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그룹 장자승계 전통 이어 ㈜LG신설지주(가칭)로 독립 경영
구광모 회장의 선택과 집중 경영전략에 힘 실어 주고 부담 줄이려 

구본준 LG그룹 고문 (사진=연합)
구본준 LG그룹 고문 (사진=LG)

[중앙뉴스=김상미 기자] ㈜LG 구본준 고문이 LG의 장자승계 전통에 따라 새 지주사를 세워 내년 5월 홀로서기에 나선다.

이는 구 고문이 그룹의 장자 승계 전통에 따라 새롭게 출범한 구광모 회장 체제에 부담을 주지 않기 위한 것이다. 구 고문은 故 구자경 LG 명예회장의 셋째 아들이자 고 구본무 LG 회장의 동생이다. 

구 고문은 지난 26일 열린 ㈜LG 이사회 의결에 따라 앞으로 LG상사와 LG하우시스·실리콘웍스 등 5개 사 중심의 신규 지주회사 가칭 ㈜LG신설지주를 설립해 독립경영에 들어간다.

연합뉴스 등에 따르면, LG그룹의 지주회사인 ㈜LG는 26일 이사회를 열고 ㈜LG의 13개 자회사 출자 부문 가운데 LG상사, 실리콘웍스, LG하우시스, LG MMA 등 4개 자회사 출자 부문을 분할해 신규 지주회사인 ‘㈜LG신설지주(가칭)’를 설립하는 분할계획을 결의했다.

‘㈜LG신설지주’는 이들 4개 회사를 자회사로 하며 LG상사 산하의 물류회사인 판토스 등을 손회사로 편입하는 방식으로 설립된다.

존속 및 신설 지주회사 모두 현재의 지주회사와 상장회사 체제를 유지할 수 있도록 ㈜LG의 자회사 출자 부문 가운데 상장 자회사인 LG상사, 실리콘웍스, LG하우시스 및 비상장 자회사인 LG MMA 출자 부문을 인적 분할하는 방식으로 진행한다.

분할비율은 순자산 장부가액 기준 ㈜LG가 약 0.912, 신설되는 ㈜LG신설지주가 약 0.088이다.

사내이사는 구본준 LG 고문이 대표이사를 맡게 되며, 송치호 LG상사 고문(대표이사), 박장수 ㈜LG 재경팀 전무로 구성했다.

사외이사는 김경석 전 유리자산운용 대표이사와 이지순 서울대 경제학과 명예교수, 정순원 전 금융통화위원회 위원, 강대형 연세대 경제대학원 겸임교수를 각각 내정했다. 또 김경석, 이지순, 정순원 사외이사 내정자를 감사위원으로 선임할 예정이다.

'㈜LG신설지주'는 앞으로 새로운 이사진에 의한 독립경영 체제로 운영된다.

구본준 고문이 새로운 신설 지주회사의 대표이사를 맡아 신설 지주사를 이끌면서 LG그룹은 당분간 구광모 회장이 이끄는 ㈜LG 지주사와 구본준 고문의 ㈜LG신설지주 양대 체제로 운영된다. ‘한지붕 두 경영’인 셈이다.

이는 구본준 고문의 계열분리를 위한 수순으로, 내년 5월 신설 지주사 설립 후 계열분리에 필요한 관련 절차 등이 마무리되면 신설 지주는 LG그룹에서 분리될 것으로 보인다.

LG그룹 사옥 (사진=중앙뉴스DB)
LG그룹 사옥 (사진=중앙뉴스DB)

@ 내년 5월부터 독립경영…새 지주사로 ‘한 지붕 두 가족’ 

구 고문은 LG그룹이 LG상사와 LG하우시스·실리콘웍스 등 5개 사 중심의 신규 지주회사 ‘㈜LG신설지주(가칭)’ 설립을 통해 기존 지주사인 ㈜LG와 신규 지주회사가 내년 5월부터 독립경영에 들어간 뒤 향후 LG그룹과 구본준 ㈜LG 고문과의 계열 분리를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구 고문은 LG 지주사인 ㈜LG 지분 7.72%를 보유하고 있으며 시가 총액 기준 1조원 정도다.

LG그룹은 이번 이사회 결의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등으로 글로벌 불확실성이 커진 가운데 지주회사의 사업 포트폴리오 관리 영역을 더욱 전문화할 수 있는 구조로 조속히 전환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판단에 따라 지주사 분리를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이번 지주사 분리로 2018년 구광모 회장 취임 후 사업 포트폴리오의 ‘선택과 집중’ 전략에 따라 추진해온 사업구조 재편 작업이 일단락될 전망이다.

LG그룹은 구광모 회장 체제에 들어서면서 연료전지·수처리·LCD 편광판 등 비핵심 사업은 매각 등 축소하는 한편, 배터리·대형 OLED·자동차 전장 등 성장동력을 강화해왔다.

분할 이후 존속회사인 ㈜LG는 그룹의 핵심인 전자·화학·통신서비스 영역에 주력하고 신설 지주회사는 LG상사와 하우시스, 실리콘웍스 등을 중심으로 성장 잠재력을 갖춘 사업회사를 육성해 기업가치를 극대화할 계획이다.

2021년 3월 26일 정기 주주총회 회사분할 승인 절차를 거쳐 5월 1일자로 존속회사 ㈜LG와 신설회사의 2개 지주회사로 재편, 출범할 예정이다.

LG그룹은 “분할 후 존속 및 신설 지주회사는 각 주력사업에 대한 전문화와 역량 및 자원 집중, 경영관리 고도화를 통해 수익성과 안정성, 성장성을 제고함으로써 기업가치를 높일 것”이라고 말했다.

LG그룹 CI (사진=연합)

 

@ ‘1등 DNA’ 외치며 LG그룹에 일등주의 심어

앞서 구 고문은 구본무 회장의 별세로 2018년 3월 구광모 대표가 그룹 회장에 오르자 고문으로 빠지며 경영 일선에서 깨끗하게 물러났다.

이와 관련 업계의 한 관계자는 “구 고문이 LG가의 전통에 맞게 별다른 잡음 없이 결별 수순을 밟는 것”으로 평가했다.

재계는 구본준 고문이 LG그룹에 몸담은 32년 동안 LG그룹에 1등 DNA를 심어주며 회사의 성장을 이끄는데 큰 역할을 한 것으로 평가한다.

1986년 금성반도체에 입사한 뒤 부친인 고 구자경 회장, 형인 고 구본무 회장을 도와 LG그룹의 성장을 이끌었다는 것이다.

구 고문은 부임하는 곳마다 ‘1등 DNA’를 외치며 LG그룹에 일등주의를 심었다.

1999년 LG디스플레이 CEO를 맡으면서 회사의 공식 인사말을 ‘일등 합시다’로 바꾸고 전 임직원의 명함에 ‘No.1 Members,No.1 Company(1등 직원, 1등 회사)’라는 슬로건을 새겨 넣게 할 정도였다.

2010년 LG전자 CEO로 부임했을 때에도 회의 시작 전 사용하는 공식 인사말을 “반드시 일등 합시다”로 정했다.

이러한 각오를 통해 ‘연구개발(R&D)’과 ‘제조’ 역량을 사업의 근간으로 여기고 집중적인 투자를 아끼지 않았다는 평가를 받는다.

구 고문이 LG전자 CEO로 재직하는 5년간 R&D 투자는 2010년 2조7천억원에서 2015년 3조8천억원대로 40%가 늘었고 R&D 인력도 2010년 1만4천여명에서 2015년 2만명 수준으로 40% 이상 증가했다.

그러면서 임직원들을 볼 때마다 “품질을 놓치면 생존의 기반을 잃는다”고 강조했다.

LG전자가 ‘가전은 LG’라는 이미지를 형성하고 생활가전 시장에서 1위 자리를 굳건히 지키게 된 것도 구본준 고문의 연구개발 투자와 품질우선 중심의 경영이 크게 작용했다는 평가다.

2010년부터는 그룹 주력사인 LG전자를 이끌 때는 LG 시그니처, 트윈워시 세탁기, 그램 노트북 등 시장의 판도를 바꾸는 혁신 제품을 잇따라 선보이며 미래 성장 기반을 확대했다.

그는 성과는 철저히 챙기지만 따뜻한 리더십을 갖춘 ‘외강내유(外剛內柔)형’ 리더로도 평가된다.

재계의 관계자는 “구본준 고문이 20년간 LG전자, LG디스플레이, LG상사 등 주요 계열사 최고경영자(CEO)를 역임하며 성과를 냈듯이 계열 분리 이후에도 특유의 공격적인 경영을 앞세워 성과를 이끌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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