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민한 경제정책 문제
경제 지표 관련 통계청 독립성 
관세청 관련 이슈들

[중앙뉴스=박효영 기자] 기획재정위원회는 정부 부처들 중에서 가장 힘이 센 기획재정부를 담당한다. 한 마디로 국가의 살림살이를 총괄하는 기재부가 제대로 일하고 있는지 감시하는 곳이 기재위다. 기재부 차원을 넘어 문재인 정부의 경제정책 방향에 대해 묻고 따지는 곳이다.

14일 개최된 기재위 국정감사는 10시에 시작해서 20시에 끝났다. 

강신욱 통계청장의 모습. (사진=연합뉴스)

기본적으로 정권의 성패는 경제에 달렸다. 부동산이든 일자리든 실물 경제든 문재인 정부가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고는 볼 수 없다. 야당 입장에서 통계청이 내놓는 각종 경제 지표가 문재인 정부의 적나라한 경제 성적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통계를 조작했다는 음모론이 고개를 든다.
 
국힘 의원들이 그런 취지로 질문을 쏟아냈고 강신욱 통계청장은 “전혀 공감할 수 없고 사실이 아니”라고 발끈했다.

표본과 조사 방식 등을 유리하게 설정했다는 식으로 지탄을 받다 보니 강 청장도 강하게 나오는 것이다. 유경준 국힘 의원은 전직 통계청장 출신으로 강 청장의 선배다. 통계청 국감을 벼르고 있었을 것이다.

유 의원은 국감 전에 보도자료를 배포해서 “통계청이 가계동향조사 표본에서 저소득층 비율을 줄여 소득분배지표인 소득 5분위 배율이 대폭 축소됐다. 가계동향조사 방식을 변경한 것은 정부에 유리한 통계를 생성하기 위한 꼼수에 불과했다”며 “통계청이 가계동향조사 연간 소득자료를 생성할 수 있으면서도 이전 데이터와 비교하지 못 하도록 일부러 만들지 않고 있다. 취임 전에는 시계열 연계가 중요하다고 한 강 청장이 소신을 저버리고 가계동향조사 시계열 단절을 선언했다”고 주장했다.

말이 좀 어려운데 연간 소득자료를 정치적인 목적으로 생성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표방한 문재인 정부가 오히려 비정규직의 숫자를 늘렸다는 통계에 대해 통계청이 부연설명을 한 적이 있었다. 

ILO(국제노동기구)의 병행 조사로 인해 착시효과가 있었다는 취지로 방어했는데 유 의원은 “통계청은 조사 1년 전 ILO 병행조사 관련 문항에 대해 점검을 마쳤고 별다른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는데 막상 비정규직 통계가 폭증한 결과가 나오자 갑자기 입장을 바꾼 것”이라며 “정부의 경제정책 실패를 자인하는 결과가 될까봐 황급히 본인들이 만든 통계를 부정한 것 아닌가”라고 비판했다. 

김태흠 국힘 의원도 “문재인 정부 들어 통계청의 정치적 중립성과 독립성 논란이 끊이지 않고 권력의 하수인이 됐다는 이야기가 많다. 통계청의 행태를 보면 불신이 계속 쌓인다”며 “가계동향조사에서 소득분배 지표가 최악으로 나오자 당시 황수경 청장을 경질하고 강 청장이 왔는데 조사 방식을 변경해 통계 분식 논란이 있다. 비정규직 급증 통계가 나오자 청장이 직접 나서서 조사 방식이 달라져 수치가 늘었는데 실제로 비정규직이 늘어난 것은 아니라고 변명하기도 했다”고 환기했다. 

(사진=연합뉴스)
기재위 국감장의 모습. (사진=연합뉴스)

실제 문재인 정부는 한반도 평화프로세스로 지지율 80%를 달성할 정도로 전성기였던 2018년 5월에 황수경 전 청장의 통계청이 “소득 계층간에 분배가 악화됐다”는 1분기 가계소득 동향을 발표하자 무척 불편하게 여겼다. 당시 통계청은 하위 20%의 소득이 역대 최고치인 8%나 감소해서 양극화 지수가 최악으로 나빠졌다는 식으로 보고서를 작성했다. 소득주도성장을 표방한 문재인 정부가 되려 소득 격차를 심화시켰다는 지적에 서둘러 경질할 수밖에 없는 정치적 이유가 생겼던 것이다.

그 이후 통계청을 맡게 된 인물이 강 청장이다. 강 청장은 보건사회연구원 소득보장정책연구실장으로 재임하던 시절 “최저임금 인상의 긍정적 효과가 90%”라는 보고서를 발표했던 인물이다. 임기 초반부터 문재인 정부 내부에서 경제정책 패권 경쟁이 있어왔는데 청와대 경제팀(장하성·김수현 전 정책실장)과 기재부(김동연 전 경제부총리와 홍남기 현 부총리) 간의 힘겨루기가 팽팽했다. 그들의 경쟁에 강 청장은 청와대 경제팀의 손을 들어줬던 것이다.

당연히 국힘 의원들은 강 청장을 친문재인계 인사라고 낙인찍고 맹비판을 하고 싶을 것이다.

강 청장은 “통계청이 정치적 의도를 가지고 숫자를 발표한다는 지적에 전혀 공감할 수 없고 사실이 아니”라며 “(가계동향조사 조사방식 변경 이후) 대부분의 항목은 비교가 가능하고 일부 항목에 대해서만 비교가 어려운 상태로 통계청으로선 최선을 다해 시계열이 단절되지 않도록 노력했다. 예견되지 못한 비정규직 통계는 어느 정도가 병행조사 효과에 의해 추가로 포착된 것인지를 될 수 있으면 소상하게 전체를 투명하게 설명하고자 노력했다”고 항변했다. 

아울러 “통계 개선과 개발은 일상적으로 이뤄진다. 어떤 것이 개선과 개발 효과인지 사후적으로 설명하는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고 있다”고 덧붙였다. 

(사진=연합뉴스)
노석환 관세청장의 모습. (사진=연합뉴스)

사실 해외에서 물건을 들여오려는 무역업자들 입장에서 관세는 사활이 걸린 문제다. 그래서 관세공무원은 항상 뇌물의 유혹에 시달릴 수밖에 없다. 리베이트도 일종의 뇌물이다. 철저히 경계해야 한다. 

김주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현행 관세사법은 통관 업무를 소개 및 알선하고 그 대가로 리베이트를 받는 행위를 처벌할 뿐 리베이트 제공자에 대한 처벌 규정은 없다. 리베이트 근절을 위해 리베이트 제공자도 함께 처벌하는 쌍벌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는데 노석환 관세청장은 “관세사 리베이트 관행이 업계의 건전한 질서를 해치는 것을 인식하고 있다. 쌍벌제 같은 법적 규제 정비가 필요하다고 본다”고 호응했다. 

김 의원은 관련 입법에 나설 뜻을 내비쳤고 노 청장도 협력하겠다고 말했다.

다들 해외 직구(직접구매)를 많이 하는데 어느정도 면세 혜택도 있어서 인터넷 쇼핑업계에서 직구의 영역이 꽤 크다.
 
박홍근 민주당 의원은 직구 “큰손들”이 월 평균 70회 이상의 직구(평균 600만원 이상)를 이용했는데 이런 경우에도 면세 혜택을 주는 것이 맞느냐고 문제제기했다. 가장 극단적인 사례를 보면 3억8111만원(32만9000달러)어치를 직구에 썼다. 극소수의 큰손들 외에 전체 직구 이용자의 평균 구매 횟수는 월 0.5회가 되지 않는다. 

노 청장은 “개인 해외 직접구매에 연간 한도(면세 한도)를 설정하는 방안을 적극 추진하겠다”고 공언했다.

박 의원은 “연간 수백건에서 천건이 넘는 해외 직구가 소액물품 면세의 취지에 맞는지 의문이다. 판매 목적의 위장 수입이 있진 않은지 과세망을 피하는 분할 수입이 있진 않은지 살펴야 한다”며 “개인 통관 고유부호를 의무화해서 통관 투명성을 높이고 개인별 연간 누적 면세 한도를 설정해서 과다한 전자상거래는 면세 혜택을 통제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노 청장은 “개인통관번호 제출을 의무화하고 개인별 연간 누적 거래한도 설정에 관해 적극 추진하겠다. 다만 관계 법령 개정이 필요하다”고 반응했다. 

(사진=연합뉴스)
기재위 국감장에서 의원들이 질의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관련해서 유명 홍삼 브랜드의 면세품이 따이공(중국의 대형 보따리상)에 의해 불법으로 유입되는 것 같다는 의혹, HDC신라면세점 대표 주도로 거래된 고가의 면세 시계 밀수사건 의혹 등이 제기됐다. 

양향자 민주당 의원은 “국내 외국인 유학생과 따이공이 면세품을 대량 구매해 인도를 받은 후 출국 예약을 취소하고 국내로 불법 유통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고 양경숙 민주당 의원은 “HDC신라면세점이 조직적으로 사건 은폐 시도를 했는데도 관세청은 제대로 수사하지 않았고 올해 면세점 허가 갱신 심사를 통과했다”고 비판했다.

관세사 시험 부정 사건도 제기됐다.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은 관세사 시험 출제위원 2명(건국대와 중원대 교수)이 사설 학원과 유착해서 사전에 확보한 시험 문항과 똑같은 시험을 출제했던 사건을 꺼냈다. 서울동부지검은 지난 8월 이들에 대해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혐의 등으로 불구속 기소했다. 이들의 행위로 피해를 본 수험생만 28명이다.

용 의원은 “전문직 시험에 영혼을 갈아 넣어 몰빵하는 청년들인데 시험 공정성이 훼손된다면 무엇을 믿고 미래를 준비하겠나”라고 따져물었고 노 청장은 “그러한 문제가 발생한 점에 대해 거듭 송구스럽고 죄송하다고 말씀드린다. 앞으로 이러한 일이 발생하지 않게 최선을 다하겠다. 구체적인 구제 방안에 대해서는 다시 한번 살펴보고 다른 방법이 있는지 찾아보겠다”고 밝혔다.

이날 노 청장은 관세청 소속 특별사법경찰이 사기죄에 대한 수사권을 확보하는 방안을 추진해보겠다고 공언했다. 관세당국 입장에서 세관 업무를 수행할 때 너무 빤히 보이는 사기범들의 행태를 그냥 쳐다만 보고 있어야 하는 일들이 잦다.

노 청장은 “형법상 사기 행위로 송치해야 하지만 사법경찰법상 관세청 특사경이 사기 혐의를 수사할 수 없다”면서 “작년 10월부터 사기죄 수사권 부여를 요청했으나 지난 국회 때 (관련 법안이) 통과되지 못 했다. 대검찰청이나 법무부와 협의해서 사기 혐의 수사가 가능하도록 추진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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