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남성 감시장비 여러번 포착에도 제지 못한 軍...경계작전 '엉망'

[중앙뉴스=윤장섭 기자]지난 16일 강원도 고성군 민간인통제선(민통선)부근에서 북한에서 넘어온 것으로 보이는 남성이 우리군 감시 장비에 여러 차례 포착됐지만 우리군이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 

북한에서 넘어온 것으로 보이는 남성이 우리군 감시 장비에 여러 차례 포착됐지만 우리군이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경계의 헛점을 들어냈다.(사진=중앙뉴스 DB)
북한에서 넘어온 것으로 보이는 남성이 우리군 감시 장비에 여러 차례 포착됐지만 우리군이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경계의 헛점을 들어냈다.(사진=중앙뉴스 DB)

이 남성은 경계근무자의 어떠한 제제도 받지 않고 통일 전망대 부근 배수로를 통해 민통선을 빠져나온 것으로 알려지면서 우리군의 해안경비가 얼마나 허술한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등 경계의 허점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특히 이날 이 남성은 고성 통일 전망대에서 민통선 검문소인, 제진 검문소 부근까지 도로를 따라 내려오는 동안에도 아무런 제지를 받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경계 실패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됐다.

또 이 남성이 새벽 4시 20분 우리군 감시 장비에 여러 차례 포착된 이후 세 시간 만인 7시 20분쯤 신병을 확보하기 전까지의 경로가 확인 되면서 군의 경계작전은 엉망이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17일 합참의 발표에 따르면 검문소 부근에서 신병이 확보된 북한 남성은 이날 일명 '머구리 잠수복'을 입고 바다로 헤엄쳐 GOP(일반전초) 이남 통일전망대 부근 해안으로 올라와 해안 철책 하단 배수로를 통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합참은 또 이 남성이 처음 포착됐다고 알려진 곳은 통일 전망대에서 수 km 더 남쪽에 있는 민통선 검문소였다고 밝혔다.

합참은 전날 오전 4시 20분경 GOP에서 5㎞ 정도 떨어진 고성군 민통선 검문소 폐쇄회로(CC)TV에 남성이 포착된 뒤에야 대침투 경계령을 최고 수준인 '진돗개 하나'로 발령하고 '5분 대기조' 병력을 투입했다. 이후 세시간 뒤인 오전 7시 20분께 해당 검문소 인근에서 이 남성의 신병을 확보했다. 한명의 신병을 확보하기 위해 신속대응 병력까지 출동시키고도 무려 3시간이나 걸린 셈이다

합참은 전날 고성군 민통선 검문소 폐쇄회로(CC)TV에 남성이 포착된 뒤에야 대침투 경계령을 최고 수준인 '진돗개 하나'로 발령하고 '5분 대기조' 병력을 투입했다.(사진=방송 캡처)
합참은 전날 고성군 민통선 검문소 폐쇄회로(CC)TV에 남성이 포착된 뒤에야 대침투 경계령을 최고 수준인 '진돗개 하나'로 발령하고 '5분 대기조' 병력을 투입했다.(사진=방송 캡처)

우리군은 늘 그래왔듯이 이번에도 엄중한 조치와 함께 대북 경계 시스템을 개선하겠다는 입장만 되풀이 하고 있다. 지난해 7월 인천 강화도에서 20대 탈북민이 배수로를 통해 월북한 사건이 일어난지 불과 채 10개월도 되지않은 시점에서 또 이런 사고가 일어났다는 것은 우리군 당국이 얼마나 경계임무에 허점이 많은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준 것으로 경계시설물을 제대로 관리하지 않았다는 것을 인정한 셈이다.

2012년 10월에는 북한군 병사가 군 초소 문을 두드려 귀순 의사를 표시한 일명 '노크 귀순'이 발생한 곳도 이곳이다. 뿐만 아니라 지난해 11월에는 북한 남성이 최전방 철책을 넘은 지 14시간 30분 만에 기동수색팀에 발견되기도 했다. 당시 북한 남성은 GOP 철책으로부터 1.5㎞ 남쪽까지 이동해 있었다.

한편 합참은 "이번 상황을 엄중하게 인식하고 지상작전사령부와 합동으로 현장조사를 진행하고 있다"면서 "조사결과에 따라 후속대책을 마련해 엄정하게 조치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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