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권 전부터 후계 세력 구도 다졌어야
뒤늦게 오버 퍼포먼스
국민의힘은 귀족 정당
탄핵의 배경
내가 우파 정당에 뛰어든 이유
조원진 대표에 관하여
우파 분열
부정선거

[중앙뉴스=박효영 기자] 박근혜 전 대통령은 우리공화당에서 상징적인 인물이다. 그러나 결코 성역은 아니다. 조원진 우리공화당 대표는 지난 1월13일 출고된 조선일보와의 인터뷰 기사를 통해 “바깥에서 보는 것과 달리 우리 당원들은 박근혜 맹신자가 아니다. 박빠 정당도 아니”라고 밝혔다. 박 전 대통령이 당한 탄핵을 부당하다고 여기고 그걸 주도한 문재인 정권에 적개심을 갖고 있을 뿐 박 전 대통령 자체를 신격화하지 않는다.

한근형 우리공화당 청년 최고위원은 지난 10월19일 13시반 서울 영등포구에 위치한 당사에서 기자와 만나 “사실 내가 생각했을 때 박근혜 대통령의 가장 아쉬운 점은 후계 구도를 키우지 못 한 것”이라며 “솔직히 (중국) 전승절 참여도 박 대통령이 자유통일을 하려는 과정에서 나왔던 아쉽지만 어떻게든 해보려고 했던 방법론 중에 하나였다고 생각해서 그걸 크게 비판하지는 않지만 가장 아쉬운 점은 청와대 들어가기 전에 이미 자신의 자리를 생각해서 차기 후계 구도를 생각해놨어야 했는데 그러지 않으셨다”고 주장했다.

한근형 청년 최고위원은 거침없이 자기 소신을 피력했다. (사진=박효영 기자)

한 위원은 1991년생으로 지난 7.4 전국대의원대회의에서 49.96%(7663명 중 3829표)의 득표율을 얻어 당 지도부에 입성한 청년 우파 정치인이다. 박 전 대통령을 존경하지만 무조건적으로 옹호하지 않고 탄핵을 당할 수밖에 없던 배경을 비교적 객관적으로 해석하기 위해 노력한다.

이를테면 한 위원은 “청와대에 들어가면 한 당의 대통령이 아니라 국가의 대통령이 되는 것인데 정치 현실상 여당과의 긴밀한 공조가 있어야 한다. 그런데 여당 내에서 반기를 드는 사람이 나오기 마련인데 본인을 대신할 수 있는 차기를 미리 준비하고 그랬다면 탄핵까지 가지 않았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흔히 박 전 대통령이 유승민 전 새누리당 원내대표를 찍어내고 2016년 총선에서 진박 공천을 자행했다는 세간의 평이 있는데 한 위원은 “내가 말하는 후계 문제의 대안은 청와대 들어가기 전에 준비가 돼 있어야 한다. 그게 준비가 되지 않았기 때문에 안에서 김무성·유승민이 흔들 때 그걸 잘 견제하지 못 하고 오히려 과도한 오버 퍼포먼스가 나오면서 더욱 큰 문제가 됐다. 빈대 잡으려다 초가 삼간 태우는 그런 문제가 된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그래서 박 대통령이 더욱 힘들어졌고 사실 여당 세력 구도를 잘 다듬어야 할 대통령의 입장과 별개로 어떻게 보면 친박이 대통령을 지지하는 국민들의 표심을 자기들의 것으로 끌어오려는 자기 욕심이 컸다”면서 “그렇기 때문에 오버 퍼포먼스가 나오는 것이다. 그게 더욱더 여당 내부 분열을 가속화시켰다”고 역설했다. 

조원진 우리공화당 대표와 박근혜 전 대통령의 모습. (사진=우리공화당)

박 전 대통령이 집권 전부터 소위 말해 쉐도우 캐비닛을 비롯 철저하게 자기 세력을 형성해놨어야 한다는 고언이다. 그러한 기반 다지기 작업이 집권 전부터 준비되지 않았기 때문에 집권 중후반기에 조급해져서 오버 퍼포먼스가 나올 수밖에 없었고 문재인 정권의 패권주의를 초래하고 말았다.

한 위원은 “탄핵이 안 됐다고 하더라도 아마 문재인이 됐을 것 같다. 그럼에도 박 대통령의 후임이 탄탄하게 있었더라면 과연 문재인이 순탄하게 대통령이 될 수 있었을까?”라며 “만약 된다고 하더라도 이렇게 일방적으로 (국정 운영이) 흘러갈 수 있을지 나는 그런 것에 대한 아쉬움이 크다”고 강조했다. 

탄핵 당시의 상황으로 좀 더 들어가보자.

한 위원은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박근혜 대통령이 탄핵됐던 요인들 중에 정말 큰 게 기득권 내의 부정부패를 털려고 했던 시도들이 오히려 보수에 똬리를 트고 있는 기득권 세력들에게 반감을 준 게 크다고 생각한다”면서 “조선일보의 기강을 잡으려고 했던 문제(송희영 전 주필의 대우조선 접대 의혹), 김영란법 등등 나는 김영란법이 좀 무리수였다고 생각한다. 그러한 부정부패를 털려고 했던 것이 기득권 입장에서 큰 대의로 공감받지 못 하고 자기 것을 빼앗는다고 보여서 (저항이) 심했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실제 조선일보(TV조선)는 2016년 10월말 jtbc가 태블릿PC 보도로 탄핵 정국을 열어젖혔을 때 박근혜 정권을 가장 앞서서 몰아붙였다. 더 나아가 한 위원은 이런 해석도 덧붙였다.

한 위원은 “(총선 전 구 미래통합당 쪽에서 영입 제안도 받았지만) 나는 집이 유복하지도 않고 학벌이 좋지도 않다. (현 국민의힘은) 그런 (흙수저) 사람들을 키워주지도 않고 뜻을 반영해주려는 노력도 하지 않는 태생적인 귀족 정당이라 나는 그쪽에 갈 생각이 없다”며 “기본적으로 이번 총선에서 슈퍼 여당과 가장 쪼그라든 야당이 이 지경이 된 것은 박근혜 대통령 탄핵 때부터 이어져온 쓰나미도 있겠지만 수십년간 계속돼온 국민의힘의 귀족 정치적 문제가 터졌다고 본다”고 풀어냈다.

이어 “있는 사람들, 판검사 출신, 장군 출신 등등 물론 그런 사람들이 잘 할 수도 있고 진짜 시대정신에 따라갈 수도 있지만 항상 기득권의 덕을 본 사람들만 공천을 받고 양성됐다”며 “기득권과 비기득권으로 나눴을 때 (항상 국민의힘은) 자기들 세력 연장 차원으로만 비춰진다. 그런 구조적인 것에 대한 구 자유한국당식의 귀족 정치가 종말을 선고받은 결과라고 본다”고 설파했다. 

(사진=박효영 기자)
한 위원은 박근혜 전 대통령의 후계 육성 문제를 지적했다. (사진=박효영 기자)

한 위원은 2017년 8월 구 대한애국당 시절 입당했다. 태극기집회에서 우파 청년의 당찬 연설로 주목을 받아 지금의 위치까지 도달했다. 

한 위원은 “사실 언감생심 정치할 생각이 없었지만 지도부 추천이 있었다. 초창기에 그런 건의가 많이 올라왔고 아버지와 대화를 많이 나눴었다. (우파 정당에) 청년 인재가 없어서 그런 건데 내가 뛰어 들어 작은 도움이라도 드리는 게 맞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한 위원은 주변에서 노동운동을 하는 선배를 봤는데 그가 결국 사회적 약자들을 대변하기 보다는 자기 위세를 위해 약자를 동원하는 현실을 목격했다고 했다. 그렇게 좌파의 이중성을 자각했다. 

한 위원은 “사실 이 연령대에 왜 정치에 뛰어드냐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결론적으로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이 모여서 가족이 되고 그 가족이 모여서 공동체 즉 국가를 구성한다. 사람들은 대부분 국가 운영과 나 자신이 별로 상관없는 것이라고 치부해버리는데 헌법에는 우리 모두가 이 나라의 주인이라고 명시돼 있다”며 “그러나 주인의식을 갖고 살아가는 시민들은 거의 없다. 내가 주인인 이 나라를 좋은 방향으로 이끌어가는 것에 대한 그런 고민이 많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다보니 나도 여기까지 오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나도 첫걸음을 이쪽으로 떼지 않았으면 석사 졸업하고 평범하게 취직을 했을 것”이라며 “어쩌다보니 운명인지 우연인지 모르게 정치권에 들어왔다. 스스로 잘못했다고 생각되지 않는데 힘들어서 포기하는 것은 도망치는 거다. 어디까지 가게 될지 모르겠는데 내가 틀렸다고 생각되지 않는 한 갈 때까지 가보려고 한다”고 공언했다.  

조 대표의 모습. (사진=우리공화당)

한 위원의 거침없는 평론이 이어졌다.

한 위원은 “태극기집회 이전과 이후의 조원진 대표는 완전히 다른 사람이라고 생각한다”며 “물론 국민의힘 같은 거대 야당의 지도자는 아니지만 대한민국의 기로를 결정할 주요한 순간에 리더십을 보여줬다. 그 리더십을 보여주기 전에는 한 사람의 정치인이었지만 그 이후에는 큰 정치인이 됐다”고 평가했다. 

총선 전 우파 분열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고 있을까. 

한 위원은 “가장 기본적인 인간의 욕심이라는 원천적인 것과 관련돼 있다. 뭔가 질서라고 말하면 아름답지만 사실 그 질서가 자리잡기 전까지는 내가 공학도라 우주 빅뱅이 딱 한 번에 크게 터지듯이 확실한 힘에 의한 질서가 잡히기 전까지는 굉장히 불안정하고 위험하다”며 “박 대통령 탄핵되고 나서 만약 대통령이 밖에 계셨다면 반문재인 깃발 하나로 뭉쳐있을 것이다. 하지만 박 대통령이 옥에 계신 상황에서 원천적으로 서로가 리더십을 탐할 수밖에 없는 그런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대통령 탄핵이 잘못됐다고 생각하는 많은 국민들이 있는데 모두가 그들을 자기 지지세력으로 끌어들이고 싶은 욕심이 있었다. 그러다보니 무리수가 나오고 분열이 생길 수밖에 없었다”며 “김문수 전 경기지사나 홍문종 전 의원은 (모두 우리공화당에 합류했다가 조 대표와 갈등관계를 맺고 총선 전에 집단 탈당을 했는데) 자신이 정치 선배로서 조 대표를 후배로 얕보는 게 있었다. 그렇다고 그 사람들이 선배로서 이끌어갈 리더십이 있었느냐? 그건 아니었다고 자신있게 말씀드릴 수 있다”고 강조했다. 

끝으로 부정선거 문제다. 우리공화당은 당 차원에서 총선 부정선거론에 선을 긋고 있다.

한 위원은 “자기가 지고 나면 시스템 자체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하는 사람들이 있다. 물론 나도 개인적인 차원에서 그분들의 입장을 이해한다”며 “호주나 대만 등에서도 중국의 개입이 분명 있었고 미중 대립관계에서 우리나라가 갖고 있는 포지션이 중요하니까 중국이 왜 개입을 안 했을 것인가 싶어서 (그런 가설이) 맞는 이야기일지 모르지만 부정선거였다는 실질적 증거는 없다. (부정선거론자들이) 주장하는 것들을 지켜보면 부풀려진 낭설도 많고 많이 아쉽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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