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호한 삶, 우울한 시대 그럴수록 분명한 힘 사랑”

[중앙뉴스=윤장섭 기자]보석과 꽃을 통하여 세상을 사랑으로 바라보는 작가의 마음을 표현한 채색화를 보여주는 중견작가 ‘최지윤 초대전’이 2020년 12월 1일부터 27일까지 서울 청담동 연우갤러리에서 열린다.

한국화의 정통성과 서양화의 현대성을 조화롭게 풀어낸 최지윤 작가는 신이 창조한 ‘꽃’과 인간이 만들어낸 아름다운 ‘보석’의 이미지를 독특한 방식으로 화폭에 담아냈다.

 

달콤한꽃-발레리나VI, 지름30cm, 캔버스에 장지와 혼합재료, 2020년
달콤한꽃-발레리나VI, 지름30cm, 캔버스에 장지와 혼합재료, 2020년

각각의 제재들은 오늘의 자기인식을 나타내는 함축한 ‘빛나는 보석’, 피고 지는 가운데 시간의 흐름을 이겨낸 ‘다면성의 꽃’으로 자리한다. 그간 작가의 연작은 결코 멸절할 수 없는 사랑의 생명력에 대한 서사다.

그의 ‘사랑하놋다’ (‘사랑하는구나’를 뜻하는 순우리말) 시리즈는 모호한 삶을 이겨내는 힘, 즉 사랑이 주제다. 섬세하면서도 복잡한, 그러나 누구나 열망하는 사랑의 아름다운 과정을 보여주고자 했다. 사랑의 향기를 담은 꽃, 욕망을 대변하는 보석 그리고 화려한 색감을 통해 사랑의 연민과 슬픔, 기쁨과 염원 등을 자신만의 방법으로 보여 준다.

 코로나19로 모든 것이 모호해졌다. 그러나 시간의 빗장을 열고 최상의 아름다움을 보라. 우리네 삶을 다시 의미 짓게 하는 최지윤 작가의 작품들은 우리에게 삶의 모든 지점이 고통 속에서도 빛난다고 속삭이는 듯하다. 이번 전시회에 최지윤 작가는 100호부터 5호 소품까지 20여점을 출품했다.

사랑하놋다20-I, 91x91cm, 캔버스에 장이와 혼합재료,2020년
사랑하놋다20-I, 91x91cm, 캔버스에 장이와 혼합재료,2020년

최지윤 작가는 경희대 미술학과 동대학원를 졸업하고 현재 경희대 겸임 교수로 재직 중이다. 26회의 개인전, 400여 회의 단체전에 초대되었고 해외 유수의 아트페어에서도 두드러진 성과를 보여주었다. 또 화장품 브랜드 미샤, 음반, 출판사 등과의 기업 콜라보레이션, 드라마 작품협찬 활동도 활발히 하고있다. 국립현대미술관(미술은행), 서울시립미술관,외교통상부, 주)크라운해태 등에 작품이 소장되어있다.

최지윤 초대展 ‘사랑하놋다’는 12월 1일~12월 27일(월요일 휴관)까지 연우갤러리에서 열린다. 

#봄날을 기다리는  최지윤 꽃에 관한 중독 

겨울, 아마 내년의 봄 소식은 제일 먼저 최지윤 작가의 화폭에서 올 것이다. 아름답고 우아하게, 온통 화사한 모습으로 지천에 핀 꽃들로 말이다. 최지윤의 지독하게 화려하고 고혹적인 자태를 지닌 꽃들은 새들도 함께 데불고 온다.

사람들은 그런 그림들을 일컬어 화조화(花鳥畵)라 부른다.  기본적으로 화조화는 꽃과 조류를 그린 그림을 일컫지만, 흔히 보편적으로는 동물과 식물이 그려진 모든 그림을 통칭한다. 거슬러 올라가면, 그러한 화조화는 선사시대 반구대 암각화부터 조선 시대 민화를 거쳐 현대에 이르기까지 한국 미술사에서 그 역사는 대단히 길고 유구하다.

이처럼 화조는 오랜 전통을 지니며 그림 속에서 등장했지만, 그동안 우리의 미술사 속에서 그리 큰 관심도 평가도 미약했고 돋보이지도 않았다. 그러나 조선 시대 민화가 일부 미술사가나 애호가들에 의해서 재평가되고, 국제적으로 돋보이면서 더불어 화조화는 민화의 중요한 장르로 새롭게 부각 주목을 받았다.

최지윤 작가의 화조화도 이런 맥락 속에 자리하고 있음을 틀림없다. 그녀가 특히 이번 <사랑하놋다> (‘사랑하는구나’를 뜻하는 순우리말) 라는 테마를 가지면서 화폭에 펼쳐낸 그림들은 동서양 회화의 전통적인 꽃 그림들과는 분명하게 그리고 산뜻하게 넘어서 있다. 단순하게 ‘꽃과 새를 그린 그림’으로 보기에는 너무나 지적이고 화려해서 서민적인 민화와도 넘어선다. 또한, 나무와 꽃과 함께 품은 새들의 자태 또한 넘치도록 매혹적이고 곱상한 유혹이어서 더욱 차별화된다.

단순하게 ‘꽃과 새를 그린 그림’으로 보기에는 너무나 지적이고 화려해서 서민적인 민화와도 넘어선다.
단순하게 ‘꽃과 새를 그린 그림’으로 보기에는 너무나 지적이고 화려해서 서민적인 민화와도 넘어선다.

핑크빛 하늘을 가로지르는 매화꽃이며, 개나리꽃들도 충분히 그의 화폭에서는 예쁘고 찬란하다. 너무나 동양적이면서 한국적이고, 전통적이면서 진부하지 않아 신선하다. 그림 속의 뒷 배경도 그냥 흘려보낼 수 없다.

모던한 형태의 산들이 펼쳐져 있는데 그 산들을 이리저리 거느린 꽃넝쿨이 모든 산등선을 엮어 화폭에 흘러내리는 리듬처럼 음악적이다. 하늘을 나는 것은 한 쌍의 새가 아니라, 한 쌍의 사슴이 그 산을 흘쩍 훌쩍 뛰어넘고 반짝이는 루비빛 보석을 꼭 움켜쥐고 비상한다. 아름다움의 극치를 보는 듯 그녀의 그림은 금실로 수놓은 비단옷처럼 화려하고 매끄럽다.

아름다움의 극치를 보는 듯 그녀의 그림은 금실로 수놓은 비단옷처럼 화려하고 매끄럽다.
아름다움의 극치를 보는 듯 그녀의 그림은 금실로 수놓은 비단옷처럼 화려하고 매끄럽다.

최지윤, 마침내 작가는 동양회화가 갖는 회화의 정통성과 전통회화가 극복해야 할 현대성을 이렇게 모던함과 파격으로 뛰어넘고 조화시킨다. 마치 같은 듯 다르고, 다른 듯 새로움을 화폭에서 자유롭게 유희하는 추임새를 취한다.  두말할 것 없이 작가는 인간에게 변함없이 자연의 선물인 꽃을 통해 인간에게 기쁨을 선물하고 싶어 하는 열망을 감추지 않고 있다.

컬러풀한 보석과 색채로 사랑의 환희와 평온함을 화폭에 담아내는 테크닉, 그것을 충분히 구사하는 스킬, 즉 기술도 도대체 예사스럽지 않다. 화조화에서 뺄 수 없는 들꽃, 새, 산수 등 자연의 소품들을 보석, 액세서리, 팬던트 같은 오브제와 엮어 그 속에 끝없는 사랑과 기억, 그 아름다운 사랑의 하모니를 마치 자수처럼 하나씩 구슬을 꿰어 동물이나 새들의 러브 스토리로 탄생시킨다. 그 내면에는 무엇보다 작가의 표현 방식이 사랑의 몸짓과 제스츄어를 너무나 열망하는 자연의 러블리한 자태들이 빠짐없이 담겨있다. 

컬러풀한 보석과 색채로 사랑의 환희와 평온함을 화폭에 담아내는 테크닉, 그것을 충분히 구사하는 스킬, 즉 기술도 도대체 예사스럽지 않다.
컬러풀한 보석과 색채로 사랑의 환희와 평온함을 화폭에 담아내는 테크닉, 그것을 충분히 구사하는 스킬, 즉 기술도 도대체 예사스럽지 않다.

이렇게 그녀의 그림에는 질투처럼 번지는 사랑과 로맨스의 낭만적 서정이 마치 한편의 연시처럼 새겨져 있다. 그리하여 그 사랑의 숨결이 꽃잎 하나하나에서 부터 시작하여 꽃술 하나하나를 거쳐 화폭 가득 사랑의 숨결과 연정, 그리고 염원을 쏟아 우리에게 오래도록 깊은 울림을 준다.

그녀의 화폭에는 아름다운데 천박하지 않고, 상투적인 풍경 같지만 숭고한 사랑의 몸짓이 배어있다. 그 모든 탐스러운 꽃들이 이 봄날에 피어나는 꽃들이다. 그 꽃들 사이를 보석으로 둘러놓은 공작 그 틈틈마다 그리움이나 슬픔. 그리고 한없는 기다림의 희망 같은 것들이 흘러내린다.

이 모든 것들이 그녀의 그림이 주는 감동이고, 그림이 우리에게 건네주는 선물이자 생명력이다. 그 가운데서도 특히 주목할 만한 것은 작업 방식이 전통적인 것에 묻히지 않고 과감한 실험과 번거로운 과정으로 현대적인 기법으로 감성을 획득하고 있다는 점이다.

작업과정은 장지에 별도 채색 작업을 한 후에는 다시 붙이는 기법인 콜라주 스타일로 일일이 밑그림을 그려 붙인 다음 그 위에 반짝이고 투명한 크리스털 레진을 올려 화폭의 외관을 찬란하게 반짝 장식한다.

어쩌면 ‘사랑하놋다’의 뜨거운 감정을 이렇게 최지윤 작가는 이렇게 지고지순하게 ‘사랑’의 모든 아름다운 과정을 노래로 풀어낸다. 그래서인지 그녀의 주옥같은 유려한 선묘는 마치 16세기 조선화단에 신사임당의 정숙하고 온화한 화조화를 상기시키기도 한다.

“누구에게나 눈물 나도록 그리운 순간들이 있다. 그 시절로, 그 과거로, 갑자기 뛰어가고픈 충동이 일어날 때 가 있다. 그것들은 잔잔한 바람으로, 혹은 태풍처럼 나의 마음을 밀고 들어온다. 그렇게 나의 마음을 밀고 올라오는 모든 종류의 감정들을 흰 공간에 뿌려 나가는 것으로 나의 작업은 시작된다.”

이런 간절함과 악착같은 꽃의 사랑 때문에 그녀의 화폭에 서는 순간 사랑에 갑자기 빠지고 싶은 충동을 우리는 거역할 수 없다.
최지윤 <사랑하놋다>의 시리즈들이 주는 치명적인 매력과 유혹이 미치도록 아름다운 이유이다.

김종근 (미술평론가)
김종근 (미술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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