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에 임하는 자세
국회대학교
중도층 공략?
정치적 진영논리 벗어나고파
친문재인계와는 소통 어려워
조국 전 법무부장관에 분노

[중앙뉴스=박효영 기자] 모든 정치인은 정무적이라고 한다. 자기 처세에 능하고 권력 투쟁에서 이겨야 하기 때문에 정직하고 솔직하면 안 된다는 것이다. 원래 정치는 그런 거라고 누구나 훈수를 둔다. 

허은아 국민의힘 의원은 “잘 모르겠다. 내가 아마 여기 있는 분들보다 정치적으로 미숙할 수도 있다. 모든 걸 너무 정치적으로만 보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것이 나의 기본 정체성”이라며 “왜냐면 정치에 관심 많은 몇 퍼센트의 국민들 말고는 대다수의 국민들이 정치에 신경 안 쓰고 내가 행복하고 건강하고 싶은 것”이라고 말했다.

허 의원은 중앙뉴스가 기획한 <뭔가 다른 보수> 시리즈 대담에서 정치적 처세술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다고 강조했다. 대담은 지난 3일 국회 의원회관 허은아 의원실에서 15시20분부터 1시간 넘게 진행됐다. 대담에는 이상민 유튜버, 곽희근 전 새로운보수당 대학생부위원장, 최성호 전 새로운보수당 청년공감위 부위원장, 이설아 보통정치연구소 대표, 박세연 청년 등이 참석했다. 

허은아 의원이 뭔가 다른 보수 대담에 임하고 있다. (사진=허은아 의원실 강보람 비서) 

유튜브 전략을 논하던 중이었다. 허 의원은 지난 6월 같은 당 전주혜 의원과 함께 ‘국회대학교’라는 유튜브 채널을 만들었다. 그러나 아직 성과가 미미하다.

이상민 유튜버: 국회대학교 최다 조회수가 1000회가 안 되는 걸로 알고 있다.
 
허 의원: (들고 있던 명함을 떨어트리면서 살짝 미소를 짓고) 지금 명함을 던졌다. 아 보고 오셨구나. (평균 조회수가) 50회 정도일 때도 많다. 원래 국회대학교는 기존의 보수 유튜브가 많은데 똑같이 할 것 같았다면 이렇게 하지 않았다. 처음 4명의 의원들이 함께 해보자고 마음을 모았었다. 결국 전주혜 의원과 내가 하게 됐다. 기존의 보수가 아닌 젊은층이나 정치에 관심있는 20~30대에게 국회를 알려주고 국회의원들이 일을 안 하는 것처럼 돼 있는데 우리는 들어가서 일을 할 거니까 그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좋다고 생각했다. 

이상민 유튜버는 허 의원에게 중도표를 공략하기 위해 보수진영을 넘어 문재인 정부에 실망한 모든 진영과 적극적으로 협력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화두를 던졌다. 동시에 국민의힘이 유튜브 시장을 장악한 우파 유튜버들과 어떻게 관계 설정을 해야 하는지에 대해 이야기했다.

이상민 유튜버는 “외연의 확장성 차원에서 우파 유튜버들이 전혀 도움이 안 된다고 보는 평가들이 많은데 동의하는가? 아니면 본인의 국회대학교 시도처럼 새로운 대체재가 필요하다고 보는가?”라고 물었고 허 의원은 “대체재가 맞을 것 같다. 나는 뭐 우파? 극우? 이런 말씀들을 하고 있지만 그분들에게 무슨 잘못이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극우든 극좌든 다들 자신의 세력을 불리기 위해 애쓰고 있고 나름 자신들의 소신으로 하는 일 아닌가. 그래서 그걸 꼭 정치적으로만 보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이어 “다만 모든 것들에 정치적 프레임을 자꾸 덧씌우려는 것에서 어떻게 벗어날 수 있을까를 고민해야 한다”고 밝혔다.

허 의원과 전주혜 의원이 공동으로 운영하고 있는 '국회대학교'. (캡처사진=유튜브) 

이상민 유튜버는 국민의당 공식 유튜브 채널로 기능하고 있는 ‘안철수TV’를 예로 들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와 콜라보를 많이 했고 최근에는 서민 단국대 교수도 유튜브 코너에 초대했다. 모두 반문재인계 인사다. 중도층 공략 차원에서 진영을 넘어 함께 해야 하는데 유튜브가 제격이라고 보는 것이다.

허 의원은 “(국회대학교에서도) 그런 것들이 곧 많이 나올 것 같다. 나는 원래 민주당에도 친한 분들이 계시고 정의당에도 류호정·장혜영 의원과 친하다. 한 달에 한 번 밥도 같이 먹는다. 추후에 같이 (유튜브를) 해볼까 생각하고 있고 전용기 의원(더불어민주당)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그러나 허 의원은 정치적 진영을 뛰어넘어 유튜브에 많은 인물을 초대하겠다는 것과 그게 곧 정치적 전략으로 치환되는 것을 구분했다.

허 의원은 “정치라는 게 자신들의 그룹이 표를 얼마나 받느냐 결국 그런 걸로 수렴된다. 뭐 우리가 중도표를 공략하기 위해 그렇게 계산적으로 하기 위해서는 버릴 것은 버리고 그래야 하지만 꼭 그렇게 접근해야 하는가?”라며 “내 생각은 (지지자들 중에) 저희 당의 정통 우파를 좋아해주는 분들이 계시고 김웅 의원이나 나처럼 중도보수를 향해서 가는 분들을 선호해주는 분들이 있다. 그들 모두가 모인 곳이 국민의힘이고 보수정당이라고 생각한다”고 풀어냈다. 

대담이 진행되고 있는 모습. (사진=허은아 의원실 강보람 비서)

정치적 노림수를 갖고 유튜브를 하지 않겠다는 것이고 누군가와 협력을 하더라도 그런 의도를 갖지 않고 “순수하게” 해보겠다는 것이 허 의원의 요지다.

허 의원은 “이번에 저희 공부 모임(국민의힘 초선 의원들이 결성한 ‘명불허전 보수다’)에 서민 교수 모셨고, 그 다음에 금태섭 전 의원(무소속) 오고, 유승민 전 의원(국민의힘)도 오신다. 안철수 대표도 모실까 생각하고 있다”며 “나는 꼭 굳이 (정치적 진영을) 나눌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 같이 어울리고 친하게 지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역설했다. 

물론 정치 영역에서 무작정 ‘반정치’ 또는 ‘탈정치’를 추구하는 것도 바람직하다고 볼 수 없다. 이해관계가 첨예한 상황에서 갈등은 불가피하고 결국 정치 집단은 누구 편에 서야 할지 매번 결정해야 한다. 그런 선택을 피하면 안 된다. 다만 허 의원은 지나치게 정치적 진영논리로 모든 것을 해석해서 사고하게 되는 관성을 경계하는 듯 했다.

허 의원: (기자를 가리키며) 원래 진보라고 하지 않았는가? 

이상민 유튜버: 강성 진보시다. (일동 웃음)

허 의원: 아니 그러니까 누구나 진보적 성향은 있다. 그중에 주요 정체성을 따지다 보면 나뉠 수는 있다고 본다. 그러나 현직 여야 정치인이 아닌 이상 꼭 모든 걸 정치적으로 반으로 나눠서 볼 일은 아닌 것 같다. 

하지만 허 의원도 내로남불 진영논리에 사로잡힌 강성 친문재인계 지지 그룹과는 소통하기 어렵다고 손사레를 쳤다. 

허 의원은 “(누구와도 소통을 할 수 있지만) 극문파들과는 못 할 것 같다. 사실 그들과 이질감을 느낀다. 저렇게 말을 바꾸고 내로남불을 하는 분들과는 성향이 아예 안 맞는 것 같다”며 “모든 것을 정치적 갈라치기로 만들어버리는 것이 아닌가 싶다. 국민의힘은 그렇게 하지 않으려고 노력해야 한다”고 설파했다. 

허 의원은 최성호 전 부위원장으로부터 정치를 하는 궁극적인 목적에 대해 질문을 받고 이런 이야기를 들려줬다.

허 의원은 “내가 왜 굳이 들어가서 정치를 해야 할까라는 생각을 많이 했는데 나를 움직인 것은 감사하게도 조국님(조국 전 법무부장관)이다”며 “조국님을 보면서 정말 분노했다. 작년에 상당히 많이 분노했고 우리 아이들에게 공정의 가치를 무너뜨리고 세상이 살만한 것이 아니라고 느끼게 한 것이 너무 싫었다”고 털어놨다.

이어 “내가 할 수 있는 것이 별로 없기 때문에 방송에 패널로 나가 많은 얘기들을 했는데 나의 팬들이 생겼다. 나로 인해서 조금이라도 누군가 시원함을 느꼈으면 좋겠고 세상이 바뀌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사진=허은아 의원실 강보람 비서)
대담이 끝나고 기념사진을 찍고 있는 모습. 왼쪽부터 박효영 기자, 박세연 청년, 최성호 전 부위원장, 허 의원, 이설아 대표, 이상민 유튜버, 곽희근 전 부위원장. (사진=허은아 의원실 강보람 비서)

허 의원: 앞으로 김웅 의원(국민의힘)과 반려동물 관련 컨텐츠를 하기로 했다. 나중에 김웅 의원에게 허은아 의원이란? 이런 걸 꼭 해야 한다고 (주변에서) 그러더라. (일동 웃음) 왜 웃는가? 너무 솔직한 것 아닌가? (김웅 의원이 엉뚱한 이미지가 있는 허 의원에 대해 한 마디로 묘사하는 일이 곤란할 것이라는 의미로 받아들이면서) 나중에 김웅 의원에게 물어봐야겠다. 같은 당 여성 의원의 이미지가 도대체 어떻길래 이런 질문을 한다는 것에 웃음이 나오는지. 김웅 의원이 정직하게 말해줄 것이다. 

이설아 대표: 사실 정치인들에게 정직함이 어딨는가. 

허 의원: 나는 아직 정직하고 정직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국회대학교 이야기를 좀 더 들어보자.
 
허 의원은 “요즘 트렌드가 재밌어야 하고 자신이 관심없으면 잘 안 보는 것 같다”며 “국회대학교는 (국회의원 임기와 대학 재학 기간이) 4년이니까 1~2학년은 신입생 뭐 이렇게 진행을 해보는 것이고 나는 행동대장, 전주혜 의원은 지난번에 들어오려다 안 된 게 있어서(2018년 구 자유한국당 조직강화특별위원으로 영입) 재수생, 다른 분들도 캐릭터가 있었다. 각자 일주일에 최소 한 번 이상 코너를 맡아서 해보자고 했다”고 운을 뗐다.

이어 “처음에 열심히 진행을 했고 국정감사 때는 뭘 어떻게 할지 고민했었는데 좀 (이상민 유튜버에게) 자문을 받아야 할 것 같다. 구독자수와 좋아요 성과보다는 이렇게 시도를 한 용기라고 할까. 뭔가 다르게 하려고 하는 그런 것에 대해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다”고 덧붙였다.

(사진=허은아 의원실 강보람 비서)
허 의원은 1시간 넘게 진행된 대담에서 진솔한 이야기를 들려줬다. (사진=허은아 의원실 강보람 비서)

허 의원: 사실 국감 때는 우리가 만나지도 못 했다. 이제는 다시 돌아가서 열심히 해보려고 한다. 라이브도 나름 한 20~30명? 20명이 최대였다. 그것도 많다고 하더라. 근데 소수로 하다보니 식구 같다. 그러니까 이상민 유튜버가 순수하게 사람들의 관심을 끌 수 있도록 아이디어를 좀 많이 주시면 좋겠다. 우리가 아직 (구독자수) 1000명을 못 넘겼다. 1000명 되면 이벤트 한 번 해보고 싶다. 

이상민 유튜버: 같은 당의 여러 인물들을 활용해보면 좋을 것 같다. 

허 의원: 김웅 의원도 왔었고 김예지 의원도 왔었고. 

이상민 유튜버: 그렇게 유명세가 있는 분들은 상시적으로 나올 수 있도록 평소에 준비시켜놔야 한다. 

사실 허 의원은 유튜브 콜라보 제안을 받았다고 한다.

허 의원은 “우파 유튜버들 중에서 MOU를 맺자고 했다. (신의한수와 같은 메인 우파 유튜버인가?) 한수까지는 아닌데 그 옆에 있는 유튜버께서 사실 그런 말씀들을 해주셨고 어차피 알고리즘에 의해 움직이는 거니까 그렇게 할까도 싶었지만 그렇게 하면 저희가 시작할 이유가 없다”며 “일단 당분간 사람수에 연연하지 말고 우리의 색깔을 보여주다가 어느 순간 두 의원과 국민의힘에 관심이 생겨서 (많은 사람들이) 주목하게 될 것”이라고 공언했다.

이어 “잘 안 되고 있는 이유는 아직은... 저희 딸한테 많은 피드백을 들었다. 두달 하니까 그만하라고 하더라. 계속 안 될 것 같다고 (쓴소리를) 했다”며 “(고민 끝에 어차피 자리잡는 데까지 시간이 많이 걸릴테니) 차라리 우리 이야기를 더 많이 하고 라이브도 열심히 해서 라이브가 반응이 괜찮았다. 많은 사람들이 보지 않았어도 느낌상 괜찮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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