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찾아가는 지지동반자’ 경찰수사 동행 전과정 밀착지원
아동‧청소년 온라인그루밍 범죄양상 확대

검거사례 대화 예시 (사진=서울시)
검거사례 대화 예시 (사진=서울시)

[중앙뉴스=신현지 기자] 청소년을 상대로 한 디지털 성범죄가 기승을 부리고 있는 가운데 최근 서울시가 경찰과 함께 성범죄 가해자 3명을 검거했다. 서울시는 아동‧청소년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를 지원하기 위해 운영 중인 ‘찾아가는 지지동반자’가 경찰과 협조해 가해자 3명을 검거했다고 7일 밝혔다.

실제로 피해자 이모양(11살)은 게임을 하는 도중 어느 날 게임에서 누군가 말을 걸어왔다. “야, 너 게임 되게 잘한다”, “엄마 잔소리 듣기 싫겠다”, “학원 숙제 하기 싫지?” 라며 이야기를 나눌 사람이 없는 이모양에게 정서적인 지지로 접근해 개인정보를 물었다.

이후 이모양을 카카오톡 채팅방으로 초대해 매일 집에서 인강만 듣던 이모양에게 친밀감을 보이다 접근 3개월 후 이모양에게 '얼굴 사진을 찍어서 보여달라', '치마 입은 사진을 보내달라', '다리를 벌린 사진' 등 성착쥐 영상을 요구하다 이모양의 보호자 신고로 경찰에 검거됐다. 서울시와 경찰의 수사를 통해 검거된 이 가해 남자는 10대 중학생으로 밝혀졌다.

배우’가 되는 게 꿈이었던 강모양(19살)은자신의 꿈인 ‘배우’ 가 되고 싶다는 글과 사진을 SNS에 남겼다가 가해자를 만났다. 가해자는 사진이 마음에 드니 영화에 출연시켜주겠다며 지속적인 연락을 해왔고 구체적인 계약서와 명함 및 회사소개 등 강모양에게 신뢰를 얻은 후 노출이 심한 프로필 사진을 받아냈다.

서울시 찾아가는 지지동반자 - 디지털 성범죄 유형별 피해지원 (자료=서울시)
서울시 찾아가는 지지동반자 - 디지털 성범죄 유형별 피해지원 (자료=서울시)

그 이후 사진을 유포하겠다고 협박한 뒤 강씨를 만나 성폭행했고, 모텔에서 몰래 찍은 영상을 유포하겠다며 돈을 요구하다 서울시가 운영하는 ‘지지동반자’의 도움을 청한 강모양의 신고로 경찰에 검거됐다. 붙잡힌 가해자는 20대 해외 유학생이었으며, 그에게 당한 피해자는 20명이 더 있었다.

이처럼 서울시의 ‘찾아가는 지지동반자’  도움의 손길을 요청한 피해자들은 모두 10대 아동‧청소년들이었다. 가해자들은 10대~20대 초반의 남학생들로 코로나19로 등교를 못하고 하루 종일 집에 있는 아동, 청소년들을 유인했다.

모두 게임, 채팅앱,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 온라인 공간이 가진 익명성을 이용해 접근해 정서적 지지를 해주며 사진이나 영상물을 착취하는 방식으로 범죄를 벌였다. 배우가 꿈인 강모양(19세)에겐 ‘영화에 출연시켜주겠다’고 제안, 이후엔 사진을 유포한다며 협박, 성폭행을 하고 돈까지 요구하기도 했다.

또한 부모의 맞벌이로 혼자 게임하는 시간이 많았던 이모양(11세)에겐 ‘엄마 잔소리 듣기 싫겠다’고 위로하며 접근, 초등학생 박모양(13세)에겐 ‘야한놀이를 하자’며 접근해 노출 사진이나 영상물을 요구했다.

서울시는 n번방 사건이 아르바이트 등으로 유인해 사례금을 주며 성 착취물을 요구하는 방식이었다면, 코로나19 이후엔 온라인 접속 시간이 많은 아동, 청소년에게 정서적 지지를 해주고 사진과 영상물을 착취하는 ‘온라인 그루밍’ 방식으로 범죄양상이 확대됐다고 분석했다.

서울시는 ‘찾아가는 지지동반자’를 통해 디지털 성범죄 피해접수 이후 채증, 고소장 작성, 경찰서 진술지원 및 범률‧소송지원 등 전 과정을 밀착 지원하며 가해자 검거를 이끌어냈다. 또, 심리치료 등 사후관리까지 지원하고 있다.

이번에 검거된 3건은 ①게임‧채팅앱을 통해 접근 → 정서적 지지를 해주며 성착취 영상을 받아낸 경우 ②야한놀이, 노예미션 같은 ‘재미있는 놀이’를 하자고 접근 → 성착취 영상물을 요구하는 경우 ③연예인이 꿈인 청소년에게 꿈을 이뤄주겠다며 접근→사진, 영상물 등을 요구하는 경우였다.

서울시는 이번 사건의 가해자가 모두 10~20대인 점에서 알 수 있듯이 아동‧청소년 대상 디지털 성범죄는 피해자뿐 아니라 가해자 연령도 매우 낮아지고 있는 점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위의 사례처럼 서울시 ‘찾아가는 지지동반자’가 지원한 상담실적을 살펴보면 갈수록 아동,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디지털 성범죄 피해 지원이 더욱 증가하고 있다. 피해 지원 초기 아동, 청소년 피해자는 총 10명으로 전체 피해자의 13.5%를 차지했으나(’19.10월~3월 중순), 3월 중순 이후(’20.3월 중순~8월)에는 총 21명(24.1%)으로 2배 이상 증가했다. 

이에 따른 아동,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디지털 성범죄 피해지원은 총 74건에서 309건으로 4배 이상 증가했다. 특이할만한 점은, 13세 미만의 아동 피해자는 n번방 사건 이전에는 없었으나, n번방 사건 이후 온라인 그루밍, 불법촬영 등 피해 지원건수가 104건(중복)으로 증가했다.

n번방 사건으로 디지털 성범죄 문제가 보도되며, 디지털 성범죄 피해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확대되어 피해 지원을 요청하는 건수도 증가한 것으로 서울시는 분석했다.

한편, 서울시는 제2의 n번방 사건 예방‧대응을 위해 올해 3월 「아동, 청소년 특화 디지털 성폭력 통합지원정책」을 전국 최초로 발표하고, ‘찾아가는 지지동반자’를 비롯해 예방부터 피해자 지원까지 전방위 지원에 나서고 있다. 디지털 성범죄 피해를 입은 아동‧청소년이나 상담이 필요한 학부모, 교사 등은 ‘찾아가는 지지동반자’(전화 02-2275-2201)에 문의하면 된다.

송다영 서울시 여성가족정책실장은 “텔레그램 n번방 사건 이후에도 디지털 성범죄는 계속 증가하고 있는 현실” 이라며, “코로나19로 인해 학교에 가지 못하고 집에 있는 아동,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악질적인 범죄가 증가하는 만큼, 서울시는 모든 권한을 활용해 예방에서부터 피해자를 위한 '아동청소년 전담 지지동반자'나 법률 지원서비스 등의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전방위 지원을 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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