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까지 서울 32만호 등 전국 83만6천호 주택공급 목표
홍남기 “‘공급 쇼크 수준’의 대책으로 주택시장 안정세 확신”
공공이 직접 재건축·재개발…공공 주관의 정비사업 새모델 제시
청약시장서 소외된 중산층…3040 고소득 중산층도 청약기회 있어

(사진=중앙뉴스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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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뉴스=김상미 기자] 정부가 4일 ‘공급 쇼크 수준’의 공공주도 주택공급 대책을 내놓았다. 역세권·준공업지역·저층주거지에 대해선 정부가 직접 지구지정을 하고 공공기관이 사업을 이끄는 공공주택 복합사업이 시행된다. 이를 통해 2025년까지 서울에만 32만호 등 전국에 83만6천호의 주택을 공급한다는 목표가 설정됐다.

이와 관련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이날 정부가 내놓은 부동산 공급 대책에 대해 “공급 쇼크 수준”이라고 평가하면서 주택시장 안정을 확신했다. 홍 부총리는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진행된 대도시권 주택공급 확대 방안 브리핑에서 이같이 말했다.

홍 부총리는 “이번 대책의 (전체) 공급물량은 83만호로 연간 전국 주택공급량의 약 2배에 이르며, 서울에 공급될 32만호는 서울시 주택 재고의 10%에 달하는 ‘공급 쇼크’ 수준”이라면서 “이처럼 막대한 수준의 공급 확대로 주택시장이 확고한 안정세로 접어들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이어 “다만 분양·입주까지는 다소간 시간이 걸릴 수 있다는 점에서 대책 발표 이후 일시적인 시장 불안 요인이 발생할 소지도 없지 않다”면서 “불안 조짐이 있는 지역은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하는 등 투기적 거래를 선제적으로 방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필요하다면 준비된 고강도 시장안정대책을 추가해 즉각 발표할 것”이라고 부연했다.

홍 부총리는 “정부는 반드시 주택시장 안정과 국민 주거복지가 실현되도록 할 것”이라면서 “‘시장이 원하는 주택을 충분히 공급한다’는 정부의 강력한 의지를 믿고 시장 상황 판단과 참여에 진중히 해주실 것을 국민께 요청드린다”고 말했다.

정부는 이날 수도권 및 5대 광역시를 중심으로 2025년까지 총 83만호의 주택을 공급하는 내용 등을 담은 ‘공공주도 3080 플러스, 대도시권 주택공급 확대방안’을 발표했다.
새로운 공급제도를 위해 신속히 법령을 정비해 이주까지 필요한 시간을 기존 공급방식과 비교해 절반 수준(예: 재건축 10년 이상→5년 이내)으로 단축하는 내용도 담고 있다.

(사진=중앙뉴스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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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공이 직접 재건축·재개발…공공 주관의 정비사업 새모델 제시

정부는 공공이 직접 재건축·재개발을 주관하는 공공주도의 정비사업에 대한 새 모델을 제시했다. 정부가 재개발 재건축을 통해 도심 주택공급을 확충하기 위해 조합이 아닌 공공기관이 직접 사업을 주관하는 새로운 유형의 정비사업 모델을 만든 것이다. 공공이 직접 시행하니 이들 사업에는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도, 조합원 2년 실거주 의무도 면제된다.

정부가 발표한 2·4 공급대책의 핵심 내용 중 하나는 ‘공공 직접시행 정비사업’이다.

이를 통해 5년간 서울 총 9만3천호, 경기·인천 2만1천호, 지방 광역시 2만2천호 등 총 13만6천호를 공급한다는 목표가 설정됐다.

기존 재개발이나 재건축은 조합 설립을 기존 전제로 추진되지만 이 사업은 아예 공공기관이 주민동의를 얻어 직접 시행하는 사업이다. 기존 정비조합이 있는 곳에선 조합원 과반수의 요청으로 공기업의 정비사업 시행이 시작된다.

조합이 없는 지역에선 토지 등 소유자의 과반수로 신청하고 1년 내에 3분의 2 이상의 동의를 받으면 된다. 사업이 추진되면 조합총회나 관리처분인가 절차가 생략되고 지자체 통합심의 등이 적용된다. 이렇게 되면 기존 13년 이상 걸렸던 정비사업이 5년 이내로 끝날 수 있다.

용적률은 1단계 종상향을 해주거나 법적상한 용적률의 120%까지 높일 수 있도록 해 준다.
입지여건 상 종상향이나 법적상한 용적률을 적용하기 곤란한 경우 종전 세대수의 1.5배 이상을 보장해주고 필요시 층수제한도 완화해준다.

층수제한 완화를 위해 서울시는 올 하반기까지 도시기본계획을 변경할 예정이다. 기부채납 비율은 재건축은 9%, 재개발은 15% 내로 정해졌다.

공공이 직접 사업을 시행함에 따라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 적용이 면제돼 사업성이 대폭 개선된다. 조합이 해산되니 재건축 조합원 2년 거주 의무도 생기지 않는다.

특별건축구역 의제 적용을 받아 일조권이나 동간간격 등 도시규제가 완화된다. 조합원에게는 기존 정비사업 대비 10~30%포인트의 추가 수익을 보장하는 선에서 조합원 분양가가 산정된다.

또 정비사업 과정에서 부담해야 하는 비용을 현물로 선납하고 이후 정산하는 방식이 적용된다. 이 경우 양도소득세도 면제된다.

이렇게 되면 소유권 이전으로 모든 사업 리스크를 공기업이 부담하게 되는 셈이다. 그간 재개발이나 재건축 사업은 관리처분 방식만 허용해 입주 시까지 분담금 변동 등 사업 리스크를 조합원이 직접 부담해야 했다.

기존 정비 사업장이 공공 직접시행 방식으로 변경할 때 기존에 선정한 시공사는 승계되고 매몰비용 보전은 지원된다. 시공사 선정 권한은 주민들에게 남긴다는 뜻이다. 투기수요 유입을 막기 위해 공기업 단독시행 신청시 해당 구역은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된다.

이날 이후 조합원 지위 양수 등 정비구역 내 부동산을 구입하는 경우에는 아파트 우선공급권이 부여되지 않는다.
사업으로 공급되는 주택은 공공분양은 70~80%, 공공임대·공공자가주택은 20~30%의 비율로 공급된다. 개발 사업으로 확보하는 주택을 분양 아파트 위주로 공급한다는 취지다.

이와 함께 토지주가 정비사업을 시행하는 소규모 정비사업도 활성화된다. 이를 통해 서울에 6만2천호 등 전국에 총 11만호의 주택을 공급할 예정이다.역세권과 준공업지역 내 5천㎡ 미만 지역에선 소규모 재개발 사업이 신설된다.

토지주들이 지역 여건에 따라 사업시행구역 경계를 정해 지자체에 신청하면 된다. 이때 토지주 4분의 1 이상의 동의가 필요하다. 소규모 재개발은 5분의 4 이상의 동의를 얻은 후 사업계획승인을 받으면 사업에 불참하는 주민에 대한 토지 수용권을 부여받는다.

역세권은 용도지역을 준주거로 상향하면 용적률 700%까지 올릴 수 있으며, 용적률 상승분의 절반을 지자체에 기부채납하고 지자체는 이를 공공자가, 임대주택 및 공공상가로 사용하게 된다.

저층주거지에는 소규모 주택정비 관리지역이 신설된다. 신축·노후주택이 혼재돼 광역적 개발이 곤란한 저층 주거지로서 노후주택만 소규모로 정비할 필요가 있는 지역에서 지정된다. 이곳에선 지구단위계획이나 활성화 계획 수립·변경 등이 의제 적용돼 신속한 정비가 가능해진다.

가로주택정비가 가능한 가로구역 범위가 확대되고 공공이 시행할 경우 토지수용권이 도입된다. 가로구역이 연접한 경우 공공 시행자가 복수의 가로구역을 한 번에 개발하는 결합개발 방식도 허용된다.

자율주택사업은 토지 등 소유자 5분의 4 이상 동의하고 토지를 3분의 2 이상 확보하면 토지 매도청구권을 부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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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040 고소득 중산층도 청약 기회 있어

이번 발표에서 또 하나의 핵심은 3040 고속득 중산층도 청약 기회가 있다는 것이다. 정부가 이번에 발표한 2·4 공급대책에는 이번 대책으로 도심에 공급될 주택에 대한 청약 기회를 고소득 중산층에도 제공하는 방안이 포함돼 있어 주목된다. 

일반공급 물량 비중을 절반 수준으로 올리고 전용 60㎡ 이하 주택의 분양가가 9억원을 넘길 경우 소득 요건도 적용하지 않는다. 최근 정부가 주택 청약제도를 개편해 특별공급 물량을 늘려 상대적으로 청약 시장에서 소외된 중산층에 대해 청약 기회를 보장해 준다는 취지다.

정부는 이번 대책에서 제시된 도심공공주택 복합사업, 공공 직접시행 정비사업, 공공이 직접 시행하는 소규모 정비사업에 한해 새로운 공공분양 청약 기준을 마련하기로 했다. 어차피 이들 사업 부지는 원래 민간택지인 점도 감안됐다. 이를 위해 정부는 공공주택특별법을 개정할 예정이다.

현재로선 분양가 9억원 이하 공공분양에서 전용 85㎡ 이하는 전체 물량의 85%가 특별공급돼 일반공급 물량은 15%에 불과하다. 이에 정부는 85㎡ 이하 공공분양의 일반공급 비중을 15%에서 50%로 확대한다.

또 전용 85㎡ 이하 공공분양의 일반공급 물량 중 30%에는 추첨제가 도입된다. 지금은 공공분양 아파트에서 전용 85㎡ 이하 일반공급은 100% 순차제가 적용된다.

순차제는 3년 이상 무주택자 중에서 저축 총액이 많은 신청자를 뽑는 방식이다. 서울의 경우 일반공급 물량이 극히 제한적인데 수요는 몰려 청약통장을 10년 이상 보유해도 당첨되기 어려운 상황이다.

단, 정부는 추첨제 자격을 3년 이상 무주택 세대 구성원으로 엄격히 제한하기로 했다. 이와 함께 9억원 초과 고가주택에 대해서는 소득 요건이 배제된다.

현재 전용면적 60㎡ 이하 공공분양 일반공급에는 도시근로자 월평균 소득의 100% 등으로 소득 요건이 적용되고 있으나 이번 공급 물량에 한해선 전용 60㎡ 이하도 분양가가 9억원을 넘기면 소득 요건을 빼주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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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규택지와 추가된 물량 조만간 발표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은 기자들과의 질문시간을 통해 주택공급 방안 중 신규 공공택지 지정을 통한 26만3천호 확보를 두고 “이번 발표 물량은 3기 신도시에 추가된 물량이라고 이해하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주택 공급을 위해 택지를 새로 확보하는 것이 아니라 이미 발표한 3기 신도시를 확장하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변 장관은 “대부분 입지가 확정된 상태지만 미세하게 구역 조정이나 지방자치단체와의 마지막 완벽한 합의를 위해 구체적인 입지를 밝히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조만간 두세 차례에 나눠 지자체와 협의가 완료되는 대로 발표할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변 장관은 “이번에 새로 마련하는 주택 공급 기준은 도심 공공주택 복합사업이나 공공이 직접 수행하는 정비사업에 대해서만 적용할 예정”이라며 “민간의 방식을 적용해 서울, 특히 도심에서도 저렴한 공공분양이 공급될 수 있도록 유도하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최근 3년간 서울에서는 공공분양 물량이 5%도 되지 않아 오랜 기간 대기해도 물량을 충분히 확보하기 어렵고 그나마도 특별공급 물량이라 일반 물량이 적어 3040 세대는 기회가 없는 문제가 있었다”며 “이번에는 3040 세대에도 추첨을 통해 공급 기회를 부여한다”고 덧붙였다.

공공기관이 주관한 정비사업에 대한 재건축초과이익 환수 면제와 관련해서는 “공공이 직접 하는 사업이기에 민간 주도 재건축 사업에 적용하는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를 적용하지 않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전문가들도 이날 정부의 주택공급대책 발표와 관련 “화끈한 대책”이라며 “주택 시장 안정에 기여할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반응이다.

공공이 직접 재건축·재개발 사업을 시행하면서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재초환)나 조합원 2년 실거주 의무를 면제해주기로 한 것도 기존 규제의 틀을 과감하게 수정한 것으로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다만, 정부 의도대로 재건축 단지들이 얼마나 공공 주도 사업에 참여할지가 관건이라고 했다.

부동산 전문가는 “정부가 재건축과 재개발, 역세권, 준공업지, 저층 주거지 등 도심 내 가용 토지를 확보해 개발에 나서며 공급 총력전을 벌이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특히 그동안 재건축 추진의 걸림돌이던 재초환과 관련, 공공 재건축 방식을 선택하면 재초환 대상에서 제외키로 해 재건축 공급 물꼬 트기가 가능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다른 부동산 전문가는 “주택시장의 판을 새로 짜는 획기적인 공급계획”이라며 “현실화한다면 중장기적으로 수급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이어 “공공이 주도하지만, 기존 소유자들이 원하는 형태의 분양아파트를 공급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사업 실현 가능성이 높다”며 “이번 대책을 통해 공급에 대한 시장의 신뢰가 회복된다면 30대 등 젊은 층이 무리해서 서둘러 주택을 구입하는 식의 부작용은 완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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