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명 중 1명만 서면계약 체결
쪽대본, 차기출연 미끼로 출연료 삭감
18시간 이상 연속촬영 등 불공정 관행 여전

사진=서울시
서울시-방송연기자노조, 공동 실태조사(사진=서울시)

[중앙뉴스=신현지 기자] 방송계의 불공정한 관행과 열악한 여건에 연예계 종사자들이 그에 따른 어려움을 호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시와 한국방송연기자노동조합의 실태조사 결과 연기자 10명 중 8명은 연 1,000만원 미만의 출연료를 받고 있고, 10명 중 5명 만이 서면으로 계약서를 작성하고 있으며 그나마 아동‧청소년연기자는 10명 중 3명만이 서면계약서를 작성했다.

또 쪽대본 관행은 물론 야외촬영 수당과 식대 미지급, 장시간 연속촬영 등 방송촬영 현장에서의 부당 대우와 열악한 조건은 여전히 남아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서울시와 한국방송연기자노동조합은 방송 연기자들의 출연계약 및 보수지급거래 관행 등을 파악하기 위한 실태조사에서 이와 같은 결과를 28일(월)발표했다. 이번 조사는 방송연기자 560명을 대상으로 한 계약체결 및 거래관행 설문조사와 연기자노동조합원 4,968명을 대상으로 한 수입조사 두가지로 진행됐다.

조사에 참여한 방송연기자(560명) ‘직군’은 배우가 72.0%로 가장 많았고, 성우(10.2%), 코미디언(9.6%), 무술연기(8.2%) 순 이다. ‘연령별’로는 성인 연기자 92.0%, 아동·청소년 연기자 8.0%였으며, ‘출연 매체’는 방송이 85.9%였으며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over the top) 등 인터넷플랫폼이 14.1%다.

(자료=서울시)
(자료=서울시)

먼저, 연기자노동조합원 4,968명에 대한 출연수입 분석결과 ’15년 평균 28,123천원이던 출연료는16년, 26,238천원,17년 23,011천원,18년 20,943천원,19년19,882천원으로 매년 감소추세였다.

금액별로는 10명 중 8명(79.4%)이 연소득 1,000만원 미만이었고, 1억 원을 넘는 경우는 4.8%에 불과했다. 전체적으로 지출된 출연료를 놓고 보면 1억원 이상 수입을 올리는 연기자(4.8%)가 전체출연료 지급분의 70.1%를 차지했고, 수입 1천만 원 미만 연기자에 대한 지급분은 5%에 불과해 양극화가 매우 심각했다.

노조원 출연수입 분석 외 방송연기자(560명)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도 큰 차이는 없었다. 대상자 560명 중 응답한 529명의 연 평균 출연료 수입은 1,997만원이었고, 연기자 외 다른 일자리를 병행한다는 사람도 전체의 58.2%였다.다른 일자리 병행이유는 생계비 보전이 78.5%로 가장 많았고, 추가적 수입(9.5%), 진로변경(2.8%) 등이 뒤를 이었다.

출연계약서를 서면으로 작성한 경우도 2명 중 1명에 불과했다. 조사 대상 560명이 출연한 1,030개(’19년~조사시, 1인 최대 3개 답변) 프로그램에 대한 ‘계약 관련 조사 결과’ 49.4%는 서면으로 계약서를 작성했고, 29%는 구두계약, 21.6%는 등급확인서 등 다른 문서로 갈음 한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대중문화예술산업발전법에서 서면계약체결의무(제7조 제2항)를 규정하고 있고 위반 시 500만원 이하 과태료를 부과 받을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서면계약 체결이 잘 되고 있지 않았다.방송연기자는 그나마 상황이 나은 편이었다.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출연자는 서면계약이 42%에 불과하였으며, 46.7%가 구두계약을 맺고 작업에 참여하고 있었다.

(사진=서울시)
(사진=서울시)

촬영이 끝난 후, 야외수당, 식비, 가산료(일일, 미니, 주말 드라마 등 출연·방영시간 및 노력의 차이에 따라 추가적으로 지급하는 금액) 등 출연보수에 대한 정확한 정산내용을 받지 못했다는 답변(43.2%) 도 많았다.

제작현장에서 겪었던 부당한 대우도 다수 조사됐다. 먼저 일명 ‘쪽대본’으로 불리는 촬영 직전 대본을 받은 경험이 33.4%나 되었으며, 차기출연을 이유로 출연료 삭감(27.1%)하거나 야외비·식대 미지급(21.8%) 18시간 이상 연속촬영(17.9%) 편집 등 이유로 출연료 삭감(12.5%) 계약조건과 다른 활동 강요(10.5%) 등 불공정한 관행도 여전했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제정·배포한 ‘대중문화예술인 방송출연표준계약서(배우)’에는 촬영일 2일 전까지 대본을 제공하고, 1일 최대 촬영시간은 18시간을 초과할 수 없고, 추가촬영 시 야외비 및 제수당을 지급하도록 규정되어 있다. 아동‧청소년배우에 대한 조사 결과, 서면계약서 작성은 성인연기자(50.9%)에 한참 미치지 못하는 30.7%수준이었다. 

또 응답자 중 66.7%가 10시 이후 야간촬영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하지만 ‘촬영 전 대체로 동의를 구하고 있다’고 답변한 응답자는 43.3%에 불과했으며 동의를 구할 때도 있고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다(26.7%) 동의를 구한 적이 없다(30%) 들이 절반을 넘었다.

또 조사대상 아동·청소년 배우 중 62.2%는 성인 연기자와 비교해 출연료 차별을 받았다고 답변했다. 아울러 계약 체결이나 제작 현장에서 부당한 대우나 차별, 인권침해 등을 당한경우에는 그냥 참고 넘어간다(60.5%)라는 답변이 가장 많았고, 다음이 소속사와 상의해 대응(37.2%) 보호자와 상의하여 대응한다(30.2%) 순으로 해결하고 있었다.  

한편, 조사에 응한 아동‧청소년 배우 중 82.2%는 연기학원을 다니고 있었으며, 응답자 전원은 방송 출연시 보호자가 동행한다고 답했다. 하지만 아동‧청소년배우에 대한 학습권 등은 미흡한 것으로 나타났는데, 실제로 지난해 촬영을 이유로 한 결석일은 1인 평균 14.4일이고, 조퇴일은 4.7일이었다.

아울러 서울시는 연기자 의견을 토대로 진행된 이번 실태조사의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 별도로 방송연기자 출연계약서 8종을 입수해 법률검토도 동시에 진행했다.

검토 결과 표준계약서 미사용을 비롯해, 제작사 책임 축소 및 면책, 전가, 연기자의 지적재산권 포괄적 이전, 소송제기 금지, 과도한 위약금 등 불공정약관이 의심되는 조항들이 다수 발견되었다고 밝혔다. 서울시는 이와 관련해 방송사 및 제작사에 검토의견을 전달하는 등 연기자들의 권익개선에 필요한 방안을 마련 계획이다.

서울시와 한국방송연기자노동조합은 이번 실태조사 결과를 종합해 관련 법령 및 제도개선이 이루어 질 수 있도록 개선방안을 도출해나갈 계획이다. 이와 함께 계약서 사전검토 및 수익배분‧저작권 침해 등의 피해구제, 법률서식 작성 등을 무료로 지원하는 ‘문화예술 불공정상담센터’를 통한 지원도 확대해 나갈예정이다.

서성만 서울시 노동민생정책관은 “열악한 여건과 불공정한 관행으로 인한 연기자들의 창작의욕 저하는 대중문화산업 위축으로까지 이어 질수 있다”며 “방송사, 외주제작사, 국회, 유관부서 등과 협업하여 개선방안을 도출해나가겠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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