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박과 선장은 억류 해제 조치서 제외...이유가?

[중앙뉴스=윤장섭 기자]지난달(1월) 4일 페르시아만 호르무즈 해협에서 이란 혁명수비대에 의해 나포되었던 한국케미호의 선원들이 풀려난다. 한국케미호의 선원들은 약 한 달 동안 이란 정부에 의해 억류 중이었다.

이란이 인도주의적 차원에서 선원들의 귀국을 허용하겠다며 한국 선박의 선원들을 풀어주기로 한 것,

지난달(1월) 4일 페르시아만 호르무즈 해협에서 이란 혁명수비대에 의해 나포되었던 한국케미호의 선원들이 풀려난다.(사진=방송 캡처)
지난달(1월) 4일 페르시아만 호르무즈 해협에서 이란 혁명수비대에 의해 나포되었던 한국케미호의 선원들이 풀려난다.(사진=방송 캡처)

이란 외무부는 지난 2일 한국 정부의 요청에 따라 이란에 억류중인 한국케미호의 선원들의 귀국을 허용한다고 밝혔다. 외교부도 “이란 정부가 선장을 제외한 나머지 19명의 선원들에 대한 억류를 우선 해제하기로 결정했음을 우리 정부에 알려왔다”고 밝혔다. 다만 선박과 선장은 석방 대상에서 제외됐다.

압바스 아락치 이란 외교부 차관은 억류중인 선원 19명을 인도주의적 차원에서 귀국을 허용한다고 밝히고, 한국케미호의 해양오염 혐의에 대해서는 사법절차를 계속 진행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번 결정은 2일 최종건 외교부 1차관과 압바스 아락치 이란 외무차관간의 전화통화 이후 나왔다.

최종건 차관은 2일 오후 6시50분부터 7시 20분 까지 압바스 아락치 이란 외무차관과 30분간 통화를 통해 한 달 가까이 지속되고 있는 우리 국적 선박(한국케미호) 및 승선 선원들의 조속한 억류해제를 요구했고 결국 이란 정부가 한국 정부의 요구를 들어준 것,

이날 두 나라 차관은 30분 동안 이어진 전화통화에서 한국 시중은행에 동결된 이란 자금 문제 해결을 통해 양국이 우호관계를 회복하자는데 공감했다고 외교부는 설명했다. 또한 현 상황의 조속한 종료를 위해 양국은 지속적으로 소통하기로 했다고 덧븥였다. 결국 선원 석방 문제의 해결 실마리는 동결자금 문제에 있었다는 것을 확인한 셈이다.

두 나라 차관은 전화통화에서 한국 시중은행에 동결된 이란 자금 문제 해결을 통해 양국이 우호관계를 회복하자는데 공감했다고 외교부는 설명했다.(사진=중앙뉴스 DB)
두 나라 차관은 전화통화에서 한국 시중은행에 동결된 이란 자금 문제 해결을 통해 양국이 우호관계를 회복하자는데 공감했다고 외교부는 설명했다.(사진=중앙뉴스 DB)

최종건 차관은 이란측의 결정을 환영했다. 나아가 최 장관은 억류가 계속될 것으로 보이는 선장과 선박에 대해서도 조속히 해제될 수 있도록 이란 정부가 최선의 노력을 기울여 줄 것을 요구했다. 이에 아락치 차관은 사법절차가 진행중인 동안 선장에 대해 인도적 처우와 충분한 영사조력을 보장할 것임을 약속했다.

최종건 차관은 한국과 이란간 신뢰회복의 중요한 첫걸음을 양국 정부가 시작한 만큼, 동결된 원화자금 문제 해결을 통해 서로가 어려울 때 돕는 전통적 우호관계를 회복해 나가자는데에도 공감했다고 전했다. 최 차관은 이어 이란 동결자금과 관련해서 우리 정부가 독자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부분은 속도감 있게 추진해 나가면서 미국측과 협의가 필요한 문제에 대해서는 대미 협의를 투명하게 진행해 나갈 것이라는 사실도 이란측에 설명했다.

한편 정부는 이란 정부가 인도주의적 차원에서 선원들의 귀국을 허용하겠다고 밝힘에 따라 선장을 제외한 한국인 선원 4명과 미얀마와 베트남 등 외국인 선원 15명의 귀국 절차 등을 선사 측과 협의하고 있다. 또 선장과 선박에 대한 억류가 해제될 때까지 이란 측과의 협의 등 최대한의 노력을 전개해 나갈 예정이다. 다만, 현재 한국케미호가 해상에 닻을 내리고 정박한 상태여서, 선박은 물론 적재된 석유화학제품 관리를 위해서는 선원 일부의 잔류가 필요한 상황이다.

선사 관계자 역시 해상에 "바람이 불거나 태풍이 올 때, 위험이 있을 경우에 항상 대피를 하기 위해서는 최소 선원이 13명 정도 필요하다고 했다.

선사 관계자는 해상에 "바람이 불거나 태풍이 올 때를 대비해 최소 선원이 13명 정도 필요하다고 했다.(사진=방송캡처)
선사 관계자는 해상에 "바람이 불거나 태풍이 올 때를 대비해 최소 선원이 13명 정도 필요하다고 했다.(사진=방송캡처)

따라서 당장 선원들이 귀국하는 것은 어려워 보인다. 우리나라 선원들 보다 미얀마 선원 11명은 현재 자국에서 일어난 군부 쿠데타로 인해 공항도 폐쇄된 상태다. 당장 이들이 자국으로 귀국한다는 것은 쉽지 않아 보인다.

현재 한국케미호는 페르시아만 호르무즈 해협에서 이란 혁명수비대에 의해 나포되어 억류된지 29일째다. 이란측은 화학물질을 실은 한국케미호가 대규모 해양 오염을 일으켰다고 주장을 하고 있지만 직접적인 나포의 원인은 미국의 제재로 한국에 동결된 이란 자금 문제에 대한 불만 때문으로 보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국제사회는 이번 이란 정부의 결정은 한국정부가 동결된 이란 자금 해제를 위해서 미국의 협조가 필요한 만큼 이란이 바이든 미 행정부와 관계 개선에 대한 기대에서 석방 조치를 취한 것이 아니냐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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