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미투와 최숙현 선수 이후  
체육회의 성적지상주의 관행 개선위해
도쿄올림픽 대응은?
태권도는 2028년 LA올림픽에서 살아남나?
장애인과 비장애인 구분없는 체육시설 ‘유니버셜 디자인’
최숙현 선수 사건 이후에도 뻔뻔한 사람들

[중앙뉴스=박효영 기자] 문체위(문화체육관광위원회)는 문화, 체육, 관광이라는 3가지 키워드가 결합된 상임위원회다. 예체능이라고 불리는 분야를 총괄한다고 보면 된다. 과거에는 교육까지 붙어서 교문위라고 명명됐다. 

15일 오전 10시부터 19시14분까지 진행된 문체위 국정감사에서는 체육이 다뤄졌다. 

2019년 초 쇼트트랙 국가대표 심석희 선수가 조재범 전 코치로부터 상습 폭행을 넘어 성폭행까지 당했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여론이 들끓었고 이에 따라 스포츠혁신위원회가 출범했다. 혁신위는 성적 지상주의를 깨기 위해 대한체육회와 대한올림픽위원회(KOC)를 분리하라는 권고를 내렸고 지난 7월 철인 3종경기 故 최숙현 선수가 조직적인 가혹행위에 시달리다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건이 발생하자 문화체육관광부는 더욱더 분리 추진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이기흥 대한체육회장이 답변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문체부는 1년 예산 4000억원이 투입되는 체육회에 대해 철저하게 관리 감독을 하기 위해서라도 분리를 서둘러야 한다는 입장이다. 체육회는 반대하고 있다. 특히 이명박 정부 시절이던 2009년 체육회와 KOC의 통합을 추진했다가 다시 분리하는 것은 스포츠 행정이 오락가락하는 것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김승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앞으로 2~3년 동안 남북공동올림픽 유치 준비에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데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인 이기흥 대한체육회장이 스포츠 외교에 집중하도록 KOC와 체육회를 분리하는 것을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질문했고 이기흥 회장은 “올림픽 유치와 KOC 분리는 별개 사안”이라고 선을 그었다.

박정 민주당 의원은 “그간 KOC 분리를 두고 확실하게 결론을 내지 못한 문화체육관광부, 체육회, 국회에 다 책임이 있다. 답을 정해두지 말고 심도 있는 토론이 필요하다”며 “체육회는 전체 예산의 96%를 정부 보조금으로 받는 공공기관이므로 준정부 기관에 준하는 관리 감독을 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회장은 여당 의원들의 분리 압박에 결코 동조하지 않고 “체육인 스스로 KOC 분리와 관련한 논의의 장을 만들겠다”는 수준으로 응수했다. 

배현진 의원이 질의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체육회의 입장과 같이 국민의힘도 분리 문제에 신중하게 접근하고 있다.

최형두 국힘 의원은 “현재 시중의 관심은 체육회장 선거와 KOC 분리에 있다. 지역 체육회장의 정치화 우려가 높아 체육계가 정치적 바람을 타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며 “체육계의 정치화가 체육 정신을 망가뜨리고 체육계를 분열할 수 있는 굉장히 중요한 일”이라고 환기했다. 

분리를 추진하면서 체육계가 문재인 정부에 편향적인 인사들로 장악되거나 휘둘릴 가능성을 암시하고 있다.

배현진 국힘 의원은 분리 문제가 국가올림픽위원회(NOC)의 독립성을 보장하라고 하는 IOC(국제올림픽위원회) 헌장의 내용을 위반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배 의원은 “IOC가 완벽한 스포츠의 독립을 위해선 무엇보다 체육회 즉 NOC(우리는 KOC)의 입장을 존중하는 게 먼저다. 체육회가 KOC 분리를 반대하는 상황에서 정부의 분리 추진은 NOC의 자율성 침해 소지가 크다”고 지적했다.

유정주 민주당 의원은 내년으로 연기된 도쿄올림픽과 관련 일본 정부의 방사능 피폭, 욱일기, 독도 문제 등의 일들이 우리 선수단에 미칠 악영향에 대해 질의했다. 체육회가 이런 문제들로부터 선수들이 피해입지 않도록 얼마나 노력하고 있느냐는 것이다. 유 의원은 체육회가 외부 기관에 의뢰해서 <대한민국 선수단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 전략>이라는 연구 용역을 발주했지만 “보고서의 취지가 선수 보호를 위한 연구가 아닌 체육회 위기관리 연구로 중간에 바뀌었다”고 꼬집었다. 

김승수 국힘 의원은 이 회장과 이상욱 태권도 진흥재단 이사장에게 올림픽 정식 종목에 태권도가 탈락되지 않도록 최선의 노력을 해달라고 주문했다. 태권도는 2021년 도쿄올림픽, 2024년 파리올림픽에서 정식 종목으로 확정되긴 했지만 2028년 LA 올림픽에서는 확정된 것이 아니다. 2021년 IOC 총회에서 그 여부가 결정된다.

김승수 의원은 “태권도의 현재 위상을 유지하면서 강화시키려면 올림픽 정식 종목으로 남아 있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파리올림픽까지는 그래도 유지가 되는데 2028년 LA올림픽에서는 장담할 수 없는 것”이라며 당장 도쿄올림픽에서 태권도와 가라테가 비교되고 있는 실정이라는 점을 환기했다.

시각장애인인 김예지 의원이 점자 자료를 손으로 읽어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김예지 국힘 의원은 장애인 체육시설이 기피되고 있는 현실을 거론하면서 장애인과 비장애인을 구분하지 않는 체육시설 설계를 위해 ‘유니버셜 디자인’을 도입해달라고 요구했다.

김예지 의원은 “아직까지 우리 사회에는 장애인이라는 단어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팽배하다. 일반형과 장애인형으로 구분해놓은 것부터 저조한 사업 신청 이유라고 생각한다”며 “실제로 한 국회의원이 지역구에 장애인형 체육 시설을 유치하겠다고 발표했을 때 지역 주민들의 반발이 엄청 심했던 사례도 있었다고 들었다. 이렇게 구분해서 건립할 것이 아니라 유니버셜 디자인을 도입해서 장애인형 비장애인형이 아닌 국민 모두를 위해 베리어프리 생활밀착형 국민생활센터로 거듭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조재기 국민체육진흥공단 이사장은 “우리 체육진흥공단에서 R&D 사업을 많이 하는데 이번에 유니버셜 R&D 사업이라는 것은 장애인들이 장벽없이 비장애인들하고 똑같이 할 수 있는 그런 프로그램이라든지 시설을 이용하는 방법이라든지 이런 걸 용역으로 착실하게 진행하고 있다”며 “그게 2021년에 끝나면 이게 합치돼서 장애인단체와 좋은 답을 내도록 하겠다. 그래서 의원님이 지적해 주시는 것 명심하고 조언해주시는 것 적극 반영해서 장애인 사업의 활성화를 도모하겠다”고 답변했다. 

이용 의원의 모습. (사진=연합뉴스)

이용 국힘 의원은 봅슬레이-스켈레톤 국가대표 감독 출신으로 최숙현 선수 사건에 누구보다 적극적으로 움직였다. 이 의원이 노력한 결과 최숙현법으로 네이밍된 국민체육진흥법 개정안(체육계 폭력 및 비리 근절을 위해 관련 제도를 개선하고 문체부의 관리감독 의무 강화)이 통과됐다.

이 의원은 “법안 통과 이후 다시는 언론 앞에 이름을 내세우지 않겠다고 각오를 했다. 이번만큼은 체육회의 미비점에 대해 지적을 해야 할까 싶어서 말씀드린다”며 “체육회장은 모두 발언으로 인권을 중시하는 체육 문화를 조성하기 위해 스포츠 비리를 완전히 뽑을 때까지 강도 높은 쇄신을 하겠다고 했다”고 운을 뗐다.

이어 “문체부는 최숙현 선수 사건에 대한 책임을 지고 전직 체육국장과 체육과장에 대해 엄중 주의 조치를 취했음에도 체육회는 반박 보도자료를 내고 제식구 감싸기에 급급한 실정”이라며 “(MBC PD수첩 영상에서 김진환 체육회 클린스포츠센터장이 기자의 취재에 회피하는 영상을 보여주고) 기자의 질문에도 뻔뻔하게 바지에 손을 넣고 무책임하게 자신이 아니라고 답변하는 사람이 클린스포츠센터장이다. 본 의원실에 찾아와서도 반성은 커녕 구차한 변명만 늘어놓고 여전히 체육회에서 월급을 받고 있다는 사실에 굉장히 분노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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