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끼리 정치 대화를 안 해야 하는 이유
정치 이야기를 했다가 대판 싸운 가족
중대한 신상 질문도 NO

[중앙뉴스=박효영 기자] 올해 추석은 9월30일부터 10월4일까지 5일간이다. 개천절이 토요일에 끼어 있어서 뭔가 께름칙하지만 그리 짧지 않은 연휴다. 

흔히 가족들끼리 정치 이야기는 하지 말라고 한다. 명절 때는 더더욱 그렇다. 1년에 딱 두 번 만나는 관계라 최근 소식이 업데이트되어 있지 않고 그런 만큼 대화 소재가 고갈 상태다. 할 말이 없다. 그래서 공통의 관심사로 대화를 나누게 되는데 주로 정치 아니면 연예인이다. 연예인에 대한 호오는 취향의 문제지만 정치적 견해는 가치관이 강하게 반영되어 있다. 

한국 정치는 유독 승자독식의 경향성이 강하다. 거의 대부분의 국민들이 거대 양당으로 편이 나뉘어져 있고 각자 이유는 다르지만 모두가 정치인을 욕한다. 정치의 본질이 이해관계를 배분하는 것이기 때문에 그럴 수밖에 없겠지만 좋은 게 좋은 것이어야 하는 명절의 특성상 정치 토크는 어울리지 않는다.

올해는 코로나 시국이라 정부에서도 고향 방문이나 여행을 자제하라고 권고하고 있지만 어찌됐건 사람들이 안 모이기는 어려울 것 같다. 

명절에 가족들이 모였을 때 정치 토크는 안 하는 것이 좋다. (캡처사진=연합뉴스TV)

작년 9월13일 추석 당일 네이트판에는 대가족이 모여 정치 대화를 하다가 곤란을 겪은 에피소드가 올라왔다. 

A씨는 “정치 이야기를 할 수는 있다”면서 “(차라리) 방이 여러 개 있어서 정치 이야기를 하는 남자들은 1번방으로, 여자들은 2번방으로, 청소년과 대학생들은 3번방으로, 유초등생들은 4번방 등등 이렇게 (분류)하면 참 좋겠지만”이라고 운을 뗐다.

이어 “거실에 모든 가족이 다 섞여있는데 굳이 목소리를 높여서 자기 주장을 해야 했을까?”라며 “(적극적으로 정치적 견해를 피력한) 너도 어른이지만 너보다 더 위 어른을 이겨먹어야 속이 시원하겠니? XX야!”라고 비난했다.

A씨는 말려야 할 사람들이 말리지 않고 방관만 하고 있었다면서 언성이 높아지는 분위기를 왜 만들어야 하는지 도무지 이해가 안 된다고 묘사했다. 

아울러 “이럴 때 할아버지께서 돌아가신 것이 얼마나 원통스러운지. 아주 세상 잘 났어 아주그냥! 목소리 크면 다냐! 더 이상 명절에 (정치로 싸우는 일을) 안 보고싶다! 진짜 명절에 정치 이야기로 집안 시끄럽게 할 거면 다시는 안 오셨으면 좋겠다. 다음엔 꼭 이야기를 해야지. 에휴 이번엔 참았다”고 덧붙였다. 

참으로 리얼한 경험담이다. 

명절에 미혼자와 기혼자가 스트레스를 받는 이유. (캡처사진=연합뉴스TV)

명절에 정치 대화를 하지 말라고 했다고 학교 성적, 대학 입시, 군 입대 시점, 회사 승진, 결혼 계획, 임신 문제 등 개인이 알아서 할 인생의 중대한 문제에 대해 섣불리 질문을 건네지도 말았으면 한다. 신뢰 관계가 있고 충분히 대화가 오간 상황에서는 할 수 있지만 뜬금없이 보자마자 이런 질문을 던지는 것은 말의 폭력과도 같다. 그 나이대에는 사회 통념에 따라 당연히 해야 하는 인생 과제 따위 같은 것은 없다. 한국 사회는 그런 사회적 통념이 개인을 짓누르는 일이 많다. 그래서 명절에 아직도 취업 안 했냐는 소리를 듣고 싶지 않아서 일부러 내려가지 않는 경우도 많다.

그러면 무슨 말을 해야 하느냐? 그냥 부루마블 게임, 윷놀이, 송편 빚기 등을 하든지 미리 좋은 영화를 준비해서 함께 감상해도 좋을 것 같다. 영화 토크로 시간을 보내면 명절이 풍성해질 것이다. 꼭 무엇을 해야 한다거나 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은 없다. 모두가 웃으며 즐겁게 추석을 보낼 수만 있다면 뭐든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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