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택과 집중’으로 미래 사업 육성…사업구조 재편 가속화
삼성전자, “시설투자 확대와 의미있는 M&A 추진할 것” 
LG전자, 스마트폰 사업 부문 “모든 가능성 열려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과 미중 무역갈등 등 불확실성에 대비하고 미래 성장 동력을 키우기 위해 전자업계가 선택과 집중이라는 사업전략 재정비에 나선다. (사진=김상미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과 미중 무역갈등 등 불확실성에 대비하고 미래 성장 동력을 키우기 위해 전자업계가 선택과 집중이라는 사업전략 재정비에 나선다. (사진=김상미 기자)

[중앙뉴스=김상미 기자] ‘한국발 M&A 훈풍’이 시작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과 미중 무역갈등 등 불확실성에 대비하고 미래 성장 동력을 키우기 위해 전자업계가 선택과 집중이라는 사업전략 재정비에 나선다.

삼성전자는 오랫동안 멈췄던 대형 인수합병(M&A)을 진행하고, LG전자는 적자 사업인 모바일 부문에 대해 모든 가능성을 열러 두면서도 선택과 집중을 통해 미래 성장을 위한 발판을 마련하겠다는 전략들을 수면 위 또는 수면 밑으로 진행하고 있다.

이와 관련 삼성전자가 조만간 의미 있는 기업 M&A이 있을 것임을 예고했다. 파운드리 등 반도체 분야의 대규모 투자도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최윤호 삼성전자 경영지원실 사장(CFO)은 지난달 28일 4분기 실적 발표 후 진행한 컨퍼런스콜에서 “삼성전자는 기존 산업에서 시장 주도적 입지를 더욱 확고히 하고 신규 산업에서도 지속성장 기반을 강화하고자 한다”며 “이를 위해 보유한 재원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전략적으로 시설투자를 확대하고, M&A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삼성전자가 2017년 2월 자동차 전장회사인 하만 인수를 마친 이후 M&A를 공식적으로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2일 업계는 그간 삼성전자가 이재용 부회장의 사법리스크 등과 맞물려 M&A에 소극적인 게 아니냐는 관측도 제기됐다.

최 사장은 “글로벌 무역갈등과 코로나19 확산 등 불확실성 속에서도 경쟁은 심화되고 기술 난이도도 높아져 미래의 지속성장을 위해 필요한 연구 개발 투자와 파운드리 등 시설투자 규모는 앞으로 더 크게 늘 것”이라며 “미래 성장 기회를 포착하기 위해 M&A 실행 여력을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

최 사장의 이날 발언은 올해부터 3년간(2021~2023년) 진행할 주주환원정책을 설명하는 과정에서 나왔다.

최 사장은 지난 주주환원정책 기간(2018∼2020년) 동안 의미있는 규모의 M&A가 없었다는 지적에 대해 “지난 3년 동안 지속적으로 M&A 대상을 매우 신중히 검토해왔으며, 이에 따라 많은 준비가 된 상태”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현재 대내외 불확실 상황으로 실행 시기를 특정하기는 어렵지만 지금까지 준비해온 것을 토대로 이번 (주주환원) 정책기간 내에 의미있는 규모의 M&A를 실현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최 사장은 “지난 주주환원 정책기간에 M&A를 제대로 실행하지 못해 보유 현금이 증가했고, 지속적인 현금 증가는 회사 경영에서도 부담되는 게 사실”이라고도 했다.

삼성전자의 지난해 말 기준 순현금이 총 104조원에 달한다. 삼성전자가 잉여현금흐름(Free Cash Flow·FCF)의 50%를 배당에 쓴다 해도 시설 투자나 M&A를 하지 않으면 나머지 잉여금은 계속 현금으로 쌓인다.

최 사장의 이날 M&A 시기로 언급한 ‘이번 정책기간 내’는 올해부터 3년 이내를 의미한다. 업계는 그러나 삼성이 오랜동안 지속적으로 M&A 대상을 검토했고, 많은 준비가 된 상태라고 말한 점에서 머지않아 M&A가 이뤄질 것으로 보는 분위기다.

삼성전자는 이날 인수 대상을 특정하진 않았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반도체 관련 기업 인수를 가장 높게 관측하고 있다.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은 최근 합종연횡을 통해 시장 재편에 나서고 있다. 현재 엔비디아, AMD, SK하이닉스 등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은 미래 성장동력 확보 차원에서 막대한 자금을 들여 각각 ARM(암홀딩스), 자일링스, 인텔 낸드사업부 등 유망 기업들을 인수했다.

삼성전자의 통신용 칩 경쟁사인 퀄컴도 최근 14억달러(약 1조5천365억원)를 들여 반도체 스타트업 중앙처리장치(CPU) 설계업체인 누비아를 인수했다. 이 때문에 업계에는 삼성전자가 ‘2030년 시스템 반도체 1위’ 목표 달성을 위해 시스템 반도체나 파운드리 분야의 유망 회사를 인수하는 것이 아니냐는 예상이 많다.

그러나 이재용 부회장이 또다른 미래 사업으로 밀고 있는 5G 등 차세대 이동통신이나 인공지능(AI), 전장 사업 관련 기업 중에서 인수 대상이 나올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최 사장의 이날 발언은 수감 중인 이재용 부회장과도 사전 교감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 부회장은 지난 26일 삼성 사내망을 통해 “제가 처한 상황과 관계없이 삼성은 가야 할 길을 계속 가야 한다”며 “투자와 고용 창출이라는 기업의 본분에도 충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근 이 부회장의 구속 이후 삼성전자의 경영 차질과 대규모 투자가 어려워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는 것에 대해 총수 공백 없이 업무를 추진할 것을 당부한 것이다.

삼성전자는 대만의 TSMC와 격차를 좁히기 위해 극자외선(EUV) 장비와 신규 공장 신설 등 파운드리 부문의 투자도 대폭 확대할 것으로 보인다. 파운드리 경쟁사인 대만의 TSMC가 올해 최대 30조원이 넘는 막대한 투자를 예고해 삼성도 대규모 투자가 필요한 상황이다. 삼성은 일단 현재 공사 중인 평택 P3라인에 대한 투자계획을 확정해야 한다.

최근 외신들은 앞다퉈 삼성의 미국 투자계획을 보도하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지난 21일(현지시간) “삼성전자가 100억달러(약 11조원) 이상을 투자해 미국 텍사스주에 반도체 공장을 짓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며 “삼성전자가 향후 3나노 칩까지 제조 가능한 공장을 오스틴에 설립하기 위해 논의 중”이라고 전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도 지난달 22일(현지시간) 소식통을 인용해 “삼성전자가 애리조나, 텍사스 또는 뉴욕에 반도체 공장을 짓기 위해 170억 달러의 투자를 고려하고 있다”고 보도하며 삼성의 투자를 기정 사실화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도 오스틴 공장 증설에 대비해 지난해 12월 공장 인근에 매입해둔 부지에 대한 용도변경을 마친 상태”라며 “미국과 중국과의 정세도 살펴야겠지만 경쟁사들의 투자확대를 고려할 때 삼성도 조만간 대규모 투자를 결정할 수밖에 없다”고 내다봤다.

삼성전자는 그러나 컨콜에서 미국n내 반도체 공장 신규 투자와 관련해 “아직 결정된 바 없다"고 말했다.

삼성전자 한진만 메모리 사업부 부사장은 “파운드리 사업 특성상 고객 수요에 신속한 대응을 위해 생산 능력을 확대하는 것은 상시적으로 검토하는 일”이라며 “기흥·화성·평택, 미국 오스틴 등 전 지역을 대상으로 사이트를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앞서 LG전자도 지난달 20일 수년간 적자를 기록한 모바일(MC) 사업부에 대해 매각을 포함한 모든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공개적으로 밝혔다. 이는 선택과 집중을 통해 미래 성장동력을 집중적으로 키우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글로벌 시장에 대응할 수 있도록 사업구조를 재편하겠다는 것이다.

구광모 LG 회장은 2018년 취임 이후 고객가치를 창출하는 핵심 수단으로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Digital Transformation·디지털 전환)’에 박차를 가할 것을 주문했다. 그 결과 기존 가전·화학 등 주력 사업 외에 인공지능(AI), 로봇, 전장, 전기차 배터리 등을 그룹의 새로운 핵심 사업으로 삼고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재계는 앞으로 LG전자가 성장 정체기에 놓인 스마트폰 사업을 정리하고 대신 전장, AI, 로봇 사업 확대에 매진할 것으로 본다.

LG전자가 최근 세계 3위의 자동차 부품업체인 캐나다 마그나 인터내셔널(이하 마그나)과 함께 전기차 파워트레인 분야 합작법인을 설립하기로 한 것도 전장사업을 주요 성장동력으로 육성하겠다는 의지다.

최근 글로벌 자동차 시장은 전기차·수소차 등 친환경 차와 첨단 전자장치가 탑재된 자율주행차가 미래사업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LG그룹은 LG화학에서 분사한 LG에너지솔루션과 LG전자, LG이노텍, LG디스플레이를 통해 전기차 배터리부터 차량용 인포테인먼트, 파워트레인, 차량용디스플레이, 차량 통신·조명용 부품을 아우르는 종합 전장 회사로 거듭났다. 이 분야에서 최고의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사업 환경을 갖춘 것이다.

권봉석 LG전자 최고경영자(CEO) 사장은 지난달 11일(현지시간) 미국 최대 가전·IT 전시회인 CES 2021에서 열린 마그나 프레스 행사에 출연해 “우리의 목표는 산업계의 선도적 자동차 부품 및 솔루션 공급사 중 한 곳이 되는 것”이라며 “자동차 산업이 LG의 미래 사업 포트폴리오의 핵심 동력원 중 하나”라고 강조했다. 전장 사업을 키우겠다는 확고한 의지를 밝힌 것이다.

LG전자는 디지털 전환에 맞춰 최근 미국 실리콘밸리에 본사를 둔 TV 광고·데이터 분석 스타트업 ‘알폰소’(Alphonso Inc.)를 인수해 기존 가전·TV·부품 등 하드웨어 중심의 사업군에서 소프트웨어 사업을 접목함으로써 또 한 번의 변신을 꾀하고 있다.

LG전자 관계자는 “결국 기존 사업 구조를 효율화, 고도화하는 것이 MC사업 재검토의 배경”이라며 “글로벌 흐름에 발맞춰 미래 성장동력을 발굴하고, 그룹내 시너지를 창출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데 공감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LG가 최근 전장과 함께 공들이는 부문이 바로 AI와 로봇이다.

LG그룹은 이달 7일 LG전자·LG디스플레이, LG화학, LG유플러스, LG CNS 등 16개 계열사가 참여하는 인공지능 전담 조직인 ‘LG AI 연구원(LG AI Research)’을 출범했다.

그룹 차원에서 머리를 맞대 AI 원천기술을 확보하고 AI 사업을 확대해나가겠다는 의지다.b이를 위해 세계적인 AI 석학이자 구글의 AI 연구조직 ‘구글브레인’ 출신인 이홍락(43) 미국 미시간대학교 교수를 영입하기도 했다.

재계는 LG전자가 조만간 전장과 AI·로봇 등의 분야에서 추가적인 인수합병(M&A)이나 합작법인 설립 등 투자를 단행할 것으로 예상한다.

전자업계의 한 관계자는 “LG전자 입장에선 미래 먹거리를 키우는 게 절실하다”며 “MC사업부는 매각이 유력해 보이는 가운데 결국 그 매각대금은 전기차 등 친환경차 부품 등 전장사업과 로봇 사업 등을 키우는 데 쓰일 것”이라고 예상했다.

특히 LG전자가 매각을 진행해도 사물인터넷(IoT)·로봇·자율주행차 등 미래 시장 경쟁력이 떨어지지 않도록 다양한 내제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한 만큼 매각을 통한 사업 재편 가능성이 커졌다.

LG전자는 최근 글로벌 자동차 부품 업체 마그나 인터내셔널과의 전기차 부품 합작사 설립을 발표한 데 이어 미국 퀄컴과의 커넥티드카 핵심 부품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한편, 업계 관계자는 “최근 코로나19 이후를 대비하기 위한 글로벌 전자·반도체 기업들의 M&A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라며 “차세대 성장동력을 확보하고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서는 불필요한 사업을 정리하고 경쟁력 있는 업체를 인수하는 것이 빠른 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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