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개월만에 전면 충돌
윤석열 코너로 몰고
라임 여권 커넥션 무마
김봉현의 주장
윤 총장의 반박
심재철 검찰국장을 주목해야

[중앙뉴스=박효영 기자] 역사상 법무부장관과 검찰총장이 이렇게 세게 대립한 적은 없었다. 2005년 천정배 전 법무부장관이 김종빈 전 검찰총장과 다투던 때와는 비교가 안 된다. 

사실 문재인 정부가 기수를 뛰어넘는 승진 인사로 윤석열 검찰총장을 그 자리에까지 올려놨다. 윤 총장이 서울중앙지방검찰청 수장일 때 문재인 정부가 반길만한 유례없이 강력한 적폐청산 수사를 진두지휘했기 때문이다. 얼마나 강도 높은 수사였는지 그 기간 동안 故 이재수 전 기무사령관, 故 변창훈 전 서울고검 검사, 故 조진래 전 의원, 故 김모 전 한국항공우주산업 임원, 故 정모 전 변호사 등 5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하지만 2019년 8월부터 시작된 조국 사태(조국 전 법무부장관)에서 윤 총장이 권력의 눈치를 보지 않고 거친 수사를 진행함에 따라 전쟁이 시작됐다. 문재인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은 앞으로도 조 전 장관을 수사하듯이 자신들의 치부를 파헤칠까봐 윤 총장을 최대의 적으로 상정했다. 

추미애 법무부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이 또 다시 전쟁을 벌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추미애 법무부장관은 올초 임명되자마자 윤 총장의 손발을 자르기 위해 연일 강공 드라이브였다. 법적으로 검찰총장과 상의하기로 돼 있는 검찰 인사를 추 장관 마음대로 자행하면서 오히려 “(윤 총장이) 명을 거역했다”고 비난했다. 지난 4월부터 7월까지 시끄러웠던 소위 검언 유착 사태 당시에는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이 핀셋 지목했던 한동훈 검사(법무연수원 연구위원)를 족치려는 추 장관의 총공세가 이어졌다. 추 장관은 윤 총장이 이 사건에서 손을 떼라고 공식 수사지휘권을 행사했다.

이후 3개월간 휴전 중이었는데 추 장관은 라임과 옵티머스 정국에서 다시 윤 총장을 몰아붙이고 있다. 

법무부가 16일부터 3일간 라임자산운용의 돈줄인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구속 상태)을 감찰해본 결과 윤 총장이 △라임의 야권 로비(검사 출신 국민의힘 전현직 의원들에게 억대 금품 제공) △라임의 검사 로비(향응과 금품 제공) 등 2가지 건에 대해 제대로 수사 지휘를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한 마디로 윤 총장이 라임과 여권 연루설에 대해서는 수사 검사 증원 등 철저히 수사하겠다고 해놓고는 야당과 검사들의 비위는 봐줬다는 것이다. 여당만 조지려고 했다는 건데 법무부는 윤 총장이 검사 비위 관련 보고를 받았다는 정황을 파악했다면서 근거가 있다는 점을 부각하고 있다. 

서울신문은 16일 단독 보도를 통해 김 전 회장의 자필 진술서를 소개했다. 

이에 따르면 김 전 회장은 ①변호사와 함께 검사 3명에게 청담동 소재 룸살롱에서 1000만원 상당의 술 접대를 했고 검사 3명 중 1명이 라임 수사팀에 합류 ②해당 변호사가 자신에게 “여당 정치인과 청와대 강기정 전 정무수석을 잡아주면 윤 총장에게 보고를 한 뒤 보석으로 재판을 받도록 해주겠다”고 발언 ③검사장 출신 야당 유력 정치인에게 수억원을 지급한 뒤 실제 로비로 이어졌고 면담할 때 그런 진술을 했음에도 관련 수사는 되지 않았고 여당 정치인들만 수사가 진행됨 등 3가지를 주장했다. 

추 장관이 윤 총장을 다시 한 번 몰아붙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어쨌든 추 장관의 스타일상 이런 명분들을 내세워서 라임 수사를 담당하고 있는 서울남부지검이 아닌 별도의 수사팀을 꾸릴 것으로 예상된다. 추 장관은 이미 여러 차례 검찰 인사를 통해 여권 수사를 제대로 한 검사들을 좌천시킨 바 있다. 즉 이번 조치로 일거양득을 노리는 것인데 여권과 관계가 나쁜 윤 총장을 코너로 몰면서 라임에 연루된 여권 수사를 무마할 수 있다. 

실제 법무부는 1월에 남부지검 산하에 있는 증권범죄합동수사단을 비직제 부서라는 이유로 원포인트 폐지한 바 있다. 합수단은 금융권의 저승사자로 평가받는 특수 수사의 대명사였다. 합수단은 작년 연말까지 라임 수사에 박차를 가하고 있던 중이었다. 이광철 청와대 민정비서관은 조 전 장관이 민정수석일 때부터 검찰개혁 파트를 담당했었고 합수단 폐지를 주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민주당이 20년간 공수처(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도입을 밀긴 했지만 최근 들어 국민의힘을 패싱하고 하루빨리 출범시키려는 배경에는 결국 검찰이 진행 중인 여권 수사를 뺏어올 수 있기 때문이다. 

구체적으로 공수처법 24조 1항과 2항에 따르면 “(검찰이나 경찰이 수사하고 있는 건에 대해 공수처가) 이첩을 요청하는 경우 해당 수사기관은 응하여야 하고 다른 수사기관이 고위공직자 범죄(공수처의 수사 대상) 등을 인지한 경우 그 사실을 즉시 수사처에 통보해야 한다”고 돼 있다. 이 조항은 사실상 집권 세력을 위한 독소조항으로 평가받고 있다. 물론 윤 총장 사례처럼 공수처장이 눈치없이 여권을 세게 수사할 수도 있다.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표(왼쪽세번째)가 14일 오후 정부과천청사에 마련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입주 청사를 방문해 시설을 둘러본 뒤 추미애 법무부 장관(왼쪽), 남기명 공수처설립준비단장(오른쪽) 등과 이야기하고 있다. 2020.10.14 [국회사진기자단]
추 장관과 이낙연 민주당 대표(왼쪽 네번째)가 지난 14일 정부과천청사에 마련된 공수처 입주 공간에 방문했다. (사진=연합뉴스)

윤 총장 측은 법무부가 일요일(18일)에 가한 어택에 대해 곧바로 입장문을 냈다.

대검찰청은 윤 총장이 △야당 정치인 연루설에 대해 보고를 받았고 여야 가리지 않고 철저한 수사를 지시했으며 △검사들의 접대 사실에 대해서는 보고 자체를 받은 적이 없다고 반박했다. 대검은 법무부 발표에 대해 “윤 총장에 대한 중상모략과 다름없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특히 대검은 윤 총장이 서울신문 보도로 인해 검사 로비설을 처음 알게 됐고 신속한 수사를 바로 지시했다고 주장했다.

송삼현 전 남부지검장은 18일 보도된 SBS <8시 뉴스>를 통해 “윤 총장은 여든 야든 구분 말고 철저하게 수사하라고 지시했고 보고한 것 중 하지 말라고 한 건 없다. 검사 비위 의혹은 자신이 보고받은 적이 없으니 당연히 총장에게도 보고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임찬종 SBS 기자의 모습. (캡처사진=SBS)

조국 사태 이후 여권과 각을 세우고 있는 임찬종 SBS 기자는 이날 방송된 <8시 뉴스>에 직접 출연해서 “핵심은 검사 로비 관련 의혹으로 보인다”며 “왜냐하면 야권 정치인 관련 로비 의혹에 대한 것은 이미 16일 처음 폭로가 나왔을 때부터 검찰이 진술을 받은 것도 사실이고 총장한테 보고한 것도 사실이고 그래서 수사를 다 하고 있는 사안이라고 밝혔다”고 정리했다.

이어 “윤 총장은 검사 로비 관련 진술이나 보고는 아예 그런 사실 자체가 없었다고 주장을 하고 있다. 이것은 평가가 아니라 객관적 사실이 있고 없고의 문제이기 때문”이라며 “결국 누구 말이 맞느냐에 따라서 법무부가 검찰총장의 사건 묵살 의혹을 제기한 주장에 타당성을 가늠할 핵심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임 기자는 검사 비위 문제에 관하여 직접 취재를 해보니 보고 사실이 없다는 점에 무게를 뒀다.

임 기자는 “저희가 당시 수사를 담당했던 검찰 간부들을 하나 하나 접촉을 해봤다”면서 “실제로 보고가 있었다면 보고를 했을 사람인 당시 남부지검장은 그런 보고를 받은 적이 없기 때문에 당연히 보고를 한 적도 없다. 그리고 가장 실무자급 간부인 당시 부장검사도 검사나 수사관 관련 진술은 한 줄도 보고를 받은 적이 없다. 이렇게 말을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 말은 곧 (법무부와 윤 총장 둘 중) 한 쪽은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뜻”이라며 “앞으로 감찰과 수사 과정을 통해서 누가 거짓말을 하고 있는지 밝혀질 걸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재철 대검찰청 반부패강력부장이
심재철 검찰국장의 모습. (사진=연합뉴스)

임 기자는 키맨으로 추 장관의 최측근인 심재철 법무부 검찰국장을 지목했다.

임 기자는 “심 국장은 당시 김봉현 전 회장에 대해 수사를 할 때 대검 반부패부장이었는데 대검 반부패부장은 한 마디로 전국에서 벌어지는 로비나 뇌물 관련 의혹에 대해서 다 보고를 받고 이걸 총장한테 보고하고 총장 얘기를 다시 또 내리고 이런 보직”이라며 “남부지검이 검사 로비 관련 보고를 대검이나 윤 총장한테 했다면 심 국장이 잘 알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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