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관용 교수가 김종철 대표와 공감한 것
정책 의제 위주의 ‘정치 문화’
매번 정치 공방 위주로 흘러가

[중앙뉴스=박효영 기자] 30년간 정치 평론계에서 일을 해왔던 정관용 국민대 특임교수는 당대표급 인물을 초대해서 그런 인터뷰를 해본 적이 거의 없었던 것 같다. 본인 스스로도 정치판이 정쟁 이슈 위주로 돌아가니까 누군가에 대해 찬반 여부로 물어볼 수밖에 없었다. 

정 교수는 12일 저녁 본인이 진행하는 CBS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에 김종철 정의당 신임 대표를 초대해서 “우리 정치가 이런 얘기해야 되는 거 아닌가”라며 “무슨 조국 이야기, 추미애 얘기 안 하고. 정의당이 좀 이렇게 가야하고 우리 정치의 의제 중심에 좀 서셔야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관용 교수는 한국 정치가 정책 의제 중심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캡처사진=CBS)

정 교수는 김 대표와 만나자마자 13분간 밀도 있게 한국 진보정당의 역사, 무상 복지의 흐름, 연금개혁, 노동유연화와 고용 복지 문제 등에 대해 진지한 대화를 나눴다. 여전히 정쟁의 한복판에 있는 추미애 법무부장관 아들 논란이나 누구를 비난하는 이슈 자체가 끼어들 틈이 없었다.

정 교수는 “지금 불과 한 10여분 저희 둘이 얘기를 나눴는데 무상급식, 무상의료, 무상교육의 방향성에 대한 이야기, 공무원, 교사, 군인연금과 국민연금의 개혁에 대한 이야기 또 세금체계의 개편에 대한 이야기 그와 함께 복지와의 시스템 연계 이야기 또 고용유연화와 사회안전망 확충을 함께 고민하자는 이야기를 나눴다”고 정리했다. 

김 대표는 9일 당대표로 당선된 뒤 10일 하루 쉬고 바로 11일(마석 모란공원과 현충원 참배 및 이취임식)부터 일정을 시작했다. 월요일에는 아침 라디오 인터뷰 3개(MBC 시선집중/KBS 최강시사/YTN 출발 새아침)를 수행하고 곧바로 국회에서 첫 대표단회의를 주재했다. 정신없는 하루를 보내고 저녁에 정 교수와 마주앉은 김 대표는 이런 말을 했다.

김 대표는 “그런 얘기(정책 의제)를 저희가 이제 물론 많이 한 건 아니지만 저희가 전국민 고용보험을 확대한 전국민 고용소득 보험도 지금 얘기하고 있고 이전에도 중대재해기업처벌법도 얘기하지만 주로 보도되는 건 조국 전 장관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느냐 그 다음에 추미애 장관 아들 그거 전화(카카오톡으로 보좌관과 대화)한 거 거짓말한 거 어떻게 생각하냐 이렇게 되니까”라며 답답함을 토로했다.

실제 김 대표는 선거 기간 내내 거대 양당의 논평자로만 정의당이 위치되어 있다는 점을 환기했다. 언론들이 양당을 플레이어로 보고 정의당은 배심원으로만 여기고 있다고 자평했다. 그래서 매번 양당의 취약 이슈가 논란으로 불거지면 정의당은 어떤 입장인지 확인하는 방식으로만 보도되곤 했다. 김 대표는 정의당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차별화된 정책을 제시해서 국민적 바람을 일으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한 방법론으로 “사회운동 대중 정당”을 표방했다.

(캡처사진=CBS)
김종철 대표는 사회운동 대중 정당을 표방하고 있다. (캡처사진=CBS)

그래서 김 대표는 정 교수와의 인터뷰가 반가웠을 것이다. 

정 교수는 김 대표의 그런 답답함에 “나는 (논란 이슈들에 대한 정의당의 입장을) 안 물어봤다”고 말했고 김 대표는 “그러니까 너무 좋은 인터뷰다”라고 화답했다.

김 대표는 화요일(13일)에 각 당 대표들(국회의장/더불어민주당/국민의힘/국민의당/기본소득당) 예방 일정이 잡혀 있다. 김 대표는 양당 대표들과 메시지 경쟁에서 밀리지 않을 자신이 있다고 공언한 바 있는데 실제 그럴 수 있을지 주목된다. 

김 대표는 정 교수가 연금개혁이나 보편 증세와 같은 진보적 의제들을 제시하면서도 “대중 친화적인 진보정당”이 되는 길이 정말 어려울 것 같다고 말하자 “주장만 계속 하는 것은 좀 어렵다고 보고 지금까지 우리가 해왔던 걸 한번 종합하고 그것들에서 시민들이 어떤 혜택을 얻었는지를 한번 취재를 해보자. 그리고 진짜 우리가 옳은 길을 걸어왔는지를 기록해두고 그걸 사람들하고 공유해보자라는 얘기를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전국민 고용소득 보험을 추진하기 위해 600만 자영업자들을 설득하는 방법을 나열하고) 우리가 이걸 설득해서 자영업자들 여론이 바뀌면 이 법이 되는 거 아닌가. 민주당에서 받아드리고 합의를 이끌어낼 수 있다“며 “이 과정을 한번 보여드리는 것이 국민들이 정의당을 좀 믿게 되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 이렇게 생각한다”고 설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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