(신규 대출 95조원+만기 연장 91조원+사회공헌사업 291억원 투입+생활치료시설로 은행권 연수원 674개의 객실 제공)을 아끼지 않았다고 홍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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