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K’ 김광현, MLB 신인왕 기대 모은다…오는 11월 10일 발표
최종 후보 3인 발표 내달 3일…신인왕 받으면 ‘한국으로는 최초’
꿈에 그리던 메이저리그 진출 성공했지만, 코로나19가 발목 잡아

‘KK’ 김광현(32·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의 메이저리그(MLB) 신인왕 수상에 기대를 모으고 있다. (사진=연합)
‘KK’ 김광현(32·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의 메이저리그(MLB) 신인왕 수상에 기대를 모으고 있다. (사진=연합)

[중앙뉴스=김상미 기자] ‘KK’ 김광현(32·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의 메이저리그(MLB) 신인왕 수상에 기대를 모으고 있다.

한국인 최초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신인왕 수상 여부가 내달 10일(한국시간) 결정된다.

미국야구기자협회(BBWAA)는 23일 2020시즌 메이저리그 개인 수상자 발표 일정을 전했다.

BBWAA는 “11월 10일 양대 리그의 재키로빈슨 올해의 신인왕과 감독상 수상자를 발표하고 같은 달 11일엔 올해 최고의 투수에게 주는 양대 리그의 사이영상, 12일엔 최우수선수(MVP)상 수상자를 발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각 부문 최종 후보 3명은 다음 달 3일, 오전 7시 최종 수상자는 각 발표일 오전 7시에 공개된다.

김광현은 올 시즌 8경기에 출전해 39이닝을 소화하며 3승 1세이브 평균자책점 1.62, 피안타율 0.197, 탈삼진 24개를 기록했다.

35이닝 소화한 내셔널리그 신인 투수 중 평균자책점 1위에 올랐다.

56이닝을 던져 3승 1패 평균자책점 2.57을 기록한 로스앤젤레스 다저스 더스틴 메이(23)와 같은 팀 토니 곤솔린(26·46⅔이닝 2승 2패 평균자책점 2.31)등이 경쟁자다.

야수 중에선 44경기에서 타율 0.338, 4홈런, 23타점을 기록한 피츠버그 파이리츠의 알렉 봄(24), 54경기에서 타율 0.285, 4홈런, 20타점을 올린 샌디에이고 파드레스의 유격수 제이크 크로넨워스(26) 등이 거론된다.

아시아 선수가 메이저리그 신인상을 받은 건 1995년 투수 노모 히데오(당시 다저스), 2000년 투수 사사키 가즈히로(당시 시애틀 매리너스), 2001년 야수 스즈키 이치로(당시 시애틀), 2018년 투타 겸업 오타니 쇼헤이(로스앤젤레스 에인절스) 등 총 4명이다. 모두 일본 선수다.

한국 선수가 신인왕을 받은 적은 없다.

류현진(토론토 블루제이스)이 다저스에서 뛰던 2013년 내셔널리그 신인왕 투표에서 10점을 받아 4위에 오른 게 최고 성적이다.

올해는 김광현 야구 인생의 희로애락이 모두 녹아든 시즌이었다. (사진=연합)
올해는 김광현 야구 인생의 희로애락이 모두 녹아든 시즌이었다. (사진=연합)

@ 코로나19가 김광현의 발목 잡은 시즌

올해는 김광현 야구 인생의 희로애락이 모두 녹아든 시즌이었다.

김광현은 꿈에 그리던 메이저리그 진출에 성공했지만, 코로나19 확산 위험 탓에 스프링캠프가 폐쇄되고, 메이저리그 개막이 무기한 연기됐다.

메이저리그가 개막해 김광현은 7월 25일 피츠버그 파이리츠와의 개막전에 마무리 투수로 등판해 1이닝 2피안타 2실점(1자책)으로 세이브를 거뒀다.

그러나 또 코로나19가 김광현의 발목을 잡았다. 세인트루이스 구단 내에 확진자가 발생하면서 팀은 7월 31일부터 8월 15일까지, 긴 시간 경기를 치르지 못했다.

세인트루이스 선수단 전체가 ‘이동 제한 명령’을 받았고, 김광현도 제한된 환경에서 훈련해야 했다.

그러나 김광현은 위기를 잘 넘겼다.

팀에 부상자가 발생하면서 김광현은 익숙한 자리인 선발로 이동했고, 이후 연일 호투를 펼쳤다. 예기치 않은 신장 경색도 가뿐하게 털어냈다.

김광현은 정규시즌을 8경기 3승 평균자책점 1.62로 마쳤다.

포스트시즌에선 팀 1선발로 나서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와의 내셔널리그 와일드카드 시리즈 1차전에서 3⅔이닝 5피안타 3실점 했다.

여러 고비를 넘고 메이저리그에 연착륙한 김광현은 이제 2021시즌을 준비한다.

김광현은 “진정한 메이저리거가 되려면 더 노력해야 한다”며 “내년에 162경기를 모두 치를 수 있는 몸을 만들고 싶다. 오늘부터 훈련할 것이다”라고 강한 의욕을 드러냈다.

MLB 신인왕에 기대를 모으는 김광현이 국내 팬들과 기자들 앞에 섰다. (사진=연합)
MLB 신인왕에 기대를 모으는 김광현이 국내 팬들과 기자들 앞에 섰다. (사진=연합)

@ 코로나19로 어려웠지만 희망 품고 버텨

MLB 신인왕에 기대를 모으는 김광현이 국내 팬들과 기자들 앞에 섰다.

김광현은 “저를 메이저리그로 보내주신 분들께, 잘 지내고 왔다고 보고드립니다”로 말문을 열었다.

평생 잊지 못할 2020시즌을 보낸 김광현이 특유의 밝은 표정으로 1년을 돌아봤다.

김광현은 23일 서울시 영등포구 여의도동 켄싱턴호텔에서 귀국 기자회견을 열었다.

지난 7일 귀국한 김광현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 수칙에 따라 2주 동안 자가 격리를 했다.

귀국 당시 “하고 싶은 말은 많지만, 자가 격리를 끝나고 하겠다”고 한 김광현은 23일 많은 취재진 앞에서 특별했던 2020시즌을 떠올렸다. 

김광현의 양옆에는 세인트루이스의 월드시리즈 우승 반지 등 구단 역사 자료들이 있었다.

김광현은 “올해는 팀당 60경기만 치르는 단축 시즌이었다”며 “기자회견을 할 정도로 좋은 결과를 내지는 못한 것 같지만, 내가 꿈꾸던 메이저리그에서 던질 수 있게 도와주신 많은 분께 감사 인사를 하고 싶었다”고 먼저 인산말을 꺼냈다. 

그는 이어 “깔끔하게 인사드리고 싶어서, 자가 격리가 끝나자마자 미용실에 갔다”고 웃음을 자아냈다.

김광현은 23일 서울시 영등포구 여의도동 켄싱턴호텔에서 귀국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연합)
김광현은 23일 서울시 영등포구 여의도동 켄싱턴호텔에서 귀국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연합)

@ 다음은 <연합뉴스>와 가진 김광현의 일문일답이다.

- 국내 팬들께 인사드리는 자리를 마련했다.
▲ 이 자리가 제게 부담스럽게 느껴진다. 비정상적으로 짧은 시즌을 치렀고, 기자회견을 할 만큼 뛰어난 결과를 내지도 않았다. 그러나 저를 응원해주시고, 미국으로 갈 수 있게 도와주신 팬들께 인사하는 자리를 마련하고 싶었다.

- 귀국할 때 기분은 어땠나
▲ 외국에 이렇게 오래 머문 건, 생애 처음이다. '한국 음식 많이 먹어야지'라고 생각했는데 아직 많이 먹지는 못했다. 코로나19 때문에 공항도 한산하고, 자가 격리도 해야 했다. 그런 부분이 아쉬웠다. 코로나19 극복해서 원래 상태로 복귀했으면 좋겠다. 국민들께서도 힘을 내셨으면 한다.

- 자가 격리가 어제 끝났다. 가장 먼저 한 일은.
▲ 미국에서는 코로나19 때문에 미용실을 가지 못했다. 이발 기계로 내가 내 머리카락을 자르기도 했다. 깔끔하게 인사드리고 싶어서 미용실에 갔다. 자가 격리를 하다 보니, 시차 적응은 오히려 더 어렵더라. 눈 떠서 배고프면 밥 먹고, 졸리면 자고 하니까 시차 적응이 잘되지 않았다. 오늘도 아침에 너무 일찍 일어났다.

- 스프링캠프를 폐쇄했을 때도 미국에 남아 있었는데.
▲ 아무래도 한국이 안전했지만, 혹시나 한국에 들어왔다가 다시 미국으로 돌아오지 못할 수 있다는 걱정을 했다. 세인트루이스에서 지내면서 통역 최연세 씨와 같이 음식을 해 먹고, 애덤 웨인라이트와 캐치볼을 하면서 끈끈해졌다. 최연세 씨에게 많이 의지했다. 고맙고 미안하다. 개막 전에 세인트루이스에서 훈련할 때는 웨인라이트의 집 마당에서 50m 정도까지 캐치볼을 했다. 공원도 폐쇄했는데 공원 보안요원이 웨인라이트 팬이어서 허락을 얻어 공원에서 80m 캐치볼을 하기도 했다.

- SNS에 우울한 심정을 드러내는 글도 썼다.
▲ 야구하고 싶어서 미국에 왔는데…. 정말 우울하고 힘들었다. 그때 SNS에 '행운을 잡으려면 지금 버텨야 한다'고 썼다. 경기를 하지 못한 4개월을 버틴 게, 나중에 행운으로 작용한 것 같다. 어떠한 시련과 역경도 잘 버텨내야 운이 따른다는 걸 배웠다.

-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은 언제인가.
▲ (8월 23일 신시내티 레즈전에서) 첫 승했을 때, 가장 기뻤다. 경기 중에는 잘 느끼지 못했는데 인터뷰할 때 울컥했다. 내 꿈을 이뤘다는 게 정말 기뻤다.

- 첫 선발 등판 때 훈련용 모자를 쓰고 마운드에 오르는 해프닝도 있었다.
▲ 긴장을 정말 많이 했다. '왜 이렇게 바보 같지'라고 자책도 했는데 지금 생각하면 인간적인 모습이 아닐까. 모든 사람이 꿈꾸던 일이 눈앞에 오면 긴장하지 않는가. 지금도 메이저리그에서 적응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 마무리로 시즌을 시작하고서 선발로 옮겼다.
▲ 시즌 중에 보직을 바꾸는 건 어려운 일이다. 그런데 마무리로 한 경기를 던진 뒤에 팀에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와 경기가 중단되면서 다시 선발에 적응할 시간을 벌었다. ‘할 수 있다’고 생각하니까, 되긴 하더라.

- 국내에서 던질 때와 기술적으로 달라진 부분이 있다면
▲ 기술적으로 발전하려고 노력 중이다. 미국에 간 이유 중 하나도 야구 기술적인 부분이나, 훈련 시스템 등을 배워서 한국의 후배들에게 전수하고 싶어서다. 일단 메이저리그 무대에서 올랐으니 개인적인 꿈을 일부 이뤘다. 그러나 아직 부족하다. 기술적인 부분은 배워가는 중이다. 더 배우고, 계속 변화를 줄 생각이다.

- 포수 야디에르 몰리나와의 호흡은 어땠나.
▲ 몰리나는 은인이다. 몰리나는 투수를 정말 편하게 해주는 포수다. 그런 포수가 한국에서도 많이 나오면 좋겠다. 몰리나는 투수가 가장 자신 있는 공을 던지게 한다. 그만큼 투수에 관한 공부를 많이 한다. 내년에도 같은 팀에서 뛰었으면 좋겠다.

- 린드블럼과 맞대결을 하기도 했다.
▲ 신장 문제로 엔트리에 빠졌다가 복귀한 첫 경기(9월 15일 밀워키 브루어스전)에서 조쉬 린드블럼과 선발로 만났다. 코로나19가 퍼지기 전에는 '유명한 선수를 보면 가서 말 걸봐야지'라고 생각했는데, 거리 두기 때문에 그렇게 하지 못했다. 대신 KBO리그에서 뛴 선수를 보면 정말 반가웠다. 한국에서는 아무리 친해서 선발 투수끼리는 인사하지 않는다. 그런데 그날은 경기 전 훈련할 때 린드블럼을 향해 손을 크게 흔들며 인사했다. 가족이나 팬들께서 세인트루이스에 오지 못하는 상황이라서, 더 한국 야구와 관계된 사람이 반가웠다.

- 자신의 올 시즌 투구 내용을 평가한다면.
▲ 실점을 최소화한 건 긍정적이다. 야구는 결과로 이야기하지 않는다. 사실 나도 이 정도 평균자책점을 기록할 것이라고 생각하지 못했다. 사실 말이 되지 않는 평균자책점이다. 코로나19 여파로 몸 상태가 완벽하지는 않았다. 그래서 내년에 더 잘할 수 있다는 자신감도 생긴다. 이번 겨울에 회복 훈련 잘해서 내년 시즌에는 162경기를 다 치르면서 좋은 결과를 내고 싶다.

- 자신만의 루틴 등이 화제가 됐다.
▲내가 징크스와 루틴 등이 많다. 양말도 오른쪽부터 신어야 하고, 선발 등판 전날에는 육류를 피한다. 그래서 개막 때 마무리 자리가 주어졌을 때 편하게 받아들였다. 마무리로 등판 한 7월 25일 피츠버그전에서는 2실점을 하고 세이브를 챙겼다. 팀 승리를 지켜서 다행이었지만, 왜 그렇게 떨었는지 모르겠다.

- 포스트시즌 첫 선발로 등판했다.
▲ 좋은 피칭을 하지 못했지만, 좋은 경험이었다. 메이저리그 포스트시즌에 진출한 팀은 '창살 없는 감옥'에서 생활한다. 팀에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오면 몰수패 당한다는 말도 들었다. 최지만(탬파베이 레이스)이 거의 3주 동안 밖에 못 나가고 있을텐데, 안쓰럽기도 하다.

- 현지에서 운도 따랐다는 평가도 있다.
▲ 좋은 결과를 내면 운이 좋다는 얘기도 나올 거고, 포수의 도움이 컸다는 말도 들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런 평가에는 담담하다. 운도 실력이라고 생각한다. 메이저리그에 진출하기 위해서 열심히 훈련했고, 그 자리에 섰다. 노력했으니까, 운도 따른 것이다. '운은 모든 사람에게 평등하다'라고 생각하는데, 내게도 운이 따르지 않은 날이 올 것이다. 그땐 실력으로 극복하고 싶다.

- 전 소속팀 SK가 부진하다.
▲ 2007년 SK에 입단해서, 지난해까지 이 정도의 성적을 낸 적이 없다.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고는 싶은데 후배들에게는 차마 전화하지 못하겠더라. 최정, 김강민 선배와는 통화했다. 서로 '내년엔 더 잘하자'라고 격려했다.

- 양현종, 김하성이 메이저리그 진출을 준비 중이다.
▲ 나도 물음표를 달고 미국으로 갔다. 아직도 느낌표는 아니다. 양현종과 김하성 모두 나와 같은 꿈을 꾼 선수들이고, 그만큼 열심히 노력했다. 도전하는 건 언제든 환영이다. 두 선수 모두 미국에서도 잘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 명문 세인트루이스는 어떤 팀이었나.
▲ 명문답게 시스템이 잘 되어 있었다. 그런데 꿈 하나를 아직 이루지 못했다. 메이저리그의 팀 전용기를 타보고 싶었는데 올해는 코로나19 때문에 선수 간의 접촉을 최소화하고자 일반 비행기를 대여해서 사용했다. 내년엔 꼭 전용기를 타보고 싶다. 폴 골드슈미트 등 팀 동료들을 보면서 왜 메이저리그에 세계 최고 선수들이 모이는지 알게 됐다. 나는 아직 많이 부족하다. 진정한 메이저리거가 되고자 더 노력하겠다.

- 비시즌은 어떻게 보낼 예정인가.
▲ 내년 시즌 대비해서 오늘부터 훈련할 생각이다. 내년에는 운이 따르지 않는 경기는 실력으로 돌파하겠다. 실력이 잘 안 따를 때는 운에 기대 보겠다(웃음). 올해는 메이저리그에 발만 담갔다. 내년이 더 중요한 것 같다. 이렇게 기자회견까지 할 정도로 성적을 낸 건 아닌 것 같다. 내년에는 당당하게 다시 한 번 기자회견 하고 싶다.
 

저작권자 © 중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