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주식 상속세, 최대주주 할증으로 10조원 이상 전망

삼성그룹을 이끌어 왔던 이건희 회장이 25일 별세하면서 아들인 이재용 부회장이 삼성을 이끄는 ‘이재용 시대’가 본격 개막했다. (사진=연합)
삼성그룹을 이끌어 왔던 이건희 회장이 25일 별세하면서 아들인 이재용 부회장이 삼성을 이끄는 ‘이재용 시대’가 본격 개막했다. (사진=연합)

[중앙뉴스=김상미] 삼성그룹을 이끌어 왔던 이건희 회장이 25일 별세하면서 아들인 이재용 부회장이 삼성을 이끄는 ‘이재용 시대’가 본격 개막했다.

2014년 이건희 회장의 갑작스러운 와병으로 인해 사실상 그룹의 총수 역할을 해왔던 만큼 삼성의 미래는 앞으로 이 부회장 중심으로 그려질 것으로 보인다.

이 부회장은 2014년 5월 이건희 회장이 쓰러진 이후부터 삼성을 이끌어 왔고 2018년 공정거래위원회의 동일인 지정을 통해 공식적인 총수에 올랐다.

이 부회장은 경영 전면에 나선 이후 삼성 방산·화학 계열사 매각, 미국 전장기업 하만 인수 등을 통해 본인의 색을 드러내며 변화를 꾀해왔다.

각종 수사·재판을 받으면서도 한 달에 한번 꼴로 국내외에서 활발한 현장 경영을 펼쳤다. 

올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도 불구하고 5월 중국 반도체 공장에 다녀왔고, 최근에도 네덜란드와 베트남을 연이어 방문했다.

이 회장 와병과 삼성 관련 수사·재판 리스크로 ‘이재용 체제’가 완전히 자리잡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평가가 많던 만큼 이 부회장은 앞으로 본인이 주도하는 ‘뉴삼성’ 체제가 완전히 자리잡도록 주력할 전망이다.

당장 경영권 승계 및 국정농단 관련 재판과 지배구조 재편 등이 이 부회장이 마주한 우선 과제로 꼽힌다.

이 회장이 별세하며 삼성 총수 일가가 이 회장이 보유하던 지분을 어떻게 처리할지 지배구조 변화에 재계 안팎의 관심이 쏠린다.

이건희 회장이 별세하며 삼성 총수 일가가 이 회장이 보유하던 지분을 어떻게 처리할지 지배구조 변화에 재계 안팎의 관심이 쏠린다.  (사진=연합)
이건희 회장이 별세하며 삼성 총수 일가가 이 회장이 보유하던 지분을 어떻게 처리할지 지배구조 변화에 재계 안팎의 관심이 쏠린다. (사진=연합)

@ 이재용식 지배구조 재편에 초미의 관심

특히 이재용식 지배구조 개편에 초미의 관심을 갖게 하고 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이 회장이 보유한 주식 평가액은 23일 종가 기준으로 18조2천251억원이다.

이 회장은 올해 6월말 기준으로 ▲ 삼성전자 2억4천927만3천200주(지분율 4.18%) ▲ 삼성전자 우선주 61만9천900주(0.08%) ▲ 삼성SDS 9천701주(0.01%) ▲ 삼성물산 542만5천733주(2.88%) ▲ 삼성생명 4천151만9천180주(20.76%) 등을 보유했다.

이 회장은 이들 4개 계열사의 최대주주이거나 최대주주의 특수관계인이다. 모두 상속세법상 최대주주 할증 대상이다.
따라서 이들 4개 계열사 지분 상속에 대한 상속세는 최대주주 할증까지 적용해 10조6천억원 상당이 된다.

이 부회장 등 총수 일가는 천문학적인 세금을 부담하고 이 회장의 지분을 상속할지 결정해야 한다.

세금을 분할 납부(연부연납)하는 방식이 유력하게 거론되는 가운데, 일각에서는 삼성 총수 일가가 이 부회장 지분 중 상당 부분을 사회 공헌 차원에서 환원할 수 있다는 가능성도 제기한다.

이 부회장 등 총수일가가 연부연납을 택하더라도 연간 내야 할 상속세가 1조원 이상이라 배당, 대출, 지분 매각 등으로 재원을 마련해야 한다.

상속과 여당이 추진하는 보험업법 개정이 맞물리며 삼성의 지배구조가 개편될지에 관심이 쏠린다.

이 부회장은 지난 5월 대국민 사과회견에서 "경영권 승계 문제로 더 이상 논란이 생기지 않도록 하겠다. 자식에게 경영권을 물려주지 않겠다"고 선언하며 지배구조 개편을 예고했다.

현재 여당이 추진하는 보험업법에 따르면 삼성생명과 삼성화재는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을 총 자산의 3% 외에는 모두 매각해야 한다. 처분해야 하는 삼성전자 지분은 4억주, 가치는 20조원 상당일 전망이다.

또한 삼성 총수 일가가 삼성생명 주식 57.25%, 이중 이 부회장은 20.76%를 보유하고 있어 보험업법에 따라 상당한 지배구조 변화가 예상된다.

사법리스크부터 글로벌 복합 위기까지 이 부회장 앞에 놓인 과제도 만만치 않다는 지적이다. (사진=연합)
사법리스크부터 글로벌 복합 위기까지 이 부회장 앞에 놓인 과제도 만만치 않다는 지적이다. (사진=연합)

@ ‘뉴 삼성’으로 돌파구 모색 전망…조만간 ‘회장’ 타이틀도 달 듯

사법리스크부터 글로벌 복합 위기까지 이 부회장 앞에 놓인 과제도 만만치 않다는 지적이다.

일단 사법리스크가 크다. 이 부회장은 현재 국정 농단 파기환송심과 불법 경영권 승계 관련 재판이 동시에 진행중이다.

법조계는 경영권 승계 재판은 내년 이후 천천히 진행될 가능성이 크지만, 파기환송심은 다음 달부터 재판이 본격화될 것으로 본다.

당장 오는 26일에는 국정농단 파기환송심 공판준비기일이 열린다.

준비기일에는 피고인 참석 의무가 없는 데다 상중에 있어 이재용 부회장은 불참할 예정이지만 이 재판은 이르면 연내 선고가 이뤄질 정도로 속도가 빠르게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이 때문에 이건희 회장 별세로 공식적으로 삼성의 미래를 짊어지게 된 이재용 부회장이 실형 선고를 받게 된다면 경영활동에 상당한 제약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

이 부회장은 올해 5월에는 ‘대국민 사과’를 통해 잘못된 과거와 단절하고 새로 거듭나겠다는 미래 비전을 공개했다. 자녀에게 경영권을 물려주지 않겠다는 결단도 내놨다.

하지만 이 부회장은 잇단 재판으로 인해 당분간 법정 출두가 불가피하고, 재판 결과에 따라 삼성의 신인도 하락과 경영 차질을 각오해야 한다.

지배구조 재편 가능성도 제기된다.

삼성은 이건희 회장이 쓰러지고 6년 5개월의 시간동안 지배구조를 단순화해왔다.

삼성물산을 정점으로 사실상 경영권 승계 구도가 짜진 만큼 당장 지배구조 체제에는 변화가 없을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다만 부친이 별세한 만큼 만약 이부진, 이서현 등 동생들과 계열 분리 문제가 불거질 경우 삼성은 또다시 소용돌이에 휩싸일 가능성이 있다.

또 국회에 발의돼 있는 일명 ‘삼성생명법’이라 불리는 보험업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핵심 계열인 삼성전자의 지배구조에 위협으로 작용할 수 있다.

코로나19라는 전대미문의 위기 속에 미중 분쟁을 비롯한 복합위기도 글로벌 기업인 삼성을 짓누르고 있다. (사진=연합)
코로나19라는 전대미문의 위기 속에 미중 분쟁을 비롯한 복합위기도 글로벌 기업인 삼성을 짓누르고 있다. (사진=연합)

@ 글로벌 복합위기 극복도 과제…‘뉴 삼성’ 박차 가할 듯

코로나19라는 전대미문의 위기 속에 미중 분쟁을 비롯한 복합위기도 글로벌 기업인 삼성을 짓누르고 있다.

미중 분쟁의 핵심이 반도체, 휴대폰 등 IT분야에 집중되면서 삼성이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형국이다.

사업의 핵심인 반도체에서 메모리 부문 세계 2위였던 SK하이닉스가 인텔 낸드 사업 부문 인수해 1위 삼성을 바짝 추격하고 있는 데다, 글로벌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1위 기업인 대만 TSMC는 삼성을 따돌리고 점유율 격차를 더 벌려가고 있다.

2030년 반도체 전 부문에서 1위 자리에 오르겠다는 ‘비전 2030’ 달성을 위해 메모리뿐만 아니라 파운드리와 시스템 반도체 등 비메모리 분야에서도 더욱 약진해야 하는 삼성 입장에서 숨 가쁜 상황이 전개되고 있는 것이다.

산업계는 앞으로 이재용 부회장이 지난 5월 선언한 '뉴 삼성'을 통해 위기 극복에 주력할 것으로 예상한다.

이 부회장은 지난주 베트남 출장에서도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어떠한 큰 변화가 닥치더라도 기민하게 대응할 수 있는 실력을 키워야 한다. 위기 속에서 기회를 찾아내야 한다”고 호소했다.

일각에서는 최근 글로벌 반도체 시장에 대규모 ‘빅딜’이 일어나며 반도체 지형이 변화하고 있는 만큼 이재용 부회장이 유망 기업 인수합병(M&A)에 나서는 등 '통 큰 베팅'을 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내놓고 있다.

차세대 사업으로 추진하고 있는 인공지능(AI)와 5G 사업, 이 부회장의 경영키워드인 ‘인재경영’도 지속할 전망이다. 

핵심 인재 영입이야 말로 위기 상황에서 앞서나갈 수 있는 원동력이라는 생각에서다.

재계에선 조만간 이건희 회장 별세로 이재용 부회장이 회장 자리에 오르면서 별도의 혁신안을 내놓을 것이라는 관측도 내놓고 있다.

지배구조 개편에는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사진=중앙뉴스DB)
지배구조 개편에는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사진=중앙뉴스DB)

@ 지배구조 개편 시일 걸려…삼성생명 등 지분 일부 처분 가능성

지배구조 개편에는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이 부회장이 현재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을 불법·편법적 방식으로 합병해 경영권을 승계받았다는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어서다.

경영권 승계 재판은 최근 1심이 시작했고, 국정농단 뇌물혐의 파기 환송심도 26일부터 재개된다.

현재 삼성의 지배구조는 크게 이재용 부회장→삼성물산→삼성생명→삼성전자인데 이건희 회장이 이들 주요 계열사의 지분을 상당수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회장은 삼성생명 지분 20.76%를 보유한 1대 주주로, 삼성물산이 보유한 삼성생명 지분(19.34%)보다도 많다.

여기에 삼성전자 주식도 4.18% 갖고 있다. 이재용 부회장은 0.70%에 불과하다. 또 삼성물산 지분도 2.88% 있다.

전문가들은 삼성이 2015년 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을 통해 이재용 체제로 전환한만큼 이 회장 별세가 지배구조에 별다른 영향을 주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사진=연합)
전문가들은 삼성이 2015년 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을 통해 이재용 체제로 전환한만큼 이 회장 별세가 지배구조에 별다른 영향을 주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사진=연합)

@ 이건희 회장 별세가 지배구조에 별다른 영향 주지 않아

하지만 전문가들은 삼성이 2015년 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을 통해 이재용 체제로 전환한만큼 이 회장 별세가 지배구조에 별다른 영향을 주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김동양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미 그룹 지배구조는 상당히 단순화돼 구조가 바뀌거나 할 내용은 아니다”며 “동생들이 이 부회장에 비해 지분도 미미하기 때문에 형제간 다툼이 일어날 것 같지도 않다”고 분석했다.

이상헌 하이투자증권 연구원도 “삼성은 정의선 회장의 현대차그룹과도 성격이 다르다”며 “현대차그룹은 이제 지배구조 개편의 시작단계이고 그래서 정 회장이 지분을 많이 보유한 현대글로비스가 시장에서 관심을 받고 있지만, 삼성은 이미 에버랜드 등을 통해 경영권 승계가 절반 이상은 이뤄졌다”고 말했다.

당장 지주회사 체제 전환을 서두르지도 않을 것이란 관측도 있다.

최남곤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지주사 전환을 위해서는 삼성물산이 삼성전자 지분 20%를 보유해야 하는데 수십조원이 든다. 이 회장이 사망했다고 풀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며 “상속세를 내고 현재 체제를 유지하는 그림이 아닐까 싶다”고 내다봤다.

이에 삼성전자와 삼성물산의 이 회장 지분을 상속받아 그대로 유지하면서 현 제체를 유지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 회장이 보유한 지분 가치가 20조원에 육박해 상속세가 10조원을 넘을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모든 일부 지분에 대한 처분은 불가피할 수 있다.

김동양 연구원은 “삼성전자와 삼성물산 지분은 이 부회장으로서는 중요하기 때문에 상속을 받고 삼성생명 지분은 일정 부분 처분할 가능성도 있다”고 전망했다.

삼성생명의 경우 현재 이 회장(20.76%)외에도 삼성물산(19.34%)이 20% 가까운 지분을 갖고 있는 등 특수관계인이 47.02%를 보유해 이 회장 지분을 상당 부분 처분해도 지배구조에는 큰 영향을 주지는 않을 것이란 것이다.

이 회장 별세와는 별도로 여당이 추진하는 보험업법 개정이 지배구조 개편을 촉진할 수는 있다.

개정안에 따르면 삼성생명과 삼성화재가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 가운데 총자산의 3%를 남겨두고 나머지 지분을 매각해야 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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