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62 발언 외에도
전투력 향상은 팩트와 대안
일요일 저녁 청계산 만찬
광화문 재인산성 
나훈아 메시지
청년위원회 실수
안철수와 김종인

[중앙뉴스=박효영 기자]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추석 연휴 마지막날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끝나고 기자들과 밥도 먹었다. 저녁에는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단과 비공개 만찬 회동을 했다. 

연휴가 끝나고 바로 국정감사가 시작되는 타이밍인데 주 원내대표는 종합적인 정국 진단을 했고 여러 이야기들을 풀어냈다. 언론들은 대부분 주 원내대표의 7.62mm 총격 지시(북한의 해양수산부 공무원 피격 사건 관련) 발언에 초점을 맞춰 보도했다.

하지만 그것 말고 더 중요한 이야기들이 많았다. 

주호영 원내대표는 팩트와 대안을 중심으로 전투력을 향상시키겠다고 밝혔다. (사진=연합뉴스)

국힘이 4.15 총선에서 참패한 것은 명분없고 정당성없는 강성 투쟁에서 비롯됐다는 문제의식이 많다. 그래서 주 원내대표는 원내 전략을 짤 때 강성 투쟁론을 최후의 수단으로 보고 경계하고 있다.

주 원내대표는 일요일(4일) 오전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추석 다음날(2일) 긴급 화상 의원총회에서 주로 논의됐던 것이 추석 민심과 거기서 많이 요청받았던 전투력 문제였다”며 “(추미애 법무부장관 아들 논란 등에 대해 비판적인 민심의 목소리는) 도대체 이렇게 잘못했는데 야당은 뭐 하고 있느냐는 이런 질책이 많아서 긴급 화상 의총에서 더 치열하게 싸우고 전투력을 올리는 방법을 장시간 논의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것이 이전처럼 삭발, 단식, 농성, 장외투쟁은 아니다. 팩트에 기해서 철저히 진실을 제때 국민들에게 밝히고 제대로 대안을 제시하는 것이 전투력을 높이는 것이라고 대부분의 의원들이 공감대를 형성했다”며 “국감부터 더 신발끈을 조여매고 자세를 가다듬어서 철저히 조사하고 국민들에게 알리는 방법으로 전투력을 높이겠다”고 공언했다.

사실 숫자 싸움에서 절대적으로 열세다. 국힘은 103석이고 민주당은 175석을 보유하고 있다. 기타 정당들 및 무소속으로 봐도 국민의당 3석을 제외하고는 국힘보다는 민주당 편을 들 가능성이 높다. 

주 원내대표는 “(민주당이) 175석이나 가지고 있으니까 야당이 국회에서 아무리 떠들어도 우리가 허락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을 아니까 이렇게 무도하게 할 수 있는 것 같다”며 “(궁극적으로) 국민의 힘만이 이것을 저지할 수 있다. 국민들께서 여론조사나 의사표시 할 수 있는 기회에 이것은 아니라고 확실하게 표시해줘야 고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선거 때는 또 다른 고민과 선택을 하더라도 이 국면이 잘못된 것이고 문재이 정권이 잘못한다면 단호하게 NO라고 해주길 부탁한다”고 당부했다. 

관련해서 주 원내대표는 추 장관 아들 논란에 대해 특별검사를 요구할 것이라며 “아마 민주당은 끝까지 막으려고 할 것이다. 드루킹 특검도 똑같지 않았는가. 결국은 특검을 관철할 일은 국민들의 분노 국민의 힘 밖에 없다고 생각한다”고 역설했다. 

(사진=연합뉴스)
주 원내대표와 배현진 원내대변인의 모습. (사진=연합뉴스)

그밖에 여권 공략 포인트들이 많다.

주 원내대표는 “문재인 정부의 실정은 일일이 꼽기도 숨찰 정도로 많다”면서 “부동산 정책 실패와 경제 실패, 탈원전과 태양광 비리, 추미애 장관 아들 사건 수사 관련, 울산시장 선거 공작, 김정은 앞에만 가면 입도 뻥긋 못 하는 대북관계, 문재인 포퓰리즘에 더해진 코로나 포퓰리즘으로 거의 바닥난 나라 곳간 문제 등 모든 난맥상들을 적나라하게 파헤쳐서 국민들에게 보고하는 그런 국감을 하겠다”고 포부를 드러냈다. 

팩트와 대안을 가지고 “말”로 승부를 보겠다고 했지만 대여 공세의 측면에서 강한 스탠스는 여전하다. 다만 주 원내대표는 현실주의자다. 지난 6월말 원구성협상이 파행으로 끝났고 국힘은 18개 상임위원장 전체를 민주당에 내줬지만 그것은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의 의사였지 주 원내대표의 그림은 아니었다. 법사위(법제사법위원회)를 넘겨주더라도 11대 7 배분안을 받자는 게 주 원내대표의 생각이었다.

그런 맥락에서 주 원내대표는 대여 공세의 고삐를 쥐더라도 항상 김태년 민주당 원내대표와의 원만한 원내 협상을 염두에 둬야 한다. 이날 주 원내대표는 18시 반부터 21시까지 청계산(서울 서초구와 경기도 과천시 경계에 위치)에서 민주당 원내대표단과 만찬 회동을 했다. 장어, 염소, 홍어 등 보양식을 먹었다고 한다. 양당 원내대표단은 얼마전 9월22일에도 4차 추경(추가경정예산)에 대한 합의를 이끌어내고 저녁 식사를 함께 한 적이 있었는데 국감을 앞두고 다시 한 번 협치를 모색하는 의미가 있다.

양당 원내대변인은 문자 공지를 통해 “지난달 4차 추경과 민생 법안을 원만하게 합의 처리해 서로 감사 인사를 나누고 추석 연휴를 마무리하기 위해 마련한 자리다. 이번 정기 국회에서는 여야가 코로나 극복과 민생 문제 해결에 최선을 다하기로 의견을 나눴다”며 피상적으로 설명했다. 

민감한 현안들에 대해서는 대화를 나누지 않았다고 말을 아끼는 눈치지만 아마 대북 규탄 결의안, 추 장관 아들 문제 특검 등에 대한 언급이 있었을 것으로 점쳐진다. 

(사진=연합뉴스)
주 원내대표는 기자간담회에서 다양한 이야기들을 풀어냈다. (사진=연합뉴스)

양당은 추석 직전 대북 규탄 결의안의 문구와 긴급 현안 질의 개최 여부 등을 놓고 협상을 했지만 결렬됐다.

주 원내대표는 기자간담회에서 “(민주당에) 대북 규탄 결의안을 국감 전에 통과시키자고 요구할 것이고 민주당의 태도를 들어보도록 하겠다”며 “(국방부의 미흡한 대응 등 여권에 불리한 것들이 이미 드러나서) 긴급 현안 질의가 열리면 불편하기 때문에 수용하지 않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7.62mm 발언은 북한군의 과잉 대응을 부각하는 것이기 때문에 청문회 개최나 규탄 결의안의 강경 문구 삽입 등 대여 압박 카드로 사용될 수 있다.

주 원내대표는 “우리 군 특수 정보에 따르면 북한 상부에서 762(M60 기관총/기관단총/구경 권총)로 하라고 지시가 있었다고 한다. 7.62mm로 사살하라는 지시가 분명히 있었다고 한다”며 “사건 진실 규명을 위해서 청문회 등 모든 가능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처음 내놓은 이런 주장에 대해 주 원내대표는 “762에 관해 오늘 (대외적으로) 언급이 처음이다. 내가 처음 이야기한 것은 아니다. 전문가나 관계되는 분들로부터 762로 사살하라는 말만 들었고 이것이 SI(Special Intelligence)에 근거한 것인지 아닌지도 나는 정보를 갖고 있지 않다”면서도 “저희들은 SI에 접근할만한 통로가 없다. 저희 조사단이 접근하려고 했지만 접근이 안 됐다. 정보를 생산하고 보관하는 국방부와 국정원 쪽에서 나온 것이라고 볼 수 있다”고 주장했다. 

(사진=연합뉴스)
원내대표실에 들어오는 주 원내대표의 모습. (사진=연합뉴스)

이밖에도 주 원내대표는 △10.3 개천절 집회에 대한 정부의 차벽 설치 비판 △김 위원장과 이낙연 민주당 대표가 개천절 행사에서 짧게 만나 나눈 대화에 관하여 △당 중앙청년위원회 인물 소개 문구 논란 △나훈아 콘서트 메시지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와 김 위원장의 ‘밀당’ 등에 대해 자기 견해를 피력했다. 

먼저 주 원내대표는 “(추석 연휴 기간에) 전국의 유원지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모였는가”라며 유독 광화문 광장만 차벽으로 막은 행정안전부와 경찰청의 조치에 대해 “경찰 방역이자 정치 방역이라는 것을 증명해준다”고 꼬집었다.

마무리 발언을 통해서도 “문 대통령은 인권 변호사 출신이다. 국민의 인권과 자유를 무척이나 강조해오셨다. 어제의 재인산성에 참담함을 느꼈다. 코로나 방역을 위해 재인산성을 쌓아야 하는 것인가?”라며 “수많은 곳에 더 수많은 사람들이 모였다. 무엇이 두려워서 정권 비판하는 국민의 목소리를 이렇게 틀어 막아야 하는 것인가. 대통령께서 반대하는 국민들이 있다면 광화문에 나와서 토론을 하겠다고 했다. 국민들의 불만이 무엇인지 제발 광화문에 나와서 들어주길 바라고 고쳐주길 바란다”고 요구했다. 

이와 관련 집회시위의 권리에 대해 연구해온 양홍석 변호사(법무법인 이공)는 4일 오전 페이스북에서 “차벽은 위헌(2011년 헌법재판소). 딱 10년 지났을 뿐인데. 차벽 위헌 결정의 핵심은 수단의 적정성이다. 이렇게 안 해도 막을 수 있다. 무좀 걸렸다고 발목 잘라버리면 안 된다는 것”이라며 “코로나19에 대한 공포는 현실적일 수 있으나 이 정도로 위헌적인 조치를 대놓고 하는데 아무런 저항할 수단이 없으니. 그냥 입 다물고 정부가 하라는 대로 해야 겠다. 애초에 정부를 믿었으면 4.19도, 민주화운동도, 5.18도, 광우병 촛불도, 박근혜 탄핵도 없었을텐데. 한 줌도 안 되는 극우들의 준동에 너무 어렵게 얻은 것들을 희생하는 것을 보면 역시 대한민국 정부답다”고 비판했다.

(사진=연합뉴스)
소규모의 기자들과 진행된 기자간담회. (사진=연합뉴스)

김 위원장과 이 대표가 개천절 행사에서 만나 대화를 나누는 장면이 언론 카메라에 포착돼 보도가 많이 됐다. 이 대표는 페이스북을 통해 공정경제 3법과 공수처(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출범 등에 대해 의미있는 대화를 나눴다고 주장했지만 김 위원장은 시답지 않은 일상적 대화였다고 부인했다.

주 원내대표도 “(기자간담회 전에 김 위원장에게) 전화를 드렸는데 의미있는 이야기를 나눈 게 없다고 그렇게 말씀을 들었다”고 전했다. 

사실 이 대표가 하지도 않은 대화를 했다고 우길 스타일이 아니다. 그런 주제로 짧게 대화를 나눴을 가능성이 높다. 무엇보다 공정경제 3법이나 공수처 출범 문제는 국힘 입장에서 매우 예민한 사안이라 내부 컨센서스가 이뤄질 때까지 양당의 의견 합일이 잘 되고 있다는 시그널을 주고 싶지 않았던 것으로 해석된다.

청년위 문제는 지난 9월29일 페이스북 페이지에 올라온 청년위 주요 인물들에 대한 소개 문구가 상식 이하라서 논란이 됐다. “하나님의 통치가 임하는 나라”, “인생최대업적 육군땅개알보병 포상 휴가 14개”, “2년 전부터 곧 경제대공황이 올거라고 믿고 곱버스타다가 한강 갈 뻔함” 등이라는 표현이 사용됐다. 정교분리 원칙을 무시하고, 육군을 비하하고, 국가 경제가 망하는 것에 주식 투자를 했다는 식의 내용이 크게 지탄을 받았다.

이에 주 원내대표는 “젊은이는 열두번 된다는 이야기가 있다. 실수는 젊은이의 특권이다. 실수가 없다면 발전도 없다. 그것을 훈련된 정치인의 시각으로 볼 것은 아니지 않느냐”며 “이런 이야기까지 드릴 수 있는지 모르겠지만 육군땅개알보병? 남들이 그렇게 이야기하면 비하가 될 수 있지만 거기를 거친 사람이 내가 고생했다고 자기들 스스로 이야기하는 것 이것까지도 비하라고 보면 우리가 무슨 말을 하겠느냐”라고 대신 해명했다.

이어 “본인들도 많이 배웠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국민 전체의 생각과 맞추어 가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구나. 크게 배운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그렇게 너그럽게 봐줬으면 좋겠다”고 주문했다. 

(사진=연합뉴스)
주 원내대표는 기자간담회를 마치고 기자들과 점심 오찬을 가졌다. (사진=연합뉴스)

2020년에는 과거와 달리 종합편성채널과 유튜브 등 수많은 볼거리들이 즐비해서 시청률이 높게 나올 수가 없다. 그런데 KBS에서 방송된 가수 나훈아씨의 콘서트는 닐슨코리아 집계 최고 시청률 29%가 나왔다. 올레TV에서는 순간 시청률 70%를 기록했다. 아무리 다시보기 서비스가 안 된다고 하더라도 엄청난 수치다. 특히 나씨가 콘서트 도중에 한 소신 발언을 놓고 국힘 쪽에서는 문재인 정부에 대한 비판으로 해석하는 분위기다.

“우리는 많이 힘듭니다. 우리는 많이 지쳐 있습니다. 옛날 역사책을 보든 제가 살아오는 동안에 왕이나 대통령이 국민 때문에 목숨을 걸었다는 사람은 한 사람도 본 적이 없습니다. 이 나라를 누가 지켰냐 하면 바로 여러분들이 이 나라를 지켰습니다. 여러분 생각해보십시오. 유관순 누나, 진주의 논개, 윤봉길 의사, 안중근 열사 이런 분들 모두가 다 보통 우리 국민이었습니다. IMF 때도 세계가 깜짝 놀라지 않았습니까. 집에 있는 금붙이 다 꺼내 팔고 나라를 위해서. 국민이 힘이 있으면 위정자들이 생길 수가 없습니다.”

주 원내대표는 “(두 번의 방영) 모두 다 봤다. 나훈아 선생의 이야기가 어떤 뜻으로 나왔는지 직접 안 들어보고 추측하는 것은 정확하지 않을 수 있다고 보지만 크게는 힘든 우리 국민들을 응원한 것이다. 언중유골이라고 말씀 중에 현실에 대한 비판도 없지 않다고 그렇게 보고 있다”고 코멘트했다

주 원내대표는 장제원 의원과 함께 지속적으로 안 대표에게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중도 확장성 차원이다. 하지만 김 위원장은 연일 공정경제 3법에 대한 찬반 등을 고리로 안 대표와 각을 세우고 있다. 주 원내대표는 총선 직후 원내사령탑으로 당선되고 당대표 권한대행 자격으로 김 위원장을 모셔왔기 때문에 그동안 김 위원장과 삐걱대는 모양새를 연출하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기자들과 점심 오찬을 하러 간 자리에서 주 원내대표는 “밀고 당기기의 측면이 크다고 본다”며 “(내년) 선거를 앞두고 국민의당 쪽에서 당대 당 통합을 주장하며 지분 요청하려는 것을 사전에 끊으려는 것”이라고 풀이했다.

이어 “김 위원장의 말은 안 대표가 (서울시장 후보가 되는 것이) 절대 안 된다는 것이 아니라 후보를 할 것이라면 당에 들어와 경선을 치르라는 의미”라며 “안 대표 쪽에서는 야권 단일화를 원하겠지만 김 위원장이 그렇게 만들어주지 않을 것이다. 안 대표가 꼭 서울시장 후보가 돼야 한다고 말하는 것이 아니다. 대선을 생각한다면 조금이라도 당에 일찍 들어오는 게 좋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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