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인권 문화읽기] ‘아전인수’에 능한 사회 ‘존중’ 가치 체득 필요
[이인권 문화읽기] ‘아전인수’에 능한 사회 ‘존중’ 가치 체득 필요
  • 신현지 기자
  • 승인 2020.11.06 14: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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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인권 문화경영미디어컨설팅 대표

[중앙뉴스=이인권] ‘역지사지’(易地思之)는 ‘자기중심의 시각이 아닌 상대방의 입장에서 헤아려 보라’는 뜻이다. 맹자(孟子)의 ‘이루편’(離婁編)에서 연유된 사자성어다. 여기에는 ‘남을 다스려도 다스려지지 않으면 자신의 지혜를 돌아보라’(治人不治反其智)‘는 구절도 있다. 

요즘 우리 정치 사회의 세태를 꼬집기라도 하듯 한 경구다. 무엇에서든 자기에게만 유리하게 생각하며 행동하는 ‘아전인수’(我田引水)를 경계하고 있다. 그렇게 보면 역지사지와 아전인수는 서로 대립되는 지점에 있다고 할 수 있다. 

최근 한 방송 프로그램에 유명세를 누리는 소위 셀럽이 출연해 과거를 돌이켜보며 한 말이 떠오른다. “내가 지금 이 자리(스타)에 오지 않았으면 중국집 배달부가 됐거나 시장통에서 장사나 했을 테죠.” 이렇듯 이른바 출세한 유명인사가 방송에 나와 이와 유사한 발언을 거리낌 없이 하는 것을 종종 접한다.

대부분 무심코 넘겨버리지만 그 언사는 직업의 귀천을 구별하는 편견을 나타내고 있다. 편견은 프랑스의 사상가였던 볼테르의 말처럼 ‘분별력 없는 견해’다. 그것은 그 유명인사가 역지사지의 생각이 부족한데다 편견과 우월감에 사로잡혀 있어서다.

한마디로 자신의 위상만 생각하며 주위를 배려하지 않는 무감각의 소치다. 편견은 바로 아전인수와 같은 것으로 편견이 지배하는 사회는 갈등과 대립과 분열로 이어지게 되어 있다. 어떤 공동체에서든 편견으로는 화합과 일체감을 이루기가 쉽지 않다.

특히 진영논리가 지배하는 정치판에서는 더욱더 그렇다. 그래서일까. 프란시스 제프리는 ‘편견에 기반한 의견은 항상 최대의 폭력으로 지탱 된다’고 일갈했다. 우리 사회는 한 세대 정도에 걸친 산업근대화를 통해 경제 발전을 이루면서 세기적 변화를 겪었다.

어떻게 보면 이렇게 단기간 내 농축된 성장을 경험하다보니 겉모습과 달리 사회적 문화가 숙성되는 과정을 거치지 못했다. 그러면서 승자독식의 ‘출세주의’가 사회적 풍조가 되어버렸다. 출세는 진정한 의미의 ‘성공가치’와는 결이 다르다.

출세는 남을 딛고 일어서야 하는 경쟁의식과 세권을 누리려는 서열주의를 중요하게 여긴다. 오로지 입신양명이 삶의 목표가 된다. 그래서 오죽했으면 한국을 지위경쟁사회라고 규정하지 않았던가. 각 개인이 출세를 위한 지위경쟁에 내몰리다보니 사회적 스트레스지수가 높다.

여기에 학벌이 사회적 지위 획득의 가장 중요한 수단이 돼 모든 사람들이 참된 교육을 추구하기보다 입시전쟁에서 이전투구를 벌인다. 이를 통해 신분을 향상시키려다보니 우리 사회가 많은 비용을 감당해야 한다. 어쨌든 출세는 상호 관계를 수직적인 관점에서 바라보는 것이다.

반면에 성공은 수평적인 시각에서 접근하는 사회적·개인적 삶의 방식이다. 갈수록 우리는 돈, 권력, 명예라는 외면적 기준으로 사회적 위계가 결정돼 ‘갑’이 되는 출세를 좇아간다. 하물며 어린이와 청소년들까지도 미래 목표가 단연 물질만능주의로 흐르는 게 요즘 세태다.

잠재의식 속에 신분 우열의식과 출세지향주위가 깊게 배어있다 보니 우리 사회에서 ‘존중’의 가치를 찾기 어렵다. 존중은 나와 너를 대등한 입장에서 소중하게 대해주는 자세다. 존중은 나에 대한 것만 소중하다는 편향성과 일방성이 아닌 쌍방향의 소통을 근간으로 한다. 상대방을 긍정적으로 배려하며 귀중하게 여기는 사고방식이나 행동양식이다. 그래서 존중을 보인다는 것은 인간 최고의 덕목이다.

독일 철학자 게오르크 헤겔은 ‘어느 시대든 그 시대를 규정짓는 정신이 존재하며 개인이 시대정신을 뛰어넘을 수 없는 것’이라 했다. 지금 이 시점 우리의 새로운 시대정신은 존중이어야 한다. 여기에 우리 사회의 리더와 셀럽이 앞장서야 한다.

지금까지처럼 개인의 존엄성이나 자존감이 집단적 자아 속에 묻혀버리지 말아야 한다. 존중은 인간의 모든 활동을 관통하는 사람만의 고유한 품격이기 때문이다. 이제 모두가 역지사지의 자세로 서로를 존중하도록 해야 한다. 그래야 화려한 겉모양보다 심연이 성숙한 국민성이 길러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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