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기업] 현대차그룹, ‘미래 여는 정의선 시대’ 열었다…모빌리티에 가속도 붙어
[피플&기업] 현대차그룹, ‘미래 여는 정의선 시대’ 열었다…모빌리티에 가속도 붙어
  • 김상미 기자
  • 승인 2020.10.14 16: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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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회 열고 정의선 회장 선임
정몽구, 명예회장으로 물러나
정의선 회장 체제 책임 경영 강화
코로나 위기 극복·그룹 체질 개선 속도
전동화·자율주행·모빌리티 등에 주력
순환출자고리 해소 재추진할 듯
중고차 시장 진출도 ‘가속화’
현대차그룹이 정의선 수석부회장을 회장으로 선임되며 ‘미래 여는 정의선 시대’를 열었다. (사진=현대차그룹)
현대차그룹이 정의선 수석부회장을 회장으로 선임되며 ‘미래 여는 정의선 시대’를 열었다. (사진=현대차그룹)

[중앙뉴스=김상미 기자] 현대차그룹이 정의선 수석부회장을 회장으로 선임되며 ‘미래 여는 정의선 시대’를 열었다.

이로써 현대차그룹은 정주영, 정몽구 시대를 뒤로하면서 정의선 회장의 3세 경영 체제가 본격화됐다.

이미 정 회장이 2년 전부터 사실상 그룹 전반을 진두지휘하기는 했지만 14일 ‘정의선 시대’의 공식 개막으로 현대차그룹은 20년만에 총수를 교체하게 됐다.

현대차와 현대모비스 등 현대차그룹은 이날 오전 임시 이사회를 열고 정 신임 회장의 선임건을 보고했다.

이에 따라 정 신임 회장은 2018년 9월 그룹 수석부회장으로 승진한 지 2년 1개월 만에, 올해 3월 현대차 이사회 의장에 오른지 7개월 만에 명실상부한 그룹의 수장이 됐다.

현대차그룹은 이날 별도의 취임식 없이 정 회장의 영상 메시지를 사내에 전달할 예정이다.

정 회장은 이후 책임 경영을 강화하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위기 돌파와 미래 모빌리티 사업 추진에 한층 적극적으로 나설 것으로 보인다.

1970년생인 정 수석부회장은 휘문고, 고려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뒤 미국 샌프란스시코경영대학원에서 공부했다. 

1999년 현대차 구매실장·영업지원사업부장을 시작으로 현대·기아차 기획총괄본부 부본부장(부사장), 기아차 대표이사 사장, 현대차그룹 기획총괄본부 사장, 현대모비스 사장 등을 역임했다.

사실 정 회장에게 현대차그룹의 지휘봉을 넘기는 과정은 이미 상당 부분 진행됐다.

2018년 현대차 부회장에서 그룹 수석부회장으로 승진한 정 회장은 작년 3월 현대차와 현대모비스 대표이사를 맡고 올해 3월 현대차 이사회 의장에 오르며 사실상 그룹 경영 전면에 나섰다.

정의선 회장 선임은 자동차 산업의 패러다임이 급변하는 시기에 발맞춰 그룹 체질 개선에 속도를 내고 코로나 위기와 미래 대비에 만전을 기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정 회장은 그동안 제네시스 브랜드의 성공을 이끌고 ‘순혈주의’ 전통을 깬 과감한 외부 인재 영입과 글로벌 협업·투자 등으로 성과를 내며 그룹 안팎에서 입지를 굳혀왔다.

정의선 회장의 책임 경영이 강화된 현대차그룹은 그동안의 경영 성과를 바탕으로 첨단 모빌리티 솔루션 업체로의 전환에 박차를 가할 전망이다. (사진=현대차그룹)
정의선 회장의 책임 경영이 강화된 현대차그룹은 그동안의 경영 성과를 바탕으로 첨단 모빌리티 솔루션 업체로의 전환에 박차를 가할 전망이다. (사진=현대차그룹)

@ 미래 모빌리티 사업과 체질 개선에 속도 내

특히, 정 회장의 책임 경영이 강화된 현대차그룹은 그동안의 경영 성과를 바탕으로 첨단 모빌리티 솔루션 업체로의 전환에 박차를 가할 전망이다.

그동안 기술·사업기반·조직문화에서의 혁신과 고객 최우선 목표를 강조해온 만큼 전동화, 자율주행, 모빌리티서비스 등 미래 시장에서 리더십을 가시화하고 사업 전반에 걸친 체질 개선을 계속할 것으로 보인다.

정 신임 회장은 올해 초 신년사에서 “현대차그룹은 미래 성장을 위해 그룹 총투자를 연간 20조원 규모로 크게 확대하고, 향후 5년간 총 100조원 이상을 투자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특히 전동화 시장 리더십 공고화, 수소산업 생태계 확장 주도, 자율주행차 상용화, 모빌리티 서비스 사업의 단계적 확대 등을 기술 혁신의 핵심 방향으로 보고 있다.

최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잇따라 만나 전기차·배터리 사업 협력을 도모한 데 이어 향후 재계에서도 더욱 목소리를 내며 광폭 행보를 계속할 것으로 보인다.

기아차 사장 시절 그룹 내부의 반대에도 영입한 피터 슈라이어 현 디자인총괄 사장을 시작으로 이어진 글로벌 인재 영입도 더욱 드라이브를 걸 것으로 보인다.

직원과의 소통을 중시하는 젊은 리더십 체제에서 티셔츠와 청바지 등 자율복장 근무가 정착되는 등 현대차그룹 특유의 ‘군대 문화’도 사라지는 추세다. 

현대차그룹은 신입사원 공채를 폐지하고 수시 채용으로 전환했고, 연말 정기 임원인사도 연중 수시 인사로 바꾸는 등 꾸준히 체질 개선을 하고 있다.

한편, 이번 총수 교체는 정몽구 명예회장의 뜻에 따른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기아차를 글로벌 완성차 5위라는 현재의 위치까지 끌어올린 정 명예회장은 2000년 ‘왕자의 난’ 이후 홀로서기를 한 지 20년만에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게 됐다.

이를 두고 지난 7월 대장게실염 등으로 입원한 정 명예회장의 건강 상태도 다시 한 번 주목받고 있다.

이에 대해 재계 관계자는 “아직 입원 치료 중이지만 건강은 다소 회복된 상태”라고 전했다.

정의선 회장이 강조하는 것은 ‘인간 중심의 모빌리티’다.  (사진=현대차그룹)
정의선 회장이 강조하는 것은 ‘인간 중심의 모빌리티’다. (사진=현대차그룹)

@ 인간 중심의 미래 모빌리티 시대 구현

특히 정의선 회장이 강조하는 것은 ‘인간 중심의 모빌리티’다. 사람을 연결하는 것을 넘어 인류의 삶에 진정성 있게 공헌하는 새로운 모빌리티 시대를 준비하겠다는 의미다.

전날 기공식을 한 싱가포르 글로벌 혁신센터(HMGICS)도 인간 중심의 미래 모빌리티 가치사슬(밸류체인) 혁신을 목표로 하고 있다.

정 회장은 기공식 환영사에서 “HMGICS의 비전인 ‘모빌리티 패러다임 전환을 위한 인간 중심의 밸류체인 혁신’을 바탕으로 고객 삶의 질을 높여 나갈 것”이라며 “이를 통해 구현될 혁신이 미래를 변화시키고 인류 발전에 기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난해에는 “미래에는 자동차가 50%가 되고 30%는 개인비행체(PAV), 20%는 로보틱스가 될 것이라 생각하며, 그 안에서 서비스를 주로 하는 회사로 변모할 것”이라고 첨단 모빌리티 솔루션 업체의 그림을 제시하고 ‘인간 중심 모빌리티’ 철학을 세웠다.

특히 내년을 전기차 도약의 원년으로 삼고 있어 전기차 사업에 한층 주력할 전망이다. 

현대·기아차는 내년에 차세대 전기차 전용 플랫폼인 E-GMP를 적용한 전용 전기차를 선보이며 전기차 판매를 더욱 늘린다는 계획이다.

현대·기아차는 올해 7월까지 전 세계에서 전기차를 6만여대 팔며 판매량 기준으로 글로벌 4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현대차그룹은 2025년까지 전기차 23종을 내놓을 계획이다.

글로벌 기업이나 스타트업(새싹기업)과의 협업이나 투자에도 더 적극적으로 나설 전망이다. (사진=현대차그룹)
글로벌 기업이나 스타트업(새싹기업)과의 협업이나 투자에도 더 적극적으로 나설 전망이다. (사진=현대차그룹)

@ 정 회장의 ‘오픈이노베이션’에 박차

정 회장의 ‘오픈이노베이션’도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인다.

알버트 비어만 연구개발본부장(사장)과 피터 슈라이어 디자인총괄 사장, 호세 무뇨스 글로벌 최고운영책임자(COO) 겸 북미권역본부장(사장) 등 현대차그룹의 연구개발, 디자인, 해외 영업 수장이 이미 모두 외국인인데 이어 외부 인재 영입에 제한을 두지 않으며 ‘순혈주의’ 타파에 힘쓸 것으로 관측된다.

글로벌 기업이나 스타트업(새싹기업)과의 협업이나 투자에도 더 적극적으로 나설 전망이다.

현대차그룹은 2018년에는 동남아시아 최대 차량호출(카 헤일링) 업체인 그랩(Grab)에 2억7천500만달러를 투자했고, 작년 3월에는 ‘인도의 우버’인 올라에 역대 최대 단일투자 규모인 3억달러를 투자했다.

지난해 5월 크로아티아의 고성능 하이퍼 전기차 업체 ‘리막’에 1천억원 규모의 투자를 단행했다.

같은해 9월 유럽 최대 전기차 초고속 충전 인프라 구축 전문업체인 아이오니티에 전략적 투자를 하는 등 전기차 부문에서도 공격적인 투자를 하고 있다.

올해 1월에는 우버와 도심항공모빌리티(UAM) 사업 추진을 위한 협력계약을 맺었고, 3월에는 자율주행 기술 확보를 위해 20억달러를 투자해 미국 앱티브사와 합작법인 ‘모셔널’을 세웠다.

이처럼 전통적인 완성차 제조업체에서 벗어나 스마트 모빌리티 솔루션 기업으로 전환해 시장의 판도를 바꾸는 ‘게임 체인저’로 자리 잡기 위한 글로벌 투자의 범위와 규모는 한층 더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수소 사업 선두업체의 지위도 공고히 할 것으로 보인다.

정 회장은 2018년 12월 충북 충주의 현대모비스 수소연료전지공장 신축 공사에서 2030년까지 국내에서 수소전기차를 연간 50만대를 생산하겠다는 중장기 수소전기차 로드맵을 처음으로 제시한 바 있다.

작년 4월 스위스 수소 에너지 기업 ‘H2E’와 합작 법인을 설립한 데 이어 최근 세계 최초로 양산한 대형 수소전기트럭을 유럽 현지 고객에게 인도하며 유럽 친환경 상용차 시장 진출을 본격화했다. 

오는 2030년까지 유럽 시장에 2만5천대 이상의 수소전기트럭을 공급하는 것이 목표다.

또 세계 최대 산유국인 사우디아라비아에 친환경차량인 수소전기차를 수출하며 수소사업 영향력을 확대했다.

이에 따라 수소전기차 보급과 수소 충전 인프라 확대, 수소연료전지시스템 확대 적용 등 글로벌 수소 생태계 조성과 수소 경제 활성화를 위한 다양한 협력 사업도 전방위로 넓힐 것으로 기대된다.

정의선 회장이 앞으로 풀어야 할 ‘숙제’에도 관심이 쏠린다. (사진=연합)
정의선 회장이 앞으로 풀어야 할 ‘숙제’에도 관심이 쏠린다. (사진=연합)

@ 지배구조개편·실적회복·코나화재…정의선 앞에 놓인 과제들

한편, 정 회장이 앞으로 풀어야 할 ‘숙제’에도 관심이 쏠린다.

현대차그룹 지배구조 개편부터 코로나19로 위축된 글로벌 시장 대응, 중국 실적 개선까지 만만찮은 숙제들이 신임 회장 앞에 놓여있다.

재계에서는 2년 전 완수하지 못했던 현대차그룹의 순환출자 고리를 끊는 지배구조 개편이 재추진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현대차그룹의 순환출자 고리는 복잡한 상황이다.

현대차의 지분을 충분히 확보하지 못한 정 회장의 입장에서 그룹 지배권 강화와 안정적 승계를 위해서 복잡한 지배구조를 정리할 필요가 있다.

정 회장의 현대차그룹 지분은 현대차 2.35%, 기아차 1.74%, 현대글로비스 23.29%, 현대위아 1.95%, 현대오토에버 9.57% 등이다.

정부가 소수의 자본으로 계열사에 대한 과도한 통제력을 발휘할 수 있는 대기업집단의 순환출자 고리 해소를 강하게 압박하는 상황은 정 회장이 지배구조 개편을 서둘러 진행할 것이라는 전망에 힘을 보태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2018년 3월 글로벌 경영환경 변화와 규제환경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차원에서 지배구조 개편을 추진했었다.

당시 지배구조 개편안의 핵심 내용은 현대모비스의 3개 주력사업(모듈, AS, 핵심부품·투자) 가운데 모듈·AS 사업을 분할해 현대글로비스와 합병한 뒤 정 회장과 정몽구 명예회장이 보유한 글로비스 주식을 팔아 현대모비스의 주식을 사들이는 것이었다.

개편이 실행됐다면 현대차그룹 지배구조는 현대모비스→현대차→기아차 등 계열사로 단순화된다.

하지만, 모비스 보통주를 보유한 미국계 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가 글로비스로부터 모비스가 충분한 대가를 받지 못한다고 주장하며 난색을 보였고, 국내외 의결권 자문기관까지 반대 의견을 권고하면서 개편은 무산됐다.

무산됐던 지배구조 개편의 재추진은 2년 동안 얼마만큼의 보완과 개선이 이뤄졌는지에 달려있다.

2018년 부회장이었던 정 회장이 "사업 경쟁력과 지배구조를 개선하고 기업가치를 높일 수 있도록 지배구조 개편 방안을 보완해 개선할 것"이라고 직접 밝힌 지 2년이 지났기 때문에 이미 개선된 개편안의 윤곽이 나왔을 가능성이 있다.

새로운 개편안으로는 모비스를 인적 분할한 뒤 재상장을 통해 시장 평가를 받고 글로비스와의 합병을 추진하는 방안이나 현대차·기아차·현대모비스의 투자 부문만 합병해 지주사를 만드는 방안 등이 거론된다.

코로나19로 반 토막이 난 영업이익 회복과 부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중국 시장 실적 개선도 중요한 과제로 꼽힌다. (사진=연합)
코로나19로 반 토막이 난 영업이익 회복과 부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중국 시장 실적 개선도 중요한 과제로 꼽힌다. (사진=연합)

@ 중국 실적 및 중고차 시장 진출 등 과제 산적

코로나19로 반 토막이 난 영업이익 회복과 부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중국 시장 실적 개선도 중요한 과제로 꼽힌다.

현대차의 2분기 영업이익은 5천903억원으로 작년 동기에 비해 52.3% 감소했다. 

현대차는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선진 시장과 신흥 시장이 동반 부진해서 세계 자동차 수요가 예년 수준으로 회복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분석했다.

2016년 현대차 중국 판매는 114만2천16대로 시장 점유율이 5.1%였지만, 지난해 65만123대에 시장점유율 3.1%로 하락했다.

현대차는 지난달 중국 베이징국제전시센터(CIEC)에서 열린 ‘2020 제16회 베이징 국제모터쇼’에서 중국형 신형 아반떼와 신형 투싼을 선보이며 중국 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또한 전기차 코나(이하 코나EV) 화재, 중고차 시장 진출, 글로벌비즈니스센터(GBC) 완공도 정 회장이 신경 써야 할 이슈다.

현대차는 최근 잇따라 화재가 발생한 코나EV에 대한 대규모 리콜을 결정했지만, 전기차 안정성 논란의 후폭풍은 가시지 않고 있다.

국내 중고차 시장 진출에 따른 사회적 갈등 해소도 시급히 풀어야 할 과제로 떠올랐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김동욱 현대차 전무는 이달 초 열린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국정감사에 출석해 “소비자 보호 차원에서 완성차가 반드시 사업을 해야 한다”며 중고차 시장 진출을 공식화했다.

아직 현대차의 구체적인 중고차 사업 방식이 나오지 않았지만, 중고차 업계는 대기업의 진출을 강하게 반대하고 있고 대기업의 중고차 거래 시장 진출 여부를 결정할 중소벤처기업부는 중고차 판매업으로 이익을 내는 것은 안 된다는 입장이다.

정부, 현대차, 중고차 업계가 상생 방안을 협의한 뒤에야 현대차의 중고차 시장 진출이 이뤄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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