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한나의 맛있는 시 (250) // 봄을 기다리며 / 조용숙
최한나의 맛있는 시 (250) // 봄을 기다리며 / 조용숙
  • 최봄샘 기자
  • 승인 2021.01.13 07: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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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집 『어디서 어디까지를 나라고 할까』펴낸 조서정(조용숙)시인

사진 / 조용숙 시인
사진제공 / 조용숙 시인

 

봄을 기다리며

조용숙(조서정)

 

겨울은 이미 만삭이었습니다

출산이 임박한 상태에서

산파를 불렀습니다

그리고 태명도

동백, 개나리, 진달래로 지었습니다

겨우내 먹을 것이 풍족하지 못해서

입덧을 챙겨주지 못한 것이 마음에 걸렸지만

그래도 노랑 빨강 분홍 초록색

아기 옷을 준비했습니다

역시나 난산입니다

좀처럼 머리를 내밀지 않더니

드디어 울음을 터트렸습니다

의사가 땀을 닦는 사이

간호사가 아기 엉덩이를 찰싹 때렸습니다

아기 울음소리 한번 우렁찹니다

그런데 이걸 어쩝니까

전례 없는 코로나19 기형아를 출산했습니다

금세 온 집안에 함구령을 내리고

숯과 고추를 끼워넣은 금줄을 현관 앞에 쳤습니다

샘낼 것이 따로 있지요 그날부터 집집마다

온통 신생아 울음소리로

세상이 소란스러워졌습니다

그런데 울음소리만 들려올 뿐

누구네 집에서 득남을 했는지

득녀를 했는지 도무지 알 길이 없습니다

다들 귀신이 자기 아기 업어갈까봐

문을 꽁꽁 닫아걸었습니다

온 세상에 다 금줄이 내걸리면서

지구에도 균열이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기우뚱

                                                          - 조용숙(조서정)시집 『어디서 어디까지를 나라고 할까』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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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누가 지구촌을 이토록 기우뚱거리게 만들었는가? 지구가 몸살을 앓다가 시름시름 역병에 시달리고 있다. 어쩌다가 이토록 혹독한 기형의 세월을 지나게 되었을까? 인간이 저지른 자업자득의 결과는 아닐까? 인류는 火, 水, 木, 金, 土와 대자연의 영역을 모두 지배하며 찬란한 문명을 과도(?)하게 누려왔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지구의 신음과 역습도 있었음을 역사를 통해 우리는 학습해 오기도 했음이다. 짓밟아 왔으며 훼손해왔고 낭비해왔으며 급기야는 동식물의 영역까지 침범한 댓가를 (당연하고 보편적인 예의와 인정마저 거세당한 채) 우리는 지금 혹독하게 치루는 중이다.

태어난 아기가 기형아라면 최선의 수단과 방법을 다해 수술해야한다. 치료, 치유, 재활에 집중하는데 눈물겨운 정성과 인내와 사랑의 수고로움이 필요하다. 우리가 사는 세상이 그나마 꽃도 피고 새들이 날고 흰구름이 앉아 놀다 가기도 하는 것은 우리 안에 생명을 존중하며 사랑하는 상생의 혼이 내재되어 있기 때문인 것임을 우리는 안다. 집집마다 금줄들이 아우성이다. 아직은 춥다. 하지만... 봄, 봄이 오면 된다. 이 엄동설한 다 밀어내고 나면 기어이 봄이다. 몸을 낮추고 조심조심 저어기 저만치 아장아장 봄아기 오고 있는 길을 바라본다.

[최한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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