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원태, KCGI에 승리…산업은행 업고 아시아나 인수 속도낼 듯
산은, 항공산업 발전 위해 계획한 시간표대로 일정 추진할 계획

대한항공이 아시아나항공 인수에 날개를 달았다. KCGI와의 2차전도 승리하면서 산업은행(산은)을 등에 업고 아시아나 인수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사진=연합)
대한항공이 아시아나항공 인수에 날개를 달았다. KCGI와의 2차전도 승리하면서 산업은행(산은)을 등에 업고 아시아나 인수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사진=연합)

[중앙뉴스=김상미 기자] 대한항공이 아시아나항공 인수에 날개를 달았다. KCGI와의 2차전도 승리하면서 산업은행(산은)을 등에 업고 아시아나 인수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위한 한진칼의 유상증자에 반발해 사모펀드 KCGI가 가처분을 신청했으나 법원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은 것이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50부(이승련 수석부장판사)는 1일 KCGI 산하 투자목적회사 그레이스홀딩스가 한진칼을 상대로 낸 신주발행 금지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재판부는 “신주 발행은 상법과 한진칼의 정관에 따라 한진칼의 아시아나항공 인수와 통합 항공사 경영이라는 경영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필요한 범위에서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고 결정 이유를 설명했다.

그러면서 “한진칼 현 경영진의 경영권·지배권 방어라는 목적 달성을 위해 신주를 발행하는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한진칼의 5천억원 규모 제3자 배정 유상증자는 예정대로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앞서 산은은 두 항공사의 통합을 위해 한진칼에 8천억원을 투입하기로 했으며, 이 가운데 5천억원으로 제3자 배정 유상증자에 참여해 신주를 배정받기로 했다.

이른바 ‘3자 연합’(주주 연합; KCGI·반도건설·조현아)을 구성해 한진칼의 대주주로서 조원태 회장과 경영권을 두고 갈등해온 KCGI는 지난달 18일 한진칼의 신주 발행을 금지해달라며 법원에 가처분을 신청했다.

KCGI를 비롯한 3자 연합 측은 산은의 한진칼 투자가 조 회장의 경영권·지배권 방어를 위한 수단이라고 주장하며 반발해왔다.

하지만 재판부는 “한진칼이 산은의 제안을 받아들인 것은 경영 판단의 재량 범위에서 충분히 선택할 수 있는 사항”이라고 판단했다.

또 “산은은 산업정책적 목적 달성을 위해 주주로서 한진칼 경영에 참여·감독함으로써 항공산업의 전반적인 구조를 개편할 필요가 있었던 것으로 보이고, 이런 취지로 한진칼에 지분참여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취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이어 “한진칼이 아시아나항공 인수와 항공사 통합경영이란 이번 거래의 목적을 달성하려면 신주 발행 후에도 대규모 공적 자금 투입이 전제돼야 한다”며 “산은의 (지분 참여) 요구를 거부하는 것은 가능한 선택지로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이 경영권 분쟁 중인 ‘3자 연합’을 상대로 또다시 압도적 승리를 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사진=연합)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이 경영권 분쟁 중인 ‘3자 연합’을 상대로 또다시 압도적 승리를 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사진=연합)

@ 경영권 분쟁, 사실상 조원태 회장의 승리로 ‘종료’

이에 따라 조 회장이 경영권 분쟁 중인 ‘3자 연합’을 상대로 또다시 압도적 승리를 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 3월 3자 연합이 주주총회 의결권 행사와 관련해 낸 가처분 신청이 기각된데 이어 이번 가처분 신청도 기각되면서 경영권 분쟁이 사실상 조 회장의 승리로 종료됐다는 분석이다.

KCGI 측이 한진칼을 상대로 이번에 낸 신주발행 금지 가처분 신청은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막기 위한 KCGI의 법적 조치였지만, 한진그룹 경영권을 두고 조 회장과 3자 연합이 2차전을 벌인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앞서 지난 3월 3자 연합은 반도건설의 주주총회 의결권 행사를 허용해달라며 가처분 신청을 한 바 있다. 당시에도 3자 연합과 한진그룹 간 치열한 장외 여론전이 펼쳐졌다.

하지만 3자 연합의 가처분 신청이 법원에서 기각되면서 반도건설은 한진칼 주주총회에서 의결권 행사를 제한받았다.

주주총회에서 3자 연합이 추천한 이사 선임 안건은 모두 부결됐고, 조 회장의 사내이사 연임 건이 통과되면서 경영권 분쟁 1차전은 조 회장의 승리로 일단락된 것이다.

이번 2차전에서 KCGI는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위해 산은에만 한진칼 신주를 배정하는 방안은 조 회장의 경영권 방어가 목적이라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KCGI는 경영권 분쟁 중인 회사 경영진이 주주를 배제하고 임의로 신주 발행을 결정하는 것이 절차적으로 위법이라는 점을 내세웠지만, 실상은 산은이 한진칼 지분을 확보하며 조 회장의 ‘우군’ 역할을 할 것을 우려한 것으로 보인다.

산업은행은 한진칼의 제3자 배정 유상증자에 참여해 신주를 확보할 수 있게 됐다. (사진=연합)
산업은행은 한진칼의 제3자 배정 유상증자에 참여해 신주를 확보할 수 있게 됐다. (사진=연합)

@ 산은, 조 회장 경영권 방어에 힘 보탤 ‘전망’

이에 산은은 일방에 우호적인 의결권 행사를 하지 않고 민간위원이 참여하는 기구를 통해 의결권 행사를 하겠다고 반박했다.

법원이 이날 기각 결정을 내리면서 산은은 한진칼의 제3자 배정 유상증자에 참여해 신주를 확보할 수 있게 됐다. 12월 22일 신주 상장과 함께 한진칼 지분을 확보한다.

현재 KCGI와 조현아 대한항공 전 부사장, 반도건설로 꾸려진 3자연합의 한진칼 지분율은 45.23%로 조 회장 측 우호 지분율(41.4%)에 앞선다.

산은이 한진칼 지분 10.66% 확보하면 양측의 지분율이 다소 내려간다.

산은을 조 회장의 우호 지분이라고 가정하면 조 회장 측 지분율은 47.33%로 상승하고, 3자 연합의 지분율은 40.41%가 된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양지환 대신증권 연구원은 “산은의 한진칼 유상증자 참여로 한진그룹 경영권 분쟁이 사실상 종료됐다”며 “조 회장 측이 승기를 잡았다고 판단된다”고 분석했다.

산은은 조 회장의 우호 주주라는 해석에 선을 긋고 있지만, 적어도 조 회장에게 적대적이지는 않다는 점에서 조 회장의 그룹 지배력 강화에 간접적으로도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업계에서는 보고 있다.

일각에서는 아시아나항공 인수가 마무리될 때까지는 산은이 조 회장의 경영권 방어에 힘을 보탤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산은이 조 회장과 아시아나항공 인수 합의를 끌어냈다는 점과 인수 전후로 가중될 수 있는 혼란 속에 리더십이 필요하다는 점을 고려할 것으로 보인다.

경영 성과가 미흡하거나 갑질 등의 윤리적 문제가 불거질 경우 경영진 교체에 나선다는 산은의 입장도 해당 조건에 해당하지 않으면 조 회장의 경영권을 보장하겠다는 것으로도 해석할 수 있다.

이에 대해 법원은 “산은이 향후 항공산업의 사회경제적 중요성과 건전한 유지를 최우선으로 고려해 의결권을 행사할 것으로 보인다”며 “산은을 한진칼 현 경영진의 우호 주주로 보고 지분율을 계산해도 과반에 미치지 못한다”고 강조했다.

KCGI는 앞서 한진칼 임시 주주총회 소집을 청구했지만, 지분율이 과거보다 떨어진 상황에서 주총을 통해 조 회장을 견제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한진칼이 KCGI의 청구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법원의 허가를 받아 임시주총을 열 수 있지만, 내년 1월 이후에나 소집이 가능할 것으로 관측된다.

1월이면 산은이 한진칼 지분을 확보한 이후인 데다 대한항공이 아시아나항공 인수 계약금을 이미 지급한 뒤이기 때문에 인수 무산을 주장하기에는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산업은행은 1일 입장문을 내고 “미증유의 코로나19 위기 극복과 포스트 코로나 재도약을 대비한 항공산업 구조 개편 방안 추진에 큰 탄력을 받게 됐다”며 법원 결정을 환영했다. (사진=중앙뉴스DB)
산업은행은 1일 입장문을 내고 “미증유의 코로나19 위기 극복과 포스트 코로나 재도약을 대비한 항공산업 구조 개편 방안 추진에 큰 탄력을 받게 됐다”며 법원 결정을 환영했다. (사진=중앙뉴스DB)

@ 산은 “항공산업 구조개편 추진에 탄력 받게 돼”

한편, 양대 항공사 통합을 주도하는 산은도 안도감 속에 한진그룹과 함께 차질 없는 통합 추진을 해 나가겠다는 입장이다.

산은은 이날 입장문을 내고 “미증유의 코로나19 위기 극복과 포스트 코로나 재도약을 대비한 항공산업 구조 개편 방안 추진에 큰 탄력을 받게 됐다”며 법원 결정을 환영했다.

산은은 그동안 ‘법무법인을 통해 소송이나 인용 여부를 검토했다’며 자신감을 내비치기도 했으나 법원 판단에 촉각을 곤두세울 수밖에 없었다. 가처분 인용은 곧 양대 항공사 통합 무산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한진칼의 제3자 배정 유상증자에 산은이 참여해 5천억원을 투입하는 것이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위한 출발점이었다.

이후 대한항공의 유상증자에 한진칼 참여 등을 거쳐 아시아나항공에 자금이 들어간다. 결국 한진칼→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의 지배 구조가 완성되는 셈이다.

법원이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였다면 산은의 자금 투입이 무산돼 대한항공이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할 자금을 확보할 수 없다.

법원의 기각 결정에 산은은 계획한 시간표대로 일정을 추진하며 속도를 낼 계획이다.

다만 이 과정에서 조 회장의 경영권 방어를 위해 국책은행이 개입했다는 비판이 계속 제기될 것으로 보이는 점은 산은 입장에서 부담이다.

항공사 통합 과정에서 산은이 확보할 한진칼 지분(10.66%)이 3자 연합과 경영권 분쟁 중인 조 회장의 우호 지분으로 분류하는 시각이 많다.

산은은 ‘어느 일방에게 우호적인 의결권 행사를 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공공연하게 밝힌 것도 ‘조 회장의 백기사’ 의혹을 차단하려는 의도다.

조 회장이 한진칼 보유 지분 전부를 투자 합의 위반에 대한 담보로 제공했고, 경영 성과가 미흡하면 경영 일선에서 퇴진하기로 했다고 산은이 부각하는 것도 같은 맥락으로 읽힌다.

항공사 통합 추진 과정에서 조 회장 특혜 의혹은 꾸준히 제기될 것으로 보여 산은이 의혹 불식을 위한 여론전에도 더욱 신경 쓸 전망이다.

산은은 “항공산업 구조 개편 방안 발표 이후 국민들의 다양한 기대와 우려의 목소리를 청취했는데 방안 추진 과정에 잘 반영하겠다”며 “통합 국적 항공사가 국민의 눈높이에 부응하는 모습으로 재탄생할 수 있도록 건전·윤리 경영 감시자로서의 역할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산은은 한진칼에 임시 주주총회 소집을 청구하며 다른 카드를 준비하는 KCGI를 겨냥한 메시지도 내놨다.

산은은 KCGI 측을 향해 “그간 주장해 온 소모적인 논쟁을 뒤로 하고 경영권 분쟁 프레임에서 벗어나 국가기간산업인 항공산업의 위기 극복과 경쟁력 강화, 그리고 항공업 종사자들의 고용안정을 위해 힘을 보탤 것을 당부한다”며 “한진칼 주요 주주로서 생산적이고 건설적인 제안을 해달라”고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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