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준영 판사와 박영수 특검 
신경전
김명수 대법원장은 이미 판결했다
이건희 사망
언론과 이재용의 여론전

[중앙뉴스=박효영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파기환송심이 재개됐다. 검찰이 이 부회장을 삼바(삼성바이오로직스) 부정회계 혐의의 총 책임자로 불구속 기소를 결정하는 동안 국정농단 뇌물죄 파기환송심은 멈춰 있었다. 

이 부회장의 운명을 쥐고 있는 정준영 부장판사(서울고등법원 형사1부)가 준법감시위원회를 만들어서 반성 행보를 보이면 양형에 참작하겠다고 공언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박영수 특검(특별검사)은 올초 정 판사의 이런 편향성을 문제삼아 재판부 기피 신청을 냈다. 그러나 대법원은 최종적으로 특검의 신청을 기각했다.  

26일 아버지(故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상을 당한 이 부회장에 대한 파기환송심 공판 준비 기일이 열렸다. 원래 진작 결론이 났어야 했지만 특검과 재판부의 힘겨루기로 오랫동안 파행 상태였다. 이날도 양측의 심리전이 팽팽했다. 전문심리위원 선정 절차와 향후 재판 일정 등이 쟁점이었다.

이재용 부회장에 대한 국정농단 뇌물죄 파기환송심이 재개됐다. (사진=연합뉴스)

재판부는 준법감시위의 활동을 평가할 전문심리위원으로 강일원 전 헌법재판관을 지정했는데 특검은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준법감시위 자체를 부정하고 있기 때문에 당연하다. 

그러나 재판부는 이날 공판에서 “특검 의견서를 보면 전문심리위원을 추천할 의사가 있어 보인다. 특검이 이번 주 목요일(29일)까지 중립적인 후보를 추천하면 상대방의 의견을 듣고 신속하게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어쨌든 대법원이 기피 신청을 기각했으니 준범감시위를 양형 요소로 고려하려는 정 판사의 조치를 현실로 받아들이라는 요구다. 그래서 재판부는 11월 중순 닷새(16일~20일) 정도 심리위원이 면담 조사를 할 수 있게 하고 30일 즈음 최종 평가를 청취해서 판결에 반영하겠다는 것이다. 특검은 닷새라는 시간이 너무 짧다면서 “(심리위원의 평가를 판결에 반영하는) 절차 진행의 객관성과 공정성을 담보하기에는 다소 부족한 점이 없지 않다”고 꼬집었다. 

재판부는 12월 중순(14일)에 최종 변론 기일을 지정하겠다고 했는데 특검이 반대했다. 결국 11월9일 개최될 공판에서 재판 스케줄을 재논의하기로 했다. 

이 부회장은 삼바와 파기환송심 2개의 재판을 받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사실 김명수 대법원장은 작년 8월29일 이 문제에 대해 법적으로 정리를 해줬다. 이 부회장의 뇌물죄 판결을 정리해보면 아래와 같다.  

①1심 ‘징역 5년’(2017년 8월25일) 
②2심 ‘징역 2년6개월 집행유예 4년’ 석방(2018년 2월5일) 
③3심 ‘2심 판결 부정하고 파기환송’(2019년 8월29일) 
④파기환송심(2019년 10월25일~)

김 대법원장은 이 부회장의 범죄 혐의와 관련해서 △‘경영권 승계’라는 현안을 두고 박근혜 전 대통령과 상호 인식 △대가성 인정 △묵시적인 부정한 청탁 인정 △총 뇌물액 86억원(동계스포츠영재센터 16억원+정유라의 말 3마리 34억원+코어스포츠 승마 용역대금 36억원) 등을 공식화했다. 

1심(지방법원)과 2심(고등법원)이 공소사실의 유무죄 여부와 양형을 판단한다면 3심(대법원)은 1·2심 판결에 대해 법률 적용이 적합하게 이뤄졌는지 판결 자체에 대해서 다시 판정을 내린다. 그래서 대법원은 ‘상고를 기각’하거나 ‘원심을 확정’하거나 ‘파기환송’을 시키는 등 셋 중 하나로 선고를 내린다.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3조 1항 1호에 따르면 뇌물액이 50억원 이상일 때는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에 처하도록 돼 있다. 하급심이 상급심의 판결 범위 안에서 선고를 내리는 것은 불문율이지만 법적으로 반드시 그래야 하는 것은 아니다. 

(사진=연합뉴스)
정준영 부장판사의 모습. (프로필 사진=정준영 부장판사가 언론에 배포)

어찌됐든 이 부회장에 대한 법적 판단은 미니멈 징역 5년 이상이 맞다. 판사는 법적으로 작량감경에 따라 절반을 깎아줄 수 있는데 그러면 2년6개월이다. 징역 3년부터는 집행유예가 가능하다. 정 판사는 난데없이 이미 벌어진 범죄 혐의가 아닌 앞으로 잘 하면 많이 봐주겠다는 취지로 준법감시위 카드를 띄웠다. 만약 정 판사가 김 대법원장의 판결 범위를 벗어나서 집행유예를 선고하면 특검은 결코 용납하지 않고 재상고를 할 가능성이 있다.

그러면 대법원이 또 다시 파기환송을 시킬 수도 있고 특검의 재상고를 기각할 수도 있다. 

이 부회장 측은 25일 아버지가 눈을 감은 뒤 또 다시 여론전을 벌이고 있다. 삼성의 광고에 의존하고 있는 언론들은 이건희 회장의 어두운 면을 조명하기 보다는 경제 역군 만들기에 열중하고 있다. 이 회장이 대한민국 경제성장의 1등 공신인 것처럼 묘사하고 있다. 경제매체들의 레이더에는 고도성장기에 희생된 수많은 저임금 노동자들의 피와 땀은 없다. 오직 재벌 총수 1인을 미화하는 데에만 관심이 있다. 이 부회장 측도 그런 언론의 태도를 십분 활용한다.

이 부회장은 아버지의 사망 이후 구속될 가능성이 낮아지고 있는 분위기다. (사진=연합뉴스)<br>
이 부회장은 아버지의 사망 이후 구속될 가능성이 낮아지고 있는 분위기다. (사진=연합뉴스)

삼성전자 커뮤니케이션실은 이 부회장의 사익을 위해 동원되고 있는데 대대적으로 ‘이재용=삼성’이라는 공식을 퍼트리고 있다. 연일 현장 경영을 위해 발로 뛰고 있는 이 부회장의 이미지를 보도자료 형식으로 뿌려댄다. 언론들은 그걸 받아 세탁기 앞에 쭈그려 앉은 이 부회장의 사진을 대서특필해준다. 글로벌빅데이터연구소는 고작 수천 건으로 빅데이터 조사를 했다면서 이 부회장이 구속되면 한국 경제에 악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하는 온라인 민심이 존재한다고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빅데이터 조사는 수천 건이 아니라 수천만 건으로 하는 게 일반적이다. 

삼성 출신으로 책 <이건희전> <삼성의 몰락>을 집필한 심정택 작가는 26일 오전 페이스북을 통해 “가족장을 치르겠다는데 국민장 분위기”라며 “사실 이건희 사망은 어느 정도 예측됐다. 2014년 5월 쓰러진 후 기계 장치에 의존한 생존이었기에 그렇다. 기계 장치를 떼내는 것은 가족들의 동의와 결정이 있어야 가능하다. 사망일은 이재용이 가장 불리한 때 실행되거나 상속세 낼 준비가 끝났을 때인 게 일반적인 예측이었다”고 밝혔다.

이어 “국정농단 사건 자체로 보면 이재용에게 특별히 불리할 게 없어 보인다”며 “4년 전 촛불 정국에서 국민의 성원으로 출범한 박영수 특검은 대법원이 파기환송심 재판부 기피 신청을 기각함으로써 사실상 무력화되었다. 이재용 입장에서는 불리한 모든 상황을 건너왔다. 이건희 사망과 파기환송심 재판이 어떤 관계인지는 좀 더 지켜봐야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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