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패만 하던 
가뿐히 당대표 당선
고민하는 김종철
노심과 다른 새로운 리더십 보여야
사회운동 정당
과감한 정책이 제일 중요
여러 현안들에 대한 입장
당 조직 내부 문제
선거 전략

[중앙뉴스=박효영 기자] 김종철 전 선임대변인이 9일 18시 정의당 6기 신임 당대표로 선출됐다. 당초 1차 투표에서 4분의 1씩 고루고루 표심이 나뉘었고 떨어진 3·4등 후보(박창진과 김종민)가 각각 지지 선언을 한 상황에서 막상막하일 것으로 예상됐다. 그러나 두 후보간의 표차는 상당했다. 

투표율은 51.12%(2만6578명 중 1만3588명)였다. 김종철 대표는 55.57%(7389표)를 얻었고 배진교 후보는 44.43%(5908표)를 획득했다. 1차 투표 때도 배 후보가 당내 최대 정파인 인천연합의 지지세에 힘입어 대세일 것이라는 분위기가 있었는데 김 대표가 1등을 했고 결선 투표에서도 11%를 앞서서 가뿐히 당권을 거머쥔 것이다.  

김종철 신임 정의당 대표의 모습. (사진=연합뉴스)

이로써 정의당 6기 지도부는 △김 대표 △강은미 원내대표 △다른 정당의 최고위원에 해당하는 부대표 5인(김윤기/김응호/배복주/박인숙/송치용) △강민진 청년 정의당 창당준비위원장 등 토탈 8명으로 구성됐다. 당 상무위원회가 열리면 이들이 참석하는 것이다.

김 대표는 사전에 배포한 당선 소감을 통해 “정의당은 진보정당이다. 진보정당은 지금까지 사회를 바꿔내는데 큰 역할을 했다. 부유세, 무상의료, 무상교육으로 출발한 진보정당의 정책은 이제 정의당의 청년기초자산제,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전국민 고용 및 소득보험제도, 보편적 차별금지법으로 이어지고 있다”며 “이러한 정책들은 불평등과 불공정, 차별과 배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수많은 국민들의 삶을 점점 개선해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정의당은 여기에서 머물지 않고 기본자산제, 소득세 인상을 통한 강력한 재분배, 지방행정구역 개편과 과감한 농촌투자를 통한 국토균형발전 등 국민들의 삶을 근본적으로 바꾸는 새로운 의제들을 발굴하고 관철시켜낼 것”이라고 공언했다.

돌이켜보면 데스노트도 그렇고 정의당이 그나마 언론의 주목을 받을 때는 항상 거대 양당의 정치적 평론자로 기능할 때였다. 

김 대표는 “지금까지 정의당은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이라는 거대 양당이 만들어놓은 의제에 대해 평가하는 정당처럼 인식됐다. 이제 그런 시대는 지나갈 것”이라며 “이제 거대 양당이 정의당이 내놓는 의제에 대해 자신의 입장을 내놓아야 하는 그런 시대가 올 것이다. 내가 그것을 꼭 해낼 것이다. 양당은 긴장하기 바란다”고 밝혔다. 

사실 한국 정치는 보수 양당이 75년간 해먹었다. 진보의 무덤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정의당을 비롯 진보정당은 기초단체장을 제외하고는 단 한번도 행정가를 배출해본 적이 없다. 집권해보지 못 했다. 교섭단체도 2018년 민주평화당과 힘을 합쳐 겨우 해봤다.

그래서 김 대표는 “우리가 부러워하는 세계 모든 복지국가들의 가장 큰 공통점은 진보정당이 집권했거나 최소한 제1야당이라는 것”이라며 “결국 우리 정의당이 집권에 다가간다는 것은 복지국가가 그만큼 빨리 우리 곁으로 온다는 것이다. (당원들께서) 우리 당의 성장이 국민 행복의 지름길이라는 믿음과 자부심을 가져주시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이어 “돈이 아니라 사람이 중심인 사회, 폐지를 줍지 않으면 살아갈 수 없는 노인이 사라지는 사회, 실질적 성평등이 구현되고, 청년의 자립이 보장되는 사회, 태어나는 모든 아이들이 부모의 경제력에 상관없이 인간으로서 존엄하게 살 수 있는 사회를 위해 나아가겠다”고 역설했다. 

(사진=연합뉴스)
낙선한 배진교 후보와 포옹하고 있는 김 대표. (사진=연합뉴스)

사실 김 대표는 관운이 정말 없는 편이다. 당내 선거를 빼고 공직 선거는 7전 7패다. 

이번에 당원들의 선택을 받았지만 직전 4.15 총선에서 비례대표로 방향을 틀었음에도 당원들의 지지를 못 받아서 16번에 배정됐다. 득표 자체가 저조했다기 보다는 청년·여성·장애인 등 소수자를 배려하는 경선 제도를 뛰어넘어 압도적으로 표를 받지 못 했다. 그때 배 후보는 4번을 받아 국회에 입성했다.

김 대표의 선거 이력을 보면 △2002년 지방선거 서울 용산구청장 후보(민주노동당) △2006년 지방선거 서울시장 후보(민주노동당) △2008년 총선 서울 동작을(진보신당) △2012년 총선 서울 동작을(진보신당) △2014년 재보궐선거 서울 동작을(노동당) △2016년 총선 서울 동작을(노동당) △2020년 총선 비례대표(정의당) 등이다. 전부 낙선했다. 

정환봉·황금비 한겨레 기자는 지난 5월11일 출고된 기사를 통해 민주당에서 승승장구하는 박용진 의원과 김 대표의 정치 여정을 비교했다. 둘 다 민노당에서 정치를 시작했다.

정 기자는 “김종철의 정치인생은 쓰라림의 연속이었다”며 “이런 김종철의 개인사는 한국 진보정당의 역사와 현주소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당 안팎에서 김종철의 자질을 의심하는 이는 없다. 일찌감치 기성 정당에 입당해 국회의원이 된 앞세대 운동권과 그가 달랐던 점은 주류가 되려는 욕망이 부족했던 것 뿐이라고 말하는 이도 있다”고 묘사했다.

이어 “(김 대표가) 진보정당 안에서도 선배 세대와 외부 영입그룹에 밀려 주목받는 당직과 공직은 경험하지 못 했다”며 “정의당의 한 관계자는 제도 정치에 진보정당의 공간이 좁다 보니 오랜 기간 당에서 헌신한 김종철·강상구 같은 40대 후반 세대들이 계속해서 희생만 강요받는 상황이라고 안타까워했다”고 전했다. 

1999년 건설국민승리21 권영길 대표의 비서로 진보정치에 입문한지 21년이 됐지만 반년 전 김 대표는 16번이라는 초라한 순번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그는 페이스북을 통해 담담하게 결과를 받아들인다고 밝혔고 자기 자신의 부족함을 탓했다.

정 기자는 “양당제라는 정치 현실과 진보정당의 부침이 만든 운명이 야속할 법도 하지만 김종철은 후회하지 않는다. 세상을 살만하게 바꾸는 것은 능력 있는 개인들의 선의가 아니라 정당이란 결사체에 모인 약자와 소수자의 조직된 힘과 의지라고 여전히 그는 믿는다”고 밝혔다.

(사진=연합뉴스)
꽃다발을 들고 손을 맞잡은 두 사람. (사진=연합뉴스)

김 대표는 다양한 분야에 걸쳐 학문적 사색을 하면서 고단한 시기를 버텨냈다. 책을 많이 읽고 페이스북에 서평을 올렸다. 김 대표는 스스로 “고민하는 사람”이라고 칭했다. 다른 정당들보다 더 나은 정책 대안을 제시하고 그것이 더 합리적이라고 어필하기 위해 끝없이 고민을 거듭했다는 것이다.

정의당은 노심(故 노회찬과 심상정) 정당이라 불린다. 김 대표는 노회찬 의원의 마지막 비서실장이었다. 

김 대표는 “내가 생각하는 심상정, 노회찬 두 분의 걸출한 장점은 심상정 대표는 과단성이 있다는 것이고 노회찬 대표는 정말 대중적이다. 늘 국민들이 어떻게 생각하는지 고민하시고 그런 분이어서 그래서 국민들과 호흡할 수 있는 그런 정치인이었는데”라며 “그런 부분은 받아들이되 우리는 새로운 진보 정치인이다. 더 과감해야 하고 새로운 영역을 개척해야 하기 때문에 겸허하게 (노심과) 비교되는 것을 수용해야겠지만 그렇게 두렵지 않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앞으로 김 대표는 정의당을 어떻게 이끌어나갈까. 그는 아직 1970년생 51세로 원내 정당 당대표급 정치인으로는 젊은 편이다. 선거 기간 동안 1차례 정견 발표와 5차례 토론회(정의당TV/SBS/MBN/한겨레TV/MBC 100분 토론)를 통해 드러낸 그의 철학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김 대표가 앞세운 구호는 ‘사회운동 대중 정당’ 건설이다. 민주당(174석)과 국힘(103석)이 277석(300석 중 92.3%)을 차지하고 있는 상황에서 정의당은 딱 6석 밖에 없다. 그래서 김 대표는 기존에도 그래왔지만 앞으로는 여러 진보정당 및 시민사회와의 협력 수준을 대폭 높여야 한다고 주창했다. 

김 대표는 “사회운동과 연대하면서 동시에 입법화를 시도한다. 이것이 사회운동 정당이다. 그것의 반대되는 개념은 원내 활동만 하는 원내 정당이다. 원내 중심으로 모든 것을 하는 정당은 지금 현재 우리 상황에서 맞지 않는다”며 “180석에 가까운 거대 여당이 있고 우리는 6석 밖에 안 되는데 우리가 국민들에게 무엇인가 만들고 싶고 좀 더 나아가는 사회를 만들어드리고 싶은데 그 힘이라고 하는 것은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이든, 중소상공인 조직이든, 빈민단체든, 여성단체든 이런 곳들과 연대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국회에서는 민주당이 (사회 개혁을) 과감하게 하지 못 한다. 이걸 우리가 사회적으로 조직하고 의미를 만들어서 같이 국회를 압박하는 것이 어떻겠느냐”며 “이런 것의 선두에 우리당의 지도부와 의원단이 서야지만 실질적인 변화가 가능하다고 본다. 사회운동과 적극적으로 연대하면서 원내 활동을 잘 하는 것이 사회운동 정당”이라고 규정했다. 

(사진=연합뉴스)
정견 발표 당시 김 대표의 모습. (캡처사진=정의당TV)

사실 배 후보도 반론을 폈는데 현재도 정의당은 수많은 시민사회와의 연대를 진행하고 있고 진행한 바 있다. 

이를테면 △2018년 중순부터 2019년 연말까지 선거제도 개혁을 위해 원내외 7당(바른미래당·민주평화당·정의당·민중당·노동당·녹색당·미래당)과 정치개혁공동행동이 힘을 합쳤고 △21대 국회에서도 여성단체들과 비동의 강간죄 도입에 앞장서고 있고 △차별금지법제정연대 및 국가인권위원회와 차별금지법 관철에 힘을 쓰고 있고 △노동계 및 진보정당들(진보당·노동당·사회변혁노동자당)과 전태일 3법 및 전국민 고용보험 제도화에 나서고 있고 △녹색당·미래당과는 별도로 정당 연대체를 만들었고 첫 의제로 한국환경회의와 함께 탈탄소사회 그린뉴딜 포럼을 구성했다. 

이정미(4기)·심상정(5기) 체제에서 이런 수준으로 시민사회와의 연대를 보여줬는데 김 대표가 이를 넘어서는 사회운동 정당 모델을 표방했으니 연대 수위를 얼마나 더 끌어올릴 수 있을지 주목된다. 

김 대표는 “나한테 필요한 게 있으면 국회로 들어와라. 이런 것이 원내에 매몰되는 정당이다. 그게 아니라 국회의원과 당 지도부가 밖으로 나가야 한다”며 “(전국민 고용소득 보험을 추진한다고 했을 때) 기존 정규직 노동자들 외에 비정규직, 알바, 대리운전, 라이더, 중소상공인, 자영업자 등이 다 포함돼야 한다. 이걸 만들어내기 위해서는 (중략) 전체적으로 노동자들이 함께 집회도 하고 국회 청원도 들어가고 이 힘으로 뭔가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것이 사회운동 대중 정당”이라고 풀어냈다. 

다음은 정책인데 김 대표는 사회운동 정당 모델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정책적 차별화가 무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일단 김 대표는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당내 기반없이 국민적 지지를 얻어내어 대권 주자 반열에 오를 수 있었던 루트를 환기하며 결국 차별화된 정책적 대안이 그 비결이라고 주장했다. 그래서 누구도 내놓지 않은 진보적 정책으로 승부를 보고 그게 국민들에게 설득력을 갖도록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 이 지사가 성남시장 시절부터 밀어왔던 기본소득 담론은 코로나 시국과 맞물려 긴급재난지원금으로 실현됐으며 국가적 정책 화두가 됐다. 보수정당 국힘마저 정강정책에 수록할 정도다. 탄탄한 정책 대안을 내놓고 사회운동과의 연계로 국민적 바람만 타게 되면 다른 정당들을 선도할 수 있다는 것이 김 대표의 구상이다. 김 대표는 “민주당이 정의당의 정책 2중대”가 되도록 만들어야 한다고 표현했다.
 
물론 김 대표는 “차별화를 위한 차별화”에는 반대한다고 말했다. 민주당이나 다른 정당들이 제시한 정책이 합리적이라면 그걸 찬성하는 입장을 낼 수도 있다. 

김 대표는 언론들이 추미애 법무부장관 아들 논란 때와 같은 쟁점 이슈에서만 정의당의 입장을 궁금해하는 일종의 사이클이 있었다면서 “거대 양당을 플레이어로 보고 정의당은 논평자이자 배심원”에 불과했다고 자평했다.

그래서 김 대표는 이런 한계를 넘어서기 위해서라도 과감한 정책 대안으로 정국을 선도해야 한다고 설파했다.

(캡처사진=정의당TV)
한겨레TV에서 진행된 4차 토론의 모습. (캡처사진=한겨레TV)

가장 눈에 띄는 대표 공약은 ①불평등에 맞서기 위해 소득세 최고세율 스웨덴처럼 50% 이상으로 상향 ②심화되는 자산불평등에 맞서기 위해 기본자산제도 실시(3000만원 가량의 금융자산과 공공주택 형태의 부동산자산 제공) 등 2가지다.
 
김 대표는 “이러한 과감한 제안을 해놓은 뒤에 국민들이 정의당의 대안을 놓고 갑론을박하게 해야 한다. 그 과정에서 정의당은 어느 순간 정치의 중심에 서게 될 것이다. 그 결과 다음 대선은 이재명과 정의당의 싸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공언했다. 

나아가 김 대표는 그동안 사회 개혁을 위해서는 중요하지만 정당들이 입도 뻥긋 못 한 “금기”가 있다면서 ③적자 규모가 눈덩이처럼 불어난 각종 연금 개혁 및 통폐합 ④지방 분권을 위해 행정구역 권역별 대도시권으로 재편+농촌은 국토수호대라는 공적 역할 부여 ⑤보편적 복지 서비스를 위한 공공부문 개혁 ⑥저소득층이 소액이라도 세금을 내는 보편 증세 ⑦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전제로 하는 의원내각제로의 개헌 등을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대표는 ⑦에 대해 “(2016년 10월부터 시작된 국정농단 때) 국회에서 탄핵됐다. 내각제 상태였다면 사실 바로 국회가 해산됐다. 그런데 (우리는) 국회에서 대통령 탄핵했고, 헌법재판소에서 몇 개월 묶여있고, 탄핵 결정된 다음에 또 대선을 한다. 11월~12월의 국민적 열기가 그 과정 5개월 동안 보통 선거와 똑같아졌다”며 “만약 의원내각제에서 박근혜 총리였다면 바로 국회 해산이고 한 달 후에 총선을 한다. 근데 연동형 비례대표제였다면 민주당이 60% 가져가고, 국민의힘 10%, 진보정당들 합쳐서 30%가 됐을 것이다. 그러면 이번에 재난지원금 확! 코로나에 자영업자들 충분히 지원! 이런 걸 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⑥에 대해서는 “아주 초고소득 증세만 가지고는 안 된다. 복지나 세금은 사회 연대적 성격이기 때문에 저소득층이라도 사회에 대한 책임으로서 어느정도 세금을 부담하면 그에 걸맞게 고소득층은 훨씬 더 많이 내는 그게 스웨덴 모델”이라며 “인구의 6%를 제외하고 모두 세금을 내고 6000만원까지는 소득의 30%를 세금으로 낸다. 9300만원까지는 52% 그 이상은 57%를 낸다. 그 정도의 강력한 금기를 깨는 정책이 없으면 스웨덴 같은 복지 국가는 못 만드는 것”이라고 정리했다. 

(캡처사진=정의당TV)
MBC 100분 토론을 통해 진행된 마지막 5차 토론의 모습. (캡처사진=MBC)

여러 현안들(기본소득/페미니즘/북한군의 공무원 피격 사건/방탄소년단 병역 특례)에 대한 김 대표의 생각도 궁금하다. 

먼저 김 대표는 기본소득에 대해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전국민에게 10만원만 지급해도 60조원이 들기 때문에 그 재원으로 전국민 고용소득 보험제나 여타 사회적 약자들에게 충분히 지원할 수 있는 다른 복지 정책들을 펼치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는 차원에서다. 더 좋은 미래(민주당 의견그룹), 내가 만드는 복지국가, 복지국가 소사이어티, 김윤영 사무국장(빈곤사회연대), 양재진 연세대 행정학과 교수 등이 주장하고 있는 전형적인 기본소득 반대론이다.  

류호정·장혜영 두 의원이 故 박원순 서울시장 조문 거부를 선언함으로써 정의당이 소위 친문재인계 그룹으로부터 “메갈당”으로 불리는 비아냥들이 더욱 많아졌다. 김 대표는 이런 문제에 대해 정의당이 여성주의만 신경쓰는 정당으로 비춰지는 이유가 타 정당들이 마땅히 해야 할 일을 안 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성평등 이슈 외에도 노동, 부동산, 기후위기 대응 등 수많은 것들에 목소리를 내고 있지만 유독 그렇게 이미지화되는 배경이 정의당이 타 정당들과는 다른 진보정당이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류 의원은 8월6일 방송된 CBS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당직자 한 분이 저희 당에 대해서 이런 글을 쓰신 걸 본 적이 있는데. 비동의 강간죄 때는 여성의당, 차별금지법 때는 성소수자당, 중대재해기업처벌법 때는 노동자당, 이번에 부동산 얘기할 때는 무주택자당. 그런 말씀들을 하시더라”며 “저희는 진보적 의제를 끌어안고 더 크게 연대할 수 있을 때 더 많이 주목받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발언했다. 

다만 김 대표는 숙명여대 성전환 트렌스젠더(Male to Female) 합격자에 대한 반대 의사를 표명하거나 성별이 남성이면 잘 죽었다는 식으로 조롱하는 “극단적 여성주의자”에 대해서는 반대 의사를 분명히 밝혔고 그런 여성주의는 정의당 내부에 없다고 말했다.

서해에서 북한군에 의해 총살된 우리 공무원 문제에 대해 김 대표는 월북 여부에 집착하면 안 된다는 전제 아래 살상 행위 자체에 대한 규탄과 남북 공동조사를 강조했다. 

김 대표는 “있어서는 안 될 일이 벌어진 것이고 김정은 위원장이 다행히 사과를 했기 때문에 그것 자체는 평가할만한 일이라고 생각하는데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민간인을 사살한 이 행위가 용인될 수 있으냐라는 부분에 대해 규탄할 수밖에 없다”며 “만약 북한 주민이 동해안으로 넘어오다가 남쪽 군인에 의해 사살됐다면 북한에서 어떻게 나오겠는가? 거꾸로 역지사지로 생각해보면 그게 월남이든 아니든 왜 비무장 상태의 주민을 사살했느냐? 시신을 소각했다 아니다? 부유물만 소각했다? 그런 입장들이 맞서고 있는데 북한도 똑같은 입장이라면 같이 공동 조사를 해서 해결하자고 했을 것”이라고 가정했다.

이어 “공동조사를 해서 국민적 의구심을 풀고 더 중요한 것은 이걸 통해 남북간의 확전으로 가져가고자 하는 사람들은 없을 것이다. 그건 막으면서 진상조사를 하는 게 맞다”고 덧붙였다. 

엄청난 성과를 낸 방탄소년단의 병역 특례 이야기는 여권에서 먼저 나왔다. 김 대표는 공개적으로 반대했는데 그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김 대표는 “일부러 논란을 만들기 위해 반대했다. 우리 청년들이 20개월에 가까운 시간을 군에서 보내는 것이 굉장히 낭비적인 요소가 있다”며 “우리가 군축을 제대로 하고 평화체제를 만들어야 하고. 특히 정의당이 주장하는 한국형 모병제를 통해 청년들은 대략 6~8개월 정도 의무 복무를 하고 직업 군인을 희망하는 청년들에게 돈을 제대로 주면서 전문 병사로 만들고 간부 중심으로 재편하면 군 손실도 크게 없으면서 청년들에게 굉장히 좋은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방탄소년단도 군대 기간을 6개월 정도로 줄여놓으면 빨리 군대에 가서 복귀할 수 있다. 모든 청년을 그렇게 만들자는 그 얘기를 하려고 일부러 반대했다”고 밝혔다. 

(캡처사진=정의당TV)
4차 토론 전에 포즈를 취하고 있는 두 사람. (캡처사진=정의당TV)

당 내부에 상존하는 여러 조직 차원의 문제들에 대한 그의 관점은 어떤 걸까. 우선 김 대표는 지역 조직을 강화하기 위해 중앙당 지도부, 활동가(지역위원장), 일반 당원이 공동체 정신을 갖도록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무엇보다 일반 당원들이 지역 활동에 참여해줄 것을 거듭해서 당부했다.

김 대표는 투표율이 좀 저조한 것에 대해 “51% 조금 넘었는데 당원들이 좀 지쳐있다는 게 확실히 느껴진다. 탈당도 많이 했고 노회찬 대표도 돌아가셨고 심상정 대표라는 걸출한 인물이 2선으로 후퇴하니까 아무래도 새롭게 당대표 후보로 출마하는 사람들에 대해 조금은 관심이 떨어지는 그런 게 있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정당 내부에는 필히 계파가 있다. 역사적으로도 인물을 중심으로 친노무현계, 친이명박계, 친박근혜계, 비박근혜계, 친문재인계, 비문재인계 등등 항상 있어왔다. 

김 대표는 “당대표는 당연히 한 계파나 정파에 소속되어 운영하면 안 된다. 다양한 리더들을 육성해서 그 리더들이 많아야 우리 정의당이 잘 되는 그런 정당을 만들어야 된다”면서 “당내 정파가 없을 수가 없다. 정파가 없는 건 마치 정당이 없는 국가와 비슷하다. 대신 그 정파들이 평소에 좀 투명하게 자기 입장 내고 당원들에게 평가를 받을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리더가 팀플레이를 할 때 가장 빠지면 안 되는 오류가 뭔가 봤더니. 본인이나 본인이 속한 조직만이 나머지 모두를 이기고 탑이어야 하고 나머지는 지리멸렬해야 하는 이러면 안 된다”며 “축구로 치면 내가 스타 플레이어지만 나한테 멋지게 공을 넘겨주는 미드필더나 윙이 굉장히 뛰어난 사람이어야 우리 팀이 승리할 수 있다. 그래서 모든 정파는 다른 정파들도 훌륭한 정파가 되기 위해 서로 경쟁하면서 해줘야 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당의 리더도 당연히 본인만이 아니라 다른 모든 사람들이 국민 앞에 내세워도 부끄럽지 않을 그렇게 키우는 데에 함께 해야 된다는 생각으로 당을 운열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사실 정의당은 총선 전에 비례대표 순번 결정 문제로 논란이 좀 있었다. 당에서 오래 활동한 역량있는 무명 정치인들과 외부에서 영입된 정치 신인들 간의 밸런스가 중요한데 그게 제대로 이뤄지지 못 했다.

김 대표는 “당에 오래 기여했던 분들이 좌절하는 경우가 많이 있다. 그게 외부에서 영입된 인사가 좀 더 많은 기회를 제공받은 그런 분들의 책임은 아니다. 그분들이야 당에 들어와준 고마운 분들이고 잘 활동하기를 바라고 있다”며 “다만 당에 오래 기여하고 성실히 활동하면 나의 비전에 어떤 가능성이 보이는구나라는 그런 걸 당이 책임지고 만들어야 된다”고 강조했다.  

나아가 지방의회에서도 연동형 비례대표제가 도입되는 등 선거제도 개혁을 관철시켜서 구조적으로 기회를 많이 부여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게 김 대표의 생각이다. 

1차 토론 당시 네 후보의 모습. 왼쪽부터 박창진 후보와 김종민 후보. (사진=연합뉴스)

마지막으로는 선거 전략이다. 당장 2021년 보궐선거(서울시장과 부산시장), 2022년 대선과 지방선거가 기다리고 있다. 모두 김 대표의 임기 내에 치러내야 하는 선거다. 김 대표는 보궐선거에서 유책의 민주당이 무공천을 해야 한다고 압박하면서 진보적 시민사회와의 선거연합을 모색해야 한다고 설파했다. 

김 대표는 “실제로 작은 단위 선거지만 (임한솔 전 정의당) 부대표가 (지난 총선에서) 비례대표 후보로 나오기 위해 시도를 하다가 안 되니까 탈당을 해버렸다. 보궐선거에서 저희 후보를 안 냈다. 왜냐면 우리가 책임을 져야 하니까”라며 “(민주당이) 후보를 낼 수도 있고 안 낼 수도 있지만 만약 민주당이 후보를 낸다? 정의당은 그런 식으로 하면 정의롭지 않은 선거다. 우리는 정의롭게 선거를 하기 위해 진보적 시민사회 단체와 정당들과 선거연합을 만드는 게 가장 좋다고 생각하고 정의당이 그 역할을 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사람(후보군)이 어렵다고 하는데 어렵지 않다. 새로 당선된 정재민 서울시당위원장도 여러 고민을 할 거고 권수정 서울시의원도 있고 다양한 인재들이 있다”며 “대선도 마찬가지로 우리당이 멋진 경선을 해서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심상정, 전직 의원이었던 이정미, 윤소하, 여영국. 양경규(민주노총 출신 현재 정의당 사회연대임금특별위원장). 우리 두 명의 당대표 후보(배 후보는 대선 불출마 선언)와 (1차 투표에서) 낙선한 김종민, 박창진 등. 이런 훌륭한 분들이 있어서 멋진 선거를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 대선까지 가는 동안 당대표로서 당을 좀 더 높은 국민적 기대 속에 올려놓겠다”고 공언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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