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리띠 졸라매는 ‘현대해상’
현대해상 새로운 회계 기준에 맞춰야
사옥도 팔고 조직도 슬림화
자동차보험 브랜드화

[중앙뉴스=박효영 기자] 그동안 손해보험사들은 계속해서 자동차보험 손해율이 극심해서 앓는 소리를 많이 내왔다. 현대해상도 지난 2년간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상황이 조금씩 나아지고 있다. 자동차보험료가 오르면서 손해율이 나아질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올 여름 지독했던 폭우 피해로 인한 보험금 지급 규모도 생각보다 크지 않았다. 강남사옥을 1450억원에 매각(한국토지신탁에 인계)해서 차익을 얻은 것도 큰 도움이 됐다. 

현대해상은 강남사옥을 매각하고 있다. (사진=현대해상)

사실 오죽했으면 사옥까지 매각했을까. 그만큼 재무구조를 개선해야 할 필요성이 있는 것이다. 2022년부터 도입될 새로운 회계 기준 IFRS17(보험 부채를 평가하는 방식이 원가에서 시가로 변경)에 따라 신지급여력 제도를 맞춰야 하기 때문이다. 이로써 현대해상은 전국에 15개 사옥을 보유하게 됐다.

이제부터 손보사는 손실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과거보다 더 많은 준비금을 비축해둬야 한다. 손보사들이 보유 부동산을 매각하는 흐름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현대해상 관계자는 “어쩔 수 없이 부동산 자산들을 팔아야 하는 시기”라며 “인력 감축을 포함해서 비용을 아끼고 사업비도 줄이고 있다”고 밝혔다.

이미 현대해상은 지난 5월 40대 중반 이상 25년 근속 기준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 신청을 받아 80여명을 내보냈다. 이밖에도 프로그램화를 통해 부서 축소, 직급체계 변경, 업무 위탁, 휴가제도 변경 등을 추진하고 있다. 조직 슬림화가 골자다. 

현대해상은 42조7650억원 규모의 국내 손보 시장에서 16.6%로 점유율 2위를 차지하고 있다. 손보업계에서는 소위 빅4가 버티고 있는데 1위 삼성화재 22.9%, 3위 DB손보 16.1%, 4위 KB손보 12.8% 등이다. 현대해상은 국내외 사업부 57개, 지점 331개, 사무소 7개 등을 보유하고 있다.

현대해상이 자금 여력을 충원하기 위해 노력한 결과 작년 상반기에 비해 올 상반기에는 매출과 영업이익이 10% 정도 늘었다. 매출은 3조6440억원이고 영업이익은 1399억원이다.

조용일 현대해상 대표이사의 모습. (사진=현대해상)

현대해상 관계자는 “(사옥 매각과 조직 슬림화 효과도 있지만) 코로나 영향으로 자동차 운행량이 좀 줄었다. 그래서 자동차 손해율이 나아진 점도 있다”고 말했다. 

현대해상은 8월14일 다트(전자공시시스템)에 공시한 반기 보고서를 통해 “손해보험업은 그 특성상 공적 성격을 지니고 있어 감독당국의 엄격한 규제를 적용받고 있고 타업종에 비해 경기에 덜 민감하여 후행하는 특성이 있다”며 “계절적 요인이 영업과 수익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으나 자동차보험 등 일부 보험 종목의 경우 집중호우, 폭설 등이 일시적으로 보험영업 손익에 영향을 주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향후에도 국내 손해보험시장은 장기보험을 주도로 성장을 지속하겠지만 시장의 높은 성숙도를 감안할 때 장기적으로 성장성 둔화가 불가피할 것”이라며 “(현대해상은) 치열한 영업 환경 속에서도 꾸준히 시장 지배력을 유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손보의 핵심은 자동차보험이다. 현대해상은 ‘하이카 다이렉트’라는 자동차보험 브랜드화에 성공했다. 자동차보험 시장점유율을 보면 1위 삼성화재 30.1%, 2위 현대해상 20.4%, DB손보 20.2%, KB손보 13.1% 등이다.  

현대해상은 “현재 구체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신규 사업이 없다”면서 지출 축소에 고심하고 있는 모양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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