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결식은 오전 7시 30분부터 약 1시간가량 진행
고인 숨결 담긴 화성사업장 들러 임직원과 마지막 인사

한국 경제 성장을 이끌고 세계 경제에 ‘초일류 삼성’이라는 큰 획을 그은 故 이건희 삼성 회장의 영결식과 발인이 28일 오전 비공개로 유족과 함께 엄수됐다. (사진=사진공동취재단)
한국 경제 성장을 이끌고 세계 경제에 ‘초일류 삼성’이라는 큰 획을 그은 故 이건희 삼성 회장의 영결식과 발인이 28일 오전 비공개로 유족과 함께 엄수됐다. (사진=사진공동취재단)

[중앙뉴스=김상미 기자] 한국 경제 성장을 이끌고 세계 경제에 ‘초일류 삼성’이라는 큰 획을 그은 故 이건희 삼성 회장의 영결식과 발인이 28일 오전 비공개로 유족과 함께 엄수됐다.

유족인 홍라희 전 리움미술관장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이서현 삼성복지재단 이사장 등은 이날 삼성서울병원 암센터 건물 지하를 통해 영결식이 열리는 장례식장으로 이동했다.

영결식에는 고인의 동생인 이명희 신세계 회장, 고인의 조카인 이재현 CJ그룹 회장 등도 참석한 것으로 전해졌다.

영결식은 차분한 분위기 속에서 비공개 가족장으로 오전 7시 30분부터 약 1시간 가량 진행됐다.

이후 이건희 회장과 유족, 친지 등을 태운 운구 행렬은 생전 이 회장의 발자취가 담긴 공간을 돌며 임직원들과 마지막 이별을 고했다.

운구차는 이건희 회장이 거주하던 용산구 한남동 자택과 이태원동 승지원(承志園), 리움미술관 등을 들른 뒤 이건희 회장이 사재를 털어 일군 화성 및 기흥 반도체 사업장에서 임직원들의 작별 인사를 받은 뒤 장지로 이동했다.

화성·기흥 사업장은 이건희 회장이 1984년 기흥 삼성반도체통신 VLSI공장 준공식을 시작으로 4번의 행사에 참석할 정도로 애착이 깊던 곳이다.

화성·기흥 사업장을 거쳐 이건희 회장은 수원에 있는 가족 선영에 영원히 잠들었다.

생전에 故 이건희 회장은 삼성의 자산을 가장 많이 키운 장본인이다. (사진=사진공동취재단)
생전에 故 이건희 회장은 삼성의 자산을 가장 많이 키운 장본인이다. (사진=사진공동취재단)

@ 재임기간 삼성 자산 790조원 키워…국내 최대

생전에 故 이건희 회장은 삼성의 자산을 가장 많이 키운 장본인이다.

아버지 故 이병철 회장 이후 故 이건희 회장 재임기간 동안 재계 1위인 삼성그룹의 자산을 790조원 늘렸다. 국내 최대이다.

28일 기업평가사이트 CEO스코어가 이건희 회장 별세를 계기로 10대 그룹 2·3세 총수 회장 재임 기간(2019년 결산기준) 그룹 자산과 매출 변화를 조사한 결과, 자산은 713.8%(1천742조원), 매출은 411.6%(865조원) 각각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국내 최대 그룹인 삼성의 자산은 고 이건희 회장의 재임(투병 기간 포함) 동안 790조원 이상 증가해 10대 그룹 중에서도 가장 큰 폭으로 회사를 성장시켰다.

이건희 회장은 2014년 급성심근경색으로 쓰러졌으나 별세 전까지 회장직을 유지하고 있어 지난해 실적까지 포함됐다.

고 이 회장의 취임 첫해인 1987년 자산이 10조원 수준이었지만 2019년에는 803조원으로 793조원(7천620.3%) 증가했다.

계열사 숫자도 37곳에서 59곳으로 22곳 늘었다.

이 회장은 반도체를 시작으로 가전, 휴대폰 등에서 삼성을 글로벌 1위 자리에 올려놓으며 대한민국 IT 강국의 초석을 마련했다.

그룹사의 매출액도 삼성이 가장 많이 늘었다. 

故 이건희 회장은 취임 첫해 약 10조원이던 매출을 지난해 315조원으로 305조원(3천76.9%) 늘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이건희 삼성 회장이 영면에 들면서 이 회장의 유언장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사진=사진공동취재단)
이건희 삼성 회장이 영면에 들면서 이 회장의 유언장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사진=사진공동취재단)

@ 이건희 유언장 있나…삼성그룹 지배구조 요동칠 수도 

한편, 이건희 삼성 회장이 영면에 들면서 이 회장의 유언장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故 이건희 회장이 18조 원에 달하는 재산의 상속을 어떤 방식으로 정해 놓았는지에 따라 삼성그룹의 승계와 지배구조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 회장이 유언장을 남겼는지에 대해서는 예상이 분분하다.

일각에서는 이 회장이 2014년 5월 급성 심근경색으로 갑자기 쓰러진 뒤 6년 넘게 병상에서 의식이 없었기 때문에 유언을 남길 수 없었을 것으로 본다. 

쓰러지기 전에 왕성하게 활동했다는 점도 이 회장이 사전에 유언장을 남기지 않았을 것으로 보는 견해의 근거다.

하지만 다른 쪽에서는 이 회장이 일찍이 유언장을 작성해뒀을 것으로 추측한다. 사후 경영권 분쟁 소지를 줄이기 위해 유산 상속에 대한 기본 방침을 남겨뒀을 것이라는 것이다.

이 회장은 부친인 이병철 선대회장의 재산 상속을 둘러싸고 형인 이맹희 전 CJ 명예회장과 법적 분쟁을 벌였는데, 당시 양측 모두 “유언장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밝힌 바 있다.

이 회장 자신이 유언장 부재에 따른 갈등을 형제와 겪었던 만큼, 미리 유언을 준비했을 가능성이 있다.

아들 이재용 부회장이 2017년 12월 27일 국정농단 사건 재판에서 이 회장의 유언장에 대해 언급한 적이 있다.

당시 재판에서 검찰은 ‘이 회장 유고 시 삼성생명 등 주요 계열사 지분을 상속받는 피고인(이 부회장)이 그룹 대주주 지위를 차지하는 구조가 맞냐’고 질문했다.

이에 이 부회장은 “회장님의 유언장 내용이 정확히 어떻게 돼 있는지, 지분이 어떻게 될 것인지는 제가 말할 사항이 아니다”고 답했다.

이 부회장은 지난 5월6일 대국민 사과 기자회견에서는 자녀에게 결코 경영권을 물려주지 않겠다고 선언하면서 “제 자신이 제대로 된 평가도 받기 전에 제 이후의 제 승계 문제를 언급하는 것이 무책임한 일”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유언장이 있다면 이 부회장이 주식 과반을 상속하고 다른 가족은 부동산, 현금성 자산을 더 많이 상속받을 가능성이 크다.

아울러 삼성은 이미 오래 전부터 이재용 부회장이 지배하는 체제를 완성했기 때문에, 이 회장이 명시적 유언장은 남기지 않았더라도 이 부회장 승계로 ‘교통정리’가 돼있을 것이라는 예상도 있다.

이 회장이 보유한 삼성 주식 가치는 18조2천억원 상당이다. 

6월말 기준으로 ▲ 삼성전자 2억4천927만3천200주(지분율 4.18%) ▲ 삼성전자 우선주 61만9천900주(0.08%) ▲ 삼성SDS 9천701주(0.01%) ▲ 삼성물산 542만5천733주(2.88%) ▲ 삼성생명 4천151만9천180주(20.76%) 등을 보유했다.

배우자 홍라희 전 관장은 현재 삼성전자의 지분 0.91%(3조2천600억원)를 보유하고 있다.

이 부회장은 ▲ 삼성전자 0.7% ▲ 삼성물산 17.33% ▲ 삼성생명 0.06% ▲ 삼성SDS 9.2% ▲ 삼성화재 0.09% 등 약 7조1천715억원 상당을 가졌다.

이부진 사장과 이서현 이사장은 각각 삼성물산 5.55%, 삼성SDS 3.9%를 보유해 평가액도 약 1조6천82억원으로 같다.

유언장이 없다면 상속은 법정 비율대로 이뤄진다. 홍 전 관장이 33.33%, 이재용 부회장과 이부진 사장, 이서현 이사장이 각각 22.22%씩 상속하게 된다.

이렇게 되면 홍 전 관장이 삼성전자, 삼성생명의 개인 최대주주가 되는 것이기 때문에 홍 전 관장이 지배구조의 캐스팅보트를 쥐게 될 수 있다.

다만 홍 전 관장이 가장 많이 상속하더라도 삼성전자 지분율이 0.91%에 그치고, 이부진 사장과 이서현 이사장도 이 부회장에 비하면 지분율이 적어 이 부회장 중심의 지배구조가 크게 흔들리지는 않을 것으로 재계는 전망한다.

아울러 재산 사회 환원, 삼남매의 계열 분리 등에 대해서도 이 회장이 유언을 남겼을지 관심거리다.

삼성 측은 “이 회장의 유언, 유언장에 대해 전혀 아는 바가 없다”고 밝혔다. 

유언장이 있더라도 가족과 극소수 측근만 알 것으로 재계는 예상한다.
 

저작권자 © 중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