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 나무와 사람』펴낸 류미월 시인

사진 / 류미월 시인
사진 / 류미월 시인

 

대리기사 K씨

류미월

 

밤낮이 뒤바뀐 날 우화를 꿈꾸는가?

발품 파는 겹 벌이 빚 풍선 줄지 않고

취객을 볼모 잡은 듯

총알같이 달린 하루

 

밤새워 톱질하고 어둠 한 쪽 잘라내도

반지하 단칸방에 똬리 트는 시린 허기

도심의 엉킨 실핏줄

울혈처럼 맺혀 있다

 

구겨진 살림살이 언제쯤 펴질 건가

목울대를 간질이는 맴맴맴! 호출음들

터진 등, 껍질을 깨고

제 몸 풀어 날개 펼까?

 

- 류미월 시집『 나무와 사람』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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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가위 명절도 조용히 지난 듯한데 한숨소리는 고조되어가고 올 가을엔 풍작이라도 들기를 바랐지만 긴 장마 등 재난에 탄식이 풍년이다. 어이없게도 바이러스의 난에 인류가 비틀거리고 있는 현실이다. 요즘 대리기사 K씨 같은, 아니 대리기사 자리마저도 얻지 못하고 주저앉은 이웃들이 증가추세임을 부정할 수 없다. 바로 옆집에 살아도 위로의 말조차 조심스럽고 쉽게 나눌 수 없는 현실이 안타깝다. 백신이라는 동아줄이 내려오길 하루하루 눈 빠지게 기다리고 있지만 그것은 일정 기간을 인내하며 기다려야 할 숙제 같은 것, 버티고 비티고 살아내야 한다. 극빈자들, 서민들의 희생이 더 크다. 단지 그나마 다행인 것은 마음의 백신, 혹은 치료제라고 할 수 있는 인정과 배려, 양보와 위로의 손길들이 있음이 아닐까? 대리기사 K씨에게도, 우리 모두에게도, 한숨이 멈추고 오그라든 어깨들이 펴질 그날이 속히 도래하기를 간절히 소망하는 시인의 마음을 읽는다. 깊은 공감의 박수를 보낸다. 버티고 또 버티고 인내하며 그날을 향해 나아가자. 반드시 오고야 말 코로나19 종식의 그날까지! [최한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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