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낙연 대표의 머릿속
전성기 민주당
계속 이겼어도 언제든 질 수 있어

[중앙뉴스=박효영 기자] 사실 탑의 위치로 올라가는 것도 힘들지만 그 상태를 유지하는 것도 무지 힘들다. 조국 사태(조국 전 법무부장관) 이후 문재인 정부에 등을 돌린 진보진영은 연일 쓴소리를 쏟아내고 있지만 현 집권여당은 누가 봐도 역사상 가장 잘 나가고 있다. 2016년 총선, 2017년 대선, 2018년 지방선거, 2020년 총선까지 4연승을 달성했기 때문이다. 

임기말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의 위선적인 면모나 권력형 게이트(라임과 옵티머스)가 부각되고 있지만 지지율이 크게 떨어지지 않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은 40% 중반이고 민주당 지지율은 30% 중반을 유지하고 있다. 임기 초반 밀어붙였던 남북미 비핵화 협상이 장기 교착 국면에 머물고 있어서 그런지 여타 정책적 성과도 잘 보이지 않음에도 하락세로 접어들지 않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표가 1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비공개로 열린 최고위원회의 워크숍에 참석하고 있다.
이낙연 대표가 11일 국회에서 비공개로 열린 최고위원회의 워크숍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그러나 이낙연 민주당 대표는 걱정스럽다. 언제 추락할지 모르기 때문이다. 4연승은 과거이고 당장 내년 4월 보궐선거(서울시장+부산시장)에서 둘 다 내주면 2022년 대선도 장담할 수 없다. 그래서 이럴 때 혁신위원회 카드를 만지작거리는 것이다. 통상 선거에서 폭망 수준으로 패배하지 않았지만 연패를 하게 될 때 정당이 혁신위를 출범시킨다. 

그런데 이 대표는 4연승 이후 혁신위를 고려하고 있다. 그 이유는 당 구성원들의 기강을 잡기 위해서다. 기강이 해이해지면 각종 논란과 사건이 터지고 그게 지지율 하락과 선거 패배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일요일(11일) 개최된 민주당 최고위원회 워크숍에서 이 대표가 혁신위 출범을 검토해보자고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선거 결과들과 무관하게 스스로 당을 정비하고, 시대 변화에 맞게 굴러가고 있는지 점검하고, 갖춰야 할 과제를 찾아보기 위해서인데 무엇보다 이 대표가 당이 바뀌어야 한다는 마음을 갖고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어차피 어대낙(어차피 대통령은 이낙연) 이 대표는 당권과 대권 분리 당헌당규에 따라 2021년 3월까지 임기를 수행한다. 그 전에 뭔가 성과를 만들어내기 위해 강력한 쇄신 기구로서의 혁신위를 가동시키고 싶은 것일 수도 있다. 새로운 정책 의제를 발굴하는 의미도 있을 것이다.

이 대표는 지금과 2015년의 상황이 큰 차이가 있음에도 ‘김상곤 혁신위’를 예로 들었다고 전해지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새정치민주연합 대표로 재임 중이던 2015년 김상곤 전 교육부장관을 모셔와서 ‘당권재민 혁신위’를 가동시킨 바 있다. 그때 조국 전 법무부장관도 혁신위원으로 참여했었다. 그래서 선출직 공직자평가위원회 구성, 현역 의원 평가 하위 20% 공천 배제 등과 같은 혁신안을 도출해냈다.

하지만 그때는 민주당 암흑기였고 지금은 전성기라서 통상적인 혁신위 카드와는 다르다. 결국 이 대표는 △방심하면 다시 나락에 떨어질 수 있다는 위기감 △보궐선거에서 5연승을 해야 대선까지 청신호가 켜질 수 있다는 전망 △대권 로드에 도움이 될 성과를 만들어야 한다는 마음 등이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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