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민 수필가/시인
박종민 수필가/시인

[중앙뉴스=박종민] 요즘 거리나 공원에서나 혹은 등산로나 산책길에서 마주치는 사람들을 보면 모두 안색이 밝질 않다. 근심에 찬 일색이다. 침침해 보이고 깊은 잠에서 겨우겨우 깨어 일어난 사람 몰골이다. 평소 친밀하게 지내는 이들을 만나 속 깊은 얘길 하다 보면 다들 삶이 힘들단다.

우선 경제불황으로 먹고살기 힘듦에 있음을 감지한다. 이 모두 코로나19괴질 탓이라 돌릴 수도 있다. 물론 초대형전염병이 몰고 온 원인이 크겠지만 과연 거기에만 근원적인 원인이 있을까? 과연 그럴까?

반문해보면 그것만이 주원인은 아니라고 생각된다. 어쩌면 정치권에서 오늘의 힘겨운 경제 사회적 모든 현상을 오비이락(烏飛梨落)이라고 핑계 대는 게 아닌가 싶다. 

 이 어려운 경제적 사회적 현상을 확산일로에 있는 괴질에서 원인을 찾을 수도 있다. 하지만 생각해 보자. 괴질이 번져날 초기에 철저히 세심하게 검증하며 전문가의 진단과 의견을 듣고 제대로 대비하여 대처했더라면 괴질사태도 경제상황도 사회상황도 이 지경에 까지 이르진 않았으리라. 여겨진다.

잘 못 챙기고 잘 못 판단하여 대비하고 대처하지 못한데에 원인이 더 클 수밖엔 없다. 잘못 갖추고 대처에 오판한 게 원인이리라. 오비이락(烏飛梨落) 아닌 오비이락(誤備以落)이 분명하다. 현재의 모든 정황 상황에 처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본다. 실체적 근거로 발원지인 중국과 지근(至近)에 있는 대만이나 싱카폴의 대처가 교훈이다.

그들 국가는 초기에 대비하고 대처를 잘 했기에 아직도 다른 어느 나라에 비해 감염자나 사망자가 아주 적다. 방역망이 탄탄해 확산이 안 되며 건재하며 건전하다. 우리 상황과 비교가 된다. 제대로 대처하지 못해 발생 된 경제 사회적 힘겨운 정황을 코로나19괴질이 팬데믹의 원인이라고 거기다 빗댄 말이라 판단하기에 충분하다.

오비이락(烏飛梨落이)뭔가? 까마귀가 날자 배가 떨어진단 다다. 정치적으로 모든 걸 잘 하고 있는데, 힘든 정황을 핑계 대며 돌려 말을 하는 정치인들을 본다. 그 나물에 그 밥이더니, 과연 그 말이 합당한지는 받아들이는 사람의 몫이겠지만, 생각해 보자. 까마귀가 배나무 위에 앉았다가 배를 떨어뜨리며 날아갔을까? 

떨어지게 되어있는 상태에서 그 배가 떨어져 내림과 동시에 까마귀가 날아갔을 것이다. 어쩌면 두 가지 정황이 다 그럴 수도 있겠다. 그러나 확률은 사람이 벼락에 맞아 죽는 확률보다도 더 낮으리라. 배나무 위에 까마귀 한 마리가 앉아 있다가 날아가자 배가 떨어져 내린다고 가정하면 실제로 그럴 확률은 제로에 가깝다.

로또복권 1등 당첨확률이 814만 분의 1이라는데, 그래도 로또복권에 응모하는 사람의 숫자가 많아서도 이겠지만 그때마다 1등 당첨이 뻥뻥 터져나고 있는 거로 본다면 그 로또복권 1등에 당첨될 확률보다도 더 낮으리라. 이런 확률상으로 볼 때 오비이락이란 말 자체가 성립되기 어렵다.

그런데도 오비이락이란 말을 끌어다 붙이는 자는 뭘까? 그들의 면면을 보면 나는 잘 하고 있는데, 재수가 없고 운이 나빠서 잘못이 없는 내가 주범이나 주연으로 몰려 억울하고 엉뚱하게 뒤집어쓰고 있다는 얘기다. 연관해 성립이 불가한 사례를 억지로 이론을 끌어다 붙인다는 건 불편한 불리한 기저를 왜곡하고자 하는 자기 합리화이다.

특히 힘겨운 사회상황을 오비이락에 들이댈 정황은 아니다. 어떤 사안이 됐던 일이 발생하고 진전된 과정을 돌아보질 않고 잘못된 결과를 두고 죄 없는 까마귀를 탓하며 핑계 대는 것은 자가당착이며 자기모순이다. 정책 오비이낙(吾非以落)이 맞다. 국가나 개인도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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