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한나 시인
최한나 시인

 

비워서 아름다운 꽃

최한나

 

경대 앞에 앉은 칠순 어머니

마디 굵은 손이 주름 가득한 얼굴을 매만진다

십수년 만의 고향 나들이에 콧노래까지 흥얼거린다

복사꽃을 다시 피워보기 위한 손짓인가

조심조심 펴 바른다

자세히 보니 오래전 사드린 크림이다

작은 거울이 유효기간 지난 화장품 내음을 뱉어낸다

거울 속으로 들어간 엄마

서투른 손가락이 이마를 내려와 눈가 주름을 펴다가 한숨 쉬더니

콧날을 쓰다듬다 내려와 양 볼을 두드리느라 분주하다

꽈리처럼 입술을 내밀어보고 쑥스러운 듯 미소도 지어본다

코티 분가루가 안쓰러운 검버섯을 감싸준다

양 볼에 발그레 꽃무늬도 살며시 번진다

눈썹에서 반달이 돋고

마른 입술이 장미를 입었지만

육남매 업어내느라 굽은 등허리는 어찌할꼬

새로 사드린 수분영양크림은 서랍 깊숙이 모셔두고

가끔씩 딸년 보듯 들여다보기만 했을 어머니

다 비워서 아름다운 한 송이 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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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즈음 엄마는 설을 앞두고 굽은 등허리 두드려가며 장을 봐다가 나르고 계실게다. 코로나19 때문에 오지 말라고 하시면서도 행여나 하는 마음이리라. “자식들 다 출가 시키면 할 일이 다 끝날 것 같다며 ”우리 새끼들 언제 다 크노?“ 하시던 말에는 어머니의 고단함이 응축되어 있던 말이었음을 살아가면서 아프게 마음으로 듣는다. 우리 엄마도 엄마가 보고프겠지. 엄마에게도 엄마가 있었다는 사실이 새삼 아린 것은 왜일까? 엄마의 주름진 얼굴에 향 좋은 코티분도 발라드리고 꽃분홍 맆스틱도 발라드리고 싶어진다. 젊은 날 경대 앞에 앉아있던 내 어머니를 그리며... 내일은 엄마께 전화를 드려야겠다. 우리 이쁜 딸이 전화를 했다면서 반가와 할 그 목소리가 미리 귀에 가득 차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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